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을 놓으면 헤어지게 된다는 것을 삐찌싸는 느낀다. 며칠이면 다시 만난다는 것을 모를리 없건만 그 틈새에 혼자 겪어야할 외로움이 더 큰 탓일까, 삐찌싸는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2006년 5월 23일)
두 사람은 헤어져야할 시간을 넘긴 지 이미 오래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병원과 언어치료실을 함께 오갈 때는 물론이고 숙소인 맑음터(장애인재활센터)에 돌아와서도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이미 늦은 오후가 됐다.
오랜 이별을 앞둔 것도 아니고 며칠만 지나면 또 만날 노릇이었다. 그런데도 그 가벼운 헤어짐 조차 쉽지가 않다.
“또 올께. 응?”
“아우~ 아우우!”
삐찌싸(6)는 임신자(34)씨의 손을 꼭 잡은 채 도리질을 했다. 대신 임씨의 손을 잡고 끌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달래주기를 여러 차례. 이미 돌아갈 시간을 놓친 임씨는 울먹거리는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옆에서 지켜보던 맑음터의 김미경 사회복지사가 그의 맘고생을 덜어주려고 “밥먹으러 가자”며 아이의 손을 잡아 끌었다. 순간 삐찌싸의 그렁그렁했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며칠만 지나면 다시 볼 텐데 왜 울어? 응?”
김 복지사가 아이를 안고 달래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임씨를 향해 손을 뻗으며 울부짖는 삐찌싸의 울음소리는 오히려 커져만 갔다. 결국 두 사람의 손이 다시 맞닿기를 반복한다.
두 사람은 왜 그리 헤어지기 힘들어하는 것일까. 곧 다시 올텐데, 겨우 며칠만 떨어져 있을 뿐인데. 보채는 아이를 떼놓고 돌아서는 게 저리도 힘든 임씨와 까무잡잡한 피부의 삐찌싸. 지난달 5월23일 늦은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만난 두 사람의 모습은 그랬다.
» 언어치료를 마친 삐찌싸를 안고 집에 돌아가는 임신자씨. 그의 하루는 아침일찍부터 시작되어 저녁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돌 때까지 고단하게 이어진다. (2006년 2월 24일)
삐찌싸의 인공달팽이관 수술에서 재활까지
인공달팽이관 이식수술을 하루 앞둔 지난해 9월 20일.
엠아르아이(MRI) 검사를 준비하던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장기홍 박사팀은 당황한 표정으로 삐찌싸를 마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잠을 재운 뒤 편안한 상태에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삐찌싸는 계속 잠들기를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소량의 마취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삐찌싸는 잠시 눈을 감을 듯 하더니 이내 머리를 털고 일어났다. 내면의 무언가가 완강히 잠을 거부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잠이 쉽게 깨고 불안해 하던 아이는 자신을 위한 일이란 것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어둠의 공포만을 걷어내려고 애를 썼다. 한 두 차례 더 마취제를 투여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섯 살 도 채 안된 어린 아이지만 한번 겪은 죽음의 공포를 쉽사리 털어내지 못하는 듯했다. 장 박사는 결국 검사를 포기하고 수술에 최선을 다하자는 말로 미련을 거두었다.
» 선머슴같던 아이가 1년새 부쩍 컸다. 삐찌싸는 아이스크림 중에 빠삐코를 가장 좋아한다. (왼쪽사진 2006년 6월 1일) 진료를 기다리는 삐찌싸가 누군가 건네준 풍선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 (오른쪽사진 2005년 9월 20일)
“선천적으로 청각을 잃은 사람은 인공달팽이관 이식수술을 통해 어느 정도 청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후 언어치료의 과정을 잘 거치면 자연스레 말을 익힐 수 있지요.”
장 박사는 거의 앞을 보지 못할 뿐더러 점점 퇴화되어 가는 시력을 지닌 삐찌싸에게 “말이라도 하게끔 해주고 싶더라”며 병원 사회사업팀에 부탁해 인공달팽이관 기계값을 제외한 수술비와 치료비 일체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한 장본인이다.
네 시간여에 걸친 수술을 잘 견뎌낸 삐찌싸는 일주일 간의 입원 치료 뒤인 10월18일부터 언어치료를 시작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자그마한 아이를 위해 장 박사를 비롯한 두 명의 언어치료사와 인공달팽이관 개발사의 직원이 매주 화요일 병원 3층 언어치료실에서 만남을 가졌다. 임신자씨는 그림자처럼 삐찌싸를 보살폈고, 장 박사의 지인인 채수동 언어치료사도 응원군을 자처하고 나섰다.
