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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프롤로그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들이 오랜 방황끝에 뭔가에 대한 확신이 들어 그것을 준비할 때 나오는
그런 활기차면서도 기분을 고양시키는 그런 음악이 흐른다)
-청계천 지하상가 거리
'청계천에 가면 탱크도 살수 있다'는 말이 어쩌면 진짜인지도 모른다.
기묘한 분위기..................................마치 차이나타운 같은 느낌의 거리를 지나, 그중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청계천 상가안
메모를 보던 남자(50대)가 고개를 들어 용수를 본다. 그의 한쪽 눈이 하얗다.
'한쪽 눈이 하얀 남자'가 창고로 들어가 물건을 찾는 동안, 용수가 가게안을 둘러본다.
(점프)
한쪽 눈이 하얀 남자가 '산소 잔류 측정기''전선이 필요없는 소형 자가 발전기''순간 냉각기'등을 내려놓는다.
용수는 처음보는 물건들이다. 신기해서 쳐다보다가 길죽한 형광등같은 플라스틱 소재를 떨어트리는데, 불빛을 발산한다.
(그것은 외국영화에 많이 나오는 '충격을 주면 빛이 나오는 손전등' 이다)
쩔쩔매는 용수를 스윽 쳐다보면, 가게 주인이 귀찮다는 듯 느릿느릿 뒷처리를 한다.
-용산 전자상가
청계천 지하상가하고는 조명의 밝기부터가 다르다.
은재가 거침없이 어딘가로 들어간다.
-가게안
일본 모델처럼 생긴 가게 점원이 '소형 공기 오염 측정기''소형 카메라'같은 컴퓨터 부품을 꺼내 놓는다.
은재가 꼼꼼히 메뉴얼을 확인한다.
-철물점
전선, 전구, 밧줄, 소형삽, 괭이, 손전등이 달린 안전모, 접으면 책가방만해지는 사다리...가 차례 차례 선반위에 올려진다.
계산기를 뚜드리던 가게 주인이 흘깃 손님을 쳐다본다. '이게 다냐는듯'
그 시선에 빼먹은 물건들을 기억해낸 무열이 재빨리 접착 테이프를 찾아다가 올려놓는다.
'이놈이 시체라도 묻으려는 건가?' 가게 주인이 잠깐 의심을 품어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계산을 마친다.
-대형마트
희경이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있다. '초코파이''초코스낵''물''일회용 밴드''우유' 캔 제품들....
-화면분할
각각 물건을 사서 돌아서는 네명의 모습이 화면을 4등분한다.
그 모습 스틸 잡히며...
-----타이틀 (의뢰 N0.15 종은 우리 모두를 위하여 울린다)-----
S#2. 중명전 외경(낮)
현수막이 겨울바람에 흔들린다. '문화재 복원공사에 부정부패 왠말이냐?' '무한투쟁'....
공사를 중단한 중명전은 버려진것처럼 고요하다.
(용수) : 근데 이상하지 않어?
S#3. 흥신소(낮)
짐을 싸던 무열, 희경, 은재가 용수를 돌아본다.
용수도 역시 자기 가방에 물건을 넣고 있다.
용수 : 일이 너무 쉽게 쉽게 되가는 것 같해서...공사가 갑자기 중단된것도 이상하고.
무열 :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높은 사람이 공사비를 슬쩍했다는데....
은재 : 모호하긴 해요. 공사비를 착복했다는 부분이 애매한데다가, 파업까지의 진행이 너무 즉각적이어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제가 알아본 쪽에서는 그렇게 파악하더라구요.
무열 : (뭔 얘긴지 잘 모르겠다)...어쨌거나 우리한텐 잘된거잖아?
희경 : 그래. 굴러온 행운에 쩔쩔매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이용하자구. (힘차게 가방을 둘러맨다)
무열 : (가방을 둘러매며) 내말이..
희경과 무열을 따라 용수, 은재도 가방을 매고 흥신소를 나선다.
S#4. 황금빌딩앞(낮)
가방을 맨 네명이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덕수궁쪽으로 향한다.
흡사 전사와도 같은 결의가 느껴진다.
S#5. 골목(낮)
텅빈 중명전 외경.
그러나 시선을 오른쪽으로 조금만 돌리면, 경비실이 보인다.
50대의 깐깐한 경비가 경비실에 앉아있다.
네명이 벽에 쪼르륵 일렬로 달라붙어있다. 골목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희경이 경비실을 바라본다.
경비의 꼿꼿한 자세...마치 로봇같다.
희경이 다른 세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홀로 골목을 빠져나간다.
용수, 무열, 은재, 가방을 움켜쥐고 '준비 땅'자세에 들어간다.
S#6. 경비실 앞(낮)
희경이 신비로운 느낌으로 스윽 흝어본다.
경비가 작은 문을 열고 내다본다.
희경 : (눈을 내리깐채) 안좋은 기운의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있었군요.
경비가 희경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S#7. 골목(저녁)
멀리 희경이 경비와 이야기를 나누는게 보인다.
희경이 경비의 관심을 끄는 즉시, 안으로 치고 들어가려고 준비중인 세사람. 엉덩이를 든 출발자세다.
그러나 희경이 경비에게 인사를 꾸벅하더니 돌아온다.
희경이 골목으로 접어들자마자
무열 : 왜?
희경 : 날도 추운데 헛소리 그만하고 들어가래.
희경이 바람을 피하려고 다시 벽에 달라붙는다.
이번엔 용수가 일어난다.
세사람이 용수를 올려다본다.
S#8. 경비실(밤)
경비가 신문을 읽다가 고개를 든다.
왠 놈이(물론 용수가) 경비실 맞은편에서 노상방뇨중이다.
경비가 뛰쳐나온다.
경비 : 어이 거기!! 여기가 어딘줄 알고....
경비가 뛰어오자 용수가 도망간다.
경비가 쫓아간다.
골목의 세사람 가방을 들고 골목을 빠져나와 중명전으로 향하는데...
도망가던 용수가 뒤를 돌아보다가 넘어진다. 역시나 몸치다.
경비가 용수를 확보한 채, 뒤를 홱 돌아본다.
막 골목을 나오던 세사람, 홱 돌아서 골목으로 숨는다.
S#9. 골목(밤)
다시 쪼르륵 앉은 세사람.
저멀리 용수가 고개를 푹 숙이고 경비의 일장훈시를 듣는게 보인다.
용수가 꾸벅 인사하고 골목으로 돌아와 아무말 없이 벽에 붙어 앉는다.
은재가 일어선다.
다른 세사람이 놀라 올려다본다.
은재가 골목을 빠져나가며 지갑을 꺼낸다.
S#10. 경비실 앞(밤)
은재가 지갑을 든채 경비실로 다가간다.
굳은 얼굴로 다가오는 은재를 경비가 빤히 쳐다본다. 은재가 침을 꼴딱 삼킨다.
경비와 은재. 은재와 경비....긴장이 증폭된다!!
마지막 순간, 은재가 경비실을 그냥 스쳐간다.
경비실의 아저씨도, 지켜보던 세사람도...'뭐야 싶다'
S#11. 골목(밤)
세사람이 중명전을 보다가 반대쪽을 본다.
골목 반대쪽으로 와서 벽에 기대앉는 은재.
희경 : 왜?
은재 : 마음의 소리가 들렸어요. '이 사람은 다르다'
희경 : (꿍시렁대는) 줘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어.
용수가 골목을 내다본다.
경비는 잠을 쫓으려는 듯 밖으로 나와 pt체조중이다.
용수 : 아깝다!! 저런 사람은 국가 안보에 써야 하는데...
희경 : (잔뜩 웅크린채로) 무열이 너밖에 없다. (손날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이 방법으로 가자. 가서 해치우고 와!!
무열 : (자신없다) 그게 영화처럼 쉬운게 아닌데...
희경 : (무열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며) 난 널 믿는다!! 너도 너 자신을 믿어!!
무열 : (힘을 얻었다. 가려다가) 한번만 연습해보고 가면 안될까?
희경 : 누구한테?
무열 : (희경을 바라보면)...
희경 : (무열의 등을 떠민다) 가라!!!
무열이 골목을 빠져나간다. 손날치기를 연습하면서...
S#12. 경비실앞(밤)
경비가 맨손체조를 끝내고 돌아선다.
무열이 그림자처럼 조용히 경비뒤로 다가간다. 손날을 준비하고서...
그때 갑자기 경비가 멈춰선다.
무열이 긴장해서 막 달려들려는 순간,
경비가 그보다 더 빠르게 배를 움켜쥐고 경비실로 뛰어 들어가더니 팻말을 순찰중으로 돌려놓고,
신문을 두세개 집어들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무열이 경비실 마당에 서서 필요없어진 손날을 쳐다본다.
골목에서 나오는 세사람.
용수가 멀뚱하게 서 있는 무열에게 가방을 던져준다.
S#13. 중명전 입구(밤)
CC카메라의 사각지대에 선 네사람.
용수가 가방에서 급속 냉각 스프레이를 꺼내 카메라의 본체에 쏜다.
무열은 무인경비 시스템의 자동 센서에 냉각 스프레이를 뿌려댄다. 순식간에 하얀 성에가 낀다.
(인서트)
CC카메라 모니터.
하얗게 화면이 덮인다.
-중명전 입구
무열이 주변을 빠르게 경계하는 동안, 은재가 첨단 장비를 이용해 디지털 암호를 알아낸다.
