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종착역 12 (2019 사토 아이코)
12, 아흔두 살, 이제 더 사는 것도 지쳤다는 심경입니다. (대담자 구도 미요코)
(92세 부인공론 2016년 9월 13일호)
대담자, 구도 미요코 (*工藤美代子 논픽션 작가 1950~대담 당시 65세)
12-1 아무래도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구도: 사토 선생님의 에세이집 "아흔 살. 뭐가 축복인가"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목이 너무 인상적입니다.
사토 : 아흔두 살이 된 바로 지금의 제 심정입니다. 80대 때는 건강했지만, 90이란 소리를 듣고 나니 육체의 쇠퇴를 느끼고 있습니다.
구도 : 지금의 일본에서는 고령자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소 다로 부총리가 "고령자의 수명이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가" 라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 .
사토 :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해요. 도대체 나는 얼마나 더 오래 살 것인가라고. 이제 더 사는 것도 지친 것 같습니다. 아소 씨의 말에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게 그의 캐릭터인데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수가 축복이었던 것은 사람의 수명이 단명했던 옛날의 일로 지금은 80을 넘기는 경우가 흔하며, 그 중에는 90이나 100세까지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구도: 육체적인 쇠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사토 : 손가락을 구부리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게 되어 무리하게 되돌리먼 아픕니다. 오른손은 엄지와 약지가 왼쪽도 검지가, 요즘은 새끼손가락에도 이상이 생긴 것같습니다. 이제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기억력이 아무래도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힘든 것은 문명의 진보를 따라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대한 말을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딸이나 손자가 없으면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구도 : 마이넘버카드(*주민증) 신청을 스마트폰으로 하는 등 최신 기술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이 되고 있습니다.
사토 : 하지만 마이넘버가 왜 필요한지, 잘 알지도 못한 채로 번호가 부여되어 있어요. 합리적이라지만 뭐가 합리적이야? 편리해? 누구에게 편리한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있으니까 그것으로 족하지 않나고 하면, 무지하다며 비웃겠지만 나는 "불편해도 좋아!"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구도 : 목욕물 같은 것도 지금은 알아서 데위주지만 온도를 조절하고 싶을 때는 그 조작 방법이 복잡해서 오히려 귀찮은 경우도 있습니다.
사토 : 요즘은 뭐든지 쓸데없는 장치가 많아요. "목욕물 다 끓었어요"라는 등 기계가 저절로 쓸데없는 말참견을 하니까요.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께" 라고 중얼거리면서 달려가곤 합니다. 요다음엔 "쓸데없는 말 참견" 이라는 제목의 글이라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2-2 익명으로 하는 품격 없는 행위
구도: 그렇습니다. 일본에는 오지랖 넓은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역 안내 방송 같은 것이 특히 그렇습니다. 외국인들이 놀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편리함이나 친절함에 너무 익숙해져서,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끼게 되면 불만을 토로하는 불편신고자도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토: 불평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품격" 이라는 말을 내가 하는 것은 좀 뭣하겠지만(웃음), 그 유명한 보육원 문제의 트위터 문구,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라는 그거. 품격 없기로 이름난 사토 아이코도 못 따라가는 그 천박함이란.
인터넷에서는 익명이니까, 앞뒤 가리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서 마구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습니다. 익명이라는 그늘에 숨지 말고 당당히 신분을 밝히고 말하라고 충고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구도 : 최근에는 불상사를 일으키면 언론으로부터 무섭게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마스조에 요이치 (*舛添要一 1948~) 전 도쿄도지사도 대꾸 한마디도 못할 정도로 추급을 당해버렸습니다.(*2016년 6월 정치자금 사적사용 건으로 지사직 사임)
사토 : 그는 종국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보수는 받지 않을 터이니 일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말했지요. 그렇게 해었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뭇매를 맞았으니까, 그는 필사적으로 노력해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대로라면 그의 인생은 앞길이 캄캄하잖아요.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는 것이 사람의 인정이라는 것인데.
지금의 매스컴은 너무 옹졸하고 교활해서 더이상 듣는 것도 질렸어요. 그 외에 할 말이 없나 싶을 정도로. 요즘의 매스미디어는 누군가의 약점을 잡으면 잘 걸렸다 하고 뭇매를 퍼붓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한다" 고 핑게를 대지만,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구도: 요즘 일본인의 사고가 퇴화한 것일까요?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지 않고 TV나 스마트폰 정보에 의존하여 결정해 버리는 것입니다.
12-3 세상 모두가 의존증에 중독.
구도 : 지금의 '부인 공론' 독자 중에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그 삶의 모델을 찾을 수가 없다고.
