2006-09-29 오전 7:39:53 [스포홀릭]
2006년 9월28일은 LG 트윈스에게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LG는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4대5로 패하며 남은 1경기에 관계없이 2006 프로야구 꼴찌로 확정됐다. LG는 전신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창단 첫 꼴찌로 추락했다. 삼성과 함께 유이하게 단 한 번도 꼴찌로 떨어져본 적이 없는 LG로서는 수치스러운 성적이다. 과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그리고 당장 내년에는 어둠의 터널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김성근 감독 해임
LG는 5년전에 창단 첫 꼴찌가 될 뻔 했었다. LG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이광은 당시 감독은 9승1무25패 승률 2할5푼7리라는 팀 창단 후 최악의 성적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결국 시즌 개막 한 달 반 만인 그해 5월17일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김성근 감독대행이 대신했다. 김 대행은 페넌트레이스 막판이 한창이던 9월24일, 정식 감독으로 임명됐다. 잔여경기가 6경기 남아있는 시점에서의 전격적인 감독 승격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LG는 김 감독 체제 후 48승7무42패 승률 5할3푼3리의 호성적을 거두며 탈꼴찌에 성공, 6위로 시즌을 마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듬해인 2002년, LG는 객관적 전력열세에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김성근식 야구가 조금씩 뿌리내린 결과였다. 과거 LG의 신바람 야구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데이터에 근거한 벌떼 투수교체와 번트 및 작전은 LG를 승리로 이끌었다. 페넌트레이스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는 현대와 기아를 연파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 삼성과 6차전까지 혈전을 벌였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모두가 LG의 놀라운 투혼과 김 감독의 용병술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삼성 김응룡 감독은 김 감독을 두고 “야구의 신과 대결하는 것 같았다”며 경의를 표했고, 김 감독은 “시합에서는 졌지만 승부에서는 이겼다”는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얻은지 2주도 지나지 않아 해임 통보를 받았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는 시점이었다. 해임의 발단은 어윤태 사장과의 갈등이었다. 어 사장은 1993년부터 95년까지 이광환 감독과 함께 신바람 야구 붐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그런 어 사장에게 김 감독식 야구는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어 사장은 “현재 LG에는 미래가 없다”는 이유로 김 감독을 해임했고 LG팬들은 집단 반발했다. 선수 트레이드에 대한 팬들의 반발은 있었어도 감독의 해임 문제와 관련해 팬들이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LG 프런트의 결정은 ‘이해불가’였다.
더 가관인 것은 김성근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우승감독’ 이광환 감독도 1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고 말았다는 점이다. 성적이 6위로 추락한 것보다 2003년 겨울 불어 닥친 선동렬 열풍이 결정적 이유였다. 선동렬 열풍에 휩쓸리면서 자연스레 이 감독도 지휘봉을 놓아야했다. LG의 잦은 감독 교체는 곧 ‘갈지자 행보’로 귀결됐다. 제대로 된 팀컬러와 뿌리가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고 표류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모든 것이 김성근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해임에서부터 시작된 일일지도 모른다.
