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1편을 접할 때 역시 산 좋아하는 사람 치고 가정에 착실한 사람이 없군 했는데,
글 속에 여유와 가장으로서의 가족과의 사랑이 배어납니다.
산행기 너무 좋았구요.금방이라도 지리산이 나를 초대한는군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지리산의 인연으로 꼭 산에서 뵙고 싶네요.
: 남승우, 지리산 눈과... 홀로선 고독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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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 부시럭대는 소리에 잠을깨었다.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들어보니 5시 30분
: 암흑속에 랜턴빛 하나가 허공을 날라 다닌다.. 돌아보니 바로 옆에 누웠던
: 주름살 총각과 넉넉한 그의 여자 동료직원이다..(왜 이리 서두르지..?)
: 기껏 가봐야 오늘 연휴의 마지막 일테고 가봐야 뱀사골이나 피아골이 끝일텐데
: 무슨준비가 그리 많다고 벌써일어나 그렇게 서두는지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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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른척 침낭속으로 다시 들어갔지만. 일찍부터 들은잠에 한번깨인 잠은 쉬 다시오지
: 않았다. .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다. 못이기는채 하고 일어났는데.
: 아랫배가 빵빵하다. 일어난김에 화장실부터 다녀오려 후다닥 일어서는데.
: 넉넉한 처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인사을 한다.
: "안녕이 주무셨어요... "
: "네.."
: 방문을열고 현관문을 여는데 바람은 많이 조용해졌는데. 날씨가 엄청춥다
: 몸을 온통 파커안에 넣어 웅크리고 맨발에 산장용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로 뛴다.
: 엊저녁 때만해도 화장실까지 가는길은 깨끗이 비질을 했었는데.
: 간밤에 날린 눈발로 길이 없어졌다. 눈위를 밟는 슬리퍼의 맨발에 차디찬 눈의
: 촉감이 선잠을 멀리 쫓아보낸다. "앗차거 앗~차거.." 토끼걸음처럼 깡총뛰면서
: 화장실로 들어서려는데.. 미끄덩..~ 차디찬 화장실 타일바닥에 쌓인 눈을 밟아
: 테크노댄스 를 추듯 휘~이청~ 하다 가까스로 화장실 문을 잡고 중심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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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깜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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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변기에 온통 널린 "샤베트"에 또한층 높이를 덧쌓으며 온몸에 차가운 오한을
: 느낀다.. 서둘러 나오는데 또한번 미~끄덩~
: "아이고.. 내 이러다 사고한번치지.."
: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부시럭대는 소리 때문인지. 몇몇사람이 더 일어나있다.
: 별반 바쁠일이 없는 나나 그 사람들이나 일찍은 일어났어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 밍기적 밍기적.. 옷을 배낭에 넣다간 빼고 뺏다간 넣고.. 뭘 하려는지 나도
: 모르겠다. 하품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다시 잠들고 싶진 않다..
: 침낭위에 멍. 하니 앉아 하릴없이 춤추는 해드랜턴의 불빛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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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식사 않하세요.?"
: "아네.. 네.... .... 해야지... "
: 쌀과 인스탄트 북어국을 들고 취사장으로 향한다. 쌀을 씻고 밥을 올리고 국데우고
: 내가 나를 봐도 묵묵 무표정이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느낌도 갖지않는
: 생각도 계획도 없는 공허함이 가득하다..
: 생쌀을 씹는듯 아침을 구겨넣고 돌아오니 벌써 불이 켜져있다.
: 두명을 빼고 산장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어수선을 피운다. 두 학생들 이였다..
: 밤새 오르락 거리느라고 피곤도 했겠지.. 긴장이 풀리니까. 피곤하지...
: 침낭만을 덮고 아무것도 깔지않고 빈 침상에 잠든 두 어린학생이 안스럽다
: 미리 봤다면 내 돗자리 라도 깔아 주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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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배낭을 꾸리면서 오늘 코스 통빡을 굴려본다. "어디로 가야하나..."
: 일단 출발하고 컨디션 되는대로 시간 되는대로 가보기로한다.
: 밤새 등산화. 방풍의.파일자켓. 침상근처 여섯개의 라디에이터 위에 온통 내옷뿐
: 여기저기 겅중겅중 뛰며 옷을 수거한다.깔끔하게 말라있는 옷을 더우채로 걸치니
: 뽀송뽀송한게 기분이 그만이다. .. 꼼꼼하게 배낭을 꾸리고
: 방풍상하의. 스패츠. 파일장갑. 가면모에 야구모자까지 뒤집어쓰니 완전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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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날 괴롭혔던 열두발 아이젠은 처다보기도 싫었다.
: 마침 여벌로 가져온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네발 아이젠이 있기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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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다 훨씬 먼저 배낭을 꾸리기 시작한듯 하더니 이제 침낭을 말아 넣는
: 넉넉함과 주름살에게 한마디 던진다.. "제일 먼저 일어나더니 아직도 밤이시네."