사토: 삶의 모델? 그런 거 없어요. 있다고 해도, 인간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겠어요.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 강하게 살라고 해도 어쩔 수 없고. 가끔 '사토 씨처럼 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저처럼 살면 시시한 인생이 될 거예요.
"행복한 삶"을 만들려면? 이런 질문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사람에게 있어서의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르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어요. 사람마다 감성, 가치관이 다르니까요.
부자가 되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물질에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고....누군가가 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디면 글쎄 뭘까 하다가 "당신의 행복은 당신이 생각하라!" 라고, 갑자기 짜증스런 기분이 됩니다.
구도: 사람미다 개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인생 상담"이 반응이 좋은것도 그런 거겠죠. 상담하는 것은 좋은데 남에게 의존하면 안되겠죠.
사토 : 상담과 의존은 다르죠. 상담은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기 위해 하는 것일 것입니다. 의존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답을 찾아달라고 하는 안이한 생각 같습니다.
구도: 그래서 모두들, '부인 공론'에 의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병원에 가면 느끼게 되는 일입니다만 뭐든지 약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에 지나친 처방과 과복용을 하게 되는데 이것도 약 중독이라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어요.
사토 : 옛날에는 "두통이 나면 관자놀이에 우메보시를 붙이면 낫는다" 고 하여 그렇게 하며 견뎌 냈어요. 건강보험은 없고, 병원에 가려고 하지 않은 것은 병원비가 비쌌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부득이한 일이 아니면 병원에 가지 않았어요.
열이 있거나 아파도 끝까지 참고 견뎠지요. 그러다가 증세를 악화시키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참을성을 키웠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주춤거리지 않고 강하게 살아갈 힘이 몸에 배었다는 거죠. 참을성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은 행복해지는 조건 중 하나가 아닐까요?
12-3 가난이나 궁색함도 의외로 좋았습니다.
구도: 참을성이 확실히 결핍되어 있는 것같습니다. 어느 정도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복지제도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일할 수도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기엔 책임의식의 결여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 세상은 한창 '불황이다'라고 떠들고 있습니다만, 선생님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사토: 불황? 그런 걸 나한테 물어보다니! 이 불황의 원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 극복할 것인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저는 문외한입니다. 돈 있을 때는 있는 대로, 없을 때는 없는 대로 살면 돼요. 정치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으니 화를 낼 수도 없습니다.
요즘은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작가나 편집자가 한탄하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원래 베스트셀러 같은 것은 낸 적이 없는 저이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수입이 없어지면 없는 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흔 살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욕망이 없어져 갑니다. 저거 하고 싶다, 이거 갖고 싶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등의 생각들이 들지 않으니까 돈도 별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게 되는 것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때는 욕망이 많아서 돈이 필요하지만, 늙어서 일할 수 없게 되어 수입이 없어지면 욕망도 자연스럽게 소멸해 가는 것은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이 되어서도 욕망이 넘치는 것을 요즘은 좋은 일처럼 말하지만,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요.
구도 : 저도 60대에 들어서면서 세속적인 욕망이 많이 줄었습니다.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혼자서의 식사라면 계란 반찬과 밥으로 충분합니다. 돈도 들지 않습니다.
사토 : 작가를 목표로 하고 있을 무렵... 25세 무렵입니다만, 같은 동료의식이라고 할까, 즉 팔리지 않는 소설을 쓰고는 허세를 늘어놓고 있는 동료가 네댓 명이 볼일도 없는데 모여 시부야를 서성거리고 있을 무렵의 일입니다.
돈이 없으니까 정처 없이 어슬렁거리며 걷거나 가끔 푼돈이 있으면 파칭코를 하거나 하고 있는데, 배가 고프다, 뭔가 먹고 싶다고 해서 싸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박고지말이를 한 접시 시키는 거죠. 넷이서 한 접시. 접시에는 박고지말이가 다섯 개 올려져 있는데 가격은 30엔이었습니다. 네 명이 하나씩 먹으니까 하나 남았어요.
그 하나를 누가 먹느냐.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거예요. 큰소리로 '가위바위보!' 라며 필사적이었어요. 그때는, 생활비가 궁핍한 것도, 소설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자유롭고 희망에 불타고 있었어요. 앞일 따위는 걱정하지 않았지요. 불쌍하게 보는 눈도 괘의치 않았어요. 가난이나 궁색함도 의외로 좋았습니다.
구도 : 왠지 가난한데 즐거워 보인다. "아흔 살. 뭐가 축복인가"의 결론이 나온 것 같습니다. (웃음)
(92세 부인공론 2016년 9월 13일호)
구도 미요코: 1950년 도쿄도 태생. 1991년 "구도 사진관의 쇼와" 로 제13회 고단샤 논픽션상 수상. "쾌락일로" "악명의 관" "황후의 진실" "범인의 괴담" 등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