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한 사건 이후, 이미 서방의 메이저 언론과 방송은 물론 SNS까지 '하마스는 아이와 여자도 무참히 살해하는 악마들이다'는 프로파간다를 충실히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떡 본 김에 제사지내고 싶고, 비 온 김에 대청소하고 싶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지상군 진입 및 초토화 작전의 명분을 쌓는 전초 작업입니다. 특히 각종 구설수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이스라엘 우익 정권에게는 그야말로 호재 중 호재입니다. 자신들의 온갖 문제를 덮어 버릴 수 있는 좋은 핑계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오랜 시간 동안 이스라엘이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짓들을 하며 가자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며 탄압한 것 따위는 아무도 언급도, 관심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억울한 일은 이미 우리나라도 고종 때에 뼈아프게 겪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국제 사회에 일본의 침략의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아무도 힘 없는 동아시아의 작은 약소국 따위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일본이라는 신흥 강대국과의 협상에 열을 올렸습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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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마스가 이런 짓을 벌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역사적 타임라인을 제대로 짚어주며 분석한 기사 따위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있다고 해도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언론들은 이런 시국에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자기네도 목구멍이 포도청일테니 말입니다.
어차피 세상은 힘 있는 자들 주도로 흘러갑니다. 선악의 기준을 만들고 정하는 권력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성도라면 좀 그런 자들이 만들어 놓은 판에 쉽게 휩쓸리지 말고 행간을 조금이라도 더 살피는 노력을 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일, 특히 선악을 판별하는 일은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냥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왜 세계적으로 거의 밑바닥 수준의 열악한 경제력과 형편 없는 군사력을 가진 팔레스타인이 세계적인 경제, 군사 강대국 이스라엘과 그렇게 오랫동안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한 사연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게 무려 1948년 이후로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자그마치 8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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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초는 우리도 역사 속에서 숱하게 겪었고, 지금 한국 사회 내에서도 힘 있는 불의한 권력들에게 힘 없는 약자들이 계속해서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성도라면, 이스라엘 정부나 하마스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고초를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포함한 애꿎은 희생자들(이스라엘 국민들을 포함한)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올바르고 정의로운 인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짐승 수준의 존재로 추락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권영진 목사(정언향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