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석(藥石): 선종 사원에서 저녁공양을 일컫는 말로 일본뿐 아니라 한중일 동북아시아 禪도량에서 쓰인다.
윤창화 선생의 역작 《선불교》에 약석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있다. 간략히 인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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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약석이라는 말은 이들 청규에 앞서 북송 말에 편찬된《선원청규》에도 한 곳 나오지만, 여기서는 "비시식(非時食, 오후불식)에는 小食, 약석(여기서는 藥食), 과자, 미음, 두탕(豆湯), 채즙(菜汁) 종류도 먹어서는 안 된다. 아침 죽과 점심 밥 두 끼 외에는 모두 먹을 때가 아닌데 먹는 것이다"라고 하여, 12시 이후에는 간단한 약식이나 채즙, 과자 등도 먹을 수 없다는 뜻에서 약석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비시식(非時食)은 '먹을 때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시간적으로는 낮 12시부터 다음날 아침 공양 시간 전까지가 非時食 시간이다. 이 시간 외에는 물 외에는 일체 먹지 못 한다. 율장에서 말하는 오후불식(午後不食)이 곧 非時食이다.
총림에서 '약석(藥石, 기갈병을 치유하기 위하여 먹다)'이라는 이름으로 저녁 공양을 하게 된 이유는 총림의 과거 대비 풍부해서이고, 또 하나는 젊은 납자들이 점심 공양 후 다음날 아침까지 배고픔(기갈)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선불교》윤창화, 민족사, 2022, (pp440-441)---
"오늘날에는 한국, 중국, 일본 모두 하루에 세 번 공양한다. 한국, 중국은 세 끼 모두 밥을 공양한다. 일본 조동종 에이헤이지(永平寺)는 천 년 전 당송시대와 다름없이 아침에는 죽을 공양한다."
---위의 책,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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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경험으로, 안동 봉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고 난 이튿날 아침에 죽을 공야했다. 그때만 그랬던지 지금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안동 봉정사는 다치하라 마사아키《겨울의 유산》의 무대로 그려지는 무량사의 모델이 아닌가, 라고 추측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