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면사무소를 나와 추석 답게 가을논을 따라 걸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고향에서 누렇게 익힌 황금 들판을 따라 걸어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비가 온 뒤라서 하늘도 맑고 공기도 좋았습니다.
정도전길은
진위면사무소 - 마산리 주막 - 정도전사당 - 원균장균묘
까지 그다지 힘들지 않은 단조로운 길이었습니다. 문제는 정도전길이 산길인데 그 길을 제가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마산리 주막을 지나 정도전길로 올라가는 초입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길이 완전히 막혀 있었습니다. 조금만 뚫고 올라타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가 있다는 장순범님의 말씀을 듣고 위로 올라가려 시도했지만 두루누비를 따라 올라갈수록 길이 전혀 없었던 곳이라서 이대로 올라가면 크게 낭패를 볼 것 같아 결국 큰 도로를 따라 정도전 사당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사람들이 다니는 등산로만 올라타면 길이 잘 되어 있을 거라는 말에 두루누비 지도를 보면서 어디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없나 계속 살폈습니다. "트리하우스" 라는 숲 체험을 하는 곳이 있더군요. 다음지도에는 팬션으로 나와 있는데 두루누비가 알려주는 정도전길과 가까워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라갔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니 그곳 주인장이 있으시더군요. 섶길을 따라 걷고 있다고 하니 정도전길 등산로의 갈림길까지 안내해주셨습니다.
트리하우스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길 안내를 해줘서 따라가는 영상입니다. 사실 이건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다른 영상이 하나 있는데 너무 거친 제 숨소리가 듣기 거북해서 도저히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두루누비 지도와 강아지를 따라 한참을 풀을 헤치고 나아갔습니다. 사람이 쉴 수 있는 세번째 벤치까지는 고생하면서 찾아갔습니다만 결국은 길을 잃었습니다. 길을 안내하던 강아지 친구도 결국은 돌아서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장순범님이 두루누비 지도가 잘 못 표시되어 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다음번에는 장순범님을 따라 정도전길을 가봐야겠습니다. 고생을 하며 수풀을 헤치고 다녔지만 길만 잘 다듬으면 참 멋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강아지 친구를 따라가다 여러번 놓쳤는데 그 때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라서 길만 다듬어지면 아래로 진위현을 내려다보면서 걸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트리하우스 쪽으로 내려와서 물을 먹는 강아지 친구입니다. 한시간 넘게 산길을 함께 헤메고 다녀서 목이 많이 탓던 것 같습니다. 트리하우스 주인분께 언젠가 찾아가서 고마움을 꼭 전해야겠습니다. ^^
삼봉 정도전 사당까지 어찌 어찌 왔는데 거의 탈진 직전 이었습니다. 진위면사무소 앞에 있던 편의점에서 물을 샀어야 하는데 좀 더 가면 다른 슈퍼같은게 있겠지 싶어서 그냥 지나쳤던게 잘못이었습니다. 산속에서 그 고생을 하게 될지 몰랐으니까요. 겨우 이 근처에서 작은 슈퍼가 있어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도 덕암산을 지나서 내리 저수지 쪽으로 내려오는 쪽에서 고난이 있었습니다. 역시 길이 없었던 겁니다. 지도상으로는 50m 정도만 숲을 헤치고 나가면 될 것 같았고 너무 많이 걸어서 더 이상 돌아서 갈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아 강행돌파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이쪽 등산로는 비교적 길이 잘 나 있었습니다. 섶길을 걷다 처음으로 산행중인 사람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원균장균묘까지 와서는 정말로 지쳐서 염치 불구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신발을 벗고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이런 걸 "퍼질러" 졌다고 표현해야 할 겁니다. ^^
이제 이번주 토요일에는 시청에서 시작해서 과수원길을 걷습니다. 토요일 주말 아침에 뚜벅 뚜벅 걸으면 중간에 걷지 못한 길도 있지만 일단은 평택을 한바퀴 빙 둘러 걸은 셈이 되는 거죠. 약간 뿌듯 할 것 같습니다. *^^*
가을 하늘이 참 좋습니다. ^^
첫댓글 산 능선(마루)를 타면 어지간 하면 길이 있죠. 어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