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용미리에 대형미술관이 개관되다
중소기업인들이 사회적 공감 형성하여 마련
김문영, 윤봉윤, 정미애 작품 등 80여점 개관전시
*용미리에 위치한 콩세유갤러리와 김문영,정미애,윤봉윤(자우)화가의 전시작품
코로나로 숨죽인 10월의 마지막 날, 프랑스어로 충고나 조언인 일종의 멘토 역을 지칭하는 콩세유(conseil)갤러리를 찾았다.
인사동이나 강남이 아니라 ′63년부터 조성되어 조상들이 묻혀있는 공원묘지로 알려진 용미리 주변에 갤러리가 개관됐다. 주변은 절정기에 접어든 산자락의 단풍들과 조립공장등 중소기업들이 밀집된 곳이다.
2010년 항공사진 판독과 현장 조사를 통한 전국 묘지의 분묘 수는 1435만 기에 이르며,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246배, 서울시 면적(605.3㎢)의 1.2배로 추정하고 있다.
하긴 1970년대 우리나라 분묘 수는 당시 인구보다 많은 3,800만기로 조사되기도 했다.
용미리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1, 2묘역과 화장장인 승화원등이 있어 거주주민보다 조상들이 더 많이 밀집한 곳으로 추석 등 명절 때면 교통정체가 극심하다.
그곳에 자연사박물관이나 생태박물관도 아닌 1백여 점 이상의 순수 창작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대규모 갤러리가 터를 잡았다는 것이 무척이나 생경하다.
지역의 중소기업군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공동체의 정신문화적 가치의 재창조며 산자와 죽은 자들의 공감대까지 아우르는 삶의 일상적 소통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또 다른 배려인가.
콩세유갤러리가 들어선 대형건물도 용미리 지역의 중소기업사장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조성했다.
우드슬랩 가구앤하우스 나귀용 대표의 단아하면서 깔끔한 테이블 작품, 큐브형 갤러리 카페를 탄생시킨 삼원유리 공양식대표의 아낌없는 동참은 경제적 투자가치를 상실한 질박한 현대사회의 변두리에서도 문화공동체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었다.
외부장식에서는 건물구조가 예술성보다는 단순한 구조로 미적 감각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찾아오는 나그네를 반가워하는 산양‘미미’의 대형 조형물이 이색적이다. 인사동에서는 찾기 어려운 조형물인 ‘미미’는 콩세유갤러리 관장이며 전시관을 총 연출한 정미애( Jung, Mi Ae)화가의 작품에서 숨 가쁘게 등장하는 단골 캐릭터이다.
단락 조각된 큐브형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함보다는 벽면에 걸린 작품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10개의 글래스 룸으로 꾸며져 코로나사태에서도 대기오염측면에서 안도감을 주는 비대면 상호공유의 현대적 공간조성을 탄생시켰다. 이 같은 결실은 폐가를 실용화하는 작업을 20여 년간 해온 정상열 디자이너와 강렬한 색체미술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정미애 관장과의 질긴 교감의 결정체이기도 하다(두 사람은 친남매이다).
1층 갤러리 카페(커피숍)와 2층 갤러리에는 정미애 화가의 작품과 김문영 화가의 북한산시리즈, 윤봉윤 (자우(zawoo)화가의 2007년도 작품 등 80여점이상의 작품이 개관전에 초대되었다(도록이 없어 참여한 화가들을 미처 소개하지 못했다).
가장 다수의 작품이 전시된 정미애 작품은 그미가 전공한 동국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얻어진 원색적인 색채를 바탕으로 하여 현대사회에서 엄연하게 존재하는 자연생태환경과 1급 보호종인 산양을 캐릭터로 하여 대중미술의 접근을 수월하게 하는데 성공한 작품들이다(산양은 울진 금강송면에 93마리, 월악산 주변에 1백여 마리 서식, 1급 멸종위기포유류는 붉은 박쥐, 사향노루 등 12종이다).
그의 작품세계에서는 명암이나 원근법도 배제하고 붉은색과 노란색, 초록색의 삼색을 바탕으로 소녀 적 감성을 살리면서 친근하게 다가오게 하는 화풍으로 국내에 아트딜러를 두고 미술 판매회사인 갤러리k의 인기 있는 제휴작가로 성장하고 있다.
용미리 콩세유갤러리는 미술작품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지역주민들과의 교감,경제적 가치만 치중하면서 문화적 가치를 상실한 중소기업인들의 공감대형성, 수많은 조상들의 숨결이 숨 쉬고 있는 초월적 시공간의 조성,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의 조화로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삶의 청사진을 새롭게 꿈꾸게 해주었다.
개관기념을 축하하기 위해 트럼펫 이미연, 호른 이미경, 피아노 원지영의 삼중주와 성우 이진화 씨의 시낭송, 방송작가 김혜영 씨의 조금은 사설조의 축시낭송, 클레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에스페로 싱어즈팀에서 활약하는 테너 김호석, 구형진 씨의 성악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단풍든 용미리의 저무는 가을볕에 지그시 눈을 감게 했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경영학박사, 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