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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성천보존회 원문보기 글쓴이: 황나비
모래가 흐르는 강 내성천.."독일에 있었다면 국립공원 감이죠"
영주시민신문 / 2014. 07. 31 (제285-286호) 기획특집호 8면,9면
영주는 구곡(九曲)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죽계구곡(竹溪九曲), 소백구곡(小白九曲), 초계구곡(草溪九曲), 동계구곡(東溪九曲), 초암구곡(草庵九曲) 그리고 운포구곡(雲浦九曲)으로 무려 6곳이나 있다. 전국 어디에도 이처럼 구곡이 많은 곳은 없다.
구곡의 문화는 중국 남송의 유학자 주자(朱子; 본명은 희(熹), 1130~1200)가 중국 무이산에서 후학을 양성할 때 무이산 안에 있는 아홉 굽이 계곡을 무이구곡(武夷九曲)이라 칭하고,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지어 부른데서 유래한다. 때문에 ‘구곡 문화’ 자체가 주자학이요 성리학의 상징이다. 영주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주자학의 원산지이다.
그 중 필자가 말하려는 운포구곡(雲浦九曲)은 영주시 평은면을 지나가는 내성천에 있다. 1736년 당시 그곳에 살던 와은(臥隱) 장위항(張緯恒;1678∼1747)이 주자를 흠모 해 운포구곡가(雲浦九曲歌)를 지음으로서 그 이름이 시작되었다.
내성천에는 국가명승지가 2곳이나 있다. 하나는 예천군 용궁면에 있는 회룡포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예천군 호명면에 있는 선몽대이다. 그런데 영주 내성천에는 이러한 명승지를 초월하는 비경을 갖고 있는 곳이 있었다.
내성천에서 4년째 사진을 찍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박용훈 작가다. 그는 서울에 거주하지만 영주댐 착공 이후 주기적으로 내성천을 찾아와 사진을 찍었다. “4년간 내성천을 촬영해왔는데 그 중에서 어디가 가장 아름답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박 작가는 “내성천에는 회룡포와 선몽대라는 명승지가 2곳이나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곳은 평은면 금강마을 옆입니다.”라고 답했다.
박 작가의 대답처럼 나라에서 지정한 명승지보다 더 아름다운 그곳이 바로 운포구곡 중에 제7곡 금탄(錦灘)이다. 필자도 금탄을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여겨왔다는 점에서 박 작가의 생각과 일치한다. 9개의 곡 중에 아름답지 않은 곳이 단 한곳도 없지만 금탄은 그 중 단연 탁월했다. 금탄(錦灘)은 느낌이 다르다.
▲ 운포구곡 중 금탄의 전경
감입곡류(嵌入曲流)로 이루어진 운포구곡은 6번의 S자를 그리며 우천(愚川), 송사(松沙), 용추(龍湫), 전담(箭潭), 운포(雲浦), 구만(龜灣), 금탄(錦灘), 동저(東渚), 지포(芝浦)라는 9개의 곡으로 되어 있다. 이 9개의 곡 어디를 가도 아름답지 않는 곳이 없다. 가보지 않고는 말하지 말라!
▲ 운포구곡 위성 사진
그런데 안타깝게도 금탄은 운포, 구만, 동저, 지포와 함께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훼손되었고 곧 영주댐에 의해 수몰된다. 금탄은 철거된 평은역에서 지척이다. 평은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세상에 본적 없는 별천지를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평은역도 사라졌고 금탄도 사라졌다. 금탄은 세상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내성천보존회는 내성천의 가치를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알리고자 했다. 1)내성천이 얼마나 아름다운 강인지, 2)내성천이 얼마나 큰 보물인지, 3)영주댐이 얼마나 부당한지, 4)자연에 대한 도리를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떤 재앙이 발현하는지, 5)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설정, 등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는 ‘모래강 내성천, 영주댐의 재앙’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곳에서 발표되었다.
