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우리민족의 정서를 절제된 언어의 묘미로 담아낼 수 있는 운율적 구조(형식)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시조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러한 전통적 특성을 어떻게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며 계승 발전 시켜 나가느냐 하는데 있다 하겠다.
본심에 올라온 다섯 편의 시조 즉, 단풍책(김형태), 겨울 속초에서(김화섭), 학교 공사장을 지나며(나동광), 제주 물영아리오름 습지(이우식), 소방수첩․2(강경훈)의 작품은 저마다 신인다운 패기와 실험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 땅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징하지가 않았다. 읽고 나서 무릎을 친다거나 진한 감동으로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작품들이 드물다는 뜻이다.
‘겨울 속초에서’와 ‘학교 공사장을 지나며’는 경제적으로 힘든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지만, 완성도가 약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도 없는 것이 아쉬웠다.
‘제주 물영아리 습지’는 생태 환경적인 측면을 다루고자 했지만, 시상 전개가산만한 게 흠이었다.
‘단풍책’은 다소 동시풍이고 4수를 한 편의 시로 끌고 가는 솜씨도 결코 녹록치 않다. 특히 선자는 넷째 수에 주목했다.
‘달랑 남은 마지막 단원마저/읽혀져 나가고 책의 올곧은 뼈대와 영혼이 오롯할 때까지/ 가을은/ 쉬지도 않고 읽고 또 읽어낸다’는 표현들은 돋보인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적한 대로 메시지의 명징성의 결여가 문제였다.
결국 마지막 남은 「소방수첩․2」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무릎을 칠 정도는 아니지만, 읽고 나면 뭔가 코끝이 찡해지는 메시지가 다가온다.
아마 응모자는 소방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인 것 같다. 제목이 암시하듯, 현장에 출동해서 사건 사고를 마무리 하고 그것을 일기 쓰듯 표현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가 보낸 소방수첩 연작시 여러 편으로 입증된다. 직업이 소방관이라면 이런 작업도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축하하면서 대성을 빈다. <심사위원 정인수>
첫댓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