» 세 시간여에 걸친 인공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마친 삐찌싸가 마취에서 깨어나고 있다. (2005년 9월 21일)
» 장기홍 박사가 의료진들과 함께 삐찌싸의 이식수술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2005년 9월 21일)
초기 수면제 마취제도 ‘거부해’ 의료진 당황 3시간 수술 견뎌내고 ‘따따따~’ 흉내 시작 ‘빛’ 잃어가지만 ‘소리’ 얻으면서 밝고 건강해져
“따따따~~.” “나나나~~.” 삐찌싸는 언어치료사가 동물소리를 들려주면 그 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입 모양을 흉내다며 따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자꾸 엉뚱한 짓을 벌이긴 했지만 조금씩 소리를 들으면 따라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되었다. 45~75데시벨(dB)이면 일상적인 대화하기가 가능한 가청영역이지만 90dB 소리도 듣지 못하던 삐찌싸는 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삐찌싸는 다양한 소리를 어렴풋이나마 구분하기 시작했다. 전화벨 소리도 알아듣고, 사물놀이패의 꽹과리 소리를 듣더니 직접 해보겠다며 나서기도 한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알아채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삐찌싸는 빛을 잃어가는 대신 소리를 얻으면서 훨씬 더 밝고 건강해졌다. 자신을 아끼고 함께 있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에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것을 삐찌싸는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 “음메·야옹·컹컹” 반복되는 의성어를 들으며 소리에 맞는 동물그림을 그리는 삐찌싸의 표정이 밝다 (2006년 2월 24일)
» 5년만에 세상이 건네는 소리를 알게된 삐찌싸는 말을 배우는 데 열심이다. (2006년 5월 23일)
참..이상하죠? 이제 이런 슬픈사연도 아무 감각 없을 정도로 무뎌지고 있으니 말입니다..예전엔 이런 사연을 접하게 될 때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혼자 슬퍼서 엉엉 울고.가여워서 울고.세상을 한탄하고..그런데 이젠 이런 모든 삶이 하나의 여로같고 긴 여행같은 느낌이 드니 말입니다..매정하다는 말씀도 하시겠지만 아마 제 감정구조가 퇴행을 하고있나봅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힘든 것에 대한 철저한 방어가 저라는 인간을 삭막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정말 부족한 인간입니다..그려!
풀로라님,, 맞아요. 도가 트였다고 하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풀로라님이 어느 새 도가 트인 도사가 되신 것입니다. 도사님 말대로 삶이 하나의 여로이지요. 여로에 고통, 슬픔은 동반자이고요. 그러나 거기 또한 기쁨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중생들을 일깨워 주셔야지요,.
첫댓글구...수술대에 누운 아이를 보니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아서 오늘은 기분이 좋네요^^
점점 더 나아져가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아이들이 아픈거보면 정말 맴이 아퍼요. 그래도 이렇게 사랑나눔을 하시고 사시는 분들이 계심에 감사할뿐입니다.어느분 말슴데로 이런분들에게 묻어 가며 사는거 같네여~~~~~~~
하나의 작은 부족함을 채우며 참으로 넉넉한 풍요로움이 온사방 주위를 퍼져나가고 있는 모습이 바로 저희들의 본향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잠시 반성해봅니다. 그리고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깨우쳐 주시는 의로운 분들...황우석 나빳어...
마취를 몇번씩 해도 안 되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싸아해 집니다. 이 어린 베찌싸가 겪은 내면의 아픔이 함께 전해 와서요. 주님께서 함께 하시며 , 치유해 주시고, 사랑의 손길ㅇ르 펴는 모두에게도 함께 축복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참..이상하죠? 이제 이런 슬픈사연도 아무 감각 없을 정도로 무뎌지고 있으니 말입니다..예전엔 이런 사연을 접하게 될 때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혼자 슬퍼서 엉엉 울고.가여워서 울고.세상을 한탄하고..그런데 이젠 이런 모든 삶이 하나의 여로같고 긴 여행같은 느낌이 드니 말입니다..매정하다는 말씀도 하시겠지만 아마 제 감정구조가 퇴행을 하고있나봅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힘든 것에 대한 철저한 방어가 저라는 인간을 삭막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정말 부족한 인간입니다..그려!
풀로라님,, 맞아요. 도가 트였다고 하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풀로라님이 어느 새 도가 트인 도사가 되신 것입니다. 도사님 말대로 삶이 하나의 여로이지요. 여로에 고통, 슬픔은 동반자이고요. 그러나 거기 또한 기쁨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중생들을 일깨워 주셔야지요,.
사는 것에 징징대지 마시라는 말씀이지요?^^ ㅎㅎ.. 신부님의 강론 말씀들이 저를 많이 일깨워주는 것 같아요..즉 스승님을 잘 만났다고나 할까요??^^..이제 도술만 저에게 전수하시면 되겠습니다...돌이 빵이되고 빵이 황금으로 변하는 마술말입니당^^
전....밖에서 애울음소리만 나면 바루 나가봐요........학대받는 아이들기도를 젤 많이해요.........전 고통이 오면 괴로워서 괴로움덩어리가 되유..........그러다문득.제 정신이 맑아지면 꼭......그 괴로움이 저를 벗어나 옆에서 자고 있는거 같아유................그러면 빗자루로 쓸어다 쓰레기통에 버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