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에 던져진 ‘여가부 폐지’ 공약…MZ세대 반응은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놓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여러 정치권 인사들이 찬반 논쟁에 뛰어들어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면서, 여가부의 기능과 현실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세대별·
성별별로도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여가부 이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권 밖의 2030세대 남녀의 의견을 들어본다.
- ‘새출발’ 尹 선대본, 여가부 폐지 ‘한줄 공약’으로 이목 집중
- 정치권 내 찬반 논쟁 팽팽…시민들도 의견 엇갈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짜리 공약을 내걸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2030 남성층과,
여가부의 행보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표심을 공략한 것이었다.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일각에서 ‘페미니즘 채널’이라고 비판을 받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한 터라, 두 후보의 행보가 더욱 대조적으로 비치는 상황이
펼쳐졌다.
민주당은 즉각 윤 후보의 공약이 ‘남녀 갈라치기’라고 비판했고, ‘여성주의’ 성향이 강한 정의당도 비난에 동참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여가부가 보여 온 행동이나 기능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맞섰다.
지난 2001년, 당시 팽배했던 남녀 차별 속에서 약자인 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위원회’에서 ‘정부 부처’로 승격됐던 여성가족부는 이후 호주제 폐지나 성폭력 처벌 강화 등을 이끄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남녀 차별이 사라져가는 최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여성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여가부의 기능에 대해 의심을 품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여가부의 행보가 오히려 남성에 역차별을 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여가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원진흥원에서 제작해 지난 2020년 공개한 동영상이 부적절한 주장을 담아내며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해당 영상에서는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의심에 기분나빠하기보다는 남성들이 잠재적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시민적 의무라고 규정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이것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는지를 묻는 질문에 당시 여가부 장관이 답을 피하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질타를 받았다. 지난 2019년에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증인이라고 나섰으나 오락가락한 진술로 ‘허위 진술’ 의심을 받는 윤지오 씨를 김희경 여가부 차관이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당의 대선 공약 개발에 여가부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야당으로부터 제기됐다.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 부처가 특정 정당의 선거에 조력을 한 셈이어서 파장이 거셌다. 야당은 관련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공세를 이어갔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김경선 여가부 차관과 간부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은 이런 점들을 들어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그 기능을 다했고, 기능이 사라진 부서가 무리하게 역할을 찾으면서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여전히 사회 내 차별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서, 부서의 해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여가부 해체 등 극단적인 조치보다는 기능을 보완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개편 등을 통해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페미니즘 찬반양론 극심한 MZ세대…‘여가부 폐지’ 보는 시각은
2030세대에서, 젠더 갈등은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다. 관련 이슈에 다소 둔감한 다른 세대와는 달리, 2030층에서는 젠더 이슈를 놓고 극심한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성 세대와 달리 전통적인 남녀 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2030 세대에서, 일부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의 극단적인 행동들은 종종 논란이 된다. 식당에서 먼저 싸움을
걸고도 ‘여성’임을 내세워 피해를 주장한 이수역 폭행 사건, 남성 비하 목적을 가진 이른바 ‘메갈리아 손 모양’ 논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의 남성과 군인 비하 등은 세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런 논란이 누적되면서, 2030 남성층은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들 중 일부가 강한 ‘안티 페미’ 성향을 드러네면서, 젊은 남성층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여가부 폐지’ 공약 하나만으로도 윤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층에서도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거부감은 존재한다. 이들이 다른 여성들에게까지 ‘꾸미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탈코르셋 동참 강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젠더 이슈나 여가부에 대해 엇갈리는 사회 분위기는 여가부 폐지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해 7월 9일, 10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8.6%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39.8%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폐지에 찬성하는 가운데, 반대 의견도 상당 비율로 나타나는 결과가 도출됐다. 지난 10일, 11일 이틀에 걸쳐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은 51.9%로, 반대 응답은 38.5%로 나타났다. 특히 만 18-29세에서는 폐지 찬성 여론이 60.8%, 반대가 33%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30대에서도 찬성이 56.6%, 반대가 34.7%로 찬성 비율이 높았다.
2030 일반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본지의 취재에서, 여가부의 변화 필요성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아졌다. 다만 ‘폐지’에 대해서는 여성들은 다수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고,
남성들은 폐지 쪽에 기우는 모습을 보였다.
본지의 취재에 응한 30대 여성 3명은 당장 여가부를 폐지하기보다는 논의를 이어가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도 여가부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30대 여성 A씨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여가부의 성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서 폐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면도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평등 사회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간다면 지금처럼
폐지를 맹목적으로 주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B씨(33)는 “폐지 자체는 좀 더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로 여가부 폐지를 이용해
표심을 잡으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의 주장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C씨(31)는 “폐지까지는 모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도 그런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동·청소년·가족 이런 쪽으로 좀 더 방향성이 바뀔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서 이름에 여성이 앞에 있다보니 마치 페미니스트 단체로 취급 받는 듯한 느낌이다”고도 덧붙였다.
남성들은 응답자들 다수가 폐지 가능성을 열어놓는 데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여가부가 담당했던 문제들과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해 중립적인 대체 부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20대 남성 A씨(27)는 “지금의 여가부는 폐지하되, 양성평등가족부 등 새로운 부서로 재탄생하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여가부 정책 방향이 심하게 치우쳐 있다. 그로 인해 여가부의 필요성 논의가 꾸준히 있어 왔고, 현재 심각해진 젠더 갈등이나 가족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 여가부가 아닌 다른 형태의 부서라든지, 하는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30대 남성 B씨는 “폐지까지 고려하면서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여가부가 최근 들어 한 게 뭔지 모르겠다.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모는 것이, 게임 셧다운제가 여성과 가족을 위한 것인가”라며 “요즘은 남자들이 오히려 차별받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상이 아니고, 여가부는 이런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만 하지 이런 것을 문제로 보고 조정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여가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 기사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결과 등록현황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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