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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화) |
김해(14:30)~나고야(16:10)~히라유(2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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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은 히라유(平湯)까지 가는 것이다. 가미코지(上高地)까지 단박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히라유에서 가미코지로 가려면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터널이 19:00쯤이면 닫힌단다. 비행기 시간이 아침 시각이면 당일로 가미코지까지 들어갈 수가 있겠지만, 현재 항공 스케쥴이 그렇지가 못하다.(인천발 Asisna는 오전 출발)
부산에서 북알프스로 가려면 나고야로 가야된다. 나고야행은, KAL과 JAL이 있는데 두 항공은 서로 마주보고 출발을 하는 형태다. 즉 KAL은 한국사람 위주로, JAL은 일본사람 위주의 시간대로 편성이 되어 있다. JAL이 요금은 10만원가량 싼 편이나, 저녁에 출발하는 JAL을 타면 일본 도착 동시에 숙박비가 듦으로 결국 비용은 마찬가지라는 셈이다.
나고야에서 히라유(지리산으로 치면 원지나 덕산쯤 된다)까지 이동은, 대중교통으로는 나고야~마쓰모도(松本)를 경유하여 히라유로 가는데, 17:00 나고야를 출발해 당일로 히라유까지 도착이 어렵고 마쓰모도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가미코지로 들어가면 된다. 우리는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일본탐험」전세버스를 이용했다. 「일본탐험」은 이미 우리나라 산꾼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고, 2002년에 처음 갔을 때도 만났었는데 당시의 명칭은 ‘다테야마 산장(돈부리모텔)’이었다.
「일본탐험」노진강사장은 경남 의령사람으로, 젊은시절 부산 대륙산악회 일원으로 활동을 하다가 일본으로 들어간 사람이다. 또한 현지대학에서 ‘산악관광’ 강의도 맡고 있는 등 산에 대한 열정과 부지런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국)016-793-5661, (일본)090-3343-1646 / http://www.tateyama.co.kr
서울에서는 인천~도야마(富山)편을 이용하는게 낫다. 도야마는 가미코지 북쪽의 도시인데 나고야보다 거리상으로 훨씬 가깝다. 나고야에서 히라유까지는 180km 정도다.
북경올림픽 수영 200m 결승전. 박태환이 2등으로 들어오는 화면을 보면서 공항으로 간다. 휴가철이라 번잡할걸 예상하여 두시간 전에 집결을 알렸는데, 12:20 출국장에 전원 집합이 된다. 휴대폰이 필요한 사람들은 로밍을 신청하고 임대폰도 빌리고 하는데, 내 전화기는 최신폰이라(010) 일본가서 켜기만 하면 된단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
14:30 이륙 KE753
시속 300km에 이륙을 하고, 고도 10,000m가 넘은 시속은 850km가 된다. 김해에서 나고야까지 비행거리는 833km다. 기내식으로 점심을 때울 요량으로 배고픔도 참고 있었는데, 크림빵 하나에 물 한잔... 하나 더 달라해도 없단다.
16:10 나고야공항. 수속을 마치고 입국장으로 나오니 노진강 사장이 대기하고 있다. 본인이야 워낙 많은 사람을 대하다보니 일일이 기억을 못하겠지만, 세월의 흐름이 충분이 느껴지는 얼굴이다. 25인승 버스 맨 뒷자리에 배낭을 다 실으니 좌석은 한자리만 남는다. 버스에는 사전에 부탁했던 가스와 돼지고기가 냉장고에 준비되어 있다. (부탄가스 16개, 삼겹살 3kg)
20:00 히라유야영장 도착과 동시에 많은 비가 내린다.
사실, 히라유에 야영장이 있는줄은 몰랐고, 현지 도착해서 잠자리를 어떻게 찾아보자 했던 것인데, 노사장이 단박에 안내를 해준 것이다. [中部山岳國立公園] 현판이 걸린 관리사무실을 찾아 물어보니 캠프장은 ‘입빠이’라며 손을 흔든다. 하지만 비가 줄줄 내리는 현상황에서 다른데 갈데가 있나 억지로 재삼재사 부탁해, 평소 사용하지 않는다는 빈방 하나를 배정 받았다. 6,000엔짜리 다다미방이다. 마당 한가운데 취사장이 있다. 3면이 터져 있지만 지붕이 있으니, 우리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야영장도 1인 600엔이니 13명이면 오히려 싼편이다. 물론 13명이 다 들어 눕기에는 좁은 편이나, 바깥쪽을 더 선호하는 우리들이야 아무 문제될게 없다. 9시 넘어서는 취사장을 들락거리는 일본인은 아무도 없어, 우리 독차지가 된다. 저들이 보기엔 이상한 넘들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우리사 그저 즐거울 뿐이다. 노사장도 우리와 함께 어울려 한잔두잔 권하고 받다보니 운전도 포기지경이 되고 결국 우리와 함께 잔다.
2일
8/13(수) |
上高地(가미코지)~明神(묘진)~德澤(도꾸사와)~長塀山~蝶ケ岳(쵸우가다케)~▲2884.3~池塘~×2592 |
15.5 km 09:45 |
오늘 목적지는 쵸우가다케(蝶ケ岳)로 오르고 죠우넨다케(常念岳)와 중간쯤에 있는 찌이도우(池塘)까지다. 작년에 객꾼과 호연이 여기를 지나면서 봐둔터라, 식수는 물론 알탕까지 했다길래 야영지로 선정을 한것인데, 막상 올라보니, 물은 있는데 너무 탁해 선뜻 씻기조차 꺼려지는 상태였다. 아마도 작년 그때와는 강수량의 차이로 물 맑기가 다른 모양이다. 산정에 있는 연못이다 보니 강수량에 의해 달라질 수밖에 없겠다.
05:00 히라유 출발
04:00 기상키로 했는데도 설렘으로 인해 3시부터 부시럭거리더만 4시쯤되니 이미 배낭을 다쌌다. 노사장의 BUS로 들어가면 좋겠는데, 일본 연휴기간 셔틀버스와 택시를 제외한 일반버스와 자가용의 가미코지 출입이 금지 되는 기간이란다. 釜터널 입구에 [上高地 マイカ- 全面統行止] 팻말이 걸려있었다.
05:00 예약한 Taxi 3대가 도착했다. 3대에 13명이 다 타고 짐까지 실을 수 있으려나 걱정했더만, 일본택시는 앞자리에 2명(기사 제외)이 앉을 수 있고, 트렁크에도 화물을 묶을 수 있게 고무줄을 달아놨다. 여러번 해본 결과 기사가 그렇게 대비를 한 것일게다. 가미코지까지는 20분 정도 걸렸는데, 터널이 얼마나 긴지 까마득해 기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야꾸...니쥬키로...(약 20km)’라 하는데, 내 GPS에는 히라유에서 가미코지 전체가 15km도 안되는데, 일본택시 아저씨들 구라가 심한건지 거리 감각이 무딘건지 모를 일이다. 가미코지로 들어오는 유일한 찻길인 釜トンネル(가마터널)은 4월말부터 11월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 개방이 되고, 개방기간에도 야간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05:00~19:00 / 7-8월은 ~20:00개방)
05:30 가미코지 도착 아침밥
식사는 조별로 벌린다. 3명을 한조로 미리 4개조를 짜놨었다. 우리조는 모두가 약삭빠르지 못한 만만디형이라 내 배낭에서 떡국뭉치가 나올 때까지 선수를 치는 사람이 없다. 한바퀴 돌고 온 삼규가 “아뿔싸~!” 해봐야 이미 물에 들어간 떡국이다.
