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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속의 세도인을 찾아 떠나는 통영 연화도
2013년 2월 2일
쌈장님 따라 ~~요물
연화도여객터미널 - 보운의 길 - 외등마을 - 연화봉 - 보월의 길 - 보덕암 - 5층석탑 - 보련의 길 - 출렁다리 - 용머리 전망대- 동두해안도로 - 여객터미널
혹한의 겨울이 계속되고 있는 요즈음 남쪽의 섬은 어떠할까? 얼마 전 거제도의 남북종주의 길을 걷다 스틱이 부러지는 바람에 몸의 균형이 깨져 50키로쯤 하고 내려온 후 몸살을 앓고 있던 참이었다. 70키로의 여정을 다 끝내지 못한 아쉬움은 계속 머리속 에 흔들리며 그나마 봄이 오는 길목을 느낀 것만으로 이 추운 겨울의 따뜻함에 위로가 되곤 했었다.
망산 들머리에 수국의 순이 나오는 것을 보았고 동백꽃이 피었고 남쪽나라의 걷옷을 하나 입고 산행해도 춥지 않았던 그 때를 기 억하며 베낭을 챙기고 마음은 설레였다.
쌈장님과 약속을 하고 부평에서 산님들과 만나 리무진 버스에 올라 사당을 거쳐 신갈에서 쌈장님차로 환승하여 통영으로 가는 길 은 멀고도 먼 어두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의 끝 여객터미널 근처에 내려 한끼의 식사를 해결하였다. 해가 떠 오기 전이 이리 춥던가. 차에서 내렸더니 많이 춥다. 아직 어두움은 그대로였고 불빛을 비추어 물만두를 끓여 거기 에 밥을 얹어 먹고 여객터미널로 갔다.
통영의 시가지를 말해주는 김밥집과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텅빈 주차장의 차는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우리는 파도 를 가르며 통영 윤희상 음악당과 미륵산이 보이는 바다를 출발해 남해바다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그림같이 펼쳐지는 환상의 섬 으로 갔다.
오곡도, 연대도, 새섬, 학림, 부지도 등 수많은 섬사이로 50여 분 타면 연화도에 도착하게 된다.
바다는 바라만 보아도 좋고 섬은 들어만 보아도 행복하다고 하건만 야! 하고 환호속에 솟아오르는 해는 우리보고 다 가져가라 한다. 매물도, 소매물도와 쌍을 이루며 떠 오른다.
바다는 쫓빛이라더니 하늘도 물도 우리도 황금색으로 물들며 설레는 마음을 부추겨 소매물도의 어떤 이야기가 있길래 저리 신비 의 섬이 빨갛게 비추어 온다.
50여분 쯤 지났을까 연화도을 알리는 뱃고동소리는 비릿내나는 부둣가에 첫 발을 디디며
환상의 섬 연화도 본촌마을 화강석은 우리의 사진을 찍는 첫 배경이 되었다.
선착장에서 해안 우측으로 걸어 해안 포구 우측 끝으로 가면 정자가 있고 그 정자 뒤로 산행은 시작되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푸른바다가 내 마음을 활짝 열어 주었다. 부촌마을의 앞바다에는 우럭, 농어, 돔, 볼락을 양식하는 가두리가 둥둥 떠있고 구멍섬이 있는 우도와 둥근섬의 반하도가 '바다가 멋지다는 걸'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남해바다에 핀 작은 연꽃이 연화도라면 연화도를 연상시키는 수식어 또한 토종동백꽃이 되겠다. 연화도의 토종동백꽃은 손가락 한마디만큼 작고 요염한 빛에 유혹당해 그냥 걸을 수 없었다.
[촛대바위]
안부정자에서 촛대바위를 보러 바다로 내려갔다. '우뚝 솟은 모습이 촛대'와 같아서 촛대바위로 불리며 갯바위 낚시터로 낚시꾼들에게 환영받는 곳이라는군요. 욕지도도 가까이 있고.
대나무숲 옆으로 흰십자와 묘가 나란히 양지바른 언덕을 지키고 있는것 같다. 얼마까지만 해도 여러가구가 살던 외등마을은 허물어져 가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집 한채가 마을을 지키며 집집 울타리 돌담과 장독 대와 절구통, 아직도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푸른 바다를 지키고 있었다.
연화봉 가는 길에 사명당과 세 여승이 연화도 숲 속 길을 거닐며 읊조린 시중 임채운 보운(寶雲)의 길이 되겠다.
