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강우현(49). 직업 사장. 회사 이름 남이섬 주식회사. 월급 100원. 8월말 현재 통장에 입금된 1년치 연봉 1200원. 본업이 그림동화작가요 그래픽디자이너인 사내 하나가 낭만 가득한 섬 남이섬을 동화의 나라로 변신시키고 있다. 이름하여 ‘100원짜리 꿈’. 30대 이상에게 낭만과 추억의 공간으로 열려 있던 강원도 춘천 남이섬, 도대체 이 사내가 어떻게 ‘디자인’을 하고 있을까. 지난해 9월, 주말이면 남이섬을 찾아와 굴러다니던 나무토막으로 장군장승을 만들어 세우던 무렵이었다. 남이섬 소유주인 민웅기·이계영씨 부부가 그에게 섬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부부는 향락적인 유원지로 변하는 남이섬을 안타까워 하던 차, 쓸데없는 물건으로 예술작품을 만들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강씨가 미더웠다. 유원지 남이섬은 남이섬주식회사로 탈바꿈했다. 월급은 100원. “대신 1년 안에 매출을 두배로 올리고 나서 남은 돈은 내 멋대로 쓰겠다고 했죠.” 월급 1원을 내걸었던 당시 모 은행장보다 100배는 더 일할 거니까 디자인 비용으로 100원이라는 ‘거금’을 달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1년만에 매출은 20억원에서 45억원으로 뛰었으니, 이제 멋대로 쓰는 일만 남았다.
◆ 월급 100원 받는 강우현 사장
‘월급 100원’도 상당히 파격인데, 경영 방식도 도무지 현실감각이 없다. 70명 넘는 직원들은 그를 ‘또라이 경영자’라 부른다. 우선 남자 직원에게 생리휴가를 준다. 남자들도 한 달에 한 번 쯤은 직장을 때려치고 싶은 ‘정신적 생리’를 한다는 것. 일주일까지 한꺼번에 생리휴가를 쓸 수 있다. 직원 유니폼도 3가지. 입고 싶은 옷을 골라 입는다. 또라이 경영자는 남이섬을 이렇게 바꿔 놓았다. 전봇대를 모두 뽑아버리고 전선은 땅에 묻었다. 남이섬에 들어가면 뵈는 것은 아름드리 나무 숲뿐이다. 파란 잔디 위에선 아이들이 거침없이 공차며 논다. 숲 길 사이로 연인들은 2인용 자전거를 타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는다. 숙박시설은 기존에 있는 것을 그대로 활용했다. 호텔 40실(5만5000원)·방갈로 5개(4만5000원)·민박형 숙소 10개(2만~6만원)·별장 6동(14만~23만원)이 있다. 예약은 관리사무소. (031)582-5118. 최근엔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주기 위해 병을 활용해 방갈로를 짓고 있다. 병으로 지었으니 ‘병갈로’란 이름을 붙이고 기존 방갈로보다 두 배나 비싼 9만원을 받을 생각이다. 바깥보다 2배 이상 비싸게 받던 매점에선 시내 수퍼 수준으로 값을 내렸다. 6000원하던 캠핑요금도 지금은 무료다. 누구든 텐트를 치고 어두운 밤 빛나는 별빛을 바라볼 권리가 있다. 지금은 주차비 4000원과 자전거 1시간 대여료로 5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가격을 좀 더 내릴 생각이다.
