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산 같은 인연이'
부산운봉산악회와 제주 오름오르미들 두 단체와의 자매결연 협약식과 한라산 친선산행을 위하여 올해 초부터 계획을 세위 추진을 하게 된 것이 이번에 그 소중한 결실을 보게 되었다. 한동안 제주도와의 교통편 연결문제로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여러 회원님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마침내 11명의 운봉님들과 함께 제주도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던 10월 12일 날 저녁에 부산 중앙동 소재 부산연안여객선터미널 2층 대합실에 모인 운봉님들은 한결같이 자매결연 협약식과 한라산 친선산행에 참여하러 떠난다는 사실로 인해 모두들 상기된 얼굴표정들이었다.
또한 구귀덕 회원의 부인께서는 멀리 떠나는 낭군과 여러 운봉님들을 위해 떡과 도시락, 족발 등이 든 무거운 박스를 들고서 뱃머리까지 나와 전송을 해 주어 정말 고마웠다.
18시 40분경에 설봉호에 승선한 일행들은 배정된 선실에 짐을 풀고서 오붓하게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려고 상을 차려보니 회원님들이 각자 나름대로 준비해서 가지고 온 음식들이 너무 많아서 모두들 즐거운? 비명을 질렀으며, 그 많은 음식들을 처리하느라고 고역을 치루기도 하였다. 절반은 챙겨서 제주도로 가져갔지만......
몇몇의 회원님들은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처음인지라 배 멀미에 대비하여 “귀밑에”를 붙이는 등 준비도 철저하게 하였지만 다행히도 바람도 잔잔하고 큰 파도가 없어서 모두들 별 탈없이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서 13일 06시경에 제주연안여객선터미널에 발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터미널대합실로 들어서니 제일먼저 달려와서 우리일행을 반겨주는 이는 오르미의 오식민님이었으며, 곧 이어 오르미의 김승태 회장님을 비롯하여 김창하님, 한동호님, 강창성님이 일행들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후 오르미님들의 승용차편으로 제주시청 뒤편의 그 유명한 광양해장국 식당으로 이동하였으며, 그곳에서 홍성은님이 우리일행들을 위하여 준비해온 현수막을 가지고 나오셔서 만남을 축하해 주셨으며, 또한 가정사정으로 바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일행들을 찾아주신 오르미의 차문준 자문위원님도 뵐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뵙는 마음이 아름다우신 분들이라 개인적으로는 한 번씩 꼭 껴안아 보고 싶었던 분들이었기에 그 만남은 참으로 반가웠다.아침식사 후 오르미 회장님의 제의로 시간적 여유가 있어 관음사를 거쳐 어리목으로 가기로 하였다.
관음사는 제주도 제일의 사찰이지만 지난번 태풍 ‘나리’로 인해 곳곳에 치유되지 않은 흔적들이 남아 있음을 살펴 볼 수 있었지만 여전히 산사의 상큼한 분위기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08시 20분경 어리목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일행들은 먼저 와서 기다리던 오르미님들과 함께 자매결연 협약식 장소인 어리목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어리목 광장의 푸른 잔디밭에 모인 오르미 김승태 회장님과 운봉의 문태기 회장님을 비롯한 일행들은 이곳에서 두 단체 간의 자매결연 협약 서명식을 가졌으며, 함께 기념촬영도 하는 등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정말 기쁜 날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오늘 이 기쁜 날의 산행계획은 두 단체의 회원님들과 함께 이곳 어리목에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이동하여 만남의 시간을 가지고서 영실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제주도 방문이 처음인 배인수 회원과 자주 방문하는 편인 송재구 회원은 관광을 원하기에 특별히 민님에게 부탁하여 중문으로 향하게 하였으며, 차량을 운행하는 오르미님들은 영실로 이동하여 윗세 오름으로 산행을 하기로 하고 각기 출발하였다.
오늘 비록 하늘은 흐렸지만 멀리까지 주변경치를 선명하게 살펴 볼 수 있는 청명한 날씨에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어서 산행하기엔 너무나 멋진 날씨였으며, 이 또한 두 단체 간의 결연을 하느님도 축복을 해 주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윗세오름으로 오르는 도중 우리 일행들은 한라산 자락의 멋진 경관을 감상하면서 곳곳에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빴으며, 또한 오르미님들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행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윗세오름 대피소 광장에 도착한 일행들은 곧이어 영실방면에서 오른 오르미 2진 일행들과 합류하여 오르미 측에서 준비해온 다과와 음료로 산(山) 사람으로서의 정감어린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며, 오르미 회장님이 쓴 ‘산 같은 인연’을 홍성은님이 낭송을 하여 두 단체의 만남이 산처럼 이어가길 소망하면서 이곳의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어갔다. 그리고 함께 기념촬영도 하는 등 즐겁고도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산 무렵에는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는가 싶더니 싸락눈이 내렸다. 올해 첫 눈을 맞는 경험을 이곳 한라산 자락에서 하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기쁜 날이었으면 눈도 이렇게 살짝 뿌려주면서 새 가족을 맞이한 이날을 축복해 주는지를......