그 보운의 시를 옮겨오면
창해의 한 날 조알 (一栗) 아득한 이 내 몸이 삼세인연을 믿을 수 있으랴만 두어자 짧은 비석이 그 옛일을 말하나니 보운, 보련이 어찌 남이리오
[연화봉]
연화봉 정상에 아마타대불과 望海亭이 있다. 통영 8경의 하나인 용머리가 첫 선을 보이는 연화봉은 최고봉인 212.2m의 작은 산이다.
작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절경은 마치 용이 꿈틀대며 기어 가는 듯하고 걸으면서 따라온 욕지도와 천황봉이, 정상 에서 용머리 쪽으로 군도가 가운데에, 거제도의 가라산이 으뜸으로 멀리 장사도, 매물도, 소매물도와 작은 섬들이 다도해라는 실감이 여기서 느껴진다.
한 정자에 현판이 두 개나 걸려 있다. 연화봉쪽으로 望海亭,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雲上亭이, 그 만큼 두 개를 걸어 놓을 정도로 경치가 좋다는 거겠지 싶다.
통영 8경중 용머리로 가는 목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돌로 지어진 연화도인토굴과 그 앞으로 사명대사 토굴이 있다.
사명당(泗溟堂)의 시
광막한 넓은 천지에 조 알 같은 이네 몸이 나고 죽고 죽고 나고 그 몇 겁이 되었드니 한의 바다 정의 하늘을 다실랑 말을 마소 대천세계도 눈 속에 꽃이로세.
임도를 따라 보덕암에 내려가니 스님의 독경소리는 호젓한 해벽의 잔잔한 바다와 가슴 적시는 청아한 소리 같다.
수선당과 해수관음보살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연화봉에서 ~5층석탑~ 쉼터까지는 보월의 길이 되겠다.
보월(寶月)의 시를 옮겨오면
이 생의 만남과 이별 몰래 혼을 녹이거니 딴 세상 인연일랑 또 다시 의논 마소 창해 물 다 기울리여 이 내 가슴 씻치고저
5층석탑을 지나
.
보덕암으로 갔다가 봉구여의 모습이 보고 싶었지만 시간상 어쩔 수 없이 돌아선 발길은 봉구여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흑염소도 있고, 이 길은 보련(寶蓮)의 길이 되겠다.
연화도인 잠드신 곳에 세 낭자 무슨 일로 옷깃을 적시나니 그대를 만난 자리에 전생 일 말하자니 가련할 손 끼친 원한 바다보다 깊을세라
이쯤이면 이름도 있을 만한 기암들이 즐비어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바다의 절경으로 전형적인 암석해안이다.
손을 흔들어 보이며 멋진 포즈와 사진을 찍어 우리의 연화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하늘로 날아 오를 것 같은 용 의 머리를 닮았다는 용머리로 가 볼까나!
보덕암과 연화봉이 그야말로 일품이라 , 다리는 걷는데 눈은 자꾸 그곳으로 가 있고
대바위는 옛날에 대나무가 살았다 해서 대바위가 되었고 무시뿌리는 무우뿌리같이 생겼다 해서 무시뿌리라는데 배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다 봐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아들딸바위도 바다에서 볼 수 있다고.
길이 46m의 출렁다리는 협곡 해안을 가로 지르는 연화도의 명물이란다.
[망부석]
바다에 나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던 여인이 돌로 변하였다는 전설이라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망부석]이란 이름으로 쫓빛바다를 바라다 보고 있는 거 같았다.
이쯤이면 감성돔과 씨알좋은 볼락무리가 바다낚시의 천국이라는 이곳은 통영권의 대표적인 낚시터로 이름 난 곳이라 오늘도 바다는 오고가는 배들로 우리의 눈을 호강시키며 강태공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바다끝에 앉아 있는 모습이 즐비하다.
용머리는 가까워오고
살가운 바다의 향기가 은빛 반짝이는 문둥여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마침표처럼 느껴진다.
[천년송]
네바위 끝섬 장도바위 틈속에 낙락고송 한그루가 서 있다. 관광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다. 몇 년전 태풍 '매미'이후 이 소나무는 잎이 붉게 마른 뒤 최근 잎이 일부 떨어지고 있다 했으니 나는 천년송을 바라다 볼 수 없어 어느 누군가 찍어 놓은 사진으로 담아 본다.
이 곳으로 가면 진등이란 해변끝이 되겠고 소매물도는 더 가까이 보일 것 같다.
[전망대에 서서 푸른 바다에 핀 연꽃이라는 뜻의 연화도는 바라보는 섬의 형상이 꽃잎이 하나둘씩 떨어진 연꽃같다는 이름을 북쪽 바다에서 바라다 보고 싶다]
[용머리 전망대에서]
용머리 동백꽃을 한 송이 더 사진에 담아 바다끝 망망대해의 바다에 서서 찾아온 봄을 담아가는 곳이다. 봄이 오는 곳에는 언제나 동백이 먼저 피듯이 올해는 겨울 끝자락에 동백꽃을 이곳에서 본다.