: "네 먼저 가시면 어디서든 만나겠지요 머...후후"
: 8시가 거의 되어서야 산장문을 열고 나서는데. 너덧명이 서성이며 사진을 찍는다
: "와~~~~~~정말 기가 막히군... 저거봐 저거... 야~~~~~~ 와~" 사방에서 탄성이다
: 노고 운해 라고했던가..? 하늘은 서서이 개어 가고있고 바람도 잔잔한데
: 멀리보이는 구름위에 떠있는듯한 산봉우리들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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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사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나였는데. 겨울산의 흔적을 남길까 하고
: 사온 일회용카메라가 있는게 천만 다행이였다. 깊이 넣어놓은 카메라를 꺼내
: 어젯밤에 취사장에서 본듯한 학생에게 한장 부탁한다. "부탁할까요..?"
: "예.. 저쪽이 정말 멋있네요. " 일부러 손가락으로 방향까지 정해주며 위치를
: 선택까지 해주는데. 그곳에 않설수 있나.. 눈을 헤치며 비척 비척 가보는데
: 하필이면 사진의 한귀퉁이에 [화장실 입구] 가 나올판이다..
: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카메라를 들이대더니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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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남원시내에서 속성사진으로 현상했더니 아니다를까 화장실이 옆에 큼지막
: 하게 차지하고 있다. 노고단에 안가본 사람들이야 그게 화장실인지 산장인지
: 알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내 기억엔 노고단 사진에 화장실이 있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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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할까..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주름살과 넉넉함이 않보인다..
: 아까.. 이따 뱀사골에서 뵙지요머.. 그랬으니까.. 먼저가도 만나겠지머..
: 이번은 내 걸음도 만만치않게 버벅대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보다야 빠르겠지
: 노고단 정상으로 출발하는데 사진을 찍어줬던 학생들 세명이 동행하기 시작
: 한다.. "산장에서 잤어요..?" "아닙니다 야영했습니다 " 아 그래요..."
: 여학생은 어려보인다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되지만 올해 일학년이란다.
: 연세대학교 원주캠에 다니는 산악부 학생들인데 ROTC 두명과 신입생 (여자) 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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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단 초입계단을 오르는데. 얼결에 두학생의 보폭에 맞추는데 ..
: 어라?! 이거 장난이 아니다.. 보폭을 마추기는 했는데. 뒤쳐지긴 쪽팔리고..
: 계속 그보폭으로 나가자니 허파가 터질듯하고.. ~헤엑~ 헤엑~ 하악~하악~
: 여학생은 뒤로 많이 쳐저있는데. 남학생 두명이 꼭 돼지몰이하듯 바싹 다가서서
: 쫓아온다.. 미칠지경이다.. 앞섰으니 계속가야지 쪽팔리게 뒤로쳐지긴 싫고..
: 잘난척좀 해보려는데 늘 가보던 노고제단 그 게단이 왜그리 많은지..
: 결국 정상을 몇보앞두고 선두를 포기해야했다.. ~헤~에~엑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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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단 정상 산장앞에선 느낄수 없었던 찬바람이 분다.. 앞뒤를 돌아봐도
: 정말 빼놓을수없는 장관이였다.. 아직 능선상으론 아무도 가지 않았는 모양이다
: 범생이처럼 생긴 3학년학생이 사진을 부탁한다. 좋은 배경을 잡아 한장 박아주고
: 내 카메라도 내민다.. 능선쪽으로 배경을 잡아 뒷걸음을치는데. 푹푹..
: 능선쪽은 눈이 날려 쌓였는 모양이다. 무릎까지 들어가는 눈밭이다..
: 돌탑뒤로 떠오르는 맑고 붉은 태양이 정말 장관이였다....
: 아마 이정도 날씨였다면 천왕봉에 올랐던 사람들 오늘 일출은 분명 봤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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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여분을 사진찍고 구경하다 내가 먼저 출발한다.
: 출입통제 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능선상 입구 문을 열고 발을 딛는데
: 움푹.~ 허벅지까지 눈이 쌓인다.. "우와 ~ 이거 장난이 아닌데..~~"
: 십여미터 러셀을 하고 나가는데.. 조금 올라가니 눈이 발목까지 밖에 않쌓였다.,
: 골이 패였고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눈이 내리면서 높낯이에따라 눈싸임이
: 달랐는 모양이다. 엊저녁 등산객들의 발자욱에 밤새내린 적은 눈이 흔적들을
: 반쯤만 가리고 있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설화가 장관이다..
: "정말 죽인다.. 죽여.. 우와... " 혼자 걸으면서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
: 해를 많이 받는 남쪽은 공간이 남아있고.. 북쪽은 온통 흰색으로 옷을 입고있다
: 뿌드득 뿌드득. 쌓인 눈을 밟는 느낌이 상큼하다.. 입김으로 턱까지 올라온
: 오버복의 끝자락은 출발한지 얼마 되지않아 벌써 서리가 맷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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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통 하얀 눈이다.. 눈 ,.눈,.... 아. 얼마나 보고팟던 눈인가.. 눈.
