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차노래방'가면 심수봉노래를 즐겨부른다.
특히 심수봉아지메의 '사랑밖엔 난 몰라'는 내가 유일하게
노랫말 창을 안보고도 끝까지 혼자 부를 수 있는 노래다.
그녀의 은근뽕짝이 나는 좋다. 그녀의 '비나리'라는 노래의
애끓는 비애라니.. '무궁화' 역시 비장함을 욹어먹기에
딱좋다딱좋다...ㅋㅋ
한 때, 크라잉넛의 노래가 좋았던가보다.
'양귀비'라든가 '밤이 깊었네' 라든가 '짬뽕'? '말달리자'도
좋아한다. 처음 크라잉넛을 대했을 땐 어린것들이 참 깜찍한
반란?을 일으키네 싶었는데 예술의 길에서 늙고 젊은것은 그닥
중요 조건이 아니란걸 깨닫는다.
말달리자에서 그들의 낯설음, 그들의 오만방자함,
그들의 막무가내식 닥쳐버젼은 그 즈음 내게 즐거운 충격이었다.
여기, <심수봉과 크라잉넛>에 대한 [시인 이원]의 글을 허락없이
옮겨버린다. 조금 심심해서. 썰렁해서. 이 망망대해에서 오늘따라
기분이 꿀꿀해져 울부짖는 땅콩처럼 나도 말달리고 싶은가보다.
사실, 내 주변의 몇 남지않은 쏠로들은 솔담배 한갑의 무게도
안되는 그리움의 질량으로 이 겨울을 버틸것이다. 그래서 이 땅의
모든 쏠로들께서는 담배 연기처럼 한없이 가벼이 날게 되시길 바란다.
... 그리고, 바란다..코드가 맞지않는 내 모든 땅콩들에게도.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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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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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원(시인)
나는 걷는다. 매일 45분씩 4㎞를 속보로 걷는다. 걸을 때마다 나라는 몸이 비닐 봉지처럼 부스럭거리는 운동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생수 한 병을 넣은 조그만 가방을 멘다. 그리고 코란과 칼 대신 한 손에는 휴대폰, 또 한 손에는 워크맨을! 워크맨 속의 경전은 때로는 심수봉, 아니면 크라잉넛이다. 나는, 지금,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심수봉과 크라잉넛 사이에 있다.
심수봉
나는 가요에 관한 어떤 편견도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요의 노랫말을 적어 열심히 외운 것은 심수봉의 「무궁화」가 유일하다.
자타에게 검증된 허약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내게도 그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다. 정확한 연도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라디오를 틀었고 마침 거기에서는 심수봉의 「무궁화」가 신곡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트롯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그 노래를 무심코 듣기 시작했는데, 노래가 끝났을 때 나는 비장해져 있기까지 했다.
그 길로 나가 심수봉의 테입을 샀고 몇 번씩이나 되감기 버튼을 누르며 노랫말을 적었다.
이 몸이 죽어 한 줌의 흙이 되어도 하늘이여 보살펴 주소서 내 아이를 지켜주소서 세월은 흐르고 아이가 자라서 조국을 물어오거든 강인한 꽃 밝고 맑은 무궁화를 보여주렴 무궁화 꽃이 피는 건 이 말을 전하려 핀단다 참으면 이긴다 목숨을 버리면 얻는다 내일은 등불이 된다 무궁화가 핀단다 날지도 못하는 새야 무엇을 보았니 인간의 영화가 덧없다 머물지 말고 날아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하늘에 산화한 저 넋이여 몸은 묻혔으나 나랄 위해 눈을 못 감고 무궁화 꽃으로 피었네 이 말을 전하려 피었네 포기하면 안 된다 눈물 없인 피지 않는다 의지다 하면 된다 나의 뒤를 부탁한다.
그리고 한 계절이 다 가도록 그 노래를 듣고 따라 불렀다. 불과 열 몇 살 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었으랴. 그저 심수봉 특유의 애조 띤 목소리와 더욱 트롯보다는 오히려 운동권 가요로 어울릴 것 같은 가사가 만난 이 노래가 주는 그 묘한 울림에 빠져들었던 것이리라. `참으면 이긴다', `포기하면 안 된다'는 단호한 위로와, `눈물 없인 피지 않는다', `목숨을 버리면 얻는다'는 역설이 도덕 교과서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던 것이리라.
그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심수봉이라는 아이콘은 내게 단순히 최고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금지곡이 된 「무궁화」라는 노래를 만든 자만이 아니며, 자주색 벨벳 윗도리를 입었던 야사(野史)의 `그때 그 사람'은 더욱 아니다. 심수봉은 내게 트롯이라는 장르를 자기 방식으로 전복시킨 문화적 충격의 코드이다. 그래서 난 지금도 「무궁화」를 들으면 온몸을 질주하기 시작하는 피를 느낀다. 결코 빠르지 않은 템포의 「무궁화」를 들으면 빠르게 걷게 된다.
크라잉넛
심수봉과 다른 면에서, 크라잉넛의 「말달리자」를 들으면 살고 싶어진다. 내 멋대로 살고 싶어진다. 앞뒤 안 가리고 내 멋대로 살 수 있겠다 싶고, 그것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점점 더 믿게 된다. 나는 쉬지 않고 말달리고 싶어진다.
