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경영대와 의대 중심으로 '실무'와'기초 학문'을 분리하는 대대적인 '학사 교통정리'에 들어간다.
서울대 경영대는 1일 "최근 3개월 동안의 교과과정 개편 작업을 통해 내년부터 '실무'를 위한 MBA(전문경영대학원)와 '학문'을 위한 MS(일반 경영학석사) 과정을 구분해 학사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실무 강조 교육으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기초학문을 강화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돼 다른 대학으로의 파장이 주목된다.
지난해 9월, 6개 대학에 국내 MBA 과정이 개설되면서 각 대학에는 사실상 '경영학 석사'로 풀이되는 MBA와 MS가 공존해왔다.
이에 따라 과정간 교과목이 상당 부분 겹쳐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일반 석사과정은 '값싼 MBA'로 잘못 인식돼 학문 연구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되는 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
동시에 두 과정간 교수진도 혼재돼 국외 MBA에 비해 별도의 전문과정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높았다. 현재 MBA 과정만을 위한 자체 교수진을 운영 중인 대학은 성균관대 SKK-GSB 한 곳뿐이다.
서울대 경영대는 MS 과정 중 '○○사례연구'등 실무중심 과목은 모두 MBA로 흡수하고 과목명도 '연구' '세미나' 등으로 고쳐 학문 연구 성격을 명확히 했다. 이로써 석사 과정 과목 양은 20~30%가 줄어들게 됐다. 과목당 심화 연구가 가능하도록 이수학점을 39학점에서 27학점으로 줄이고, 석ㆍ박사 과정을 통합 운영해 수업연계성을 높이기로 했다.
곽수근 경영대 학장은 "현재 일반 석사과정 인원의 절반 가까이가 고시공부 등을 이유로 휴학을 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MBA와 구별되는 학문 후속 세대를 집중 관리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도 기존 단일학과 체제에서 벗어나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과학과'와 임상진료 위주의 '의학과'로 나뉜다.
지금까지 기초의학 분야 교실 12개와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임상의학 분야 교실 24개를 합쳐 운영해왔지만 두 분야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기초의학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왕규창 의대 학장은 "의대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뿐만 아니라 순수 의학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도 양성해야 발전할 수 있다"며 "기초의학 분야를 신설되는 의과학과로 옮겨 통합 운영하기 위해 12개 교실을 단계적으로 축소ㆍ폐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