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버모리 (Tobermory)
정 창균
나이아가라 에서 시작한 브루스 트레일은 800키로를 북으로 달려 토버모리에서 그 긴 여정을
멈춘다. 지도를 보면 오이 꼭지 처럼 툭 튀어나와 레이크휴론 (Lake Huron)과 조지안 베이 (Georgian
Bay) 를 갈라놓는 브루스 반도, 그 꼭지점에 있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작은 항구도시가 토버모리이다.
이 항구 선착장 앞에 자그마한 돌탑 하나가 서 있는데, 브루스 트레일 남쪽 기점인 퀸스톤 공원에
있는 돌탑과 모양과 크기가 똑같다. 그 돌탑에는 그 곳이 트레일의 끝이 아니라 북쪽의 시작점 임을
알려주는 안내문이 적혀있다. 남쪽 기점에서 시작하여 매주마다 조금씩 북쪽을 향해 길을 이어가다가
마침내 그 끝을 밟았노라 흥분하며 돌탑을 끌어안고 감격해 하는 하이커들에겐 허탈감과 실망을 주지만,
산길에 무슨 끝이 있겠는가. 길은 시작이 있을 뿐 끝이 없다는 가르침을 그 돌탑은 일러주고 있다.
브루스 반도 동쪽은 여름철 휴양도시로 유명한 오웬 사운드 (Owen Sound)와 봄을 예보하는 그라운드
호그(Ground Hog)로 잘 알려진 와이어 톤(wire ton), 건 포인트 (Gun Point)를 장착한 바위 절벽이 일품인
라이언스 헤드 (Lion’s Head) 등이 있고, 서쪽으로는 넓은 모래사장과 세계에서 세번째 로 석양의 낙조가
아름답다는 서블 비치 (Sauble Beach)와 고풍스런 정원도시 킨카딘(Kincardine)이 있다.
토버모리 항구는 물이 맑고 깊어 스쿠버다이버 들의 사랑을 받고 잇는 곳이기도하고 조지안 베이
호수 안에 있는 인디언의 성지 메니토린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카페리와, 역시 그림같이 아름다운
작은섬 플라워 팟 (Flower pot) 를 왕래하는 유람선의 선착장이 있다.
카페리는 섬을 거쳐 조지안 베이의 동쪽 킬라니까지 연결한다. 유람선을 타면, 좌초되어 호수 밑에
가라앉아 있는 배 위를 지나가며 배밑창에 뚫린 유리창을 통해 이 배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플라워 팟 섬에는 파도와 바람에 깎인 한 쌍의 바위가 마치 화분을 엎어놓은 듯 물가에 나란히 서
있는데, 그 모양과 구조가 특이하여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고, 예쁜 등대를 거쳐 섬을 한바퀴 도는
호젓한 트레일이 좋다. 나무로 만든 캠핑사이트도 있어 이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 밤을 묵어보면
호수와 별과 달빛이 어울린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온타리오의 3대 경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토버모리 에는 이처럼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토버모리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인디안 헤드 코브 (Indian Head Cove)가 아닐까 싶다.
하이웨이 410 을 타고 북쪽으로 달리면 하이웨이 10과 연결되고, 10은 헤밀텬 에서 올라오는
하이웨이 6을 만나 이 길과 하나가 된다. 하이웨이 6을 따라 계속 북진하면 오웬사운드,
와이어톤, 라이언스 헤드를 지나 토버모리 조금 못미쳐 사이프러스 레이크 로드 (Cyprus Lake Rd)가
나온다. 인디안 헤드 코브로 들어가는 길로, 토론토에서 여기까지 약 3시간 30분이 걸린다.
이길을 따라 깊숙히 들어가면 공원 관리사무소가 나오는데 여기서 주차비를 내고 지도를 받아야 한다.
관리사무소에서 왼쪽길로 가면 사이프러스 레이크로 들어가는 주차장이 있고, 직진하여 들어가면
호스레이크 (Horse Lake)로 들어가는 주차장이 나온다. 어느 주차장을 이용하든 인디안 헤드 코브와
연결 되지만 3개의 호수를 중심으로 여러개의 길이 얽혀 있으므로 지도를 잘 보고 길을 찾아야 한다.