버스터미널과 함께 들어있는 건물 창구에서 보험을 들 수 있다. [ALPICO Group 上高地營業所]란 명칭이다. 보험료는 1인당 6박7일간 1,000엔에, 보험금은 사망시 262만엔, 구호자비용 300만엔 등인데, 혹시나 모를 헬기구조비가 여기서 담보가 된단다. 하도 ‘오금재리고, 찌리찌리구간’ 이라길래 들기는 드는데, 어쨌든 이 보험금 타묵을 일은 없어야 될 일이다.
06:40 가미코지 출발 (上高池 1,510m)
가미코지는 북알프스의 주 출입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우리가 내려온 쪽인 신호다카도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로써의 역할은 비슷하게 보이는데, 야리(倉)로 이어지는 풍광이 이에 못미치는 모양이다. 함께모여 단체사진을 박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한건 아닐 것이다. 부디 마치고도 이런 단체사진 박게 되기를...
07:32 묘진(明神館 1,540m)
차도 다닐만한 널찍한 길을 따라 간다. 아스사가와(梓川)라는 넓은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젊은 연인들, 엄마 손에 매달린 꼬맹이들, 또 이 시간에 내려오는 사람들,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쭉쭉뻗은 스기(杉)목 밀림과 하늘높이 장벽을 두른 능선에 감탄을 자아내며 거침없이 나가니 50분 걸려 묘진산장에 이른다. 일단 배낭을 내리고 초반부 흐트러진 대열을 바로 잡는다.
08:40 도꾸사와 (德沢 1,580m)
묘진을 지나고도 다시 종전의 그런 길을 40분 걸으면 역시 비슷한 분위기의 도쿠사와 산장을 만난다. 입구 풀밭 캠프장에 형형색색의 텐트들이 눈길을 끈다. 이제 주행렬은 곧바로 올라가는 요코(橫尾)로 이어지고, 우리가 갈 길은 우측 능선이다.
09:02 도꾸사와 출발
산장 바로 앞에서 우측으로 갈라진다 [長塀山 4.5Km] 방향을 표시한 이정표가 있다. 혹시나 도중에 개울이라도 있는가 싶어 옆에 있는 일본인에게 물어봤으나 역시 없단다. 우루루 수돗가로 몰려가 물통들을 채우는데, 공짜물은 여기까지다. 여기서 능선으로 붙고 사흘 후 신호다까로 내려올 때까지 공짜물은 없다. 신발끈을 다시 조이고 각오들을 다지지만, 까짓꺼 중산리서 천왕봉도 안되는데 겁 먹을거야 있겠나 싶다.
산장 뒤로 빠꼼하게 열린 길로 들면 바로 쳐올리는 까꼬막이다. 갈림길도 따로 없어, 나있는 길따라 그저 고도만 올리면 된다. 간간히 내려오는 사람과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있는걸 보니 그렇게 외진 길은 아니다. 철인 객꾼은 저만치 위에서 힘든 기색도 없이 올라가지만 언제 이런 배낭을 져봤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무게에 밀린다.
12:00 2,485m (연못)
고도 500을 올리는데 한시간이 더 걸렸다. 2000m가 넘으면서 잠시 길이 평탄해지며 한숨 돌리게 해준다만 이내 까꼬막이 앞을 막는다. 올림픽에 나간 선수들 처럼 2차시기에 도전하게 되고 다시 500을 올릴 즈음 우측에 자그만 연못이 나온다. 반갑긴 하다만 물빛이 씨커매 손도 못담그겠다.
12:18 長塀山 (나가카베야마 2,564.9m)
너댓평 되는 공터에 삼각점 기둥만 덩그러니 꼽혀있다. 숲으로 둘러쌓여 조망도 없는데 일본산의 삼각점은 우리네와 같이 번호가 적힌 기반 위에 대리석기둥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대리석 기둥만 세워져 있는데 굵기는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삼각점은 남쪽 큐슈의 소보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쉬고 있는데 일본녀 하나 올라오니 갑자기 분주해 진다. 서로 달려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작업들을 걸어대는데, 역시나 이런 작업도 말이노 제대로 통해야지... 다들 제풀에 떨어지고 객꾼만 느긋하게 수작을 건다. 음흉한 웃음을 날리면서.
뒤로 나서면 건너편에 더 높이 보이는 봉우리가 쵸가다께다. 안부로 내려서면 다시 우측에 작은 연못이 나오고, 왼편은 평탄한 초원인데 여러색의 야생화가 어우러져 있다.
13:00 妖精の池(요세니노 이께 2,600m)
두 번째 연못에서 20분을 더 오르면 나오는 세 번째 연못이 지도에 표기된 妖精の池다. 앞의 두 개보다는 더 커보이나 역시 물빛이 탁해 마시기는 커녕 손을 담그기도 망설여진다. 가만 들여다보니 도롱뇽이 몇 마리 꼬물거린다.
妖精の池에서 다시 오르면 쵸가다께 직전 안부로 잠깐 내려앉는데, 이 안부를 지나고부터 갑자기 나무들이 바짝 엎드린다. 아예 땅바닥을 기는 형상이다. 소나무 비슷하게 생긴 하이마츠(はい-まつ/這松)라 불리는 눈잣나무다.
13:18 蝶ケ岳 (쵸가다께 2,677m)
드디어 주능선에 올라섰다. 도꾸사와에서 4시간이 걸린 셈이다. 정상부를 알리는 새로 세운듯한 깨끗한 정상목이 있다. 맨 먼저 서쪽 건너편 호다까다께(穗高岳) 능선으로 시선이 집중된다. 前穗高岳(마에~) 奧穗高岳(오쿠~) 北穗高岳(기타~). 모두 3000미터가 넘는 고봉들인데, 마치 2999m까지만 보여 주겠다는듯, 하늘금은 구름띠가 두텁게 드리워져 있다.
13:30 蝶ケ岳ヒュツテ (쵸가다께산장)
마당 식탁에 점심상을 폈다. 물은 산장 안에 한쪽 구석 수도꼭지에서 담아 가는데 ‘자율적으로’ 1리터에 150엔이라 적혀 있다. 어차피 자율이니 돈통에 넣고 안넣고는 본인 자율이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우리팀 대부분이 유달리 자율(?)에 강했다.
화장실 앞에는 빗물을 받아놓은 커다란 물통이 있는데 작은 물컵이 끈에 달려있다. 최소한으로 손가락만 씻어라는 소리인거 같은데, 위생상 좋은거 같긴하다만, 화장을 손으로 하나? 3천고지 산만디에서까지 너무 깔끔떠는거 같기도 하고, 컵 크기를 보니 쫌팽스럽기도 하다. (점심식사 ~14:40)
쵸가다께 산장에서 출발하면 이제 본격적인 능선산행길이다. 전망대라 표기된 봉우리에는 사방 방위표가 새겨진 동판이 설치되 있다. 360도 방향으로 돌아가며 산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조망이 그리 맑지 못해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15:03 요꼬 갈림길
작년 호연과 객꾼이 이 길로 내려갔다면서 감회에 젖는다. 도꾸사와(德沢)에서 長塀山으로 곧장 오르지 않고, 요코(橫尾)까지 진행 후 여기로 올라서는 길도 있다. 우리도 처음에 그렇게 선을 그었다가, 長塀山으로 고쳐 올랐다. 요코에서 여기로 오르는 길이 경사도가 더 하단다.
