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학교 일지 - 10월 19일 쇠날 하루

[권진숙]

2012년 10월 19일 쇠날 밤 9시 17분

제목 : 집에 오는 날 (자연속학교 마지막 날)

날씨 : 하동을 떠나는 날 역시 춥다. 점심 먹으려고 여산휴게소에 닿으니 겉옷을 안 입어도 괜찮을 정도의 날씨다. 열심히 달려 3시 30분쯤 과천에 닿으니 오잉 안춥다. 집에 온 지금도 창문을 활짝 열어놔도 안 춥다. 이상하네.

오늘은 집가는 날 ! 어젯밤 마침회 할 때부터 다들 들떠서 너무 좋아했다. 6시 50분에 다같이 일어나라고 했는데 거의 6시부터 잠에서 깨어 꼼지락 거린다. 6시 30분 부터는 잠주머니 개도되요, 몇시예요 라며 물어온다. 6시 50분이 되어서 집에가자 한마디 했더니 다들 벌떡 일어나 잠주머니를 정리한다. 집이 좋긴 한가보다. 나도 잠주머니 정리하고 손이 작아서 잠주머니 정리가 잘 안 되는 아이들을 도와줬다. 후다닥 짐싸서 가방을 다 내어 놓으니 우리가 쓰던 방이 휑하다. 기분이 이상하다. 짐정리하고 오늘은 이른 아침을 먹었다. 아침밥은 닭죽! 송순옥 선생님이 맛있게 끓여 주셨다. 죽은 좋아해도 닭죽은 안 먹는 나도 참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도 연신 맛있다며 잘 먹는다. 밥을 항상 늦게 먹던 아이들도 오늘은 후다닥 먹었다. 이제는 다 같이 청소 할 시간. 화장실 2개, 몸씻는 곳, 얼굴 씻는 곳, 방, 부엌 이렇게 나눠서 했다. 청소도 아이들이 빨리 빨리 움직여 주어서 금세 끝이 났다. 9시에 다들 동그랗게 둘러 앉아 긴 자연속학교의 마침회를 시작했다. 자연속학교의 큰 흐름 정리하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목표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낮은샘은 학교차, 빌린차, 경현이 아버지차에 나누어 탔다. 5, 6학년은 하동 터미널에서 서울가는 12시 버스를 타러 갔다. 잠집에서 방학동안 못 볼 6학년들과 최희구 선생님과 인사를 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할머니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를 가지째 꺽어서 홍시가 되면 먹으라고 주셨다.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하동의 길은 역시 참 예쁘다. 길가에 주렁주렁 열린 감을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뒤에서 쫑알쫑알 떠들던 아이들도 잠이 들고 나도 살짝 졸았는데 어느새 점심 먹을 여산휴게소에 닿았다. 내려서 밥먹고 새참으로 단감을 먹었다. 하동에서 많이 먹었는데 또 먹어서 참 맛나다. 그렇게 뛰어놀다가 다시 차에 올랐다. 오는 길 내내 채연이가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는지 10분마다 한번씩 몇 시간 남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경현이 아버지가 손목시계를 주셨다. 그랬더니 시계를 볼줄 모른다면서 전자시계를 달란다. ^^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시간이 빨리 가냐고 묻기에 한 숨 푹자고 일어나면 학교에 닿아 있을거야 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달리고 달려서 수원쯤 왔더니 차가 조금 밀린다. 학교가 조금씩 가까워지자 아이들이 신발을 챙겨 신고 내릴 준비를 했다. 학교에 닿자 아이들이 내려서 어머니 품으로 달려간다. 나도 내려서 정신없이 짐정리하고 돈계산을 했다. 학교 마당에 심어놓은 콩도 걷어 들였다. 큰 봉지로 하나 가득 나왔다. 5학년들은 지리산 둘레길을 잘 다녀왔다고 어머니들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놓으셨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자리에 앉으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이제야 한숨 돌린다. 무사히 다들 잘 왔고 내일은 또 다 같이 모여 탈곡하고 가을 방학이 시작된다. 긴 자연속학교가 끝나니 마음이 시원섭섭하다. 자연속학교를 다녀오면 다시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고 시간이 걸린다. 금새 익숙해지겠지만 뭔가 많이 허전 할 것 같다. 지금도 집에 누워 글을 쓰려니 글이 잘 안 써진다. 곧 적응이 되겠지! 그래도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참 이상할 것 같다.

[전정일]

정성 가득한 글 단숨에 읽고 다시 꼼꼼히 읽으며 혼자서 자연속학교를 떠났습니다. 덕분에 지리산 자락 아이들 추억을 담습니다. 고맙습니다^^

[임의석]

저도 하동에 잠시 다녀왔네요. 참 고맙습니다.^^

[엄익복(지우아버지)]

권진숙 선생님 자연속학교 하루생활글 잘봤습니다. 글을 어찌나 맛깔스럽게 쓰시는지, 표현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또 우리말로 잘 쓰셔서 술술 잘 읽힙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권진숙 선생님과 잘 지내는 것 같아 참 보기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