: 한참을 가다. 카메라를꺼내 사진을 찍는다.. 두어장 찍고.. 사람이 없어
: 나도 사진에 담고 싶은데.. 그 학생들 오길 기다려 한장을 부탁한다.
: 노고단쪽에선 아직 간사람이 없는 모양이였다. 눈쌓인 길을 내가 처음으로 밟는다.
: "뽀드득...뽀드득..." 발아래 굳어지는 눈 밟히는 소리가 잔잔한 음악 소리처럼
: 정겹기만하다. 뽀드득 뽀드득.. 박자를 마추면서 걷는다. 힘든줄도 모르겠다
: 여름이면 푸르른 나뭇가지로 능선길을 온통 푸르름으로 감고 남았을텐데.
: 그 나뭇가지위에 하얀 눈으로 덮혀 환상적인 길이 연출된다..
: 아이들 놀이동산 우주선 내부처럼.. 그 아름다운 환상의 길을 난 걷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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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의 유명한 철쭉나무 가지에 틈없이 온통 쌓인 눈때문에 마치 바닷속
: 한가운데 자라는돌 을 연상케한다. 장관이다.. 돼지령이다..
: 발아래 펼쳐지는 끝없는 산과 산.. 그 산을 덮고있는 눈과 눈...
: 산이주는 경외감.. 섣부른 감탄으로 그산을 감히 논할수 없을것 같았다.
:
: 난 그제야 왜 이토록 이 지리산을 그렇게 오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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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존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산은 이 자리에 늘 이모습으로 있었을것이다.
: 그 신비롭고 강한.. 감히 무어라 섣부른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 이였다.
: 난 그 거대한 자연 안에 감히 머무르고 있는겄이다..
: 한참을 그자리에서 움직일수 없었다.. 아무것도없는 그냥 산과 산을 벅찬감동으로
: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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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인가 어느 산자락의 석양이 그리도 멋있어서. 부랴부랴 사진에 담은적이
: 있었다. 훗날 그 감동을 확인하려 그 사진을 꺼내봤는데. 그 산에서 느낀
: 그 엄청난 감동은 느낄수 없었다. 단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때의 감동을
: 말로써 연출하려 할뿐.. 그후론 산에서 찍는 사진에 어떤 의미를 주지못해
: 산에서는 사진을 잘 찍으려 하지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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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은 몇차례인지 셀수 없을정도 많이 왔었음에도 가는 길에 정확한 지명을
: 아직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습관처럼 땅만 보고걷는 행동때문에.
: 어디가 삼도봉이고 어디가 임걸령인지. . 단지 산장이 위치하고 샘터가 있는곳
: 이외는 몇번을 가도 긴가민가 하게된다.. 운전하면서 길눈이 어두운건 이해가
: 가는데. 지형이 바뀌지 않는 산에서 그것도 몇번씩이나 다녀간 산길을 기억하지
: 못한다는게. 나 자신도 썩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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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어번을 쉬고 학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다 임걸령 삼거리에 도착했다.
: 사람의 발자욱을 보지 못하고 왔는데 반대편에서 오다가 피아골로 내려간
: 사람들의 발자욱이 보인다. 적어도 한명은 아니였고 서너명 정도의 흔적이였다.
: 어디로갈까... 거리상으론 비슷한데..피아골 이냐.. 뱀사골 이냐...
: 재작년인가.. 두 친구들과 피아골로 내려간적이 있었다.
: 피아골 산장지기 함태식 씨의 융숭한(?)대접을 받고도 전화 한통 못해드린게
: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수해난 직후라 전화도 잘 되지않아 하산길에 우리에게
: 전화까지 부탁하시던 지리산 산신령..함태식씨.. 평소 말씀 없던 그분에게
: 원두커피며 소주며..수해 직후라 늘 다니던곳에 사람들이 없어서였을런지 모르지만
: 괴팍한 그분의 성품에 그나마라도 우리에게 배려해주었음을 늘 고마움으로
: 기억하고 있었던 터였다..
:
: 뒤쫓아온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자 난 이쪽으루 내려 갑니다.."
: "네 가시게요..? 저희들은 오늘 세석까지 갈껍니다.." 응 그래 보게되면 또 봅시다"
:
: 뒤돌아 내려걷는데.. 몇발자욱 못가서 나뭇가지에 배낭이 걸린다..
: 임걸령에서 피아골 로 내려가는길은 늘 그렇게 좁았다.앞으로가다 뒤로 끌려 내리고
:
: 그러기를 몇번.. 여태껏 감동하고 기분좋은 걸음으로 눈길을 걸어 왔었는데.
: 피곤한 길에 들어서니 욕이 절로 나온다.. "니기미.. 돋 나 힘드네..."
:
: 앞서가던 등산객이 미끌어졌는지. 길~게 나있는 미끄럼자국이 내가봐도 경쾌하다.