15:17 蝶槍(ちょう やり 초야리)
마치 창처럼 뾰족 솟은 봉이라 ‘작은 槍ケ岳’라 부를만한데 산이름은 나비‘蝶’을 붙였다. 돌을 쌓은듯 굵고 작은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봉인데 조망은 뛰어나다. 뒤로는 지나온 蝶ケ岳와 앞쪽으로는 내일 가야할 常念岳가 구름속에 모습을 반쯤 보여준다. 초야리에서 돌비탈을 다 내려선 안부 풀밭에 노부부가 텐트를 펼치고 있다. 池塘의 물 상황이 그런줄만 알았다면 우리도 여기다 텐트를 폈을것이다만, 일단은 목표한 池塘을 찾아 올라간다.
16:06 池塘(찌이도우)
ち-とう는 높은 산의 습원(濕原)에 있는 못이나 늪을 말한다. 들뜬 마음으로 힘듦도 참으며 목표점을 찾아냈으나 정작 눈에 보이는 물은 長塀山 오름에서 만난 妖精の池나 다름없는 씨커먼 물이다. 수면을 이리저리 훑어내니 아쉬운대로 세수는 할만하다만 도저히 마실 형편은 못된다. 도리없는 일이다 직전 봉에서 눈으로 보며 점지해둔 야영터가 될만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16:30 ×2592
池塘에서 바로 올라선 봉우리다. 비탈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정상부에 그런대로 텐트를 펼만해 이리저리 자리를 골라 잠자리를 만든다. 아직은 훤한 시각인데, 텐트 다 치고 모여 앉으니 난데없는 모기떼가 달라든다. 암만 연못이 주변에 있기로서니 2,500 꼭대기에 무슨 모기떼가 사는지 모를 일이다. 역시 이 분야 전문가인 객꾼이 생풀을 뜯어 모깃불을 피우니 더 이상 달려들지 않는다.
준비한 메뉴도 햇반 종류라 물이 그리 쓰이지 않아 큰 문제는 없다. 햇반도 미리 연습해본 결과 그대로 뜯어 먹을만한 종류로 구입을 했기 때문에 물 끓일 일도 없는 것이다. 학봉 배낭에서 나온 미사일 한방이 13명을 조용히 잠재운다. 내일 또 새벽길을 나서기로 하고 일찍 눕는데,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들 그런대로 쾌적한 밤을 보냈다.
한사람은 바로 달문이다. 무게에 대해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다가 막판에 ‘동우산악회’의 홑껍데기로 된 비박텐트를 일부러 주문제작해서 들고 왔는데, 이 놈 때문에 밤새 생쇼를 하고, 결국 아침에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파묻어 버린것이다.
문제는 습기였다. 속에 들어 누운지 한시간도 안되어 내부에 습기가 차는데 이건 습기가 아니라 물이 줄줄 흐르는 수준이라, 닿으면 침낭 버릴까 염려되어 왼쪽을 피하면 오른쪽이 닿고, 오른쪽을 피하면 또 왼쪽이 신경 쓰이고, 정가운데로 몸을 길게 뻗으니 바닥이 비딱해 아래쪽으로 쭈욱 미끄러져 내리더라나. 듣고보니 가관이 아니더라. 결국 밤새 잠한숨 못자고, 아침에 용단을 내린것이다. 나중에 어찌될갑세 도저히 저넘은 없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원인분석
동우산악회의 비박용텐트라고 하는 것이, 나일론 또는 포리에스터 원단에다 PU를 코팅해놓은 것인데, 방수는 문제가 없겠으나, 사람이 안에 들어가면, 인체에서 나오는 열과 외부 바깥의 찬공기가 원단 안팎으로 마주치면서 습기는 자연적으로 발생을 하게 되어 있음.
고아텍스라 하는 원단은 통기성이 있어 그나마 습기가 덜 발생하나 PU코팅된 원단은 안팎이 완전 차단되어
무더운 여름철에는 안팎의 온도차가 크지 않으므로, 물방울이 덜 발생하나, 외부 기온이 내려가면 더해짐.
후라이가 있는 텐트는 내부 텐트와 후라이와의 공간이 완충작용을 해 물기가 덜하거나 생기지 않음.
결국 이 텐트는 바람을 막으려 밀폐할게 아니라 최대한 바람이 잘 통하도록 지면에서 띄우든가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되므로, 텐트라기 보다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나 이슬을 막는 천막용으로 사용함이 가하다. .... (조은연구소 제공)
3일
8/14(목) |
×2592~常念岳(죠우넨다케)~常念岳小屋(고야)~大天井岳(오뗀죠우다케)(大井莊)~大天井흇대~西岳(니시다케)흇대 |
14.1 km 10:20 |
04:00 DANA 700g 침낭은 좀 두텁게 느껴졌다. 다리 밑이 꿉꿉해 빤쓰바람으로 텐트밖에 나오니 바로 으슬한 한기를 느낀다. 바깥은 그래도 텐트안은 4~500g 으로도 충분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으로 배낭무게만 늘린 셈이다. 지리산에서와 달리 크게 부르지 않아도 다들 잘 일어난다. 늑장부리다가 뒤쳐질까 염려가 되는 심정은 다 마찬가지 일게다.
04:50 동녘하늘이 벌겋게 터지는걸 보며 이틀째 산행에 나선다. 바람이 쌀쌀해 윗도리 하나씩 더 걸치고, 숲속은 아직 어두우나 랜턴을 켤 정도는 아니다. 동쪽에 반짝거리는 도심지 야경은 아마도 마쓰모도(松本市)쯤 되겠다.
계획한 4일간 일정중 오늘이 가장 멀고 힘이드는 구간이다. 西岳을 넘어 大槍(오오야리)흇데까지 17km에 일본지도에 표기된 시간기준으로 12시간이다. 우리나라 마루금이라면 8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마는, 가보지 않은 이상 판단은 할 수 없고 일단 진행해 볼 밖에. 그렇더라도 내일 구간이 짧으므로 도중에 접어도 큰 문제는 없다는 복안을 깔고 간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은 죠넨다께가 엄청난 부담으로 어깨를 누르는데, 발길은 아래로 떨어진다. 아래쪽 안부에서 죠넨다께 정상까지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등로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야영지에서 100m 정도 가라앉은 다음 다시 높아진다. 30여분 씩씩거리며 올라서니 ×2512봉이다만 죠넨은 아직도 태산이다.
06:35 죠넨다께 (常念岳 2857m)
대체적으로 능선의 왼쪽으로 이어진다. 우측(동)은 직벽이나 다름없다. 흙길과 바위너덜, 가다가 쉬고, 쉬었다 가고, 몇 번이나 숨을 고른지 모른다. 겨우겨우 다리를 달래고 표정관리하며 올라서니 웬걸 쪼맨쓰키 꼬맹이 둘을 동반한 가족이 정상부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너머 산장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다만, 그래도 배낭 뒤에 매단 태극기 우싸는 안해야 되니 나름대로 체통유지에 용을 쓴다.