작은 모니터에 숫자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네 개의 암호가 떠오른다.
S#14. 중명전 1층(밤)
네사람이 들어온다. 문을 닫자마자 용수와 희경이 형광등같은 손전등을 꺽으면 파란 색이 도는 빛이 들어온다.
공사중 방치된 현장의 모습이 언뜻 언뜻...
무열이 사다리를 편다.
은재가 소형 카메라를 건네주자 무열이 천장에 붙인다. 희경이 일회용 밴드의 테잎을 떼서 무열에게 건네면,
카메라가 작동된다는 파란 불빛을 그걸로 가린다.
네사람이 조용히 지하실로 들어간다.
S#15. 중명전 지하실(밤)
네사람이 들어온다.
용수와 희경이 적당한 곳에 형광등같이 생긴 손전등을 꽂는다.
용수가 소형 발전기를 작동시키고, 무열이 천장에 전깃줄을 매단다.
희경이 무열을 도와 접착 테이프를 잘라 건넨다.
무열이 전구를 끼운다음 버튼을 돌리자 순식간에 안이 환해진다. 그들답지 않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이다.
은재가 노트북을 셋팅한다. 보통사람은 알수 없는 첨단장비를 설치하고 화면을 열자 중명전1층이 보인다.
(인서트)
중명전 1층을 비추는 카메라
-중명전 지하실
그사이 무열은 가장 눈에 안띄는 구석진 곳의 천장에 1미터 폭의 둘둘 말린 천을 고정시킨다.
S#16. 중명전 뜰(밤)
출산과도 같은 배설을 끝낸 50대의 깐깐하며, 변비가 심한 경비가 어기적 어기적 걸어온다.
그 와중에도 날카롭게 중명전 현관을 손전등으로 비춰본다. 아무 이상없다. 경비실로 어기적 어기적 들어간다.
CC카메라 밑...급속 냉각됐던 얼음이 녹아 똑똑 물방울이 떨어진다.
(인서트)
CC카메라 모니터.
화면은 다시 환해졌다.
S#17. 중명전 지하실(밤)
미로와도 같은 지하실을 살펴보는 네사람.
중앙은 자가 발전된 전등으로 환하지만 구석을 살필 때는 역시 손전등을 들고 있다.
용수가 천장을 살핀다.
(용수) : 무거운 빛의 궁전, 중명전
(점프) 희경이 바닥을 훑고 있다.
(희경) : 가장 어두운 곳!!
(점프) 무열이 기둥을 밑에서부터 위로 훑는다.
(무열) : 오얏은 뭇꽃과 다름없으나,
(점프) 은재가 벽을 훑는다.
(은재) : 다섯장 꽃잎을 떨구고 나면...
(점프) 집중한 용수의 얼굴
용수 : (중얼거린다) 과실중의 과실을 얻을 것이다.
(점프)
무열 : (역시 중얼거린다) 과실중의 과실을 얻을 것이다.
(점프)
은재 : (역시 중얼거린다) 과실중의 과실을...
그때...
(희경) : 찾았다!!
세 개의 불빛이 일제히 움직인다.
가장 구석진 음침한 곳, 희경의 손전등이 한곳을 비춘다. 다른 세 개의 불빛이 합쳐진다.
네 개의 손전등이 겹쳐진곳.
어찌보면 커다란 꽃모양의 검은 무늬가 보인다. 불빛속에서 그 무늬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네사람이 긴장해서 서로를 바라본다. 심장 뛰는 소리가 커진다.
용수가 조심스럽게 꽃모양을 향해 손을 뻗는다. 지켜보는 이들의 긴장이 느껴진다.
무열은 마른 침을 삼킨다. 희경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지켜본다.
드디어 찾은것인가? 긴장으로 터질듯한 그 순간......!!!
용수의 손가락이 스윽 꽃모양을 훑는다. 손가락 모양으로 자국이 생긴다.
용수 : (자기 손가락을 들여다보며 시큰둥하게) 이낀데...
무열 : (언제 긴장했냐 싶게) 이게 무슨 꽃이냐?
희경 : (자기도 언제 주장했냐 싶게) 얼추 비슷하잖어?
은재 : (혼잣말처럼) 하나도 안비슷한데...
희경 : (아니....은재마저도)...!!
용수 : (찾으며) 사진 다시 한번 확인해봐.
무열과 희경이 들고 있던 사진을 다시한번 쳐다본다.
용수 : 다섯장의 꽃잎, 꽃잎 한 장당 세개의 꽃술...이게 대한제국 공식지정 오얏꽃모양이야.
무열 : (사진에서 눈을 떼며) 사과꽃 같기도 하고, 앵두꽃같기도 하고.
은재 : (흩어져서 찾으며) 벚꽃이랑도 많이 비슷해요.
희경 : (역시 흩어져서 찾으며) 차암...정체성 없는 꽃이구만.
다시 말없는 '꽃찾기' 시간이 흐른다.
(*이후의 대사는 사방에서 목소리만 들리기도 하고, 카메라가 그를 찾기도 하고...대중없다)
희경 : (자기일에 충실한채로) 요즘 금 시세가 얼만가?
무열 : (멀리서) 지난번에 장경사 애기 돌때 한돈짜리 금반지 8만 8천원주고 샀어
희경 : 그래서 31톤이면 얼마라는건데...?
용수 : 매입가하고 판매가하고 대충 만원차이 나니까... (순간 숨을 멈춘다)
(희경) : 왜?
용수 : 7천억.
희경, 턱이 떨어진다.
무열도 마찬가지다.
용수 : 땅주인이 절반을 가져가니까 3천 5백억
희경 : ...망할놈의 땅주인.
무열 : 그러게 말이야. 지가 한게 뭐가 있다고
희경 : (다시 기운차리면서) 3천 5백억을 4로 나누면....
은재 : 약 8백 7십억
용수 : 세금 떼야지. 50프로.
희경 : (발끈) 왜 또?
무열 : (역시 발끈) 우리가 금 찾는데 국가가 해준게 뭐가 있다고?
희경 : 반띵하면...4백 35억!! 에게...
무열 : 그걸 누구 코에 부쳐
용수 : 이사람들이...4백 35억이면 해마다 1억씩 써도 435년이거든.
무열 : 그치만 7천억에서 깍이다보니 왠지 약소해 보이는 걸..
희경 : (마침 곁에 있는 은재를 보며) 자기는 어때? 지금 갖고 있는 돈이 더 많아, 황금찾으면 받을 돈이 더 많아?
은재 : (아무렇지도 않게) 글쎄요. 계산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희경 : 쳇...통장정리도 안하냐? 잔액조회해봐
은재 : 통장에 돈이 있는게 아니라서요.
희경 : 그럼 어딨어?
용수 : 희경씨는 4백 35억 통장에 넣어둘거야?
희경 : (자신 없어진다) ...그럼?
무열 : (자신있게) 역시 땅이지
희경 : 그러다 땅 값 떨어지면 어떡할라구?
용수 : (한숨쉰다) 이래갖고는 황금을 찾아도 문제야. 돈만 있다고 부자가 아니거든.
희경 : 그럼 부자가 뭔데?
용수 : (여전히 구석 구석을 찾으면서).........예를 들어
S#18. 옷가게(낮)
백화점도 좋고, 개인숍도 좋고...럭셔리한 가게로 촬여하기 좋은 장소면 된다.
마네킹이든, 벽에든 디스플레이된 옷이 있다.
(용수) : 옷가게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어. 이때 희경씨 같으면 어떡할래?
카메라 돌아서면 희경이 마음에 드는 옷을 보고 있다가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희경 : 저거 얼마예요?
희경의 모습 스틸잡히며, 퀴즈프로그램에서 오답을 말했을때처럼 띠~
(용수) : 부자는 이렇게 말해.
(점프)
은재가 역시 같은 옷을 가리키며
은재 : 저거 입어봐도 돼요?
S#19. 중명전 지하실(밤)
희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듯하다.
용수 : 부자는 일종의 자신감이야. 또하나 예를 들어볼까?
S#20. 프랑스 레스토랑(밤)
고급스런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
메뉴판을 펼치면 온통 영어도 아니고 프랑스어로, 한글 번역도 없다. 젠장할...
(용수) : 메뉴판이 영어도 아니고 프랑스어야. 박무열이..어떡할래?
무열이 메뉴판을 보며 눈만 껌벅인다.
40대의 품격있어뵈는 종업원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무열이 일단 물을 마시면서 가격을 훑는다.
(무열) : 대충 가격보고 찍어야지 뭐
(용수) : 부자는 말이야.
무열 앞자리의 은재
은재 : (아무렇지도 않게 메뉴를 가리키며) 이건 뭐예요?
S#21. 중명전 지하실(밤)
용수 : 한국 사람이 외국어 모르는게 뭐가 부끄러워? 모르는게 당연한건데. 그 당연한걸 우리들은 부끄러워해.
왜? 가난하니까. 다시한번 말하지만 부자는 자신감이야. 비오는날 공원 벤치에 앉아, 컵라면에 단무지를 먹어도,
부자는 당당해. 왜? 돈이 없어서 먹는게 아니라 먹고 싶어서 먹으니까. 가난이 왜 힘든줄 알어? 눈치를 봐야하거든.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식당에 가서 뭐 얻어먹을때도, 너무 싼걸 시키면 쪼잔하다 그럴테지.