: 꽤나 긴장되는 급경사인데.. 그 예전엔 나무로만든 계단이 있었을텐데..
: 어느 없어졌는지.. 폭우로 쓸려 내려갔는지도 모를일이다..
: 일부러 아이젠을 사용치않고 자연스레 미끄러질 요량으로 뒷꿈치를 대고
: 몸에 힘을 빼는데.. ~어어~라" 뿌드득... 털썩~
: 왼발을 앞으로 오른발은 뒤로길게... 찢어 2~3미터를 쫘~악 미끄러진다..
: 내가 미끄러지면서 생각해도 우스꽝스런 자세이다..
: "아이고~~~~~아야~~~~~~~야야야..." 허벅지 윗쪽이 찢어질듯 아프다..
: 무슨 발레하는 자세로 게다가 그 무거운 배낭까지 맨채로 넘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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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서려는데.. 다리가 쉬 접혀지질 않는다. 하필 근처에 의지할 나무하나없다.
: 끄으~응~ 용을 쓰며 가까스로 일어났는데.. 허리가 끊어지는듯하다.. ..뜨벌..."
: 급경사를 코앞에두고 그나마 배낭의 무게가 아니였으면 더미끄러져 대형사고가
: 날뻔한걸.. 정신을 추스리고 나서야 알수있었다..."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 넘어진김에 쉬어간다고. 배낭을 맨채 앉아서 쉰다.. 사람도 없는데..
: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은 초입부터 경사가 가파르다.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였다
: 40분여 내려왔을까..멀리서 사람의 기척이난다 싶더니 빨간 모자를쓴 등산복차림의
: 전원일기 타입의 아저씨가 올라온다.. "안녕하세요..~ " 네 반갑습니다.."
: "어디서 오시는길이세요..?" 내가 물었다,..
: "피아골에서요.."
: "아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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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단에서 출발해 어제저녁때 피아골산장 에서 잠을 잤는데 버스가 안들어온단다.
: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마을까지가서 수선을 떠는것보다 뱀사골로 가는게
: 편할것같아 뱀사골로 가는 중이란다.. 마음이 바뀌기 시작한다.
: 피아골로 가서 시간이 남으면 버스로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 만일 없으면..(?!) 어짜피 산행이니까 다시 올라오면 된다지만..
: 갔던길을 다시올라오는건 정말 싫은데... 어쩔까... 이 전원일기 아저씨는
: 올라오면서 () 뺑이를 첫단다.. 아이젠이 없어 가파른길에 허벌나게 미끄러졌다며
:
: 생각끝에 뱀사골로 가기로했다. 어찌했건 .. 기분좋으면 연하천이나 벽소령으로가고
:
: 아니면 그냥 뱀사골에서 일박하고... 뜻하지않게 전원일기랑 동행하게 되었다.
: 임걸령으로 되돌아 오니 날씨가 한층 더 좋아졌다.. 찬바람에 쌀쌀함은 더한데
: 하늘은 맑고 산밑에 구름은 마치 솜을 뭉쳐놓은 듯 뛰어내려도 바쳐줄듯 푸짐했다
: 말없이 한껏 늑장을부리며 걷는데 앞에 누가 앉아있다 가만보니 학생들중 막내
: 1학년 여학생이였다. 화장끼도 하나없고 도수높은 안경에 얼굴엔 아직어린티가
: 남아있는.. 함께동행하던 전원일기가 "아니 뭔 처녀 배낭이 그렇게 큰감..?"
: 배낭 크기는 나와같은데. 내용물은 라면 일색이란다.. "선배들은 먼저 갔어.?"
: 가쁜숨을 몰아쉬며 도리도리 고개를 병째?보?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 이친구들 지난밤에 산장옆에서 야영까지 하면서 잠도 잘 못잤을텐데...
:
: 어린학생을 세워 셋이 함께 출발한다..날좋은 햇빛이 눈에 반사되어 눈이 부셔온다.
: "야~ 이거 얼굴 다 타겠는데.."~~ 가끔씩 불어오는 섬뜩한 찬바람도 그렇게
: 기분 나쁘진 않다.. 상큼한 느낌이다.
: 돼지평전이다.. "와~~ 우와..." 탄성을 지르며 가는데 저만치 두학생이 기다리고
: 있다..
: "은선아~ 빨리와.."
: "몰라~씨..힘들어 죽겠는데.."
: "하하~"
: 돼지평전 양쪽으로 펼쳐진 눈과 산... 허벅지까지 빠지는 저만치 산등성이 끝자락.
: 사진 몇장 박는다.. 장관이다.. 장관이야... 그냥 한참을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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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시가 다되어서야 뱀사골 입구에 다다를수 있었다,. 2년전엔 본적없는 단정한
: 나무 계단이 이백여미터 이상 놓여져 있었다..올 여름이나 작년쯔음 되지 않았을까
: 예의 그 두학생이 앞서 와있고.. 1학년 막내여학생과 번갈아 가면 뒤쳐 졌었는데
: 전원일기는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서오십시요.." 인사를 나누며
: 배낭을 벗는다. 러쎌로 나있는 길 양옆은 무릎이상 빠지는 많은량의 눈밭이고
: 산장으로 내려가는길과 반대편 언덕의 적설량이 다르다.