골짝마다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구름은 능선을 넘지 못하고 되감기며 원을 그린다. 건너편 호다카 능선과의 사이에 있는 골짝도 온통 구름이라 동판으로 설치된 방위표를 들여다보며 방향만 확인한다. 동판에는 360도 돌아가며 산봉우리 이름들이 빼꼭하게 새겨져 있는데, 남동방향으로 후지산(富士山)과 남알프스 최고봉 기타다께(北岳)도 보인다.
일본산의 특징이라면, 우리와 달리 정상석이 없고 이정표형태의 정상목과 신을 모신 작은 사당모양의 목조물이 있다. 그 안에는 위패나 조각물이 있고 일본인들은 여기다 경배를 하고 돈을 얹어 놓기도 한다. 동판에 새겨놓은 둥근 조망도는 우리도 벤치마킹 했으면 싶은 물건이다.
07:25 죠넨다께 고야 (常念岳小屋 2,463m)
돌이 줄줄 흐르는 비탈을 지그재그로 내려서면 산장이다. 어디나 그렇지만 산장 앞에는 알록달록한 텐트들이 여러동 있다. 식수를 공동구매로 600엔 어치 사놓고 후미를 기다린다. 어제 아침 선두에서 쳐올리던 이교수가 제법 쳐졌고 나역시 고장부가 생겼다. 북알용으로 새로산 등산화가 맞지 않는지 발목 뒷부분이 까지며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영알 훈련 때도 이상 없었고 어제도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더 황당스럽다. 장산에게 상처부위는 응급조치 받았으나, 신발은 어쩔 수가 없다. 이후 오른발은 샌달로 바꿔신고 진행하니, 한쪽엔 등산화, 한쪽에는 샌달을 신은 이상한 놈이 된다. (아침식사 ~08:30)
09:22 橫通岳 (요코도시다께 △2,787.0m)
한자 풀이 그대로 옆으로 돌아가는 다께(岳)다. 정통마루금파로써는 용서가 안되는, 直通岳으로 바꿔야겠지만 천근만근인 한걸음이 버겁다. 제발 횡통악만 나와라 바라는 심정이다. 어쨌든 사진으로 나온 옆사면 따라 한줄로 돌아가는 그림이 아주 그럴듯하다.
잠시 주춤하던 이교수와 객꾼이 다시 선두를 달린다. 橫通岳부터는 계속 사면길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히가시덴죠다께(東天井岳 2814m)를 지나 한시간 반가량 사면길은 이어진다. 비탈에 걸려있는 눈덩이 위로 올라가 똥폼 만들어내며 사진들도 박고, 우측으로 크게 꺾이는 나까덴죠다께(中天井岳 2850m) 능선어깨에 배낭을 내리는데 안개구름이 엄습해 지척도 안보인다. GPS화면을 보니 바로 앞이 ‘오덴죠 산장이다. 불과 100m도 안되는 거리다.
11:10 오덴죠(大天莊) 갈림길
안개속에 휩싸인 산장이 귀곡산장처럼 희미하게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西岳로 가는 갈림길이지만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 길 찾는데는 문제가 없다. 왼쪽으로 바로 질러갈 수도 있고, 오덴죠다께(大天井岳 2992m) 올랐다가 내려올 수도 있으나, 우리가 무슨 정맥 마루금타는 사람도 아니고, 조망이라고는 없는 날씨에 올라갈 일은 없다. 두말없이 왼쪽으로 꺾는다. 직진은 [燕岳(스바꾸로다께)方面]인데, 객꾼은 내년코스로 잡고 있다. 바위가 하얀산이라 여자들이 좋아한대나, 마눌님을 동반한단다. 여자들이 하얀산을 좋아하는지 빨간산을 좋아하는지... 별걸 다 아는 객꾼이다.
빗방울이 후두둑거려 다들 배낭커버를 씌운다. 내림길에 굵은 통나무 사다리를 여럿 밟는다. 왼쪽 급비탈 아래로 골짜기가 훤하게 드러난다. 보기엔 좋다마는 헛디뎌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도중에 걸릴 아무것도 없다. 大天井岳 올랐다 내려오는길과 만나면 바로 아래 빨간 산장지붕이 보인다.
11:40 오덴죠흇대(大天井ヒュツテ 2,663m)
비교적 한산하고, 내부도 깨끗하다. 안쪽 벽에 야생화 사진들이 걸려있는데 대부분 오면서 만난 것들이다. 이름들을 몇 번 되뇌어 보지만, 돌아서면 그만이다. 인심좋아 보이는 산장주인이라 안에서 밖에서 되는대로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헷갈리는 것이 이정표에 大天井이라 적어놓고 영문으로는 DAITENJYO, OTENJYO 표기가 다 있다. 大자가 ‘다이’인지 ‘오’인지, 지맘대로 읽는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南岳와 北穗高岳 사이에 있는 다이끼렛도(大キレット)를 오오끼렛도로 읽는 사람도 있다. (~12:30)
12:55 ×2540
[ビックリ平] 팻말이 있다. 빗꾸리다이라. ‘깜짝놀랄 평원’으로 해석이 된다만 놀랄 일은 없고 빗줄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도상 ‘喜作新道’로 표기된 전반적인 내림길이다.
14:07 아까이와다께(赤岩岳 2488.7m)는 왼쪽 사면으로 질러간건지, 아무 표식도 없어 모르고 지났는지 모르겠고, 세지는 빗줄기에 고개는 더 숙여진다. 西岳직전 안부에서 西岳로 오르는 부분 날등이 아주 위험해 보인다. 무너지다 만 것이거나, 곧 무너져 내릴 것 같기도 한 바위 날등 위로 길이 이어진다. 천둥이나 한번 맞거나 큰 진동이 있으면 바로 무너져 내릴 것 같아, 발로 디디기도 조심스럽다. 아마도 저 부분이 무너져 내린다면 大天井岳에서 西岳로 이어지는 길이 끊기게 될까 걱정이다.
14:40 니시다께 산장(2686m)
길은 자연스레 산장으로 이어지고 西岳(니시다께 2758m)는 일부러 올라야 되는 봉우리다. 비를 피하느라 겨우 한 평쯤 되는 산장 처마 밑에 오골오골 모여드니 산장 주인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어디에나 그렇듯이 기본면피는 해야겠다 싶어 300엔짜리 토마토 하나 팔아줘도, 돈 받는 순간 짤막한 미소가 스칠 뿐 그 뿐이다. 빨리 비키라는 투다.
어쨌든, 여기서 결정을 해야한다. 계획대로 大槍(오야리)까지 가느냐 여기서 접느냐 이다. 시간상으로는 모자람이 없으나 여기서부터 최대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고, 내리는 비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산장주인 눈치보며 잔머리들을 부지런히 굴려대다가, 결국 여기서 접는걸로 낙찰이 되나, 텐트 묻어버린 달무이는 우짤거냐, 방도 없다는데... 하긴 야영지도 없다고 했다.
객꾸이로는 코뮤니케이션에 부족함이 있어, 거의 일본인이나 진배없는 이교수께서 해결을 본다. 억지사정으로 달무이 자리 하나 얻고 -물론 돈은 6000엔 다 주고- 야영지도 배정을 받는데(두당 500엔), 제대로 된 야영터는 이미 텐트가 여러동 쳐져있어 틈이 없고, 그냥 능선상에 훤히 벗겨진 터에 안내가 된다.
