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나이다.”
(루카 1,28)
오늘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을 낳은 어머니 거룩한 성모 마리아는 잉태된 순간부터 모든 인간이 지닌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다는 교회의 믿음을 교황 비오 9세는 1854년 교회의 ‘믿을 교리’로 선포하셨습니다. ‘성모님의 무염시태 교리’로 일컬어지는 이 믿음은 교회의 공식적 교리 선포 그 이전부터 이미 많은 신자들의 믿음으로 자리 잡았으며, 성모님의 발현을 통해 그 믿음은 보다 굳건해졌습니다. 특별히 우리 한국 교회는 1784년 평신도들에 의해 처음 가톨릭 신앙이 전래된 이후, 그로부터 약 50년 후인 1831년 교황 그레고리오 16세(1831-1846)에 의해 공식적으로 조선교구로 설정되고, 그 수호성인을 성 요셉으로 정하였습니다. 교황에 의해 공식 파견된 조선교구의 1대 교구장인 브뤼기에르 주교는 박해 중인 조선 교회에 들어오기 위해 중국에 머물다 병으로 사망하였고 그 후 제 2대 교구장인 앵베르 주교의 입국을 통해 조선교구의 첫 공식적 역사가 시작됩니다. 앵베르 주교는 조선에 입국한 후, 교황청에 공식적으로 서한을 보내 조선교구의 수호성인으로 성 요셉과 함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를 공동 수호성인으로 삼을 수 있게 해 주기를 청하였고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앵베르 주교의 순교 후 1841년 8월 22일에 공식적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를 조선교구의 공동 수호성인으로 선포합니다. 이 때는 성모님의 무염시태 교리가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 믿을 교리로 선포되기 이전, 곧 1854년 무염 시태 교리 선포 13년 전로서 우리 교회 안에 일어난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은 박해로 고통 받고 있던 조선교회 모든 신자들을 향한 성모 어머님의 각별하고도 특별한 사랑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우리 교회를 향한 성모님의 각별한 사랑을 드러내 주는 오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우리에게 들려지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를 향한 성모님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우리가 본받아야할 성모님의 굳은 믿음의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우선, 오늘 제 1 독서의 창세기의 말씀은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낙원에서 선악과를 따먹어 모든 인간이 원죄를 얻게 되는 그 장면을 전합니다. 하느님이 금하신 선악과의 열매를 따먹고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이 알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부끄러워 자신의 몸을 숨깁니다. 죄로 인해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인간이 보이는 행동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잘 드러내는 이 장면은 하느님이 원치 않으시는 일을 우리가 행하였을 때 우리가 보이게 될 행동의 모습을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곧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 다시 말해 수치심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무언가를 감추려 하는 우리의 본성을 잘 보여줍니다. 몸을 숨긴 아담에게 하느님이 묻습니다.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아담을 찾는 이 하느님의 음성에 아담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듯한 죄의 전가와 핑계의 모습을 보이고 결국 하느님께로부터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이라는 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이들을 유혹한 뱀에게 저주의 말과 함께 인간을 유혹한 뱀을 지배할 제 2의 하와 성모님을 예고하는 말씀을 건네십니다.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
한편, 오늘 복음의 말씀은 예수님을 낳을 어머니 거룩한 성모로 간택된 나자렛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이름 없는 처녀 마리아의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고 너무나 놀라하고 있는 마리아에게 천사는 더 믿을 수 없는 말을 전합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을 전하는 천사의 말에 마리아는 소심한 듯 반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
요셉과 약혼하기는 하였지만 아직 첫날밤을 함께 보내지 않은 마리아로서 당연히 물을 수 있는 물음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항의성 물음이기도 합니다. 이에 천사는 그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이며 마리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의 친척 누이 엘리사벳에게 일어난 일을 들어 설명해 주자 마리아는 놀랍게도 다음의 말로 그 모든 것에 순종하고 순명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마리아는 이 놀라운 믿음의 고백으로 구세주 메시아를 낳은 성모님이 되시고 그 후 아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모든 것을 순명함으로서 예수님의 어머니이자 하느님의 어머니 그리고 모든 교회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교회는 바로 이 성모님의 믿음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성모님의 그 믿음을 교회가 간직하기를, 그 믿음으로 현실의 모든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모진 박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던 우리 교회에 성모님의 도우심과 간구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성모님을 우리 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삼은 것입니다.
오늘 제 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우리 모두의 구원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졌음을 새삼 강조하며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구원,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오늘 교회가 기억하는 성모님의 순명으로 시작되었고 그 순명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해진 것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한국 교회의 수호성인인 거룩한 어머니 성모님을 기억하는 오늘, 수원교구 18명의 새 사제가 탄생합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제단에 사제로 불리움 받은 모든 새 신부님들이 한국 교회의 수호성인이신 거룩한 성모 마리아의 믿음의 모습을 닮은 참 사제. 하느님 말씀을 밤낮으로 되새기며 하느님 가르침을 좋아하며 모든 이들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을 수 있는 신실한 주님의 종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 미사에 함께 하는 여러분 역시 성모님의 믿음을 본받아 우리 모두에게 선물로 주어진 구원의 은총을 얻게 되시기를, 그리하여 성모님의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온전히 누리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나이다.”
(루카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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