너무 비싼걸 시키면 벳겨먹는다 그럴테구...머리가 터질 것 같해. 우리는 사실 돈이 없어도 부자가 될 수 있어.
당당하기만 하면, 내말 알아들어?
열변을 토한 용수가 돌아본다.
찾는것도 잠시 잊고, 멍해서 용수를 지켜보던 세사람.
무열 : (어이없다는 듯) 돈이 없는데 어떻게 당당해지냐?
희경 : 내말이...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그래.
용수 역시 그런가 싶다.
그때, '삑삑' 경고음이 들린다.
노트북 모니터에 뜬 중명전 1층의 모습. 누군가 들어오고 있다.
S#22. 중명전 1층(새벽)
어느새 아침이 됐나보다. 창밖으로 들어온 햇살이 1층을 그대로 비춘다.
깐깐한 경비가 2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지하실로 향한다.
S#23. 중명전 지하실(아침)
네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각종 장비를 구석으로 옮긴다.
가장 후미진 구석으로 모인 네사람...그 자리는 맨처음 무열이 천장에 뭔가를 매달았던 곳이다.
제일 굼뜬 용수가 들어오자마자 무열이 위에 매달린 줄을 잡아당기자 장막이 처진다.
그순간, 지하실 문이 열리고 '깐깐한 경비'가 들어온다.
손전등으로 스윽 훑는데...그들이 숨은 곳이 텅비었다.
자세히 보면, 그들을 가린 장막에는 빈 모서리가 그려져 있다. 어둠과 착시현상 때문에 분간하기가 힘들다.
(인서트)
장막뒤...여러가지 장비들을 끌어안고 숨죽이고 있는 네사람의 발밑, 작은 틈으로 손전등 불빛이 스치고 지나간다.
경비가 사라지고 문이 닫히자, 네사람이 장막뒤에서 나온다.
S#25. 경비실(아침)
깐깐한 경비가 퇴근한다.
깐깐경비 : 수고!!
(새로운 경비) : 예...메리 크리스마스..
고개를 드는 새로운 경비. 그는 아디다스다.
S#26. 크리스마스 이브와 중명전 지하실(낮)
*신나는 재즈풍의 캐롤이 먼저 흐른다.
-빵과 우유로 요기를 하는 세사람.
-꼬마전구를 단 거리의 가로수들
-손전등으로 벽을 훑는 용수
-춤추는 산타클로즈 인형
-손전등으로 기둥을 훑는 무열
-빵가게 크리스마스 케잌이 착착 진열된다.
-손전등으로 바닥을 훑는 희경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손전등으로 천장을 훑는 은재
-선물을 포장하는 손. 손. 손.
-(*캐롤의 하이라이트부분이 솟구치는 가운데)
지친 용수가 털썩 주저앉는다.
지친 무열이 털썩 주저앉는다.
지친 희경도 털썩. 은재도 털썩...
신나던 캐롤이 테잎이 늘어진것처럼 지이이익 늘어나며 끝난다.
S#27. 중명전 지하실(낮)
방전된 네사람....멍하니 앉아있다. 밤을 새워 찾았는데도 오얏꽃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지쳐서 말을 걸기도 귀찮다.
이때 무열, 희경, 은재의 얼굴위로 갑자기 들리는 나레이션.
(용수) : (침울한)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실패라는 말이 네 사람의 가슴에 무겁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은재가 깜짝 놀라 용수를 본다.
무열과 희경은 또 시작했구나 시큰둥하다.
용수 : (멋적게 웃으면서) 아니...그냥 상황에 어울리는 나레이션이다 싶어서...
뻘쭘한데... 은재의 핸드폰이 진동한다.
은재가 전화를 받는다.
S#28. 어떤 사무실 복도(낮)
카리스마 인부장이 굳은 얼굴로 양복입은 40대의 남자와 마주 앉는다.
창문너머로 이 장면을 보면서 20대 중반의 남자가 전화를 한다.
S#29. 중명전 지하실(낮)
은재 : 예....(전화를 끊는다) 공사 책임자와 파업 주동자간에 협상이 시작됐대요
그래서 뭐...세명이 은재를 멀뚱히 바라본다.
은재 : 파업이 곧 끝날지도 몰라요.
힘이 쭉 빠진다.
정말이지 '실패란 말이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희경 : (갑자기 손전등을 툭 집어던진다) 에잇!!
손전등이 빙글 빙글 돌아가다가 멈춘다.
희경의 시선이 날카롭게 손전등의 불빛을 따라간다. 마침내 멈춘 손전등 불빛을 유심히 본다.
용수 : (방전되어 고개만 들면서) 왜에?
희경 : (조심스럽게 손전등 불빛이 비추는 것을 손으로 더듬는다)
무열 : (역시 긴장하며) 뭐야? 뭔데?
희경 : (겸연쩍어진다) 아니...영화같은데서 보면, 이렇게 우연히 발견되고 그러잖어.
무열, 긴장했던게 한심해서 '으이그'하며 돌아서다가 문득 멈춘다.
희경 : (같잖다는 듯) 헤헤...그걸 금방 따라하냐? 안 속아...너는 누군가를 속이는게 쉬운줄 아는데...
무열이 쭈그리고 앉아 벽을 살펴본다.
대략 20cm x 20cm 크기의 정사각형 벽돌로 이뤄진 벽.
벽 사이에 벽돌 하나 크기의 공간이 비어 있다.
희경 : (여전히 궁시렁대는) 거짓말이란건 타이밍이야.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알아? 누군가를 속일땐
자기 자신을 먼저 속여야돼.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스스로 허물어뜨리는거지. 그건 마치 진짜 배우의 연기 같은 건데...
무열이 벽돌을 움직여본다. '스르륵' 마찰음을 내면서 벽돌이 움직인다.
용수가 손전등 대신 아예 전구를 떼서 벽을 비춘다.
그제서야 희경도 다가온다.
용수 : (옆의 벽과 비교해본다) 다른데 벽돌은 직사각형인데 여기만 정사각형이야.
은재 : (손가락으로 무늬를 더듬는다) 무늬가 있어요.
무늬 하나하나를 보다가, 용수가 가방을 뒤져 종이를 꺼낸다.
마땅한 종이가 없으면 기계의 설명 매뉴얼 뒷장을 써도 좋다.
종이를 열다섯장으로 만든다.
(점프)
은재가 종이한장당 벽돌 한 장의 그림을 베껴 그린다.
그걸 무열이 받아 용수에게 건네면 용수가 이미 몇장의 그림을 늘어놓고 무늬를 맞춘다.
마지막 한 장을 건네고, 그것을 빈캄에 끼워맞추면, 희경이 '대한제국 공시 꽃휘장' 사진과 비교해 본다. 똑같다.
희경 뒤에서 열다섯조각 꽃무늬를 내려다보는 무열.
무열 : (벽과 꽃무늬를 번갈아보면서) 근데 이걸 어떻게 맞추냐?
용수가 종이에 순서대로 1, 2, 3, 4....15까지 쓴다.
용수 : 원래 무늬에 붙여봐.
희경, 무열, 은재가 다시 무늬에 맞춰 종이를 붙인다.
(점프)
희경이 잘 보이도록 전구를 환하게 비춘다.
정사각형 벽돌에는 무질서한 순자가 붙어있다.
6. 11. 4. 9
15. 1. 8. 3
10. 14. 2. 12
7. 5. 3
순서다.
무열 : (기억을 더듬는다) 이런걸 어디서 봤더라...
S#30. 강모방(낮)
육면각체의 큐브....여섯면을 대충 살펴보는 것 같더니 끼리릭 끼리릭 정신없이 움직인다.
현란하게 움직인채 탁! 내려놓으면,
타임버튼을 누르는 여자아이
여자아이 : 58초!! (감탄한다)
강모가 으슥하더니 장난감 상자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퍼즐을 꺼내 하나하나 여자친구에게 설명해준다.
강모는 현재 이 여자아이에게 반한 상태다.
'이거는 영국에서 유행하는건데, 이 고리를 어떻게 빼는가를 푸는거고, 이거는...'
카메라는 장난감 상자의 가장 안쪽, 초라하게 놓여있는 숫자맞추기 퍼즐로 줌인해 들어간다.
15까지의 숫자를 맞추는 그 단순한 퍼즐판!!
노크소리!!
강모와 여자아이가 돌아본다.
수선집 여자가 여자아이를 향해 친근하게 웃어주며 강모에게 핸드폰을 건넨다. 전화받으라는 수화를 하며
강모 : (방해를 받는게 싫다) 누군데?
핸드폰 액정에 '강모있어요?'라는 메모를 든 무열이 초조하게 통화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강모 : (핸드폰을 보며) 왜요?
S#31. 강모방-중명전 지하실(낮)
-중명전 지하실
핸드폰 액정에 강모의 얼굴이 나타나자 무열과 희경, 용수가 기쁨의 함성을 지른다. '강모다' '강모야!'
마치 지나가는 배를 발견한 무인도 난민같은 환호성!!
액정속의 강모. '이건 또 뭔가 싶다'
무열 : (핸드폰을 보며) 너 이거 잘하지? 이것 좀 맞춰봐.
용수가 무열을 비추던 핸드폰 카메라를 벽쪽으로 옮긴다.
-강모방
강모가 액정에 비친 열여섯칸짜리 거대한 퍼즐을 본다.
강모: (시큰둥) 왜요?
(희경): (불쑥 얼굴을 디밀며) 왜거나 말거나 그냥 맞춰봐! 어른이 말하는데 왜요가 어딨어?