지형을 살펴보니 걱정은 된다마는, 시방타임 바람은 그리 없고 달리 옮길 터도 없는지라 능선상에 길게 한줄로 텐트들을 폈다. 잠깐 비가 소강상태인 틈을 타 재빠르게 텐트를 치는데, 여기서 만만디 선수들은 텐트 펴는 도중 쏟아지는 폭우에 홀딱 젖어 버린다.
집 다 짓고 들어앉으니 16시 반이다. 빗줄기는 더 세어져 꼼짝 못하고 누웠는데, 천둥에 벼락까지 난리도 아니다. 여기서 끊은게 만번다행이다 싶은 생각을 하면서 그 와중에도 깜빡 잠이 든다. 한시간쯤 지났나, 웅성거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니 비가 말끔히 그쳤고 내일 진행할 능선이 한순간씩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슬아슬해 보이는 칼날 능선길이다만, 이 때만 해도 사진들을 찍어대며 풍광에 흥겨워했다.
이내 어두워지고, 각자 취침모드로 들어가는데 20시쯤 부터인가 비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숫제 텐트를 날려버릴 기세다. 혹시 여기서 그대로 날아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모두가 같았다. 서로 고함 질러대며 생사확인(!)을 해가며, 지지팩을 보강하기도 하고 대비책을 강구하지만 따로 어찌할 바가 없다. 잠시라도 잠잠한 틈이 있어야 텐트를 옮기든가 해보지, 가만앉아 바람이 멎길 바라는 일 밖에는 할 일이 없다.
그렇게 악몽같은 긴긴밤을 보내고, 예정대로 04시 출발 준비를 하는데, 비가 멎질 않는다. 텐트 안에서 나머지 짐을 몽땅 꾸리고, 마지막으로 밖에 나가 텐트를 둘둘 말아넣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모두들 그렇게 하는데, 나를 빼고는 모두 개인용 텐트라 혼자서 할려니 예삿일이 아니다. Inner Tent를 발로 밟고, Fly를 걷어 접는데 제대로 될 리가 있나. 그것도 비바람 치는 깜깜밤중에 말이다. 나는 그래도 삼규와 둘이서 협력자가 있으니 비교적 수월타 여기며 후라이를 접고 있는데~!, 순간 텐트 본체가 하늘높이 공중부양을 한다.
누구를 탓하고 말고는 나중 일이고, 부웅 떴다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텐트를 거저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다. 밝기나 하면 어디로 날랐는지 보이기나 하지, 글자 그대로 어둠속에 묻혀 버렸다. 순간 손에 꼭 쥐고 있던 후라이로 눈이 가고, “예라이~, 갈려면 같이 가거라...” 고이 날려 보내드렸다.
산개미님은 후라이 접다가 까딱했으면 행글라이딩 탈 뻔했고, 모두들 오라지게 한판 전쟁을 치렀다. 이렇게 니시다께에서 공중부양을 시도한 텐트가 나말고도 또 있었고 배낭커버 날린 사람도 있다. 망할넘의 니시다께. 그리하야, 우리는 니기미다께로 고쳐 부르기로 한 것이다. 내꺼는 준희선배님의 특별한 하사품이었는데, 그 첫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으니...
4일
8/15(금) |
西岳~水保乘越~히가시카마오네(東鎌尾根)~大槍(오오야리)흇데~槍ケ岳(야리다케)山莊(~槍ケ岳정상)~니시카마오네(西鎌尾根)~樅沢岳(모미사와다께)~双六小屋(스고로꾸고야)~双六池(연못) |
11.8 km 12:05 |
04:30 니시다께 출발
어쨌든 갈 길이 남았으니 떠나야 한다. 비는 다소 수그러들고 날도 희끄무레 밝가온다. 니기미산장 뒤 [槍ケ岳]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등로는 니시다께 사면을 따라 급강하 한다. 물 묻은 철사다리를 디디기가 조심스럽다. 돌길을 잘못 디디면 줄줄 흘러내리기도 한다. “낙석~!”, “돌~!” 고함소리가 연이어 터진다.
05:07 다내려서니 해발은 2507m. 200m를 순식간에 떨궜다. 앞서 내려갔던 일본사람 서너명이 길을 터준다. 우리가 보기엔 답답한 사람들이지만, 핼멧을 쓰고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저들에게 우리는 무대뽀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05:37 지도에 ‘水保乘越’(미주마다노꼬시)라 표기된 안부다. [倉沢] 이정표가 있는데, 이 길로 내려가면 야리사와를 거쳐 가미코지로 갈수 있는 말하자면 탈출로다. 출발부터 뒤쳐지는 이교수가 심상찮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본인의 동의를 얻어 하산키로 결정한다. 마침 깨소금도 동참을 원하길래 두 사람은 여기서 하산하고, 내일 신호다카에서 만나기로 한다.
06:35 사다리구간
직벽에 설치된 쇠사다리가 4단으로 이어진다. 언뜻보면 남덕유산 정상부의 사다리 형태지만 그 경사나 길이는 비할 바가 못된다. 한단의 길이가 6~7m에 4단으로 연속된다. 경사는 90도이고, 좌우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수직계곡이다. 한사람 겨우 통과할 폭에 녹이 씨커멓게 쓸었고, 사다리를 고정시킨 볼트나 줄은 또 믿어도 되는건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호연 왈, “작년엔 삐거덕 거렸는데 지금은 고정되어 있네요..”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흔들거리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단 말인가. 한번 더 갈 일이 있다면, 로프로 확보한 다음 내려가야겠다. 여기만 지나면 길은 순해진다. 아찔함이 다소 덜하다는 말이다. 접었던 스틱을 빼내도 될만한 길이다. 올라서는 길에 방향을 표시한 표석이 있다. [主意 安全方向......昭和六年...] 소화6년이면 1931년이다. 일본의 등산역사를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의 지리산 산행기록이 있지만, 등산역사는 우리보다 일본이 앞선걸로 안다. 그렇더라도 요즘의 폭발적인 등산붐은 우리나라를 못따라오는 것 같다.
지도상 히가시카마오네(東鎌尾根)라 표기된 길을 1시간가량 진행하게 되는데 槍ケ岳 좌우로 東鎌尾根, 西鎌尾根이란 표기가 있다. 鎌(가마かま)은 낫, 尾根(오네おね)는 능선을 뜻한다. 동쪽의 낫능선은 수긍이 간다마는 서쪽은 낫이 아닌 그저 평탄하고 푹신한 흙길이었다.
07:40 오오야리흇대 (大倉ヒュツテ)
비는 미세하게 흩날린다. 조심스럽게 산장 주인한테 물어보니, “다이죠부~” 괜찮다는 말이다. 제법 붐비는 산장인데도 맘씨조은 주인이라. 실내에는 난로도 피워놓아 훈훈하고, 벽에는 [小屋內 火器嚴禁]라 붙여놓고도 버너 피우는데 전혀 게의치 않는다. 니기미산장 주인은 여기와서 좀 배워야 겠다. (아침식사~08:40)
어제 니시다께에서 끊기전 계획이 여기까지였다. 3시간 걸렸으니 시간상으로는 올만 했는데 그 천둥벼락칠 때, 날등 사다리에 걸려있었다면 어찌되었겠는가. 반대로 여기까지 왔었더라면 텐트를 안날려 먹었을지도 모르긴 하지만, 사람 일을 알 수가 있나. 어쨌든 니시다께에서 끊길 잘했다는 생각이 앞선다.
