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1. 피그말리온
[마이 페어 레이디]는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이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여자를 싫어하고 독신을 고집하는 조각가다.
그는 자신이 조각한 완벽한 여인의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이 조각상에 생명을 달라고 기도한다.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을 가엽게 여겨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고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와 결혼한다.
버나드 쇼는
‘피그말리온’의 신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언어학자 히긴스와 코크니 사투리가 심한 코벤트 가든에
꽃 파는 여인 일라이자 둘이틀이라는 인물을 창조한다.
언어학자인 히긴스 교수는
말만 듣고도 그 사람이 어느 출신이며 어떤 신분인지 알아내는 능력을 지녔다.
그는 코크니 사투리가 심한 일라이자를 교육시켜
6개월 안에 상류층의 파티장에 데려가
사교계의 여왕으로 만드는 것을 두고
피커링 대령과 내기한다.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를 빚었듯이,
히긴스 교수도 언어와 태도를 교육시켜 촌뜨기 일라이자를
품위 있는 일라이자 부인으로 만들어놓겠다는 것이다.
히긴스에게 발음을 배운 일라이자는
결국 허영심 많은 상류층을 깜박 속아 넘길 정도로
완벽하게 상류층의 억양과 발음을 익힌다.
사회주의자였던 쇼는
신분이나 계급의 차이는 교육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일라이자의 신분 상승을 통해 강조한다.
더불어 일라이자는
귀부인은 어떻게 행동하냐가 아니라 그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항변한다.
피커링 대령은
꽃 파는 처녀일 때부터 일라이자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켰지만,
히긴스 교수는 귀부인의 품위를 갖추어도 여전히 그녀를 예전과 같이 대했다.
희곡은 신화에서처럼 일라이자를 귀부인으로 만들어낸다.
그러나 점진적 사회주의자였던 버나드 쇼는
신화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그는 신화에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를 빚어 생명을 주었다 해도
왜 갈라테이아에게 결혼 의사를 물어보지 않는가.
일라이자는 히긴스 교수의 교육을 받고 세련된 발음과 태도로
사교계의 여왕으로 떠오른다.
반면 여전히 히긴스 교수는 일라이자를 시장 바닥에 배추쪼가리처럼 대한다.
나이도 스무 살이나 차이가 나고 배려심 없고 괴팍한 히긴스 교수가
일라이자와 결혼하는 것은 부당하다.
쇼는 희곡 [피그말리온]에 ‘5막의 로맨스’라는 부제를 붙여놓았지만
일라이자가 거만한 히긴스 교수를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부제는 마지막 언해피엔딩을 강조하기 위한 트릭이었던 것이다.
키워드2. 버나드 쇼
버나드 쇼는 [입센이즘의 정수]라는 글에서
속물과 이상주의를 비교하면서 이상주의를 비난한다.
“속물은 추악함을 정신적 고통 없이 받아들이는 자이고,
이상주의자들은 그 추악함을 견딜 수 없어
이상으로 현실을 가리고 사는 자기 기만적인 사람들이다.”고 보았다.
피그말리온 신화는 이상적이었으므로
그의 작품에서 히긴스 교수와 일라이자가 결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알란 제이 러너와 프레더릭 로위가 각색한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깨어진다.
연극으로 공연될 때부터
히긴스와 일라이자가 결합되지 않은 결론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다.
[피그말리온]에서 히긴스 교수를 연기한 허버트 비어봄 트리는
마지막에 히긴스와 일라이자가 연결될 것 같은 가능성을 내포하는 연기로
자기만의 해석을 덧붙였고,
당연히 쇼는 화가 나서 따졌다.
그러자 허버트는 “관객들은 둘이 연결되기를 바라며
내 해석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정말 허버트의 해석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공연은 118회나 공연되는 등 크게 흥행을 했다.
버나드 쇼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희곡이 책으로 출판될 때
후기에 둘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장황하게 서술하는 글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버나드 쇼 사후
1956년 브로드웨이에서 올라간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는
달달한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로맨스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각색되었다.
희곡에는 존재하지 않은 일라이자가
힘들게 발음을 배우는 과정에 무려 네 곡이나 삽입해
히긴스의 공로를 부각시켰다.
이때 나오는 유명한 문구가
‘The rain is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스페인에서 비는 주로 평원에서 내린다.)이다.