장기적 안목 부족
LG는 선동렬의 영입이 수포로 돌아가자 이순철 주루코치를 제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당시 이순철 감독은 8개 구단 감독 중 최연소였다. LG 내부에서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를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무모한 변화로 자충수를 두었다. 지휘봉을 잡자마자 간판 이상훈과 기타 연주 문제로 마찰을 일으켰다. 결국 이상훈은 SK로 트레이드됐다. 이상훈을 보낸 대가로 영입한 선수는 양현석과 오승준. 양현석은 병역비리로 구속됐고 오승준은 상무에 있다. 이상훈의 대가치고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LG의 장기적 안목부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LG는 2003년 FA 시장에서 진필중을 영입했다. 4년 30억원이라는 특급 계약이었다. 그러나 진필중은 LG에서 3년간 고작 3승을 거두는데 그치고 있다. 먹튀 중의 먹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미 2003년부터 하향세 조짐을 보이던 선수에게 거액을 투자를 한 결과는 너무도 뼈아팠다. 반면 LG는 그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재현을 부상 후유증을 이유로 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김재현은 SK 이적 후에도 쏠쏠한 방망이 솜씨를 뽐내고 있다. LG는 또 2004년 11월에 홍현우와 이용규를 기아로 보내면서 소소경과 이원식을 영입했다. 이용규는 2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톱타자로 성장한 반면 소소경과 이원식은 1군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지난해 기아와의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핵심멤버인 마해영과 최상덕도 기대이하다. 마해영은 거포 본능을 잃었고 최상덕은 부상이 문제였다. 또 롯데가 방출한 베테랑 강상수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외국인선수도 LG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2004년 이순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거쳐 간 알 마틴, 에드윈 후타도, 브라이언 쿠퍼, 루벤 마테오, 루 클리어, 레스 왈론드, 아마우리 텔레마코, 매니 아이바, 버디 카라이어, 라이언 베로커까지 모두 하나같이 기대 이하였다. 특히 올해 마무리투수감으로 데려온 아이바의 경우에는 부상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 LG의 외국인선수 영입 및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었다. 장기적 안목이 부족할뿐더러 기본이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세도 빼놓을 수 없다. 서승화 이대형 박경수 정의윤 박병호 이성열 등이 대표적이다. 서승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 모두 가능성은 엿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확실한 주전감으로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코칭스탭에서 너무 빠른 성장을 기대한 나머지 지속적인 출장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였다. 또한 지나친 포지션 중복도 문제시됐는데 박병호의 경우에는 차세대 대형 1루수로 키울 작정이었으나 마해영 최동수 서용빈 최길성 등과의 경쟁으로 제 포지션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이성열도 조인성의 그늘에 가려 기회를 잘 잡지 못했다. 교통정리를 통해 효과적인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LG에서 백업으로 머물던 이용규가 KIA 이적 후 출장 기회를 얻으면서 특급으로 성장한 것처럼 꾸준한 출장 기회는 유망주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 앞을 내다보지 못한 프런트나 코칭스탭 모두 책임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새시대 준비할 때
1994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미스터 LG’ 서용빈은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을 끝으로 은퇴했다. 서용빈과 함께 지난 14년간 LG의 안방을 지킨 포수 김정민도 은퇴의 길을 걸었다. 이로써 지난 1994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 중 남은 선수는 이종렬 최동수 신윤호 뿐이다. 그나마도 이종렬을 제외하면 최동수나 신윤호는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LG의 전성기를 이끈 주축 선수들은 은퇴와 이적 등으로 모두 팀을 떠났다. 이제 LG가 새시대를 준비할 때가 왔음을 의미한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추억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
LG는 10월2일 문학 SK전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한다. 시즌 종료와 동시에 LG는 분주한 겨울나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공석이 되어있는 사령탑을 영입해야 한다. 감독 선임은 올 겨울 LG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 될 것이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LG를 이끌어나갈 최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또한 FA로 풀릴 간판 이병규와의 재계약에도 심혈을 기울여야하며 매번 공을 친 외국인선수 선발에도 온힘을 쏟아야 한다. 시즌 막판 나돌았던 ‘대수술’이라는 소문대로 팀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정리해야 할 선수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트레이드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만큼 올 겨울을 통해 LG는 반드시 ‘환골탈태’ 해야 한다. 환골탈태해야 만이 새로운 시대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LG는 비록 창단 첫 꼴찌의 아픔을 맛봤지만 그렇다고 얻은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심수창과 정재복이라는 선발투수감을 발굴해냈고 향후 LG 뒷문을 책임질 우규민의 발견도 고무적이다. 지난 5월 영입한 메이저리거 출신 봉중근도 당장 내년부터 출격이 가능하다. 마운드에 비해 타격 쪽에서 성장세가 더디지만 자원은 여전히 풍부하다. 양승호 감독대행도 난파 직전의 LG를 어느 정도 잘 추슬렀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LG는 4년째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시대를 준비한다면 언젠가 밝은 빛이 LG를 비출 것이다. 물론 그 빛을 보느냐, 보지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LG가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있다.
이상학
첫댓글 내년을 기약합시다....엘지 홧팅...
왜 하필이면 김성근 전감독님이 자르고 이광환감독님으로 유임했는지 모르겠네요.아 올해는 생각하기도 싫다.
김성근 감독 또는 이만수 시카고 코치 영입하는게 좋을꺼 같네여....글구 제발좀 내년을 위해 제대로된 트레이드 해줬음 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