: 아직 발자욱이 없는 반대편 언덕으로 성큼성큼 가는데 발목.무릎.허벅지.허리..
: 점점 깊어진다.. "와 이 눈좀바바..." 탄성을 지르는데 학생들 두명이 와
: 하며 달려들더니 사진 사진.. 을 노래한다.. 덩달아 나도 한장 찍고..
: 해가 있는쪽의 모습이 정말 장관 이였는데.. 일회용카메라 여서 역광보정도 않되고
: 아쉬운김에 나오던 않나오던 몇장을 꾹꾹 누른다.. 사람없는 풍경사진이 어색할까
: 학생중 한명을 세워놓고 몇장을 찍는다..
: "나중에 잘나왔으면 보내줄께요.."
: 한나절을 함께 다니면서 아직껏 이름도 서로 묻지않고... 아저씨와 학생으로..
:
: 학생들은 장터목으로 나는 뱀사골로 헤어지며 주머니에 있던 자유시간을 꺼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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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학생이 두손으로 깍듯하게 받으며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를 반복하며
: 삼등분해서 막내것도 남겨놓잔다... 참 보기드믄 학생들이란 생각이 들게한다.
: 아쉬움에도 갈길이 달라 멀리까지 손을흔들며 영영 이별이라도 하는양 작별을
: 마친다.. 능선에서 뱀사골로 내려가는 길도 새로만들어진 게단으로 깔끔하다.
: 아이젠을 풀어버리고 터벅버턱 걷는다.. 음지가 강한 뱀사골산장..
: 식수대도 바뀌였고. 산장앞엔 개 두마리만 어슬렁 거리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 일요일인데.. 게다가 연휴인데 정오를 조금 넘긴 이시간에 산장이 이렇게
: 조용하고 .. 허전하다니.. 의아하다.. 산장앞 햇살좋은 자릴잡아 배낭을풀고
: 바람부는 양지에다 방풍의를 벗어 널어말린다.. 진짜 날씨한번 끝내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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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차분하고 컨디션도 기분도 썩 좋다.. 여기서 하루 더 묵을까 생각도
: 해본다.. 배낭을 열고 남은 반찬을 꺼내어 무얼먹을까 생각하는데..
: 언제 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게 햄쏘시지 5개들이가 눈에 띤다.. 산장지기가 나와서
: 눈인사를 하는데. 예전에 그사람인지. 누군지 알길이 없다.. 안다해도 말한적도
: 없었을테고..
: "소주 있습니까./?"
: "네,, "
: "하나만 주십시요.."
: 팩소주 하나가 삼천원인데.. 도시에서 가격보다 곱절이상 받는 이유가 있으려니.
: 그러나 산에서 마시는 한잔의 술은 강남의 룸살롱에서 마시는 50만원짜리
: 씨바스 보다 감칠맛 난다는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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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먼저하고 야채를 썰어 국을 끓이다 나뭇가지 두어개를 잘라 소시지 뒷쪽에
: 길게 꼿아 핫도그 모양으로 끓는 국에 집어넣어 뜨끈하게 醮쨈?.
: 스텐레이스 컵에 팩소주 하나가득 따루어 한모금에 소시지 한입을 썰어 넣는다.
: "캬~ 죽인다... 갈비가 이맛에 비할손가.. " 혼자먹는 술맛도 기막히다..
: 밥이 뜸이될쯔음. 개가 짖는다 했더니. 아까 삼도봉에서 헤어진 전원일기 아저씨다
: 내가올땐 한번도 짖지 않던 개들이 전원일기가 내려올땐 엄청 짖어댄다..
: 뭐 원수진일 이 있는지.
: "아니~ 어떻게 늦으셨습니다..."
: "식사는 하셨나요?"
: 산에서 살찔까봐 밥을 줄여 먹는단다.. (별 희한한 사람이 다있다..)
: 따뤄놓은 술과 전원일기의 아침에 남은밥 ..서울에서 사온 마늘조림 소시지. 장국
: 진수성찬이 따로없다. 내컵에 담겨있던 소주를 절반 나누어주니 넙죽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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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말없이 점심겸 반주겸 하는데.. 기아자동차 팀들이 내려온다..
: 갑자기 조용하던 산장이 경상도 사투리로 씨끌벅적해진다.. 밥을한다 국을 끓인다
: 개를 쫒는다.. 천천히 먹는데도 소주 한잔은 금방 없어진다. "한잔 더하시지요.?"
: 가타부타 대답하기도 전에 술두개만 더 주세요.. 총알같이 팩소주 두개를 내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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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렇게 드시고 괜찮으시겠어요.? " 머.. 운전할것도 아닌데 어떠랴..