오오야리 흇대 뒤로 나가면 길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 아래로는 가미코지 하산길, 직진은 셋쇼흇대(殺生ヒュツテ) 우측 능선길이 槍ケ岳 가는 길이다. 안개가 자욱해 조금만 떨어져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10분도 채 안 걸려 아래쪽에 殺生ヒュツテ가 보인다. 살생산장이라, 산장이름이 왜 이리 험한지 모를 일이다. 죽고 살고 하는 산장인데 무슨 사연이나 있는겐지.
09:23 槍ケ岳山莊 (3,087m)
드디어 최고봉이자 우리 구간의 절반지점에 왔다. 실 거리상으로는 절반이 훨씬 넘는 지점이지만 穗高岳능선 동편에서 서편으로 넘어가는 지점이라 의미상 중간지점으로 보는 것이다. 배낭들을 내려 한쪽구석에 정렬한 다음, 쉴사람은 쉬고 정상조는 정상으로 오른다. 구름이 꽉 끼어 보이지 않는 정상에 굳이 관심이 없기도 하다만, 그래도 발자국은 찍어놔야 안되겠나.
09:44 槍ケ岳 정상 (3,180m)
이름 그대로 하늘을 찌르듯 솟아있는 창끝으로 오르는 길 역시 만만찮다. 두손두발 다 써가매 기어오르면 마지막 부분은 쇠사다리다. 다행히 사다리를 양쪽에 두개를 달아 오르내림을 따로 하게 해놨다. 북알프스 최고봉 오쿠호다까다께(奧穗高岳 3,190m)에 10m 모자라 최고봉 소리는 못듣지만 그래도 위치상으로는 북알프스 남부의 정점에 위치한 봉우리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 또한 穗高연봉보다 훨씬 빼어났다.
東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니시다케, 오덴죠우, 조넨, 쵸우가다케로 이어지는 조넨산맥,
西로는 우리가 진행할 모미사와, 스고로꾸, 가사케다께...
北으로는 시로우마(白馬)연봉으로 다테야마(立山)...
南으로는 나카다케, 미나미다케, 기타호다카다케, 오쿠호다카다케...
이런 조망이 보인다......카더라..... 날 조은날 말이지... 왜 이 자리에서 니기미산장 이름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니기미산장.
다시 산장으로 내려와, 남는 돈(??)으로 삐루 한잔씩 돌렸다. 야리산장은 규모도 그렇거니와 항상 사람들로 들끓는다. 가미코지에서 시작하는 산행의 1차목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방도 계곡을 통해 올라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 야리 정상을 감싸던 구름이 걷힐 때 마다 탄성이 터져 나오는데, 그 감탄사는 일본말이나 한국말이나 동일하다.
11:00 야리 출발
정상 구경하고 삐루 사먹고 화장하고 오만짖(!) 다하다 보니 1시간40분이 흘렀다. 참, 스고로꾸 산장에 전화도 했지. 집 날려먹은 사람 셋에 집 파묻은 사람 하나, 해서 4자리를 예약했다. 산장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입구에 이정표 [双六, 笠ケ岳, 西鎌尾根] 가 있다. (스고로꾸 가사께다케 니시카마오네)
11:50 千丈乘越 (센죠노꼬시)
줄줄 흘러내리는 내리막이 다하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능선길 안부에 나무 기둥이 박혀있고 사방으로 방향표시가 되어 있는데 北으로는 通行不可다. 왼쪽(남)으로 내려가면 奧穗高岳 뒤쪽(서) 계곡이 된다. 여기부터 지도상 니시카마오네(西鎌尾根). 즉, 서쪽낫능선인데 낫이 아니라 우리말로 고속도로다. 이번구간 야생화 구경은 여기부터 스고로꾸까지 이어지는 니시카마오네가 하이라이트 였다.
특별한 휴게소도 없어 비교적 완만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햇볕이 나오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걷히는 날씨라 젖은 텐트들을 꺼내놓고 말리기도 한다. 계곡 아래쪽에 흐르는 물이 보이고 졸졸 소리도 들리는듯하다. (12:30~13:00 점심)
오르내림이 없다면 산도 아닐것이다만, 그래도 이런 능선길은 하루종일이라도, 혹은 산악 마라톤이나 싸이클이라도 탈만한 길이다. 꽃밭에 노니는 라이조(雷鳥) 한쌍을 만나기도 한다. 야생화꾼 삼규는 사진 찍느라 주저앉기 일쑤라, 어디까지 쳐졌는지 모르겠다만 바쁠 일 전혀없다.
14:30 池
지도상 硫黃乘越(이오노꼬시)라 표기된 직전. 평평한 분지형태의 땅에 작은 못이 보인다. 달려가 수질을 확인하니 어제 비가 내린탓인지 그저께 본것들 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작은 웅덩이라 들어가면 금새 흙탕물이 될 터이라 코펠로 끼얹는걸로 만족을 한다. 그래도 사흘동안 세수한번 못한 몸들이라 환호성을 질러대며 너도나도 벗어재낀다. 머리에 끼얹고 등물을 치고, 발동이 걸리니 아예 홀랑 벗고 달려드는 사람도 있다. 이런 웅덩이는 이후 몇 개 더 나오고 물이 있어 그런지 곳곳에 야영흔적이 보인다.
15:07 우측(북)으로 흘러내린 능선은 붉은 황톳빛이고 그 아래 봉우리는 아예 순백색이다. 지도를 보면 硫黃尾根, 赤岳, 硫黃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유황성분이 있어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가 보다.
15:42 樅沢岳 (모미사와다께 2,755m)
느긋하고 신나게 아무런 부담없이 나가다가 정상 표시목을 만난다. 이제 오늘의 종점 스고로꾸는 20분 거리라 배낭 내리고 후미를 기다린다. 삼규가 뜻밖의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단다. 평소에도 꽃따라 다니는 친구라 이런 강행군에 몸이 놀랬나 보다.
정면에 나타나는 육중한 봉우리. 스고로꾸다께(双六岳 2,860.3m)는 허리에 허연 만년설을 걸치고 있다. 푹꺼진 안부에는 빨간지붕 산장과 왼쪽 너른터에 울긋불긋 텐트촌이 펼쳐지고, 객꾼이 알탕노래를 불러대던 双六池도 보인다. 꼬불꼬불 지그재그 길을 다 내려서면 산장마당으로 떨어진다. 오늘의 종점이다.
16:20 双六小屋(스고로꾸고야 2,564m)
산장 고무인에 ‘SINCE 1926’으로 되어있다. 계산해 보면 82년째로, 역사가 있는 곳이다. 평온한 분위기의 마당에는 사람들이 많다. 텐트조는 집 지으러 가고, 예약조는 방을 배정 받았다. 니기미산장에서 하루 잔 달무이 말은, 30cm도 안되는 폭에 낑겨 자느라 혼이 났다고 했는데 여기는 1m 정도되는 폭의 요를 혼자 쓴다. 종업원 아가씨도 싹싹하게 온몸으로 -말이 안통하니- 세숫간, 식당 등을 일러준다. 객꾼이 뒤쳐진 삼규를 데리고 들어왔다. 즉시 의사 장산이 출동해 진맥을 하고 호흡을 채크한다.