비슷한 발음이 연이어져서 정확하게 발음하기가 힘든 이 문장을
완벽하게 구사하게 되면
일라이자는 코크니 발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단어는 뮤지컬 넘버로도 만들어져 발음을 교육받은 과정을 보여주었다.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의 힘겨운 신분 상승 과정을 부각시키고,
그 공로를 히긴스에게 부여함으로써
일라이자가 히긴스 교수와 결혼해야 하는 타당성을 준 것이다.
뮤지컬의 마무리는 둘이 결합할 것 같은 분위기를 남긴 채 끝난다.
연극 [피그말리온]에서 히긴스를 연기한 허버트의 말대로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로맨스였고,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대중들의 욕망에 충실하게 제작되었다.
뉴욕에서 2,717회, 런던에서 2,281회를 공연하는 등 대단한 흥행을 올렸다.
상류계 스타로 변신한 일라이자 - 제공 : 더 뮤지컬
키워드3. 오드리 햅번
[마이 페어 레이디] 하면
국내 관객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억척스러운 꽃 파는 여인에서 세련되고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변하는
영화 속의 일라이자 오드리 햅번일 것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일라이자 역의 주인공은 오드리 햅번이 아니었다.
1950~60년대에는 뮤지컬이 성공하면 곧바로 영화로 제작되었다.
[마이 페어 레이디]도 마찬가지였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일라이자 역할을 맡은 배우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사랑스런 마리아 수녀와 출연했던 줄리 앤드루스였고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거론되었다.
그러나 영화 제작사에서는 외모적으로 더 뛰어났던 오드리 햅번을 일라이자 역에 낙점했다.
문제는 노래였다.
줄리 앤드루스는 노래가 가능했지만
오드리 햅번은 노래까지 커버하진 못했다.
그래서 당시 흔히 사용하던 방식대로 노래 대역 배우를 섭외했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 나오는 오드리 햅번의 목소리 주인공은
목소리 대역 전문 배우 마니 닉슨이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나탈리 우드가 부른 노래
‘마리아’ 역시 이 배우가 노래한 것이다.
줄리 앤드루스는 오드리 햅번에게 밀려 영화에 출연하지 못했지만
대신 [메리 포핀스]의 신비한 가정교사 메리 포핀스를 맡게 되었다.
그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대역을 쓴 오드리 햅번은
후보에도 선정하지 않았지만
[메리 포핀스]에서 열연한 줄리 앤드루스에게 여우주연상을 수여하면서
그녀의 자존심을 만회시켜 주었다.
우리는 여전히 [마이 페어 레이디] 하면
오드리 햅번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가 만들어낸 일라이자는
원작자 버나드 쇼가 원하던 모습도 아니었고,
온전한 햅번만의 것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줄거리>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 교수는
코벤트 가든에서 지독한 사투리를 쓰는 처녀 일라이자와 맞닥뜨린다.
일라이자는 점잖은 말을 쓰면
꽃집을 낼 수 있다는 말에
히긴스 교수를 찾아오고,
히긴스 교수와 퍼커링 대령은
일라이자의 발음을 교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내기를 건다.
히긴스 교수의 교육을 받은 일라이자는
마침내 상류층처럼 점잖게 발음하게 되고,
히긴스 교수는 이를 시험하기 위해
일라이자를 데리고 파티장에 간다.
그녀가 사교계에 데뷔하자
우아하고 교양 있는 외모와 행동에 양갓집 규수로 오인하고
심지어 왕족의 혈통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말투나 태도가 변했지만
히긴스 교수는 여전히 일라이자를 거리의 꽃 파는 소녀로밖에 보지 않자,
일라이자는 집을 나간다.
일라이자가 없는 허전한 집에서
히긴스 교수는 자신이 일라이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지 못한다.
굽히지 않자 말다툼을 하던 일라이자는 떠나버리고,
히긴스 교수가 후회하고 있을 때
다시 들어오며 둘의 관계를 회복된다.
수상 내역
1957년 토니상 10개 부문 노미네이트 6개 부문 (남우주연, 음악상, 의상, 연출, 무대디자인,
최우수 뮤지컬상) 수상
1976년 리바이벌 버전 토니상 남우주연상 수상
2002년 로렌스 올리비에상 3개 부문(최우수뮤지컬, 여우주연, 안무상) 수상
- 박병성, 뮤지컬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