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역사를 가진 조선대학교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하는 내년에 진정으로 새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양동석 조선대 법대학장은 인터뷰 내내 이런 말을 자주했다. 그만큼 로스쿨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다.
조선대의 로스쿨 `올인`은 수치로 증명된다. 자그마치 557억원을 쏟아부었다.
로스쿨 `티켓 전쟁`에 뛰어든 40개 대학 중 단연 투자액 1위다. 서울대 투자액(46억원)의 12배에 달한다. 거액 투자는 학내 지도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만명이 드나들던 지상 6층짜리 학생회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법학전문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3년 전 신축한 법대 본관에서 지척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월 인가 신청을 앞두고 4만5000여 권에 달하는 법학서적 이사가 한창이다.
모의법정, 영상강의실 등 학내 최고 시설을 갖춘 법대 본관의 일반 강의실도 토론식 고급 강의실로 교체 공사가 시작된다. 전임교수(현재 25명)도 3년 사이에 2배가량 늘었다.
기대가 큰 만큼 탈락하면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입학 정원을 다양화해 각 도(道)에 한 곳 이상 로스쿨을 인가한다지만 광주만 해도 국립 전남대가 로스쿨 유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에 대한 질문에 "그런 건(탈락하는 것은) 생각도 안 해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 "지방 사립대가 피폐한 것은 우수 신입생을 모두 수도권 대학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로스쿨 유치에 학교의 명운을 걸고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대가 로스쿨 준비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시절 로스쿨이 논의되기 시작하던 때다. 거액 투자에 따른 다른 단과대의 `역차별` 원성을 해소하기 위해 학내 교수들을 설득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
물론 조선대 로스쿨 유치 전략이 `외형 불리기`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는 "학교 측이 300억원을 로스쿨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을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돈을 독립시켜 로스쿨 학생만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조선대는 이 돈을 종자돈으로 매년 20억원 이상을 무상 장학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전체 학비의 30%가 넘는다.
그는 이어 "조선대는 학부모와 학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로스쿨 학비를 낮추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며 "교육비가 낮아야 우수 인재가 모이고 결국 경쟁력 있는 로스쿨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대는 문화 중심지 광주의 이점을 살려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 양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굴뚝 없는 공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문화산업의 행정, 정책 골격을 짜고 넓게는 기업경영 수완까지 겸비한 법조인을 배출하자는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로스쿨 유치는 지방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간 모든 대학 정책이 `수도권과 국립대` 두 축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로스쿨만은 지방대, 특히 지방 사립대에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대목에서 나지막하던 그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는 "지방 사립대는 인재 양성에 기여한 공로만큼 `대접`을 못 받고 있다"며 "신입생 부족에 허덕이며 현상 유지에 급급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로스쿨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지방대가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