벌써 이 곳은 봄이 왔구나!!, 느낌표로 남아.
동두마을에 소나무가 죽어간다. 태풍이 불어 죽고 있다. 대신 까만 열매가 달린 오리나무(오리목,하라수)이란 나무가 소나무 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이 섬은 몇 년후 다시 온다면 어떻게 변해 있을까..
동두마을과 부촌마을을 연결하는 차도따라 걸어온다. 남해안 한려수도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한산도, 비진도, 오곡도, 외. 내부리도까지 보석처럼 박힌 크고 작은 섬들이 만들어내는 멋진 해안풍경은 따뜻한 봄이 오는 실바람과 장단 맞추고 있는 것 같았다.
옛까꼬막길을 터벅터벅 걸어 내려온다.
천왕문과 9층석탑이 있는 연화사는 고산스님이 스리랑카에서 직접 가져 온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일주문에는 두 개의 현판이 걸려있다. 앞에는 蓮華藏世界門과 뒤에는 不二門이다. 들어갈 때는 蓮華藏世界로, 나갈 때는 말 그대로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진리는 곧 하나임을 의미한다.
시간상 경내를 둘러보지 못함이 스님의 독경소리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해태(海苔)라고도 한다. 연화도 앞바다의 암초에 이끼처럼 붙어서 자라는 김이다. 돌미역, 톳채, 문어말린 것을 파는 아저씨를 보니 정말 여긴 봄이 와 있는가 보다. 돌미역은 봄에만 캔다네요.
모레가 벌써 入春이고 마늘과 적상추도 밭에 가득하고 따뜻한 남쪽바다에 왔다는 실감을 갖게 된다.
담벼락에 쓰여진 엄마손식당 마당은 회원님들이 가득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와 쪽파를 듬뿍넣은 파전으로 연화도의 추억을 담고 있었다. 멸치와 고구마말린 쫀드기까지 맛보니 이 섬의 인심 또한 정이 넘치는 곳이란 느낌으로 남해바다의 고요 한 적막을 가르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떠났다.
4월말쯤이면 연화도는 바위에 풀과 꽃이 암벽사이로 근사한 볼꺼리가 된다고 '연화도 관광개발사업추진위원장' 연화도을 적극 추천했다. 055-641-6184
내가 또 연화도를 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아마 그 땐 배를 타고 중바위, 촛대바위, 봉구여, 대바위, 무시뿌리, 아들딸바위, 망부석, 문둥여와 우도의 구멍바위까지 섬을 한바퀴 돌아 보아야겠다.
새벽에 떠나 그 자리에 선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무전동으로 이동 해안가에 앉아 거제도에서 한자루만큼이나 많이 담은 모듬회와 거기에 매운탕까지 근사한 한끼 식사가 됐다. 덕분에 민어라는 회는 처음 먹어 보았다. '그 맛은 환상~~, 고맙습니다' 막걸리 한 잔에 잔잔한 파도는 춤을 추었다.
여러분 그렇지요??
네온싸인 불빛이 가득한 서울에 오니 눈이 많이 내린다. 봄이 온다고 콧노래 부르던 동백꽃이 벌써 그립다. 자운선사의 숲 속 길을 거닐며 동백꽃 한송이 책갈피에 꽂던 그 벤취에 물새가 날겠지 싶다.
연화도인이 기도하다 속세를 떠날 때 앞바다에 수장해 다라고 유언했고 수장한 그 자리에서는 한 송이 연꽃이 피어 올라왔다 하여 연화도란 그곳은 벌써 저 멀리 있었다.
入春大吉 建陽多慶 새해엔 건강하고 좋은 일만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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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름다운 섬을 다녀오셨네요 꼭 한번 가보고싶습니다......
요물님 설명절 잘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한 번쯤 여행으로 좋더이다.
참이슬님 새해에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4월 도다리 쑥국 머거로 가시죠
스크랩 해 가유
즐거운 설 명절되세요
스크랩도 안되유 ㅎㅎㅎ
명절 잘 지냈는지요?
수정이 있어 막았는데 스크랩 풀어놨어요
요물님 산행기를 읽고 있노라니 몇년전 연화도에 갔던 추억이 떠오르내요.
섬산행의 묘미는 따로있지요. 콩나물 1박스를 연화사에 시주하려고 가지고 갔는데
산행 마지막이 연화사여서 가다가 보덕암에 들려 그곳에 드리고 왔던 기억도 나네요 ㅎㅎㅎ
그래셨군요!!
잘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