: 눈쌓인 산장앞에 눈위에서 한잔하는 데 날씨도 따땃한게 나른하고 ..졸립기도하다
: 전원일기 아저씨도 별 말이 없다.. 필요한 말 이외는 하질 않는 모양이다.
: 말 많은 사람보단 나도 이런사람과 다니기가 헐 편해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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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겆이를 할 즈음엔 서너팀들이 더 내려와 북적거린다. 혼자산행하는 사람은
: 전원일기와 나 둘뿐인듯 하다. 전원일기 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데.
: 지리산을 몇번왔는지 모르겠단다.. 심지어 한달건너 한번씩 오기도 했단다.
: 174정도에 68킬로정도 나이는 나보다 서너살 많아보이고. 악의가 전혀없는 얼굴에
: 때에따라선 에고이스틱 한 분위기마져 풍긴다. 차를 가져와 남원에 세워놨으니
: 서울 갈때 함께 가잔다.. 대답은 네 했지만. 낯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 어색해 하는 내가 과연 그렇게 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배낭을 꾸리고 복장을 점검하고 담배를 한대물어 피는데.. 전원일기가 한마디 한다
:
: "가시지요.."
: "...."
: 마치 며칠을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처럼.. 마치 내준비가
: 끝나길 기다렸다는듯이... 네..그러지요 머...
:
: 얼결에 둘은 동반자가되어. 뱀사골을 함께 내려오게 되었다.
:
:
: 어찌할까 생각이 많으면 가고싶은곳도. 먹고싶고 하고싶은것도 많다더니.
: 무었을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만 많아지고 행동은 섣불리 나대질 않는다.
: 날은 너무좋은데 . 생각처럼 북적 거리지도 않고 그져 조용하고 한적할 뿐이다.
: 한여름 휴가철에 너도나도 산이며 계곡이며 를 찾을때. .. 그 한여름에
: 뱀사골을 오른적이 있었다. 함께한 친구가 무리한 산행으로 탈진되어
: 오후부터 야영준비를 했는데. 너무많은 사람들의 홍수로 능선부터 초입까지
: 발디딜틈 없이 텐트와 텐트의 행열이였다. 그땐. 물한그릇을 뜨기 위해.
: 두시간여를 기다린적도 있었는데. 그 가뭄 그행열에서도 몇몇 깔끔떠는 여자들이
: 상추를씻고 세제를풀어 설것이 를 하기도 했었다.
:
: 길고 길다... 여름의 뱀사골은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그 산의 장관에 넋을 잃어
: 가던 걸음을 자주 멈추게하는데. 겨울은.... 이 겨울은 그져
: 볼품없는 그냥의 산 길이다. 굵은 나뭇가지들은 남쪽면은 나무의 검은실체와
: 북쪽의 반대편은 녹지않은 눈 옷으로 덮혀 . 그 모양들이 피카소의 그림처럼
: 제각각이다. 팔벌린 곰도 있고. 잠자는 호랑이. 웃는 모습의 기린..
:
: 한적하다.... 내려가는 길이나 올라가는 길이나. 아무도 없다.
: 전원일기 는 저만치 뒤쳐져 따라오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산행을 했던
: 사람처럼 .그냥 막연하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도 그냥 말없이 걸을뿐이다.
: 내리막길은 늘 시간에 쫏기는 사람처럼 서두름이 역력하다. 차시간도 모르면서
: 마치 이렇듯 서두르지 않으면 마지막 버스를 놓칠겄만 같이 서두른다.
: 시간 반쯤을 걷다 파일자켓 안으로 땀줄기에 흠뻑젖은 런닝셔츠가
: 맨살에 묻어나는 섬뜩함이 자꾸만 싫어진다.
:
: 배냥을 내리고 웃옷을 벗고 런닝을 벗어버린다. 彭逃至 눈길을 가느라
: 무릎에서 허벅지까지 전달되던 아이젠의 딱딱함도 귀찮아져
: 그냥 벗어버린다.. 소변을 보고 보온병에 마지막으로 담아온 숭늉을 마시는데
: 전원일기의 모습이 보인다. 마주치는 눈빛엔 반갑지만 어색한 미소가 묻어난다
: "드실래요.?" 누룽지 건더기가 묻어있는 보온병뚜껑을 내미는데
: 씨익 웃으며 받아드는 모습이 천상 전원일기다. 사람이 참 좋아보인다.
: 10여분여를 별반 말도 없이 병아리 해바라기 하듯. 멀뚱이 앉아있다.
: "가시죠 ~" 하면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일어서 또 걷는다.
:
: 보기보담은 다르게 나역시 누군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몇시간이고
: 입을 떼는법이 없는데. 이사람도 어지간한 모양이다.
: 숨차고 힘든 산행에 노래부르는 사람이나 이렇게 저렇게 묻고 떠들고가는 그것이
: 힘들어서 이기도하지만. 무슨 뚜렷한 주제없이 떠드는게. 별 재미를 못느낀다.