강모: (굴하지 않는다) 나 바뻐요. 끊어요. (전화를 끊으려는데)
카메라 액정속에 용수, 무열, 희경의 얼굴이 동시에 들어와 애타게 울부짖는다.
'강모야아아아아아아아...........!!'
-중명전 지하실
핸드폰 액정은 비어있다.
용수 : (애타게) 끊지마. 끊으면 안돼!! 강모야.
희경 : (동시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강모야
무열 : 강모야!! 돌아와, 가지마 강모야!!
빈 액정안. 다시 강모의 얼굴이 들어온다.
(강모) : (시큰둥하게) 아...시끄러워.
무열, 용수, 희경, 은재 안도의 한숨을 쉰다.
무열 : (희경을 타박한다) 누난 입 다물어.
용수 : (역시 타박한다) 저쪽으로 가 있어.
은재 : (그녀마저도) ...왜 그래요 진짜?
희경 : (서럽다)...
무열 : (핸드폰에 대고) 강모야. 사랑하는 강모야!! 이것좀 맞춰봐 응? 너한테는 껌도 아니잖어.
(강모) : (생각하다가 딜에 들어간다)....뭐해줄건데요?
무열 : (핸드폰을 독점하며) 태권도장 문 열면 무려 강습 어때?
(강모) : (시큰둥) 됐구요...
용수 : (무열에게서 핸드폰을 뺏으며) 너 취직시켜줄게. 만화가게 정사원으로... 니가 전에 그러자고 그랬잖아. 어때? 고용안전.
(강모) : (생각해보다가)...패스!!
은재 : (핸드폰에 얼굴을 들이밀며) 크리스마스 선물 뭐 갖고 싶어?
그상황에서도 무열, 용수, 희경이 은재를 본다.
'얘가 이런 면이 있었나?'
-수선집
강모 : (생각에 들어간다) 글쎄요.
(무열) : 말만해. 게임기?
(용수) : 자전거?
(희경) : 현금?
난데없는 소란을 지켜보던 여자아이 무심코 한마디 한다.
여자아이 : 그냥 해주지 그래?
강모 : (님께서 원하신다며 급 다정하게) 그래 그럼.
-중명전 지하실
네사람, 강모의 너무 쉬운 대답에 순간 허탈해진다.
-수선집
강모가 핸드폰 카메라에 비친 열다섯개의 숫자를 힐끗 바라본다.
눈동자가 슥슥 움직이더니 별것도 아니네 하는 표정으로...
강모 : 9. 3. 12를 밑으로 내리구요. 6. 11. 4를 오른쪽으로 움직여요. 15를 위로 올리고
(무열) : 잠깐만. 천천히 해.
-중명전 지하실
용수는 핸드폰 카메라로 벽을 비추고, 희경은 조명을 밝혔다.
무열이 강모가 시키는대로 벽돌을 옮긴다. 옆으로, 위로, 밑으로...
(점프)
(강모) : 15를 밑으로 내리면 끝!!
마지막 숫자를 옮기고 무열이 벽에서 떨어진다.
네사람이 나란히 서서 벽을 바라본다. 아직까지 벽은 보이지 않는다.
용수 : (어쩐지 감동받은 얼굴로 핸드폰에 대고) 고맙다!!
전화를 끊고 다시 고개를 들면,
1. 2. 3. 4...... 15의 숫자가 순서대로 정열되어 있다. 네명이 종이를 떼어내면,
벽돌의 무늬는 오얏꽃 모양이다.
자세히보면 꽃술의 중앙부위가 동그랗게 무늬를 만들고 있다.
용수가 그 부분을 누르자, '딸깍' 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벽돌이 무너진다.
무열이 손전등으로 안을 비춘다. 불빛은 T자형 길의 맞은편 벽에 부딪친다.
용수가 가방에서 어떤 기계를 꺼내 통로안에 넣는다.
S#32. 명륜고서(낮)
드르륵...난로 뚜껑이 열린다.
이산이 그동안 모은 자료들을 난로속에 넣고 태운다. 사진이 타들어가고, 지도를 카피한 서류들이 타고...
이산의 얼굴에 불기운이 어른거린다.
어린아이같고, 주책맞던 평소의 얼굴과는 달리, 이때의 이산은 슬퍼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사악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뒤의 백민철이 이산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외면한다.
S#33. 중명전 지하실(낮)
삑삑소리...
용수가 통로안에 넣었던 기계를 꺼낸다.
용수 : 산소도 충분하고, 오염도 안되있어.
용수가 기계를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헬맷을 쓰고, 가방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긴다.
무열 역시 헬맷을 쓰고 허리에 흰 밧줄을 묶는다.
은재는 희경이 헬맷을 쓰는 걸 도와준다. 희경의 헬맷 앞에는 작은 카메라가 달려있다.
은재가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자 노트북에 뜬 화면이 움직인다.
노트북 화면은 큰 것, 작은 것 두 개로 나눠져있는데 큰 것은 희경의 헬맷에 달린 카메라에서 전송된 화면이고,
작은 것은 중명전 1층에 달아놓은 카메라가 전송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용수가 작은 기계를 목에 걸고, 조만기의 지도를 펴든다.
용수가 가볍게 숨을 몰아쉬고 안으로 들어간다.
용수가 제일 먼저 안으로 들어간다. 그 뒤를 카메라가 달린 헬맷을 쓴 희경이 따라간다.
허리에 밧줄을 맨 무열이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뒤를 돌아본다.
(*세명은 모두 배낭을 맸고, 물론 무열의 배낭이 가장 크고 무겁습니다. 모두 헬맷을 썼습니다.
그리고 맨앞의 용수가 커다란 손전등을 들었고, 이때는 켜진 않았지만, 무열의 가방에 손전등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무열 : (은재를 향해) 뭐 없어요?
은재 : 뭐요?
무열 : 무사귀환을 바라는 소망을 담은 키스 한방!! (입술을 내민다)
은재 : (아예 무시하고 노트북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
(희경) : (안에서) 주책 그만 접고 빨랑 와!!
무열 : (따라가면서) 멜로가 없어, 멜로가...남녀가 넷이나 모였으면 이렇게 저렇게 사랑의 짝대기가 오고가고...응?
이렇게 삶이 건조해서야...은재씨는 진짜 초건성이야.
은재 : (문득) 조심해요
무열이 돌아보면 은재는 냉정한 얼굴로 노트북 자판을 두들길뿐...
무열은 그것만으로 족하다. 환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S#34. 지하통로1(낮)
용수가 든 손전등이 환하게 사방을 비춘다.
사각형의 통로는 바닥까지 구운 벽돌로 만들어졌다.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용수가 지도를 손가락으로 되짚어본다. 왼쪽이다.
(*지도는 어찌보면 부적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어린이들이 하는 길 찾기 미로 같기도 하다)
용수가 왼쪽으로 꺽어진다. 희경이 오른쪽 길을 비춰본다. 그쪽도 끝이 구부러져 보이지 않는다.
무열 : (희경을 툭 치며) 빨리 가.
희경 : (용수를 따라가며) 이걸 정말 금을 숨길려고 만들었단 말이야?
S#35. 중명전 지하실(낮)
노트북에는 희경의 헬맷 카메라가 전송하는 화면이 보인다. 가끔 무열과 용수의 얼굴도 보인다.
은재가 시리얼 조각을 먹으며 화면을 바라본다.
희경의 손이 벽을 더듬는다.
(희경) : 이게 다 벽돌이야!! 이게 무슨 돈 지랄이냐구. 숨긴 금보다 이거 만드는데 더 돈 들었겠다.
은재가 희경의 화면을 작게 만들고, 중명전 1층의 화면을 키운다. 별 이상없다.
S#37. 지하통로2(밤)
또다시 갈림길.
이번에도 왼쪽으로 꺽어진다. 긴장해서인지 다들 말이 없다.
제일 뒤에 선 무열이 허밍으로 캐롤을 부르는데, 곡명은 '고요한밤 거룩한밤'.
어두운 지하통로 안에서 낮고 느린 캐롤은 어쩐지 불길하다.
(*그들이 가는 길은 셋트 여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계단을 내려갈수도 있고, 완곡한 코너를 돌 수도 있고...)
희경 : (열심히 좌우를 살피면서) 하지 마라. 그렇잖아도 귀신 나올 것 같은데...
무열 : (별 긴장감없이) 크리스마스 주간이라 귀신 안 나와.
(계속 허밍한다. ...아기 자알도 잔다아아아....아아아아기 자알도 잔다... 최고로 음산한 부분을 노래하는데...)
희경 : (홱 돌아본다. 엄하게)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무열 : (알았다는 듯 얼른 두 손을 든다)....
희경 : (다시 간다)...
무열 : (따라가며 꿍시렁댄다) 노래도 못부르게 해. 심심하게. 뭔 얘기라도 해봐.
희경 : 뭔 얘기? 난 할 얘기 없어.
무열 : (둘러보며) 상황이 상황이긴 한가봐, 응? 우리 셋이 모였는데 침묵이 흐르다니...
용수 : (계속 지도를 보며 걷다가 문득) 사람이 죽을 때 이제까지 살아왔던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대잖어.
무열이 너는 죽을때 어떤 장면이...
희경 : (말을 끊는다) 지하 몇 미터 땅속에서 할 얘기가 그렇게 없어? 밝고 사랑스런 얘기 없어?