크라잉넛은 내게 `니가 삶이라고 믿고 있는 곳에는 삶이 없다고, 니가 정색하며 목숨 걸고 있는 곳에는 살아가는 삶이 없고, 살아내는 삶만 있다'고 쉴새 없이 딴지를 건다. 그것도 아주 제멋대로, 기분 나는 대로. 진흙발로 쳐들어와서는, 입 닥치고 자기네 말만 들으라고 소리 소리 지른다.
지난 여름 새로 문을 연 대형 음반가게에 들렀다가, 땅콩이 줄줄이 떠다니는 기괴스럽고 코믹한 표지에 이끌려 크라잉넛 1집을 샀다. 크라잉넛, 울부짖는 땅콩? 도대체 땅콩 주제에 뭘 울부짖을 수 있다는 거야?
살다보면 그런거지 우-후 말은 되지 모두들의 잘못인가 나는 모두 알고 있지 닥쳐-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 받나 돈 많으면 성공하나 차 있으면 빨리 가지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가만 있어 우리는 달려야 해 바보놈이 될 순 없어 말달리자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 위해 일해야 해 모든 것은 막혀 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 닥쳐 사랑은 어려운 거야 복잡하고 예쁜 거지 잊으려면 잊혀질까 상처 받기 쉬운 거야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 우리는 달려야 해 거짓에 싸워야 해 말달리자 말달리자
어라, 이 땅콩들, 야생이잖아, 미쳤어......근데 왜 난 못 미치지...... 온몸으로 미친 땅콩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울컥했다. “떠야 된다는 의식도 없으니까 남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목소리도, 노랫말도 제멋대로다. `꺼져라 껍데기, 집어쳐라 거짓말'......`다같이 죽자'......`미래는 없다'......그래 내일도 해는 뜨는데,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고' 있었던 증거가 잡다한 난 또 울컥했다.
「말달리자」를 들으면 난 야생 말이 되고 싶다고 느낀다. 발을 따각따각 내딛으며 앞으로 걷고 싶다. 「말달리자」는 내게 가요라기보다는 군가 이상이다.
심수봉과 크라잉넛이 만났을 때
반짝이 드레스를 입은 심수봉과 쫄티를 입은 크라잉넛이 98년산 소니 워크맨 속에서 만났다. 비장하기로, 교훈적이기로 따지면 「무궁화」도, 「말달리자」도 만만치 않다. 만나자마자 빙그레 미소 짓는 심수봉이나 온몸을 흔들며 웃어제끼는 크라잉넛은 모두 양아치다. 거두절미하고 주류의 가치를 자신의 방식으로 전복시키는 힘과 광기를 가진, 백남준적인, 앤디 워홀적인, 스티브 라이히적인 의미에서의 양아치다.
심수봉과 크라잉넛이 비껴갈 때
심수봉은 진지하고 그리고 애절하다. 나직나직하고 아픈 목소리 하나만을 내며, 그 하나로 내내 견딘다. 심수봉은 상처를 상처로 치유하는 법을 생래적으로 알고 있다. 크라잉넛은 비장하고 그러나 가볍다. 죽겠다고 소리소리 지르다가도 갑자기 연변총각 같은 목소리로 코믹하게 노래를 끝낸다. 필요하면 써커스매직유랑단도, 서부극도, 전통 음악도 다 가져와 막무가내로 버무린다.
이렇게 심수봉과 크라잉넛은 `그리고'와 `그러나'로 비껴간다. `그리고'를 살 것인가, `그러나'를 살 것인가, 나는 지금 이 사이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나는 심수봉의 노래를 좋아한다. 나는 크라잉넛의 노래를 좋아한다. 나는 양아치가 되고 싶어 「무궁화」를 들으며 걷는다. 나는 양아치가 되고 싶어 「말달리자」를 들으며 걷는다. 트롯양아치가 될 것인가, 펑크록양아치가 될 것인가, 나는 지금 어느 한 쪽으로 몸이 기울어지고 있다. 내 몸에 한 쪽의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 시인 이 원 -------------------------------------------------------------------* |
첫댓글 에구, 눈 나쁜 늙은이(팅클님은 설마 안 보겠지?^^)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아이구 눈 아파라.
글자 크기를 쪼메 키웠사옵니이~~ ( 눈 아푸네요 나도... ..에구구구.. 한 해 한 해 몸이 달라서리. .켁~)
아이구 이제 좀 보이네. 사실은 다른 곳으로 옮겨서 읽었음.^^* 글 내용은 참 좋습니다. 이 늙은이(?)도 공감합니다.
노인네?가 주절주절하건 말건 읽었사옵니다. 근데 내용이 무지하게 어렵사옵니다. 무슨 소린지...(트롯이 다 뭐다냐..펑크록이 다 뭐다냐.....) 그냥 달만 쳐다보며 살다 보니 귀가 멀었는갑네...크라잉넛도 안들리고 심수봉도 안 들린다네...
이구 팅클님 그런 사람이 뭘 날 보고 노인네니 노친네니 그런 말을 한대요? 나도 크라잉넛은 아누만. 말 달리자 ♬♩~~ 말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