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혼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인간의 불행은 고독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관계에 휘둘리는 사람은 평생 다른 사람의 기준에 끌려 다닐 뿐이다." -앤서니 스토-
어느 해 거듭 3년여 기간 동안 주변 사람들과 독자들에게 매일매일 카톡으로 일상의 시 한 편을 보냈었다. 전송되어진 편지는 전국의 소식을 담아 답장으로 돌아오며 온종일 카톡의 알람소리가 그치지 않았었다. 그리고 마침내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모아 독자와 함께 엮은 시집<카톡으로 보낸 편지>를 출간했다 그 이후 내 핸드폰은 깊은 겨울잠을 자는 듯 고요해졌다. 내가 보내지 않으니 상대도 조용해지는 것이다. 가끔 안부를 살피던 지인마저도 소식이 뜸해지면서 어쩌면 세상과 내가 조금씩 분리되어가는 느낌까지 받게 되었다. 지극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일도 거의 없을뿐더러 손에서 멀어져있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울어주던 소리가 멎고 소식조차 뜸해지다보니 알 수 없는 불안감이거나 소외감이나 외로움까지 동반하는 것이었다. 마치 친구들과 놀 때는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로소 쓸쓸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소소하게 집착하다가는 노모포비아(Nomophobia)의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여 내 일상을 스스로 흔들어 고요해진 휴대전화로 하여금 밀려오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으며 애썼다. 노모포비아(Nomophobia) 란 ‘휴대폰 없음 공포증’의 줄임말로, 휴대전화에 접근할 수 없을 때 사람이 겪는 불안을 설명하는 용어인데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비단 사람이 아니라도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에 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크게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이나 관계에서의 외로움 그리고 실존적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우선 관계 부재로 인한 외로움은 함께 있다가 떠나버린 빈자리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말한다. 또한 관계에서의 외로움은 함께 있으면서 소통이 부족하거나 갈등으로 인한 기대가 좌절하는 느낌이며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서 느끼는 외로움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실존적 외로움은 혼자라는 쓸쓸함이거나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대한 헛헛함 등을 말한다. 우선 관계에서의 외로움 속을 들여다보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만나지 말아야 할 친구인데도 매달리거나 너무 기대고 집착하다가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후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 외로움이 힘든 인간관계를 자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로움을 피하려고 무작정 사람에게 다가가다 보면 더 휘둘리고 약해지기 쉬운 일이라서 혼자 있는 능력을 키우면 인간관계는 물론 인생에서 강해지게 된다는 생각이다. 또한 젊은 층은 노인보다 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등의 변화가 많은 젊은 시기에 더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국민가수라 불리는 이찬원도 핸드폰 주소록에 2500개의 연락처가 있지만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니 이러한 실존적 외로움에 있어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는 능력이 아니라 혼자의 시간을 즐길 줄 알고 혼자의 시간에 깊게 사고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나이 들수록 친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면서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늙어서 외로울까 봐 또는 아플 때나 죽을 때 혼자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배우자를 찾고 친구를 찾지만 그들이 먼저 가면 어쩔 것인가. 혼자 지낼 줄 모르면 누군가의 시간과 관심을 애걸복걸하게 된다. 자기 힘으로 하지 않고 남이 나를 보살펴 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혹은 혼자 지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누군가에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며 또한 기대만큼 부합하지 않을 때는 섭섭한 마음이 생길뿐더러 그만큼 스스로 괴로워지고 더불어 외로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는 남이 무언가를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외로움을 자초하는 일이다. 생각해보라. 내가 외로울 때 위로가 될 만한 사람보다 일상에서 도리어 귀찮게 여겨지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외로울 때를 생각해서 눈치를 보고 그에게 마음도 없이 맞추어 가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노인 문제에 관한 한 많은 전문가들은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기를 권한다. 그리고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만들라고 권한다. 그러나 이것은 활동 능력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최소한 퇴직연령 이 후라도 그나마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취미와 봉사활동이나 정부에서 내놓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지지만 실질적 노인의 외로움이란 그 이후라는 것이다. 젊은 날 함께 어울린 친구들이 다 같은 입장의 노인이 되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거나 힘이 되어 주기 어렵다. 자식들은 일가를 이루어서 관심과 애정을 집중해야 하는 대상이 생겼으니 부모에 대한 효심은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하지만 외로운 것은 외로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울림을 좋아하지 않는 각자 다른 성향도 분명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한 와중에라도 늙음과 죽음에 대비해 정부의 서비스를 요청해둬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혼자 사는 방법, 혼자 즐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자신의 힘을 키우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해가 거듭하여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동과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 순간부터 인생은 축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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