용수 : 그러니까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그 날들 중에 가장 밝고 행복한 날이 언젤거 같냐구? 희경씬 언젤거 같어?
희경 : 최고로 행복한 날? 그것은 2007년 12월 23일 (시계를 본다 대략 7시가 지나고 있다)
앞으로 몇 시간후, 황금을 발견하는 그 순간이지.
무열 : (깜짝 놀란 척) 앗!! 나랑 똑같은 날이네. (하다가 얼른 희경의 얼굴을 잡아 자기를 보게해 카메라에 자기 얼굴을 비춘다)
뭐하는 짓이야? 희경이 깜짝 놀란다.
S#38. 중명전 지하실(밤)
은재는 인터넷으로 자산관리현황등을 보고 있다.
화면 위쪽에 희경의 카메라화면과 중명전 1층의 화면이 작게 떠있다.
희경의 화면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가끔 웃기도 하는데...
희경의 작은 비명소리와 함께 화면이 홱 돌아가더니, 무열의 얼굴이 커다랗게 뜬다.
(무열) : 잠깐 정정 보도 들어갑니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은 옥상에서 은재씨를 만난 그날입니다. 은재씨, 순간 서운했죠?
(희경) : (무열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어내며) 아. 이 한결같은 자식!!
희경과 무열이 티격대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흔들린다.
(희경) : 그러니까 니가 미움받지. 이 스토커야.
(무열) : 로맨티스트라 불러줘
(희경) : 발음이나 제대로 하셔 (다시 화면이 제대로 돌아온다) 그래서 용수씨 인생, 최고의 날은 언젠대?
자판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은재가 용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용수) : 별로 대단한 건 아닌데...
S#39. 지하통로3(밤)
용수 : (걸으면서)...어렸을때, 양주쪽에서 살았거든. 아버지가 그쪽 학교에 발령받아서... 가끔 가족끼리 소풍을 갔었어.
S#40. 들판 (낮-과거)
빛바랜 사진같은 느낌이다.
때는 초여름 느낌(가벼운 옷차림이지만 반팔은 아니다)... 커다란 나무밑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일가족이 낮잠을 자고 있다.
엄마, 아빠, 형 준수, 열두살쯤 용수. 피크닉 가방이라든가, 바게트빵이라든가 이런 폼나는 소품대신
스텐레스 도시락에 먹다남은 김밥, 차가워졌다가 식느라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보릿차물병같은 것이
발치쯤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자다깬 어린 용수가 눈도 제대로 못 뜬채, 멀지 않은 곳에 오줌을 눗는다.
바람이 부드럽게 그들을 쓸고 지나간다.
오줌을 누고 돌아온 용수가 나무 기둥에 기대앉아 잠든 가족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무열) : 일가족 낮잠 잔 날이 뭐가 행복해? 그때부터 게을러 터졌던 거야?
어린 용수가 무열의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피식 웃으며 먼 하늘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어쩐지 슬퍼 보인다.
언젠가는 잃어 버릴 것이 분명한 보물을 가진 사람처럼...
S#41. 지하통로4(밤)
세사람, 걷고 있다.
아치형 문이 보인다.
용수 : 그냥 문득 인생을 알아버인...뭐...암튼 그런 날이었어. 행복하면서도 쓸쓸하고......내 말 알겠지?
무열 : (단호히) 전혀.
용수 : 그러니까 내 말은.............개미 한 마리가 있다고 쳐봐. 굉장히 열심히 살았어. 세계 최고의 개미가 되기 위해서...
근데 어느날 문득, 자신은 개미란 걸 알아차린 거야.
누군가의 지나가는 발에 깔리면 그대로 아무 이유없이 죽을 수도 있는......
희경 : (얘기하느라 늦어진 용수를 앞지르며) 그걸 알아버린 날이 뭐가 행복해?
용수 : (어쩐지 변명투가 되어 돌아보며) 아니 그러니까...꼭 행복하다기 보다는...
이 별거 아닌 일상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싶어서... 아무것도 아닌 날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는 거지.
흐뭇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슬프기도 하고...그런 기분! 알겠지?
무열 : (열심히 설명하는 용수를 스윽 쳐다보며 역시 추월한다) 모르겠다니까. 은재씨는 가장 행복한 날이 언제예요?
그 사이 희경이 아치형 청동거울로 만들어진 문 앞에 도착한다.
문은 여러 가지 신비로운 문양으로 돋을 새김 되어졌다.
뭐지...? 희경이 문의 오른쪽으로 손을 내미는것과 동시에 용수가 문 위쪽을 본다.
윗쪽 문틈에 올려진 오래된 유리병을 발견한다.
용수 : (소리지른다) 잠깐만!!
희경이 청동거울문을 밀면서 용수를 돌아본다. 청동거울문이 회전하면서 위에 놓여있는 유리병을 밀어 떨어트린다.
유리관이 깨지면서 흘러내린 액체에서 하얀 연기가 솟는다.
S#42. 중명전 지하실(밤)
'이거뭐야?' 비명소리. 콜록대는 기침소리.
은재가 '희경이 전송하는 화면'을 최대화시킨다.
발밑에서 솟아나는 하얀 연기...화면이 어지럽게 움직이다가 멈춘다. 아마도 희경이 쓰러진듯....
무열의 얼굴이 잠깐 화면에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S#42-2. 청동거울이 있는 지하통로(밤)
희경과 용수가 픽픽 쓰러진다.
무열이 숨을 참으며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려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무전기가 툭 떨어진다.
(은재) : 무열씨. 용수씨..
S#42-3. 중명전 지하실(밤)
은재 : (무전기에 대고) 무열씨!! 무열씨!! 용수씨!!
희경의 헬맷위에 고정된 카메라는 쓰러진 무열과 용수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은재가 벌떡 일어난다.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들고 비밀 통로의 입구로 다가가지만, 차마 어둠속으로 발을 내딛을 수가 없다.
그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벌써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S#43. 청동거울이 있는 지하통로(밤)
무열, 용수, 희경이 쓰러져 있다.
용수의 목에 걸린 산소 오염 측정도는 계속해서 빨간불을 삑삑대면서 위험을 경고한다.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지하통로를 채우고 있다.
무열이 마지막으로 꺼내려던 것이 가방에서 반쯤 비어져 나와있다.
S#44. 중명전 지하실(밤)
안으로 연결된 하얀 밧줄을 잡은채 은재가 갈등한다.
몇 번이나 발을 들여놓았다가 빼기를 반복한다. 은재는 자신의 무력함에 화가 난다.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사방을 둘러본다. 마치 도움을 청할 사람을 찾는 것처럼...
노트북 모니터속의 용수와 무열은 하얀 연기속에 죽은 듯 쓰러져있다.
짧고 격렬한 30여초...결국 은재가 산소 호흡기를 쓰고 눈을 감은채 좁은 어둠속으로 들어간다.
S#45. 지하통로1(밤)
하얀 밧줄을 이정표 삼아 은재가 지하통로를 지난다.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은재는 숨을 몰아쉰다. 숨소리가 신음소리같다.
S#46. 지하통로2(밤)
은재가 토할것처럼 등을 출렁이지만 겨우 참아낸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 속에서도 은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게 움직인다.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깨문 입술에서 피가 나는 것도 모른다.
S#47. 청동거울이 있는 지하통로(밤)
가끔씩 정신이 아득해지는 탓에 계단을 내려가던 은재가 발을 헛디뎌 구른다.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릴 것처럼 은재의 눈이 아득해진다.
2미터쯤 떨어진 곳에 무열, 용수, 희경이 보인다.
은재가 기기 시작한다. 무열이 가방에서 꺼내던 공기정화기에 스위치를 누른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눌러지지가 않자 주먹으로 내려친다.
실내를 가득 채웠던 하얀 연기가 작은 기계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은재가 자기 산소 호흡기를 빼서 무열의 얼굴에 씌운다.
은재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다. 눈물이 눈꼬리를 따라 흘러내린다.
은재의 눈동자는 먼곳을 보고 있다가 감긴다.
S#48. 은재의 집 거실(밤)
추석연휴때, 네사람이 송편을 만들었던 그때다.
무열은 반죽을 하고, 반죽의 물을 맞추느라 물주전자를 들고 있고, 용수는 잔소리중이다.
은재는 인터넷으로 '송편만드는 법'을 프린트하고 있다.
물이 튀었다고 무열이 화를 내고, 희경이 툴툴대고, 용수는 그건 아니라고 무열에게서 반죽을 뺏고,
화기애애하다기보다는 소란스러운 추석 풍경이다.
은재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희미하게 웃는다, 어쩐지 슬프기도 하다.
너무 행복하면 슬퍼지는걸까? 언젠가 잃어버릴 이날이 먼저 걱정이 되어서...
(무열) : 은재씨는 가장 행복한 날이 언제였어요?
S#49. 중명전 지하실(아침)
은재가 눈을 뜬다. 그때의 왁자한 소음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무열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무열 : 은재씨?
희경과 용수가 나타난다.
아직도 꿈속인 것처럼 그들의 얼굴이 흐릿하고 목소리도 멀리서 들리는 것 같다.
은재 : (아직도 꿈속인 것 같다) 고마워요
희경 : 에? 뭐가?
무열 : 뭐가요?
은재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앉는다.
무열 : 괜찮아요?
은재 : 예...(어지럽다. 벽에 기대앉는다) 다들 괜찮아요?
