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해외출장 102건중 일정표 없는 깜깜이 46건
공무원 해외출장 전수조사
출장 일정표에 관광 포함 14건
개최 경험 없는 국가 방문도 11건
與 “벤치마킹 빙자한 혈세 낭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이 철수한 이후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지가 15일 썰렁한 모습이다. 이달 1일 시작해 12일 공식 종료한 잼버리 대회는 대회 부지 선정과 준비 부족, 운영 미숙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부안=박영철 기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련 공무원의 해외 출장보고서 10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출장 일정표가 누락된 보고서가 총 46건(45%)으로 확인됐다. 잼버리 개최가 확정된 이후 떠난 해외 출장 가운데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는 국가를 방문한 횟수도 11건으로 집계됐다. 여권은 “해외 출장 상당수가 혈세 낭비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실이 17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2015년 11월 25일부터 2019년 12월 29일까지 출장보고서 10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출장 일정표가 누락된 보고서가 46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7월 전북 공무원 2명과 스카우트연맹 소속 1명은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를 위한 유럽지역 홍보’ 명목으로 이스라엘 사이프러스 등 5개 국가를 10박 12일 동안 방문했다. 이들은 일정표에 출입국과 국가 간 이동 항공 일정만 첨부했다. 이 같은 ‘깜깜이’ 출장보고서는 기관별로 전북도가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 부안군 8건, 새만금개발청이 4건, 여성가족부, 농림축산식품부 각 1건 등이었다.
2017년 8월 새만금 잼버리 개최가 확정된 이후 떠난 27건의 해외 출장 중 잼버리를 유치한 적이 없는 국가를 방문한 경우도 11건으로 나타났다. 2018년 4월 전북 공무원 5명과 새만금개발청 소속 공무원 1명 스카우트연맹 소속 2명은 5박 7일 일정으로 스위스와 영국 출장을 갔다. 이들은 ‘국제스카우트센터 운영관리에 관한 선진지 사례 조사’를 목적으로 이 국가들을 찾았지만 스위스는 세계 잼버리 대회를 유치한 경험이 없다.
출장 일정표에 관광 일정이 포함된 경우도 14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당시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2019년 미국으로 9박 11일간 출장을 가면서 잼버리 대회와 무관한 첼시마켓이나 센트럴파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방문 등을 일정에 넣었다. 부안군 공무원이 2017년 10박 12일 일정으로 떠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 출장에선 관광 일정이 42건이나 됐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잼버리를 개최하지 않은 국가의 성공 사례를 조사하겠다는 해외 출장을 납득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 개최를 위해 벤치마킹한다며 떠난 해외 출장 상당수가 혈세 낭비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가 잼버리 파행 책임을 둘러싸고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대회 파행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새만금 부지 선정 문제는 19, 20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2016년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대한민국 새만금 유치지원 촉구 결의안’은 최종 유치 전인 2017년 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09표, 기권 13표로 반대 없이 통과됐다. 결의안은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던 새만금에 대해 “인근에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세계 청소년들이 대자연 속에서 야영 생활을 하며 국제적 우애를 다지기에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호평했다.
권구용 기자, 조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