이어 처방이 나오고 약이 투입된다. 삼규는 죽을상인데, 의사쌤의 처방은 의외로 ‘별거 아니다’ 란다. 일시적인 반응으로... 전문용어로 뭐라뭐라 한다. 좀 쉽게 설명을 하라하니...간단하게 “꾀병” 두 마디로 압축이 된다. 즉, 탈진증세가 보이긴 하나 본인의 주관적인 병이지 객관적인 병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쌤의 처방대로 한두시간 쉬고나니 멀쩡히 소생했다. 어쨌든 든든한 전문의가 동행을 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런 ‘주관적인 병’으로도 헬기를 부르고 난리를 칠 수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산장에 들어온 김에 맛이나 보자싶어 매식을 했다. 800엔짜리 카레라이스인데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남은 동전(!)으로 生삐루 한 두잔 돌리니 발동이 걸려 부지런히 술을 사러 다니는데 결국 매점에 술을 거덜냈다. 납작한 2홉들이 니카소주 였는데, 산에서 술을 찾는 사람들이 없는 모양이라 몇병 있지도 않았다만, 남은 술 떨이한 셈이다.
모두가 소곤거리는데 대놓고 떠드는 사람은 우리뿐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사고의 일본인들 문화가 그런모양인데,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런 야외에서까지 소곤거리는건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 심지어 켐프장엘 들어가도 텐트마다 사람이 들어 있기나 한건지, 빈집인지 궁금하기까지 할 정도로 조용하다. 공중도덕도 좋긴 하지만 사람 사는게 이래서야 어찌 산다고 할 수 있겠나.
5일
8/16(토) |
双六小屋(스고로꾸고야)~弓折岳(유미오리다케)鞍部~鏡平(카가미다이라)~시시우도가平~小池新道(고이께신도)~와사비平~新穗高(신호다카) |
13.6 km 07:00 |
(http://www.sugorokugoya.com)
오늘 일정은 속세로 내려가는 일이다. 신호다카 온천으로 내려가 1박할 예정이니 서두를 일이 전혀없다. 빨리 내려가봐야 술밖에 더 먹겠나. 새벽 4시쯤부터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하나둘 빠져나가더니 6시가 되니 계속 누워 있기도 어색하게 우리만 남았다.
앉으면 눕고 싶은게 인간의 본성이라 아침밥도 돈으로 떼웠다. 라맨 한 사발 800엔주고 샀는데 삼규는 100엔에 공기밥 하나를 추가했다. 역시 돈은 조은것이여. 지갑만 좀 더 두텁게 가져오면 만사가 수월해지는데 뭔 고생들을 그리 해대는지 모를 일이다 (옆자리 일본사람 생각)
캠프장에 맨땅조들도 침낭을 볕에 널어놓고 여유롭게 앉아있다. 연못이 산장과 캠프장에 너무 인접해 객꾼의 알탕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긴 연못을 들여다보니 넓이는 웬만한 운동장 만하다만 깊이는 훤히 바닥이 들여다보일 지경이라 깊은 곳이라 해봐야 허리나 잠길까 싶다.
지도를 펴놓고 이리저리 지형을 짚어본다. 당초 계획으로는 스고로꾸에서 바로 하산하는 길과 弓折岳(유미오리다께)에서 직진, 拔戶岳(누케도다께)에서 笠新道(가사신도)로 내려가는 두 가지 안을 갖고 있었으나 막판에는 늘 그렇듯이 만사가 귀찮아 지는 법이라 쉬운길로 내려가기로 한다.
09:00 짐을 꾸려 하산길로 들어간다. 내려서면서 돌아보는 스고로꾸 산장의 그림은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다. 언뜻 보기엔 스고로꾸 연못 물길따라 곧장 하산 하는듯 보이나, 연못의 물은 서쪽 双六谷으로 흐르고 신호다카는 왼쪽 능선 너머 골짜기다. 왼쪽 사면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능선을 넘는다. 군데군데 만년설 무더기가 남아있고 벤취도 놓여있다. 이쪽 능선 역시 온갖 꽃들이 바람에 넘실거린다.
10:00 弓折岳(유미오리다케 2,588.4m) 갈림길
하산길은 유미오리다께 직전 안부에서 갈라진다. 제법 너른터에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아래로 鏡平山莊이 내려다보이고, 구름에 덮혔지만 정면은 야리다께 방향이다. 보이지는 않아도 멋진 야리조망대임을 알 수 있다. 연못을 품고있는 鏡平山莊 또한 멋진 경치다.
왼쪽으로 떨어진다.
직진 능선으로도 몇몇 사람들이 진행을 한다. 弓折岳(유미오리다께)에서 이어지는 능선은 찌지부사와, 拔戶岳(누케도다께), 笠ケ岳(가사케다께)까지 이어진다. 여력만 남았다면 이어보고 싶은 산줄기이다만 여건이 그러하질 못하고, 날씨도 조망이 안나오는 날씨라 눈길만 한번 주고 발길은 아래쪽으로 향한다. 이제 내려서면 본격적인 하산길이고 신호다까온천까지 내림길로만 이어진다.
10:50 鏡平山莊(가카미다이라 2,300m)
鏡은 かがみ로 거울을 뜻하고, 平은 ひら또는 たいら인데 여기서는 たいら로 평평한 곳을 말한다. 위에서 본 그대로 산중턱에 위치한 평평한 분지인데, 꽤 큰 연못이 두 개나 있다. 맑은 날 연못 수면에 槍ヶ岳봉우리가 거울처럼 비친다고 鏡平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한가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내려가는 길은 지리산 분위기가 느껴진다. 산죽밭 사이로 이어지는 물고랑 같은 길이다. 2200쯤 내려오니 햇볕이 나오고 멀리 속세가 보이기 시작하고 새소리도 요란스럽다.
11:48 고이께신도 (小池新道)
오르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들과 수시로 부딪히며 큰 방굿돌 하나 있는 갈림길에서 쉰다. 지나가던 아줌씨 둘과 대화가 되는데, 도요다산악회 패찰을 달고 있다. 먼 산중턱에 오르고 내리는 케이블카가 하얀 점으로 보인다. 저기까지 가야 신호다카다.
新道라 하길래 임도가 나올줄 알았는데 가도가도 그길이 그길이라. 등산로 이름이 小池新道다. 아마도 새로 길을 정비하고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갈림길이 있다. 어디로 가든 잠시 벌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데 꽂아놓은 팻말이 재미있다. 왼쪽은 [急登 ゴロゴロ 早着コ-ス] (빨리 오르는 데굴데굴 코스), 오른쪽은 [樂 ジグザグ コ-ス] (즐거운 지그재그 코스). 우리는 내려오고 보니 ‘고로고로 코스’로 왔다.
12:55 물을 만났다. 졸졸 흐르는 물이라 발이라도 담그려 신발들을 벗고 물로 들어가는데, 웬걸 담그자말자 뛰어 오른다. 그 차기가 얼음물이라 담가놓을 수가 없다. 나는 10초도 못 견디겠는데, 또 내기가 들어간다. 30초에 일본주 한병. 학봉이 기꺼이 응하며 30초를 견뎌낸다. ‘음~ 독한넘...’