용수 : 머리가 좀 띵하긴 한데...
물을 건네주며 무열이 배시시 웃는다.
희경 : (혼잣말처럼) 좋아죽네.
은재 : ...??
무열 : (은재를 팔로 툭 친다. 진짜로 좋아죽는다) ....다 알아요.
은재 : 뭐가요?
무열 : (배시시 웃는다) 위험에 빠지고 나니까 진정한 사랑이 누군지 알게 된 거잖아요
은재 : ...?
희경 : 그러게 왜 하고많은 세 사람중에 저자식 입에다가 산소마스크를 씌워갖고 저 주책을 만드냐고?
은재 : (아무렇지도 않게) 깨어나서 다른 사람을 옮기려면 무열씨가 가장 적당했으니까요.
희경 : ...라는데?
무열 : (잠깐 움찔하지만)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 급박한 와중에 그런 계산이 나올 리가 없잖아.
은재씨!! 사람은 부끄러운게 아니예요. 왜 감정을 숨겨요?
좋아하면 좋아한다. 이 두사람보다 내가 더 소중했다!! 말을 해요
무열의 입에 용수가 빵을 밀어넣는다.
네사람이 빵과 우유로 요기를 한다.
은재 : (먹으면서) 어떤 부비트랩이 또 있을지 몰라요. 좀 더 조심해야겠어요.
무열 : 그래. 누나 때문에 다 죽을뻔했잖아. 생각 좀 하고 움직여라. 응?
희경 : (다먹은 빵봉지를 구겨 쓰레기통으로 쓰는 비닐 봉지에 넣으며)
늙으면 그저 콱 죽어야 돼, 정희경 어쩌다가 박무열한테 생각좀 하란 말을 다 듣고...에효~~
은재의 핸드폰이 울린다.
S#50. 어떤 사무실의 복도(밤)
카리스마 인부장하고 40대의 양복입은 책임자가 악수를 나눈다.
복도에서 20대의 남자가 전화통화중이다.
남자 :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S#51. 중명전 지하실(밤)
은재가 통화하는걸 무열, 용수, 희경이 바라본다.
은재 : (핸드폰을 가리며) 파업이 끝났대요. (몇가지 이야기를 더 듣다가 핸드폰을 끊는다) 파업의 원인이었던
책임자의 부정에 관한 자료가 위조였다는게 밝혀졌대요.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한다) 누가 왜......
희경 : (그녀가 궁금한건 따로 있다) 그래서. 공사 언제 다시 시작한대?
은재 : 크리스마스 다음날, (시계를 본다. 23일 밤 11시 51분이다) 약 32시간 남았어요.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희경 : (헬맷을 쓴다) 충분하네. 뭐. 서른 두시간이면 금 찾아서 기념촬영하고, 목욕한판 하고,
아침 먹고 커피 한잔 마시면 딱이네.
무열 : (들어갈 준비를 한다) 그럼. 서두를 것도 없어.
용수 : 그래도 슬슬 가볼까?
용수가 맨 먼저 들어간다.
희경이 들어가고, 무열이 따라간다.
무열 : 금방 올게요.
은재가 물을 조금씩 나눠 마시면서 눈으로 그들을 배웅한다.
S#52. 지하통로 4(밤)
무열, 용수, 희경이 청동거울 문을 지나간다.
S#53. 크리스마스의 야경(밤)
종로쯤이 좋을까? 가장 야경이 아름다운 거리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라고 말하는듯하다.
그 길을 달리는 차.... 백민철과 이산이 타고 있다. 그들이 덕수궁을 향해 간다.
S#54. 지하통로5(밤)
바로 앞씬의 환한 불빛 때문에 좀더 어두워보이는 지하통로를 용수, 희경, 무열이 걷는다.
셋 다 조심하면서 사방을 훑어본다.
무열 : 저기 혹시나 해서. 정말 만의 하나 혹시나야. 응. 서른두시간안에 금을 못찾으면 어떡하지?
희경 :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왜 미리 걱정하냐? 바보같이
무열 : 나도 아는데...그래도 혹시나란게 있잖아.
희경 :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정말로 마아아안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난 찾을 때까지 안나가.
용수 : (스윽 돌아본다)
희경 : (헬맷에 달린 마이크를 잡아 은재가 못 듣도록 한후에) 솔직히 말해서 두달 전부터 은재가 준 카드로 살고 있어.
생활비까지... 집세도 밀려서 보증금으로 까고 있구
무열 : 누난 보증금이 남았어? 난 벌써 다깠는데... 이번달로 정리 끝!! 금 못찾으면 이겨울에 노숙하다 얼어죽을지도 몰라.
용수 : 다들 왜 그러고 살어. 난 보증금은 온전한대.
무열 : (놀란다) 우와, 형 부자다.
희경 : (다시 사방을 둘러본다) 금은 있을거야. 금도 없으면서 이런 걸 만들었을 리가 없잖아.
무열 : 그럼. 미치지 않고서야...
용수가 멈춰선다.
희경 : (벽을 만져보면서) 근데 정말 금을 숨길려고 이렇게 만들었을까?
용수가 멈춰서는골 못본 희경이 용수를 민다.
용수 : (작은 비명을 지른다) 밀지 마....
용수의 손전등이 발아래를 비춘다.
길은 뚝 끊겼다. 길 아래 물이 찰랑거린다.
무열, 용수, 희경이 검은 물을 내려다본다. 3미터쯤 앞은 막다른 길이다.
용수가 손전등으로 지도를 비춘다.
S#55. 중명전 지하실(밤)
노트북 모니터 속.
지도를 가리키는 용수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용수) : 이길이 맞는데...
은재가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S#56. 지하통로5(밤)
희경은 손전등으로 물을 비춰보고, 무열은 돌을 주워다가 던져본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용수의 손전등은 천장을 훑는다. 다른 길이 없다.
무열 : 어떡하지?
대답이 없다. 세사람이 멍하니 앞을 가린 벽과 물을 쳐다본다.
S#57. 덕수궁 옆길(새벽)
백민철의 차가 덕수궁을 지난다. 백민철도 이산도 말이 없다.
크리스마스의 새벽은 푸른색으로 조용하다.
S#58. 지하통로5(밤)
절벽과 물을 앞에 둔 세사람. 쭈그리고 앉아 검은 물을 바라본다. 방법이 없다.
무전기가 치직댄다.
(은재) : 일단 철수하죠. 수중장비를 갖춘후에 다시 오도록 해요.
무열이 시계를 본다. '25일 아침 6시 32분'
여기서 철수한다는건 실패와도 같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다.
희경이 일어난다. 무열과 용수도 철수하기 위해 일어나는데, 희경이 겉옷을 벗어 가방에 구겨넣는다.
무열과 용수가 어리둥절해 쳐다본다.
희경 : (무열에게) 밧줄 풀러!!
무열 : 왜?
희경 : 얼른
무열 : (시키는대로 한다)
희경 : (무열이 풀른 밧줄을 자기 허리에 묶는다)
용수 : (희경의 손을 잡는다) 뭐할라구?
희경 : 내가 들어갈게.
무열 : (놀란다) 미쳤어? 이 물이 어떤 물인지 알고? 아까 하얀 가스 터지는거 봤잖아?
용수 : (동시에) 위험해. 하지마.
S#59. 중명전 지하실(아침)
은재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
희경이 다른 두사람과 옥신각신한다.
은재 : (무전기에 대고) 안돼요!! 말려요.
S#60. 지하통로5(아침)
무열이 희경의 손을 잡는다.
희경 : (무열에게서 손을 빼며) 황금은 원래 위험하게 찾는거야
무열 : 그래도...
희경 : (시계를 보며) 이제 25시간 정도 남았나? 나갔다가 언제 다시 들어와? 지금 나가는건 포기한다는 거야. 포기할거야?
(무열과 용수를 번갈아 본다)
무열 : ....
용수 : ....
희경 : 나는 후회할거야. 두고 두고. 미친년, 그때 들어갔어야지. 거기만 지나면 바로 황금이었을텐데... 그러면서...
무열 : (겉옷을 벗는다) 내가 갈게.
희경 : 넌 개헤엄밖에 못하잖아?
무열 : 내 개헤엄이 얼마나 수준급인데...
용수 : (헬맷을 벗고 겉옷을 벗는다) 내가 갈게, 난 어렸을때 배영까지 배웠거든. 보험도 들어놨고.
이중에 보험든 사람, 있어? 없지.
희경 : 이 인간들이 왜 이래? 둘이 그러니까 진짜 위험한 것 같잖아. (밧줄을 건네며) 이거나 잘 잡고 있어.
희경이 건네는 밧줄을 용수와 무열이 잡지 않는다.
희경 : 둘이 몇킬로야? 나보다 가벼워? 만약에 사태에 누굴 끌어올리는게 쉽겠나 생각해봐.
무열 : 그래도 남자가 둘씩이나 되는데...나중에 소문나봐. 쪽팔려서 어떻게 사냐?
희경 : (무열의 손에 밧줄을 억지로 쥐어주고 쭈그리고 앉아 물을 떠서 가슴과 얼굴에 바른다) 우리 외할머니가 서산 당진
그쪽에서 소문난 무당이었거든. 나 처음 났을때 그랬대. 이복 저복, 큰복은 없어도 명은 길구나... 저준지 축복인지...
(일어난다. 무열과 용수를 향해 씩씩하게) 별일 있다 싶으면 곧바로 잡아당겨. 머뭇대기만 해봐. 죽어.