: 그런 뜻없는얘기를 하다보면. 분명이 언쟁이 생기고 언쟁의 끝엔 작으나마
: 감정이 남게된다. 그러다보면 실례를 하게되고 언잖은 앙금이 남게되니까.
:
: 걷고 걸어도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 그여름 장엄했던 계곡의 아름다움은 눈과 얼음속에 깜깜히 묻혀버렸다.
: 낮게깔린 눈을 밟노라면 미끌림에 가끔씩 짜증섞인 한숨이 배어나온다.
: 서시오.가시오. 말없는 동행과 함께가는데. 기대하는 말도 없었지만..
: 그렇게 간다는게. 정말 무료하고 재미없다. 혼자라면 혼자라고 스스로
: 말하고 고독해 하련만. 발길을 놓칠까바 바짝 따라오는 전원일기의 존재가
: 그렇게 혼자 생각하고 있음을 틀킨듯 쑥스럽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
: 언제 앞에 있었는지 평상복차림의 두 아가씨들이 저만치서 앞서간다.,
: 오솔길을 지나 평탄한 길이오면 운동화에 미끄럼을 내기도하며 ..
: 걸음이 빠르다. 가로메는 그냥가방과. 산행장비가 아닌 일상 여자들의 소품이
: 담긴듯한 작은 배낭을매고 지난밤의 그 학생아이들처럼 크리스마스에
: 친한 친구 둘이 산에가자.. 해서 올라왔던 모양이다.
: 눈을 뭉쳐 서로에게 던지기도하고 미끄럼을타며 한명이 앉으면 앞에서
: 끌며. 그렇게 즐거운지 즐거운척 인지 깔깔거리며 앞서간다.
:
: 초입.
: 늘.. 그 작은 움막은 하얗게 옷만을 갈아 입은채로 그자리에 있었다.
: 작은 텃밭에 그여름에 심었던 고추가지가. 열매만 따 벗겨진채
: 호호할머니 의 게으름으로.. 반은 눈에 반은 비닐에 떨구어져 찬바람에 서있었다.
: 얼지못하게 열어져 있는 계곡의 수돗물은 한적한 계곡끝에 문명의 첨병처럼
: 멀리서 가늘게 쉴새없이 소리친다.. 움막을 지나는데. "이것좀 사가시우~"
: 뒤 돌아보니 유리로 쪽문을 만들어 지나가는사람을 살피던 할머니가.
: 곳감을 흔들며 무료한 호객을한다..
:
: 앞서가던 두 아가씨를 앞질러 가는데. 학생이 아니라 스믈중반을 헐 넘은
: 아가씨들이였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앞서는데. 덩달아 걸음이 빨라진다.
: 국도가 보인다 싶었는데. 어느새 길은 눈은없고 어름뿐이다.
: 뿌드득 뿌두득~ 눈을밟는가 싶더니 [지리산 관광안내판] 이 보인다.
: 앞서가던 처녀둘이 카메라를 들고 두리번 거리는모습이 찍어줄사람을 찾는다
: 찾아봐야 우리밖에 더있나.. "찍어 드릴까요..?" "....네..그러면 고맙.."
: 나역시 그바람에 일회용 카메라로 지리산 공식마크 를 처음 찍는다.
:
: 4시 버스터미널
: 앞서가도 뒤따라가도 10여개되는 잡화점을 지나는데 사람의 그림자가 않보인다
: 버스터미널 에 붙어있는 휴게실겸 식당에 그나마 한사람이 밥을 먹고있다.
: 앞서갔던 전원일기가 "표는 끊었읍니다 ... 막걸리나 한잔 하시지요..?"
: 내 표까지 끊었단다.. 계산이 빠른놈은 아니지만. 가식없는 배려에 생각이
: 많아진다.. "산장에서의 그 한잔에 감탄했나..?"
: 이천 몇백원 밖에 않되는 차삯 이지만. 뜻하지않았던 호의가 무척 고맙다.
:
: 휴계실옆 식당문을 열더니 "아줌마 막걸리 큰걸루 한통 줘요.."
: 4시 20분 차라는데. 20여분을 남겨놓고 막걸리는.. 다음차는 4시 50분..
: "못타면 다음차 탑시다 머..."
: 한잔을 들이키는데 껄쭉한맛이 느껴진다. 원샷~ 가슴이 쩌르르 하다..
: 소변을 모고 오한을 느끼듯. 몸을 부르르 떤다.. 기분 짱이다.
:
: 우리를 바로 뒤쫓아 왔는지 젊은 남녀 한쌍이 표를끊고 식당에 들어선다.
: "비빔밥이 얼매요.? " 신세대 는 조금 넘은듯한 젊은이가 묻는데.
: 전라도 사투리가 억세다.. "이차 말고 몇시 차가 또 있습디요,?"
: "50분에 또 있답니다. 밥먹어도 충분하지요.. 일루와서 한잔합시다.."