온도계를 담가보니 10℃다. 지리산 물은 오히려 따뜻한 편이고, 설악산 희운각 앞에서 자주 내기들을 하는데, 마찬가지로 푹 담그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설악산 물이 14℃였던걸로 기억이 나는데, 한 여름철 10℃를 우습게보다가는 얼어죽는 수가 있다. 멋모르고 백두산 천지에 퐁당 뛰어 들었던 객꾼이 거든다.
“온 몸의 근육이 오그라드는 느낌... 그 때 정말로 죽는줄 알았다”
그래도 근 일주일만에 발을 깨끗이 씻고 닦고 하니 기분 또한 맑아지고, 이제 인간세계로 들어갈 채비라도 하는가 싶다. 잠시 내려가니 더 넓게 터진 개울이 나와 밥을 먹자며 자리를 펴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뙤약볕에 놀래 황급히 배낭을 둘러맸다. [わさび 50分] 팻말이 있다. 천상 와사비까지 가야 될듯하다.
더 넓어지는 개활지로 나서는 부분에, 가미코지에서 산으로 들면서 본 [등산자 카운터] 장치가 여기도 있다. 산에서 쏟아져 내린 돌덩이가 아예 강을 이루듯 흘러내린 흔적이고, 지금도 산사태는 계속되는 모양이다. 이 높은데까지 불도져가 올라와 보강작업을 하고 있다.
13:36 합수부 다리
小池新道(고이께신도)가 끝나고 임도가 시작된다. 도랑은 모여 큰 내를 이루고, 槍ヶ岳쪽 골짜기로 다리가 놓여졌는데 땅바닥에 페인트로 ↑奧丸山(오쿠마루야마)라 큼지막히 적혀있다. 여기까지는 차도 들어올만한 길이다.
13:55 わさび平 (와사비山莊)
길이 좋으니 배고픈 줄도 모르고 내려왔다. 스기나무 우거진 숲속 임도변에 자리잡은 아늑한 산장이다. 라면을 끓이고, りん-ご (링고-사과)도 하나씩 사먹는다. (점심 ~14:50)
와사비산장에서 20분을 내려오니 弓折岳(유미오리다케) 능선길에서 내려온 길과 만나는 곳이다. 능선을 탔더라면 여기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어 10분을 내려오니 패쇄된 간이발전시설이 있다. [あぶない, なかに はいらないで ください] (위험, 안에 들어가지 마시오) ‘아부나이’가 위험하다는 말인걸 또 하나 배웠다.
다 온거 같으면서도 길은 하염없이 돌고돌다가 급기야 소나기까지 내린다. 황급히 배낭을 덮고 비옷들을 걸치는데, 니기미산장에서 배낭커버 날려먹은 장산은 이판사판이다. 길옆 너덜구멍에서 허연 김이 뭉실뭉실 나온다. [風穴](풍혈)이란 팻말이 달려있다. 머리를 갖다대니 에어컨 바람이 나온다.
16:05 신호다까온천
차량 방지용 차단기를 넘어 나오고, 이어 신호다카 온천지구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먼저 내려갔던 이교수와 깨소금이 반가이 맞아준다. 평소대로 아침 일찍 출발을 했다면 벌써 내려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늦어서 걱정을 한 모양이다.
여기서 야영을 할 계획이었고 예약한 버스도 내일아침 여기로 오기로 되어 있는데, 먼저 둘러본 사람들이 야영장이 없어졌단다. 지도에는 아직도 ‘캠프장’이란 표기가 있다. 비는 줄줄 내리고 있어 막가파식으로 아무대나 비박할 상황도 못된다. 황급히 작전회의를 소집하고, 히라유로 나가기로 결정을 한다. 바로 앞에 있는 온천탕은 16:00까지 무료란다. 버스시각을 알아보니 히라유로 나가는 차가 16:50이라, 목욕도 생략하고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랐다. (870엔/1인)
신호다카에서 30분가량 걸려 히라유에 도착하고, 첫날밤 묵었던 야영장으로 가보니 역시 ‘입빠이’란다. 그렇다고 우리가 갈데가 있나. 다시 얼러고 보채서 우리가 묵었던 방문을 열게했다. 평소에는 내놓는 방이 아니라는데, 아마도 우리같은 사람을 위해 잠궈놓는 모양이다.
平湯(히라유) 역시 온천지구다. 100엔 할인하여 400엔씩 주고 대중탕에 들어 말끔히 씻어내고, 야영장 옆 그럴싸한 식당에서 만찬을 벌렸다. 마침 오늘이 장산님 생일날이라 한잔 두잔 추가하다가 결국 이집 술도 동내고서야 자리를 파했다. (20:30)
야영장에 돌아와서도 여흥은 가라앉지 않는다. 온천지구이긴 하지만 24시 마트가 있는것도 아니라 술을 구하기가 난감한데, 재주좋은 객꾼은 어디서 만들어 왔는지 대병소주 두병을 구해왔다. 식당집 아저씨도 원래 판매용이 아니니 다른데가서 절대로 어디서 샀다는 말을 하지 말라며 내주더란다. 참으로 능력있는 객꾼이다. 산행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대병 두 병이 자빠지니, 그 병에다 맹물을 채워서 술처럼 주거니 받거니 한다.
6일
8/17(일) |
平湯(히라유)~名古屋(나고야) 쇼핑~나고야공항~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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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0 히라유출발
남은 양식을 한데 다 모으니 한 이틀은 더 있을만한 양이다. 가스도 16개를 준비했는데 6개가 남았다. 간단히 아침 끓여먹고 남은거는 모두 대절버스 기사한테 선물하기로 했다. 어차피 가스는 비행기에 싣지를 못하니, 다시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좋으련만.
가미코지로 들어갈 때는 4시간 가까이 걸린거 같은데 나올 때는 2시간반 걸렸다. 속력을 더 낸거 같기도 하고 고속도로도 다른길인거 같기도 하다. 나고야 JUSCO백화점 몽벨매장에 들러 각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적당히 시간 때울데를 물색하다가 바닷가로 갔다. 수족관, 돌고래쇼 등등이 있었는데 각자 취향대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고, 공항으로 이동한다.
16:50 나고야 출발 ............
추가 자료들은.... http://blog.paran.com/hansemm/27817125
첫댓글 잘봤습니다. 멋진곳이죠..저는 오쿠히다 온천 여행만 다녀왔었는데 언젠가 꼭 한번 북알프스 오르고 싶군요.
멋지군요! 중국청도에 출장와서 읽는데 30분이 걸리는군요!!!!!!!!!!!!!!!!!!!1
멋진 추억을 만드셨군요 ... 긴 일정을 멋지게 정리하셨구요 ,,,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멀리 바다건너 일본 정복하고 오셨네요 즐거운산행여행~~~
재미있게 다녀오셨네요 부럽습니다...
북알프스 동경하고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만 좋은 후기 즐감하고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안전산행 축하드립니다,허락없이 펌합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한번 도전하려 합니다.....트랙도 올려주시면 감사하겟습니다....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네요..
산행하는 것 보다 산행기 쓰기가 더 힘드셨겠습니다^^ 왜국정벌을 축하드립니다. 딴지 하나 ㅎㅎ 링크가 경남 사람과산이 아니고 OK... 입니다
정말 수고했십니다. 장편 소설 읽는 기분이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