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한 번에 굽는 방법이 뭔지 아는가 간단하다.
코에다 플러그를 꼽으면 된다."니 '썰렁 개그'는 한참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함께한 오찬 간담회에서 얘기한 것이다.
폭소가 터졌다는 후문이다.
일상에서 흔히 주고받는 대화에서 어디에다 무엇을 쓰러지거나 빠지지 않게 박아 세우거나 끼우는 행위를 일러 '꼽는다'
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대화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글에서도 자주 눈에 띈다.
"미국 기업인들이 보기에 북한은 인력과 자원의 마지막 보고일지 모른다.
중국이 깃발을 꼽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을지 모른다."
"최근에 도입된 외부 기술 중 하나가 막대사탕을 기구에 꼽고 버튼을 누르면 돌아가는 스핀 팝이다."
"그녀는 책을 꺼내기 위해 작은 사다리를 가져왔다."
별로 의식하지 않고 이렇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데 이런 경우 '꼽는다'고 히면 틀린다.
이럴 때는 '꼽다'가 아니라 '꽂다'를 사용해야 한다.
'꽂다'보다 '꼽다'가 발음하기 편해서 이렇게들 쓰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대화할 때는 혼동할 소지가 없지만 글로 쓸 때는 '꽂는다'고 해야 맞다.
'등 뒤에 비수를 꼽다' '들판 가운데에 깃발을 꼽다' '머리에 예쁜 비녀를 꼽았다' 처럼 쓰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꼽다'는 무엇을 골라서 지목할 경우에 쓰는 말이다.
"최근 몇 년 새 인문 출판 분양서 주목할 만한 저자를 꼽으라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정직과 성실은 그가 꼽는 상인의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힘 가운데 하나로 우리는 종교를 꼽는다"처럼 사용된다.
이렇게 '꼽다'를 써야 할 곳에 '꽂다'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어디에 'feel이 꽂혔다'고 할 때도 '꽂히다'이지 '꼽히다'가 아니다.
이 경우엔 '꽂히다'가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마음이 끌리다'라는 뜻이다.
즉 시선 따위를 한 곳에 고정한다는 '꽂다'의 의미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꼽다'와 '꽂다'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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