노루샘에서 시원한 샘물을 한모금씩 마신 일행들은 예전에 보았던 울긋불긋한 단풍은 찾아 볼 수는 없었지만 잠시 후 병풍바위 위에서 펼쳐지는 영실기암의 장관과 이어지는 오름들의 멋진 풍광들을 바라보면서 오르미 일행들과 더불어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모두들 단풍철인 10월 말 경에는 더 멋진 경관을 보여준다고들 한다.
영실휴게소 주차장에는 산행객의 차량들로 만원이었다. 오르미님들의 이야기로는 단풍철엔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이곳에서 아래쪽 영실입구 도로변까지 차량행렬이 이어진다고 한다. 영실 샘에서 목을 축인 일행들은 영실매표소 주차장 쉼터에서 우리 일행들이 가지고 온 밥이랑 과일, 그리고 음료를 들면서 담소를 나누는 우정의 시간도 가졌다.
오늘 오후의 관광명소인 일출랜드를 가는 도중에 오르미 회장님의 안내로 쌀오름에도 올라 서귀포시와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도 보았으며, 또한 도로변에 활짝 핀 억새꽃의 아름다운 자태도 감상 할 수 있었다.
성읍 민속마을을 지나 일출랜드에 도착한 일행들은 제주의 풍물들을 함축해 놓은 이곳의 정경들을 둘러보면서 사진촬영도 하고, 탐방로 곳곳에 세워놓은 제주도 방언을 새긴 표석을 해석해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교래리 ‘그루터기’ 에서는 손승천 교장선생님과 양인자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오르미님들이 우리일행들을 반겨주셨다. 그 반겨주는 오르미님들 가운데에는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딸인 지선이도 끼어 있어 너무나 반가웠다. 지난 여름방학 때인 7월 말경에 제주에 와서 보곤 무척 오랫동안 못 보아서인지 안스러워 보였다. 그놈의 임용고사가 무엇인지 명절 때인 추석 무렵에도 시험공부 하느라 집에도 오지를 못하고......
식당 안으로 자리를 옮겨 오르미님들이 준비한 만찬이 시작되었다. 우리 일행 11명과 오르미님들 18명이 함께한 자리였으며, 두 단체 회원들의 인사 소개에 이어 기념품 교환과 더불어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하나다!’ 라는 구호를 시작으로 축배를 들면서 화기애애한 친교의 시간은 밤이 깊도록 계속 되었다.
올 봄 부터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제주도 형님들과 동생들의 집을 방문하는 자리이기에 오늘저녁 이 자리는 나에게 있어 정말 뜻 깊은 자리였다. 솔직히 지금까지 산을 오르면서 정말로 산처럼 든든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자매의 연을 맺었으니 얼마나 기쁘지 아니 하였겠는가? 이날처럼 내 마음을 활짝 열고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기뻐했던 날은 처음으로 기억된다. 혹 실수는 없었는지 심히 걱정도 되지만......
14일 아침에는 모두들 일찍 일어나 김승태 회장님과 김창하님의 안내로 06시 경에 다랑쉬오름으로 출발하였다. 오름에서는 비록 구름층이 두터워 일출장면은 보지를 못했지만 멀리 한라산 정상부와 주변의 오름을 살펴 볼 수 있는 맑은 날씨여서 매우 상쾌하였다. 특히 굼부리 안에 만발한 억새는 우리 일행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며, 모두들 사진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랑쉬오름을 돌아서 나오는 길에 회장님의 안내로 평소 제주도민들도 잘 찾아가 보지를 못하는 제주 4.3 사건의 현장인 다랑쉬굴 입구를 찾아가 초라하게 방치된 표석 앞에 서서 당시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참으로 서글픈 역사의 현장이어서 인지 우리 일행들은 그분들을 위해 묵념도 한번 제대로 못하고 뒤돌아서 나왔기에 마음이 매우 착찹한 심정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일행들은 짐을 챙겨 오르미님들의 차량편으로 제주공항으로 이동하는 도중 때늦은 아침식사를 국수와 해장국으로 해결하였다. 그 후 다시 오르미님들의 차량으로 비행기 출발시간에 늦을세라 바삐 공항에 도착한 일행들은 대한항공 데스크에서 티켓팅을 하면서 오르미님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촉박하여 제대로 감사의 말도 전하질 못했지만......
이번 제주 방문은 참으로 뜻 깊은 나날이었습니다. 정말로 기뻤던 나날들 이었습니다. 부산운봉산악회와 제주의 오름오르미들이 자매결연 협약을 체결했으며, 또한 함께 산행도 하면서 우정도 쌓았고, 밤늦도록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의 우정을 나누는 등 친교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우리 운봉산악회 회원일동은 이번 행사를 기획하여 준비해 주시고 또한 제주방문기간 동안 한 점도 불편함이 없이 잘 보살펴 주신 오르미의 김승태 회장님과 김창하님을 비롯한 모든 오르미 회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차량을 지원하여 발이 되어주신 한동호 부회장님과 강창성 총무님, 홍성은 감사님, 오식민님, 강성홍님, 이병대님, 김형근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오르미의 김승태 회장님의 말씀처럼 ‘산 같은 인연’ 이 더욱 돈독하게 이어지도록 저희 부산운봉산악회 회원일동은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항상 오르미 회원님들의 가정에도 행복이 깃드시길 기원드리며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