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4월 23일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이란 이름으로 미분양 해소대책을 내놓았다. 전국적으로 11만 6천호에 이르는 미분양 주택을 대한주택보증과 LH공사가 매입해 주고 기존 주택매입자에게 주택자금 융자와 보증을 확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주택시장에서는 이처럼 누적된 미분양 주택과 거래 침체 때문에 통매각, 떨이매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주택가격 폭락 시대’의 도래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토지시장은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세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년 들어 전국의 지가는 0.7% 상승하였으며 전국의 모든 시ㆍ군ㆍ구에서 매월 지가가 상승하고 있다. 전국의 지가는 지난 2000년 이래 평균 38.4%가 증가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서울과 인천, 경기도가 각각 59.9%, 47.3%, 53.1%가 올라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10년간 2008년 4/4분기와 2009년 1/4분기를 제외하고는 분기별 지가가 하락한 적이 없었다.
외곽신도시가 개발되어 구도심이 사실상 황폐화된 도시의 도심의 토지가격조차 정체되는 한이 있어도 좀처럼 내릴 줄은 모른다. 둔산지구의 개발과 시청의 이전으로 많은 상가가 비어 있는 대전광역시의 중구나 무안으로 도청이 이전하면서 수요가 위축된 광주광역시의 중구에서도 2002년 이후 2008년의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수요도 없는 토지의 가격은 왜 내릴 줄을 모를까?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각종 개발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지가가 상승했던 경험 때문이다. 황폐화된 지역에서도 언젠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될 것이고 그 때는 현재보다 훨씬 지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지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발사업이 진행되어 지가가 상승하게 되면 그로 인한 지가상승분을 토지소유주가 독차지할 수 있는 한 지가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어떠한 개발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인구나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지가총액은 1980년에 135조원이었지만, 1990년에는 1,168조원, 2000년에는 1,411조원, 2007년에는 3,172조원으로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1998년~2007년 기간 동안 지가상승분은 2,002조원에 달하였다. 지가상승분의 규모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추계한 것이기에 시가로 추계하게 되면 이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토지 및 주택에 대한 조세와 부담금의 총액(취득과세+보유과세+이전과세+부담금)은 116조원에 불과하여 지가상승분의 5.8% 수준에 불과하였다. 지가상승을 통해 발생한 개발이익을 개발부담금제도나 개발제한구역훼손부담금과 같은 직접적인 수단을 통해 환수한 규모는 약 2조원에 불과하여 전체 개발이익의 0.1%에 불과하였고, 기타 부담금과 양도소득세까지 합하더라도 35조원으로 1.7%에 불과하였다(변창흠ㆍ안균오, 2009).
개발사업으로 지가가 상승하고 지가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소유자가 독차지하는 한 토지소유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때문에 땅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토지에 대한 소유 집중도는 주택보다 훨씬 심각하다. 200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가구의 6.6%인 104만 가구가 소유한 주택이 4,774천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택재고 1,322만호의 약 36%이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발표된 토지소유현황 자료인 `2006년 토지소유현황`에 따르면 전국 인구의 약 1%인 50만명이 소유하고 있는 개인토지는 전국 개인 소유 토지의 56.7%인 2만7494㎢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면적(605.41㎢)의 45.4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토지의 과도한 소유 편중과 개발이익의 사유화는 부동산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분양 주택문제도 상당 부분 높은 지가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는 토지가격에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를 합한 가격 이하로 분양가격을 책정하도록 한 제도이다. 그러나 전국 미분양주택의 80% 이상이 집중된 지방에서는 높은 토지가격 때문에 건설업체가 분양가 상한제로 책정된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분양가격을 책정하더라도 기존 주택가격보다 훨씬 높게 된다.
금년 3월에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는 3.3㎡당 479만원이다. 지하주차장 건축비와 복리시설 설치비용 등의 가산비를 합산하면 3.3㎡당 건축비만 550만원 수준에 이른다. 토지가격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지방대도시에서는 최소한 3.3㎡당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에까지 이른다. 용적률 200%를 적용하면 건축비와 토지가격(최소 3.3㎡당 250만원)을 합한 조성원가는 3.3㎡당 800만원 이상이 되는 것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이 추진되는 기존 도심에서는 높은 보상비 때문에 토지구입가격이 더욱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지방의 주택사업자들은 주택을 분양할수록 손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비싼 높은 땅값은 높은 보상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발계획이 발표되거나 심지어 개발구상에 대한 소문만 나도 땅값이 오르기 때문에 낮은 땅값 때문에 개발사업을 착수했던 개발업체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며, 이에 기초하여 구상했던 사업성 분석은 모두 허사가 된다. 이미 일부 땅을 구입한 개발사업체로서는 사업이 장기화되면 금융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높은 보상비를 지급하고라도 토지를 매입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땅값을 올리고 있다.
오늘날 높은 지가는 비단 부동산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높은 토지가격은 기업의 산업용 토지가격을 상승시켜 원가상승으로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주택가격 상승으로 고임금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가계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토지정책은 땅값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오히려 땅값을 올리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왔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효율화 방안(2008.10.30)’이란 이름으로 토지이용에 대한 규제와 수도권 규제를 풀었다. 도시적 토지용도를 확대하여 가용한 토지의 공급을 늘림으로써 토지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토지의 공급 확대만으로는 절대로 지가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토지의 상품화만 확대함으로써 지가를 상승시킬 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투기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세제감면 조치이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가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가하락을 통해 주택가격을 낮추어 주택수요를 유발해야 하고, 기업의 생산용지 비용을 절감하여 저비용 구조를 유도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위기에 맞이하여 기어이 부재지주와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율을 일반과세에 10%의 세율을 추가하는 수준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취하고 말았다. 명분은 개인의 경우 개인 토지의 매도ㆍ매수를 자유롭게 하여 경제활성화를 지원한다는 것이었고, 기업의 경우 기업의 토지거래 활성화로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가는 다시 올랐고 지가하락을 통해 우리 가계의 안정과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지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틀을 새로 짜야 한다. 토지문제가 미분양 주택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전반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토지 거래의 활성화와 토지공급 확대를 통한 토지시장의 안정이라는 목표만으로는 오늘날의 문제를 해소할 수가 없다. 토지정책의 기본이념과 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하는 토지기본법을 제정하고 개발이익의 환수와 토지보상제도를 근본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오늘날의 부동산 문제는 토지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절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양평땅과 전원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