무열 : (걱정스럽다) 누나!!
잠시동안 세사람의 시선이 엉킨다. 처음으로 진지해진다.
희경의 눈빛이 젖은 것처럼 반짝인다.
무열이 들고 있는 무전기에 파란 불빛이 반짝인다.
(은재) : 희경씨!!
S#61. 중명전 지하실(아침)
은재 : (무전기에 대고) 그만둬요. 위험해요.
희경이 벗어놓은 헬맷의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댄다.
(희경) : 아까는 고맙단 말도 못했어. 이를 너무 악물어서 피까지 났더라. 기대 이상이었어............고마워!!
희경의 말이 불길하다. 은재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S#62. 지하통로5(아침)
희경이 카메라가 달린 헬맷을 무열의 머리에 씌워준다.
희경 : 용수씨. 무열이...두 사람도...뭐 어쨌거나...대충... (말하려니 쑥스러워서 우물거리듯) 고마워.
무열 : 누나!!
용수 : 희경씨...다시 생각해봐 응?
희경이 돌아서 검은 물을 바라본다.
그때까지 함께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검은물위로 지나간다.
(인서트)
이제까지 함께한 세사람. 혹은 네사람의 몽타쥬.
웃고, 떠들고, 화내고, 울었던 일. 술먹고, 취하고, 잠자고, 위로받았던 일들이....
희경 : (검은 물을 향한채로 혼잣말처럼...) 정말, 고마워
희경이 물로 뛰어든다.
마치 심청이처럼...혹은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처럼...비장한 심정으로 몸을 던진다.
(인서트)
중명전 지하실
은재가 무전기를 움켜쥔다.
-다시 지하통로5
희경의 몸이 검은 물속으로 사라진다. 하얀밧줄이 물속으로 차르르륵 끌려들어간다.
검은 물에 파문이 생긴다.
(*고속촬영이면 더욱 간지 날 듯)
무열 : (울부짖는다) 누나아아아아아!!
무열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용수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밧줄을 노려본다. 희경이 들어간 물은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잠잠해진다.
무열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누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순간, 희경이 물위로 슬그머니 올라온다.
누나를 울부짖던 무열이 너무 놀라 사레 들려 콜록댄다.
용수 : (아직도 이해가 안돼서) 희경씨?
희경 : (밑을 내려다본다. 머슥하다) 아니 그게 깊이가....
물의 깊이가 가슴아래까지밖에 안된다.
무열의 사레걸린 기침소리가 더 고통스러워 보인다.
용수 역시 머슥해서 무열의 등을 두드려준다.
S#64. 중명전 지하실(아침)
다시 나타나는 희경을 보며 은재가 안도한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긴장했던게 풀려 심호흡을 한다.
화면 속 무열과 용수가 조심스럽게 물속으로 들어간다.
S#65. 중명전 앞(아침)
백민철의 차가 도착한다. 경비실에서 뛰어나와 문을 열어주는 두사람... 아식스와 아디다스다.
백민철이 아식스에게 보고를 받는동안 이산이 중명전 안으로 들어간다.
S#66. 지하통로5(아침)
물에 들어온 세사람.
숨을 들이쉰 무열이 잠수한다.
물속. 절벽같던 맞은편 벽, 물로 가려진 곳에 아치형 입구가 발견된다.
용수, 희경, 무열 순으로 물에 가려진 문을 통과한다.
S#67. 지하통로6(아침)
수문의 반대쪽은 계단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물밖으로 나온 희경, 무열, 용수가 추워서 동동거리며 물기를 닦고 겉옷을 입는다.
무열 : (덜덜 떨면서도) 누나. 괴장했어. 마구 마구 비장하대.
희경 : (쪽팔린다) 그만해라
용수 : 감동적이라 정말... (오버하며 희경 흉내낸다) 그동안 고마웠다
(위치를 바꿔 무열 흉내낸다. 손을 뻗치며) 누나아아아아!!
무열 : 지는, 울었으면서...
용수 : (깜짝놀란다) 내가 언제.
무열 : 나는 봤다네. 형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드는 것을...
용수 : 안울었어. 뻥치지마.
희경이 용수의 어깨를 힘주어 꽉 잡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계단을 올라간다.
용수 : (희경의 뒷통수를 향해) 아니야. 진짜...
무열 : (용수를 스쳐지나가며) 그 눈물의 의미가 뭘까나?
용수 : (어이없다. 따라가면서) 진실을 왜곡하지말라구.
S#68. 중명전 1층(아침)
이산과 백민철이 들어온다.
천장에 달린 카메라가 그들을 포착한다.
S#69. 중명전 지하실(아침)
자판을 두드리다가 은재가 볼펜을 쳐 굴러떨어진다.
볼펜을 집으려고 일어나는 순간, 삑삑 소리!!
노트북에서 나는 소리에 은재가 1층 화면을 키운다. 누군가 들어오고 있다.
장막을 치려다가 은재가 멈칫한다. 노트북 화면에 백민철과 이산이 보인다.
S#70. 마침내 그곳(아침)
계단을 올라오는 네사람.
희경이 맨먼저 올라온다.
희경 : 이렇게 개고생 시켜놓고, 황금은 각자 마음속에 있었다는둥 파랑새는 자기집 새장속에 있었다는둥
뻥치면 진짜 가만 안둔다. (하다가 문득 멈춰선다)
무열이 뒤를 따라오며 왜? 하다가 멈춰선다.
계단을 올라갈수록 불가사의한 광경이 눈에 띈다.
세사람 다 할말을 잃는다. 원형의 방은 중앙의 연못을 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길이 나있다.
길 밖은 함정같은 우물이 파져있고, 원형의 방벽에는 12간지 동물의 부조와 1부터 12까지의 한자가 써져있다.
사방의 네갈래 길의 끝에는 네 마리의 신수(神獸)조각상이 있다.
동쪽에는 푸른색의 청룡이, 남쪽에는 붉은색의 주작, 북쪽은 검은색의 현무. 서쪽은 하얀색의 백호다.
청룡은 유난히 크고, 주작은 작게 만들어져 있지만.
무열, 용수, 희경에게는 그런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이 들어온 곳은 서쪽 백호가 있는 곳이다.
동쪽 청룡상앞. 제단에 황금이 보인다.
세사람이 일제히 황금을 향해 달려간다.
그들이 밟고 지나가는 바닥에 한자로 뭔가 쓰여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1톤트럭 정도의 황금이 제단앞에 쌓여있다.
마침내 바라던 황금이다. 정작 황금을 보자 셋다 할말을 잃어버린다.
희경이 황금앞에 무릎꿇고 앉아 헬맷을 벗고, 황금을 쓰다듬는다.
자꾸 헛웃음이 나온다.
희경 : (혼잣말처럼) 진짜 있었구나.
용수 : (사방을 둘러본다) 그러게...
무열 : (희경의 헬맷앞 카메라를 보며) 은재씨. 보여요? 이거 보여요?
S#71. 중명전 지하실(낮)
노트북 화면. 무열이 카메라를 돌리면 황금이 보이지만....
은재는 엉뚱한 곳을 보고 있다.
문이 열리고 이산과 백민철이 들어온다.
백민철의 출현도 놀랍지만 이산은 예상밖의 인물이다.
은재가 이산과 백민철을 번갈아본다.
이산이 허리를 굽혀 비밀통로안을 들여다본다.
이산 : 17년을 돌아 겨우 여기로 왔군.
은재 : (이산을 보며) 어떻게...둘이 어떻게 같이...?
이산 : 아주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야. 실은 아가씨도 전부터 알고 있었어. 아가씨 아버지하고도...
이산이 은재를 향해 희미하게 웃고는, 비밀통로안으로 들어간다.
백민철이 들어가라는 듯 은재를 본다.
은재는 선뜻 들어갈수가 없다.
백민철 : 힘으로 해야만 말을 듣는 성격인가?
은재가 백민철을 노려보다가, 결국은 안으로 들어간다.
백민철이 그 뒤를 따른다.
S#72. 마침내 그곳(낮)
용수는 원형의 방, 적당한 곳에 놓여있는 열두개의 횃불에 불을 붙이면서 방안을 둘러본다.
바닥에 뚫린 구멍에 주의하면서...
벽에 새겨진 12간지의 부조. 네마리의 신수. 어쩌면 팔괘를 닮은 듯한 연못 가장자리의 장식들.
용수 : (혼잣말처럼) 이게 다 뭐야? (조각상을 쓰다듬으며) 이런걸 왜 만들었을까?
희경은 금위에 누워 가슴에 손을 모으고 있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왔다가 눈물이 나왔다가 꼭 미친것 같다.
갑자기 후레쉬가 터진다. 무열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눈가에 눈물을 매단채로 희경이 두손으로 v자를 그려보인다.
무열이 금위에 누워 셀카를 찍는다.
무열 : 형도 이리와!!
의문을 접어두고 용수가 기념촬영에 합세한다.
S#73. 지하통로 청동거울앞(낮)
가쁜 숨을 쉬며 자꾸만 느려지는 은재를 밀면서 백민철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는 은재의 '폐쇄공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이산이 청동거울앞에 멈춰선다.
이산 : (돋음 조각들을 손가락으로 쓸면서) 거울은 마를 쫓는다고 하지.
이산이 거울의 한쪽을 밀고 들어간다.
S#74. 지하통로-물에 잠긴 문(낮)
이산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은재는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는다.
