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칼럼-가족 없는 가족오페라 예술의 전당 ‘어린왕자’ 미취학 아동 입장 논란, 공연관람 연령은 몇 살인가? 경인매일 문화부장 김장운
예술의 전당이 기획한 가족오페라 ‘어린왕자’가 과연 그 취지대로 가족오페라인지 궁금한 일이 27일 초연 때 생겼다. ‘미취학 아동은 입장불가’라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보지 못한 죄로 아들을 데리고 갔다가 ‘입장불가’라는 말을 듣고 표를 반납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작은 소동에 극장 출입구를 바라보았는데 관람객이 항의하자 미취학 아동을 입장시킨 것이다.도저히 눈앞에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아 예술의전당 홍보팀에 겨우 전화를 걸어 “어떤 잣대로 누구는 입장하고, 누구는 입장하지 못하느냐”고 질의하자,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미취학 아동을 입장시켰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 사이 변명에 가까운 홍보팀의 답변에 어이없었다.“나이를 속이면 어쩔 수 없이 입장시킬 수밖에 없다”는 질의 처음 말은 이미 변명에 가까웠다. 분명 미취학 아동은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했음에도 항의하는 관객은 입장이 되고,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관객은 입장을 할 수 없다는 것에 기가 막혔다.최근 ‘여탕에 남아연령 제한을 낮추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퍼져 정부에서 연령을 낮추려고 한다. 경제적 성장에 따라 아동의 발육이 육체적, 정신적 성숙도가 높아져서 여탕에 입장한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이 골자다. 그렇다면 아동의 정신적, 육체적 발육이 성장한 만큼 공연관람 연령도 낮아져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공연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숨도 쉬지 않고 봐야한다’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논리다. ‘아동이 입장하면 공연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이 주최 측 입장인데, 그 입장에 동조할 수 없다. 공연관람 때부터 사회질서와 공연관람분위기를 서서히 익힐 수 있다면 교육적으로도 널리 장려해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적으로 ‘아동이 공연을 망친다’는 관념은 문제가 있다. 특히 가족오페라를 자칭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혹시 오페라나 예술의전당이 귀족 같은 분위기를 바란다면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직 극작가인 기자가 귀족(?)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에 시설만 대한민국 최고인 예술의전당에 우려를 표한다.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전국민이 분노와 좌절감에 빠져 있다. 진정 치유의 힐링 가족공연이 되려 한다면 다시 한 번 입장연령을 재고해야 한다. 이렇게 공연까지 차별한다면 누가 아이를 낳고 기른단 말인가. 관객과 교감하는 가족오페라는 정녕 없다는 말인가.어린이를 위한 어린왕자가 사라진, 어른을 위한 어른의 공연 가족오페라를 표방하는 예술의 전당 어린왕자를 어린 아들에게 보여주려 한 아버지의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아니 들어가지 못한다고 등 떠미는 것 같은 예술의전당 직원에 겁에 질려 등 뒤에 숨은 아들에게 정말 미안하다.어느새 마음의 상처를 잊고 예술의전당 앞마당에서 또래 친구와 뛰어노는 아들을 바라보며 다시는 예술의전당에 아들을 데리고 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우리의 척박한 공연문화에 숨 막히고, 탁상공론처럼 현장과 유리된 공연문화에 절망한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는 더 이상 예술의전당에 없다. 어린이의 동심이 차단된 차가운 예술의전당 건물에서 맑게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공연문화를 걱정한다. “예술의전당 키즈카페 보다 여기서(예술의전당 앞마당) 뛰어 노는 게 더 좋잖아요!”아들과 같이 뛰어 노는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아빠에게 한 말이다. 아들은 비를 맞으며 친구들과 뛰어놀고 입장을 못하게 한 무서운 어른을 잊고 차 안에서 곤히 잠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발 예술의전당을 잊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멍든 동심 속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가족오페라를 자칭하는 어린왕자는 공연을 지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