TV드라마 겨울연가 촬영팀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해 29만명이던 방문객이 올 8월까지 45만명이 넘었고, 대만에서 온 ‘겨울연가’ 팬들 7000명도 다녀갔다. 기념품점 ‘연가지가(戀歌之家)’에선 추억이 깃든 ‘옛날 도시락’(4000원)을 판다. 철 도시락에 김치와 계란프라이를 깔고 밥을 얹었다. 즉석에서 불에 데워 준다. 찬 도시락을 난로에 데워 먹던 70~80년대 풍경 그대로다. 김치볶음밥 맛이 난다. 남이섬은 가평에서 배를 타지만 주소지는 춘천. 명물 먹을거리 닭갈비(2인분 1만6000원)도 맛볼 수 있다. 남이섬에서 직영하는 닭갈비집 ‘섬향기’에선 숯불에 닭갈비를 척척 얹어 구워먹는다. 20여년 넘게 운영되어 온 말타기·비행기 등 어린이 놀이기구며 어느 유원지에서나 볼 수 있는 사격게임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임대계약이 끝나는 내년이면 놀이기구는 없어진다. 유원지가 아니라 환경이 살아 숨쉬는 문화공간이 강씨의 꿈이기 때문이다. 참 많은 일을 이뤄 놓았다. “글쎄요, 저보고 부지런하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게으르다는 생각은 않는 것 같아요.” 물어본 사람이 머쓱해졌다. “내년이면 확 달라집니다. 남이섬 법(法)을 만들어 법을 지키겠다는 사람만 들어오게 할 겁니다.” 법이라야 거창하진 않다. 쓰레기 버리지 않기, 나무 꺾지 말기, 아무렇게나 뛰어노는 토끼·사슴과 야생동물 괴롭히지 말기… “인간으로서 지켜야 한다고 믿는 것들” 뿐이다. 예치금 5만원을 미리 받고 법을 잘 지킨 사람이 나갈 땐 5000원을 더 얹어주고, 법을 지키지 않은 사람은 5000원을 빼는 ‘황당한’ 계획을 검토 중이다. 100원짜리 월급쟁이를 탈출하고, 마음대로 쓸 돈이 생기면 뭘 할건지? “좋아하는 소주를 빼면 달리 돈 쓸 일이 없어요. 남이섬에서 세계대회를 열겁니다. 2005년이면 동화작가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이에요.” 유원지에서 동화 나라로 변신! 이 가을 초입, 그대 남이섬에 가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눈여겨 보라.
▲먹을 곳: 남이섬에서 먹을 것은 기사에 나온 옛날 도시락 과 닭숯불갈비 . 7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한번쯤 추억에 젖어볼 만하다. 남이섬 직영 섬향기에서 파는 닭숯불갈비는 소갈비처럼 칼로 두툼하게 편 닭갈비를 석쇠 위에 얹어 숯불에 구워 먹는다. 기름이 쪽 빠져 맛있다. 석쇠는 웬만해선 바꿔주지 않는데, “양념이 탄 것일 뿐”이라는 게 이유. 버섯전골 (2인 1만6000원)· 산채비빔밥 (7000원)도 낸다.
▲묵을 곳: 남이섬엔 호텔·별장·민박형 숙소가 있다(기사 참조). 예약하지 않으면 방 잡기가 어렵다. 게다가 강우현 사장은 “앞으로는 예약문화를 완전히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남이섬 선착장 입구엔 모텔과 민박이 많이 있다. 피카소모텔(031-582-0038)·산장민박(582-1706)·리버풀모텔(582-2127) 등.
▲가는 길: 남이섬 가는 길은 두 가지. 6번국도 타고 팔당대교 지나 45번 국도에서 양수리쪽으로 간다. 새터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청평을 지나 가평오거리에서 우회전, 남이섬 방향. 구리 도농삼거리에서 곧바로 46번 국도를 타도 된다. 하나 어느 길로 가든 6번국도로 빠지는 길을 택한다. 가평오거리로 가는 길보다 20여㎞ 돌아가는 길이지만 주민들이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라고 이름을 붙일 만큼 산길 드라이브 재미가 쏠쏠하다. 길가에 달과 6펜스·헬리콥터카페·귀곡산장·갤러리로코( 위치·전화번호 지도참조 ) 등 독특한 식당·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다. 남이섬 선착장에서 왕복배삯 포함 입장료는 5000원. 돌아오는 길은 46번 국도를 택하든, 6번 국도를 택하든 엄청나게 막힌다. 46번 국도변 청평인근 숲속의 소라 (585-5445), 6번 국도변 팔당댐 못미쳐 봉쥬르 (576-7711)에서 차 한 잔 하며 쉬어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