: 전원일기가 마치 주인인양 친절하게 설명한다..
: 사양이고 뭐고 모자를 벗더니 앞자리에 넙죽 앉는다..
:
: 주거니 받거니 삼십여분에 막걸리가 세통이 바닥난다.
: 누가누군지 어찌해서 지나는 사람을 맞아드려 한잔술에 친해지는지.
: 산이라면. 등산복을 입은 사람이라면 스스럼없이 막걸리 한잔에 친해진다.
:
: 그 낙에 산을 오른다.. 그런 사람들은 산에서 만날수 있다..
:
: 4시50분
: 버스에 올라 히터 나오는 자리를 잡아 양말을 벗고 등산화를 더운바람 구멍에
: 들이대고.. 눈을 감았다 떳는데. 남원이다.
: 서둘러 깨우는 전원일기 아니였으면. 광주까지 그냥 갈뻔했다..
: 부랴부랴 양말을 신고 채 마르지않은 등산화를신고 내리는데. 막걸리 먹었던
: 후유증의 트름이 길~게 나온다.. 자고 깨니 술이 취하는것같다..
:
: 6시가 채되지 않은시각인데 남쪽 지방답지않은 찬바람이 쌩쌩분다.
: 으스스 몸이 덜덜 떨린다. 대합실 현금지급기에서 부족한 경비를 보충하고
: 신발끈을 다시매고 배낭을 정리하는데.한참을 어디엔가 전화를 하던 전원일기가
:
: "어짜피 오늘은 술때문에 음주운전은 곤란하고 어디서 한잔 하실래요.?"
: "글쎄요.. " 한시간여 전에 먹은 술이 채 취기오르지도 않았는데.
: 11시 넘어까지 서울가는 열차는 있을테고. 뭐 뚜렷이 오늘 가야한다는 이유도
: 없고... 길건너 정육점을 겸 하는 고기집에 따라간다..
: 소주 두병을 마시는데. 이런저런 산에서 못한 애기를 한다.
:
: 세명의 아이가 있고 그중 큰 여자아이와는 가끔씩 산행을 하는데.
: 그맛도 이젠 아이가 싫다하니 더이상 가잔말도 못하겠더란다. 서운하단다
: 늘상 초면의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다보면 나오는 얘기로 일관한다..
: 산예대한 얘기가 중심이 된다. 또 그렇게 한사람을 만났다.
: 한참을 얘기하는데. 취미속에 음악 얘기를 하게되었다..
:
: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더니 한참을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 40여분이나 지났을까.. 때지난 LP 판을 열댓장 들고오더니
: "이거 선물입니다 .. 취향에 맞을지 모르겠군요..."
: 약간 취기가 오른듯한 말투에 사람좋은 웃음이 함빡하다.
: 김정호.박인희.사월과 오월.김민기.김현식.... 비닐도 뜯지않은 오래된 LP
:
: 너무나 의외의 일이라 멀뚱이 바라만 보았다..
: 가끔은 기분좋은 술자리끝에 내일이면 후회할 계산을 호기있게 하는 사람을
: 나를 포함해 보긴했다.. 물론 다음날 아침이면 바로 후회가 막급함에도 불구하고
: 이건 상당히 다르다. 값어치로 따지면 머 얼마나 되겠느냐만은
: 만난지 10시간도 채않된. 이름도 모르는 그냥 말그대로 지나가던 사람에게
: 더우기 성심을 기울여 그 나그네의 취향에 맞을쎄라 골라서 선물이라니...
: 받지 않으면 서운할거란다.. 산에서 편한사람을 만나 기분이 좋았단다..
: 처음이란다..
:
: 계산이라도 하려 서둘러 일어났는데. 어느틈에 계산까지 해버렸다.
:
: 그렇게 전원일기 와는 그자리를 끝으로 헤어졌다..
: 통성명도 하지 않은채..
:
: 배낭을 메고 나오는데. 술기가 확 오르더니 정신없이 취한다,.
: 황당하기도... 배고픈 나그네가 진수성찬을 받은 고마움 보다 더 황당한 고마움에
: 걸으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
: 그 열장의 LP 들은 지금 내 오디오 위에 잘 보관되어 있다.
: 이름도 모르는 그 전원일기 .. 정말 인연이 닿는다면 어느 산자락에서 또
: 볼수있을까... 그 너무 고마운 선물에 풍요로운 즐거움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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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도 여늬날처럼 가까워져 오는 서울이 답답하게 느껴지진
: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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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과 다른 재미있는 경험을 공유하고자 글을 쓴다는건
: 나만의 욕심일지 모른다. 내가 봐도 재미없는 글을 누가 즐겁다 하겠는가.
: 무언가 커다란 기대로 시작한 일이 뜻하지 않은 풍파로
: 서둘러 문을 닫아버린 듯한 아쉬움이다
: 산을 좋아하고.. 사람과 만남을 들기는 사람들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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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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