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수목원 '오색별빛정원전'
잎사귀를 모두 떨어뜨린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꽃잎은 차가운 바람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겨울 수목원의 풍경이다. 봄·가을이 아니라면 볼 것이 없다는 상식은 잠시 접어 두시길.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 어둠이 찾아들면 낮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고향집 정원 초입에는 몸통에 하얀 전구를 휘감고 녹색 전구로 가지를 장식한 나무들이 인사를 건넨다. 분재정원의 야트막한 나무 수풀들은 보랏빛을 내뿜고, 나란히 줄을 선 장독에도 따뜻한 주황빛 전구로 장식돼 있다. 이어진 에덴정원에 들어서면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천사 두 명이 서서 손님을 맞는다. 꽃향기가 진동하던 꽃밭은 각양각색의 커다란 별꽃으로 가득하다. 넝쿨이 감겨 있던 아치 터널은 온통 하얀 불꽃으로 꾸몄고,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빛깔 포도알 모양 전구들은 당장에라도 따먹어도 될 듯 탐스럽다.
- ▲ 아침고요수목원의 겨울 밤은 찬란한 불빛이 내뿜는 뜨거운 향기로 가득하다. 차가운 바람마저 따뜻하게 느껴진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gokorea21@chosun.com
안쪽 깊숙이 아담한 교회가 세워져 있는 달빛정원으로 향하는 길. 양쪽으로 코끼리·기린·학 등 아기자기한 동물 조형물을 세워놨다. 나무에 매달려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별들과 날개짓을 하는 새들이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교회 문을 지키고 선 천사들의 모습은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오색별빛정원전’은 다음 달 28일까지 계속된다.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여는 이번 행사에서는 식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뜨겁지 않은 LED 조명을 이용했다. 성인 6000원, 중·고생 4000원, 어린이 3000원. 1544-6703, www.morningcalm.co.kr
포천 허브아일랜드 '불빛동화축제'
경기도 포천 허브아일랜드의 겨울 밤은 3월까지 크리스마스다. 곳곳에 산타클로스 조형물이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혹은 매달려 있다. 플라워 가든에는 산타 마을이 조성돼 있다.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선물 상자가 놓여 있다. 또 풍성한 성탄절 만찬 식탁과 사슴이 끄는 커다란 썰매도 설치돼 있어 자연스레 12월 25일의 설렘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폭포 가든에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곰돌이 푸 등 동화 속 주인공들이 있다.
허브아일랜드의 밤하늘은 300만개의 전구가 밝힌다. 형형색색의 눈부신 불빛이 코끝을 스치는 허브향과 어우러져 향기롭게 느껴진다. 곳곳에 심어놓은 인조 나무에는 꽃 모양의 전구가 달려 있다. 200여종의 허브로 가득한 허브식물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된 아치형 터널은 어두운 실내를 밝힐 수 있도록 은은한 조명으로 꾸몄다. 베네치아 광장을 둘러싼 물길이 얼어 썰매를 탈 수도 있다. 겨울 밤 바람에 언 몸을 녹이고 싶다면 허브 가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따뜻한 허브차를 마셔보는 것도 좋다.
‘불빛동화축제’는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불빛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성인 3000원, 초등·중학생 2000원. 썰매 이용료 5000원. (031)535-6494, www.herbisla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