호스레이크를 지나가는 길이 가장 무난하고 조지안베이 호 변에서 브루스 트레일 메인과 만나는
지름길 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호수가 하나로 이어지는 조지안 베이는 확트인 시원함과 이끼 하나 없이 맑은 물에
하얀 조약돌들이 파도에 일렁거리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마다 감동과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호수를 바라보며 메인 트레일을 따라 자갈길을 걸으면 기암절벽에 싸여 호수물을 안고 있는 인디안 헤드
코브에 이르게 된다. 아늑한 바위 절벽 속에 숨어서 태고의 신비를 애써 감추려는 듯, 애환이 담긴 원주민
들의 전설을 고이 간직하려는 듯, 오롯한 모습으로 거기 그렇게 숨쉬며 살아있는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동굴,
그 고즈넉한 아름다움은 말이나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님을 스스로 느낄 수 밖에 없다. 동굴 저
너머로 검푸른 호수가 끝없이 펼쳐 있고, 그 주위는 더 할 수 없이 맑고 깨끗한 비취색의 호수가 감싸고
있으며 동굴 안에도 옥구슬처럼 해맑은 호수물이 담겨 있다. 바다보다 더 넓은 호수가 이처럼 맑고
아름다운 색깔을 간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바위 절벽을 내려가면 동굴 안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조금은 위험하고 어렵지만 바위 틈 사이를 꼭 잡고 발을 딛으면 큰 문제는 없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또 한 번 크게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동굴 속은 사오십 평 규모의 실내 수영장처럼
생겼고 물 깊이는 3-4 미터쯤 되어 보이는데, 물 속 깊은 곳으로부터 마치 전등을 켜 놓은 것처럼 밝은
빛이 비춰 올라와 호수물을 티 없이 맑은 에머랄드로 바꿔 놓는다. 이렇게 화려하고 신비로운 색깔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동안 넋을 잃게 된다. 이는 동굴 밑바닥 바위 벽이 바깥과 통하도록
구멍이 뚫려 있어, 그 구멍 사이로 호수에 비친 햇빛이 반사되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동굴 속 바위 벽에는
사람이 올라설 수 있는 난간이 있어,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예쁜 아가씨들이 다이빙을 즐기는
모습 또한 보기에 좋다.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은 물속으로 들어가 이 구멍을 통해 동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헤엄쳐 들어오기도 한다. 한 가지 아쉽고 걱정스런 것은 해마다 이 호수와 동굴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에는 신발을 벗어야 동굴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물이 줄어 들었다. 아울러 물 빛깔도 예전 만 못하다. 아직 그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 동굴 옆에는 바위로 둘러싸인 아담한 자갈모래 호수가 있다. 물이 얕고 따뜻하여 수영하기에 알맞아
가족끼리 수영을 즐기는 모습들이 좋아 보인다. 절벽을 돌아 호수 쪽으로 내려가면, 바위에 걸터 앉아
호젓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호변을 따라 이어지는 환상적인 트레일 역시 브루스 트레일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자갈밭을 지나고
바위 절벽을 넘어 북쪽 기점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편도 23키로나 되어 하루에 왕복할 수는 없으므로,
차를 토버모리 기점 주차장과 호스 레이크 주차장에 나누어 주차해 두고 편도로 하이킹을 끝내는
엔드투엔드 (End-to End) 방식을 선택 해야 한다. 하루에 23키로를 걷는 것은 상당히 힘들고 벅차지만
아름다운 경치에 도취되다 보면 힘든 것을 잊게 된다. 그래도 초보자나 노약자에겐 무리이므로 이런
분들은 중간에 있는 리틀코브 (Little Cove)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 리틀코브는 호변에 깔려 있는 돌 들에
세겨진 무늬가 아름답고 분위기가 조용하여 한가롭게 수영을 즐기며 하루를 보내기에 적당한 곳이다.
트레일에서 잠시 벗어나 호변을 따라 가는 샛길로 들어가면 조약돌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 놓은 돌기둥이
서 있고, 물이 맑고 외진 곳이라 발가벗고 은밀히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간혹 볼 수 있다.
트레일은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부드러운 모래와 소나무 숲이 멋있게 어울어진 작은 모래사장 옆을
지나간다. 이곳은 대부분이 사유지이지만 중간에 국유지가 있어서 수영과 모래찜질을 즐길 수 있다.
하이웨이 6에서 던칸로드(Dunkan Rd)로 들어가면 이곳에 연결된다. 트레일은 계속 숲 속을 지나 전망대
앞을 통과 하여 드디어 토버모리 선착장에 있는 브루스 트레일 북쪽 기점에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토버모리는 명소가 많고 길이 멀어 하루 코스로는 벅차므로 1박2일이나 2박3일로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이곳에는 여러개의 모텔과 카티지가 있고 사이프러스 레이크에도 좋은 캠핑 사이트가 있다.
돌아올 때는 와이어 톤에서 서쪽으로 빠져 서블비치와 킨카딘을 지나며 휴런호의 아름다운 저녁놀 을
감상하는 것도 좋고, 동쪽으로 빠져 조지안 베이를 시원하게 달려 오웬사운드에서 26번 도로를 타고
가다 블루 마운틴 리조트 카페에서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베리(Barrie)에서 하이웨이 400을
만나 내려오는 것이 좋다.
첫댓글 이 사진들은 2012년 7월 21~22일에 걸쳐 우먼 센스팀의 하기 행사에 정대장님과 물에산에 팀이 하이킹을 인도할때 촬영한 사진으로 시기와 장소등 대장님 글과 일치하지 않을수 있음을 알고 감상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