백민철이 그제서야 은재의 이상을 눈치챈다.
백민철 : 무슨 문제가 있나?
은재는 숨을 헐떡이며 백민철을 노려볼뿐 말을 하지 않는다. 은재는 괴로워보인다.
은재를 내려다보던 백민철이 순간적으로 그녀의 뒷목을 친다.
축 늘어지는 은재를 받아안고 백민철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S#75. 마침내 그곳(낮)
황금더미위에 세명이 나란히 누워있다.
무열 : 어떻게 옮기지?
용수 : 밀차 같은게 있으면 좋은데...그건 좀 무리고. 들것을 만들까?
희경 : (마냥 좋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다 옮길게.
무열 : 근데 31톤치고는 너무 작지 않어. 3.1톤이었나?
희경 : 괜찮어 괜찮어. 사실 7천억 얘기하고 그럴 때는 판타지스러워서 실감이 안 났는데... 내 그릇엔 이정도가 딱 맞어.
무열 : (좋아 죽는다) 우리 누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너그러워지셨을까?
희경 : (역시 좋아 죽는다) 이몸이 부자가 되면서부터라네.
누구랄 것도 없이 세사람 모두 키득대는데, 문득 희경이 몸을 일으킨다.
무열과 용수가 희경의 긴장을 눈치채고 따라 일어난다.
이산을 따라 기절한 은재를 안은 백민철이 올라온다.
두사람의 등장을 믿을 수가 없다. 멀뚱 멀뚱 쳐다보는데...
무열이 기절한 은재를 발견하고 다짜고짜 백민철에게 달려든다.
백민철이 달려드는 무열에게 은재를 던져준다.
무열이 은재를 받으며 쓰러진다.
무열 : 은재씨!! 은재씨 (백민철을 향해) 너 이 나쁜 자식...무슨 짓을 한거야?
백민철은 말없이 이산옆에 선다.
용수: (이산과 백민철을 번갈아본다) 어떻게...?
이산은 그말에 대꾸하는 대신 바닥에 쓰인 글귀를 손으로 더듬으며 읽는다.
(*이때의 이산은 이전까지의 이산과는 전혀 다르다. 마치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의 인격이 변하는것처럼.
자세가 꼿꼿해져 키도 커진것같고 당당해진다. 마치 다른사람같다)
이산 : (바닥에 적힌 글을 다 읽고 방안을 둘러본다) 1615년. 광해군 7년에 만들어졌다는군.
그전부터 서울은 불의 기운이 강해서 흉하다란 풍수설이 있었는데 불의 기운을 누르고
(상대적으로 작은 주작을 만지면서 청룡을 바라본다) 물의 기운을 키운다!! 그래서 이 주작은 작고 청룡은 큰거야.
세사람이 이산을 바라본다.
무열은 은재를 희경옆에 내려놓는다. 언제든 백민철을 공격하려고 틈을 보지만,
별로 경계하지 않는 것 같은 백민철에게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산 : (이번에는 사방벽의 12간지를 살펴본다) 광해군이 창덕궁으로 옮겨간 후에 이곳은 잊혀졌지.
세월이 흐르고, 러시아공사관으로 도망갔던 고종이 이곳으로 돌아오고, 궁궐을 보수하다가 이곳을 발견한거야.
이산이 쌓아놓은 금을 바라본다.
희경이 자기도 모르게 '이건 자기거라는 듯' 몸으로 막아선다.
이산 : (천천히 그들앞으로 다가온다) 자네들은 그 정도로 만족하는 건가?
희경 : ...?
이산 : 그건 미끼야.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이 정도에 만족해라. (용수앞에 선다) 세 번째 지도를 보여주겠나?
용수 : (무열과 희경을 돌아본다)....
이산 : (손을 내민다)...
용수 : (세번째 지도를 건네며) 우리가 같이 하자고 했을때는 왜 싫다고 했어요?
이산 : 17년전에 배신당한 뒤로는 아무도 믿지 않기로 했거든.
용수 : 하지만...
이산 : (손을 들어 용수의 말을 제지한다. 12간지 앞을 서서히 걸으면서) 무거운 빛의 궁전 중명전, 가장 어두운 곳.
오얏은 뭇꽃과 다름없으나 다섯장 꽃잎을 떨구고 나면, 과실중의 과실을 얻을 것이다. 이것은 왕의 것이다!!
이산이 걸음을 멈춘다. 그곳은 12간지중 돼지에 해당하는 해(亥)!! 한자로 쓰여진 十二라는 글자가 보인다.
이산이 二자의 가운데부분을 누르고, 十자를 오른쪽으로 민다. 그것은 왕자의 모양이 된다.
그리고 옆으로 돌리자, 그르릉 소리가 난다.
바닥이 흔들린다. 사람들의 몸도 흔들린다.
연못의 물이 천천히 빠지기 시작한다. 드러나는 연못의 바닥....그것은 그야말로 31톤의 황금이다.
황금이 연못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횃불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 때문에 방안은 더욱 밝아졌다.
아~!! 모두들 넋을 잃는다.
그것은 욕심이 난다기보다는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슬플 지경이다.
쉽게 손댈 수조차 없는 압도적인 아름다움!! 황금이 뿜어내는 빛의 고귀함이 방안을 채운다.
희경은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다.
백민철조차도 어이없을 정도로 화려한 모습에 할말을 잃는다.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은 이산뿐인 듯...
이산은 만들어진 왕자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이산 : 덕수궁 지하에 비밀 장소가 있다는 걸 안 고종은 이곳에 여러 가지를 숨겼지.
망명자금, 일제가 알아서는 안될 비밀문서. 신하들에게 들켜서는 안되는 장부...
이산이 억지로 '왕'자의 손잡이를 잡아 빼자 기분나쁜 소리((*이것은 명확하게 보여져야 한다)와 함께
'亥'자의 부조 조각상이 열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서류와 책들이 쏟아진다.
이산이 장부들을 펼친다. 그는 뭔가를 찾고 있다.
기분나쁜 소리가 방안을 울린다. 원형의 천장에서 뭔가가 굴러쏟아지는듯한 굉음!!
백민철과 네 사람이 방안을 둘러본다. 불길하다.
백민철이 이산에게 다가간다.
백민철 : 아저씨!!
이산 : (뭔가를 찾는데 열중해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이게 아닌데....이것도 아니고...여기 있어야 하는데...
분명히 여기 있는데..
이산이 문득 옆으로 굴러간 둘둘 말린 장부를 발견한다.
위험을 느낀 백민철이 이산을 잡으려하지만 그손을 뿌리치고 이산이 장부를 집어든다.
이산 : (펼치는순간 아이처럼 얼굴이 환해진다) 찾았다.
이산이 백민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돌아서는 순간 子자의 부조가 뚫리면서 모래가 쏟아진다.
쏟아지는 모래가 이산을 강타해 쓰러트린다. 이산이 구멍속으로 떨어진다.
백민철 : 아저씨!!
그걸 시작으로 열두개의 부조가 펑펑 터지면서 모래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S#76. 번외편(제목: 어떤 만남...)
또다시 기필코 석양이다.
언덕위 강가....(이곳은 백민철의 고향이다. 백민철이 노모와 함께 왔던 올갱이 집이 있던 그 부근이다)
열두살쯤...백민철이 강을 보며 앉아있다.
해질 무렵...(언젠가 백민철은 희경에게 말했었다.
해가 질 이때쯤이면 기분이 이상해서 울고싶은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하다고)
백민철의 얼굴은 엉망이다. 코피가 나고, 얼굴을 부었고, 머리에는 피떡이 졌다.
코피를 닦아내는 주먹에 붕대가 감겨져있다. 화상치료중인 것이다.
설명하자면 그는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날마다 아이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있다.
이때의 백민철은 하얗고, 허약해보인다. 귀족적인 미소년에 가깝다.
그는 오늘 죽자고 한다.
살 이유를 찾아보지만 죽어야 할 이유가 훨씬 절박해서 그는 마침내 죽고자 한다. 강물이 유혹적이다.
그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털썩' 누군가 옆에 와 앉는다.
백민철은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젊은날의 이산으로 고물장사를 하던 시절이다. 길위에 고물 리어카가 있다.
부시럭 부시럭 대더니 이산이 주먹밥을 꺼낸다.
종이를 벗기면 호박잎이 나오고, 호박잎을 벗기자 둥그렇게 뭉쳐진 주먹밥이 나온다.
이산이 꾸역 꾸역 주먹밥을 먹기 시작한다. 마치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백민철은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쩝쩝대면서 맛있게 먹는다. 밥알 하나하나 남기지 않고, 손가락에 붙은 것까지 떼어먹으면서...
백민철은 신경질이 난다. 다 먹은 이산이 꺼억 트름까지 하자 자기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진다.
다 먹었으니 자리를 뜰줄 알았던 이산은 조용하다.
백민철이 흘깃 바라본다. 이산은 해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어쩐지 백민철은 이산이 좋아졌다.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나란히 앉아 해지는 강너머를 바라본다.
-길
어둑해지는 시골길
이산이 고물 리어카를 끌고 간다.
백민철이 터덜 터덜 그 뒤를 따라간다.
이산이 돌아보면 멈춰서서 딴데를 쳐다보다가 이산이 가면 그뒤를 쫓는다.
언덕길을 만나자 백민철이 얼른 리어카 뒤를 민다.
두사람이 언덕길을 넘어간다. 해가 진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