“여러분이 앞서 강연자들을 통해 스크린으로 본 강은 강도 아닙니다. 저는 진짜 강을 여러분께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에 대해 설명하려 합니다.” <아시아-태평양 환경포럼> 대회장 스크린을 통해 모래강 내성천이 펼쳐지자 청중들은 넋을 잃는다. 이처럼 내성천은 외지인들에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특별한 강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에 필자는 주목했다.
▲ 아시아-태평양 NGO 환경회의에서 내성천보존회 발표
2014년 3월23,일 독일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와 일본 나카가와 마나부 기술사가 내성천을 방문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미 내성천을 방문한 바 있다. 그때 베른하르트 교수는 “내성천이 독일에 있었다면 국립공원감이다”라고 격찬하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된 셈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 칼스루헤 대학 교수로서 하천관리 국제전문가이며 나카가와 마나부 기술사는 일본 국토문제연구회 사무국장이며 하천행정 관련 국제전문가이다. 우리 내성천보존회는 그들을 만났다.
▲ 내성천을 방문한 베른하르트 교수(좌에서 2번째)와 나카가와 사무국장(좌에서 4번째)
다시 찾아 온 베른하르트 교수는 “내성천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하천”이라며 “반드시 이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카가와 사무국장도 “일본에도 크고 작은 댐이 수없이 많이 만들어져 있는 탓에 이렇게 모래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은 드물다”고 말했다.
3년 전 내성천을 찾았을 때를 상기시키며 “내성천이 국립공원감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베른하르트 교수는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내성천은 정말 아름다운 경관을 갖고 있다. 이곳처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하천은 세계에서 몇 군데 없다. 반드시 한국 정부는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외국의 전문가들도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야 할 만큼 아름다운 강이라고 말한다.
2014년 6월 10일, 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목사들과 전도사, 신도 등이 버스를 타고 내성천을 찾아왔다. 우래교 아래에서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러분이 서 있는 이곳은 내성천입니다. 낙동강의 제1지류인데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하는 원천입니다.
모래는 흔합니다. 해수욕장에 가도 모래가 있고 섬진강에 가도 모래가 있으며 남한강에 가도 모래가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도 모래는 흔합니다. 그러나 봉화군 물야면에서 시작되어 삼강주막이 있는 곳까지 내성천은 장장 100Km를 얕은 여울과 모래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얕고 긴 모래강은 세상에 드뭅니다.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1시간 달리는 거리입니다.
그렇습니다. 장장 100Km를 아름다운 경관과 다정한 동물들과 귀여운 물고기와 함께 9박10일을 천천히 온몸으로 향유하며 어린 아이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강은 세상에 이곳밖에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영주댐 건설로 인하여 다시 볼 수 없는 마지막 내성천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일행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설명은 계속된다. “이것이 석영이고, 이것이 운모입니다. 왜 내성천 모래는 흰빛이고 반짝이는지를 이 모래 알갱이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낮에는 은빛으로 반짝이지만 석양이 질 때면 금빛으로 반짝입니다.”
이어서 일행은 무섬마을로 향했다. 무섬마을은 이미 옛 모습을 잃었다. 모래는 쓸려내려 가고 잡초가 곳곳에 활개를 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비록 거친 모래와 각진 자갈로 채워져 있지만 그래도 외지인들에게는 특이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슬프다.
영주댐으로 향했다. 미림마을 앞에서 버스를 정차시키고 버스에 올라 미림마을의 아픔에 대해 설명하였다. 미림마을은 강 좌우로 운포구곡 중에 용추와 전담이라는 절경이 있던 곳인데 그 모습을 잃었다. 모래는 아예 없고 자갈과 풀만 무성하다. “이젠 옛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금강마을에 도착했다. 운포구곡 중에 금탄과 구만이 있었던 지점을 가리키며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아픔을 전달했다. 그리고 최근 보물급 유물이 발견된 상황을 설명했다. 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일행은 이 말도 안 되는 현장을 살펴보고 격분해 있었다.
▲ 내성천보존회가 기독교 장로회 일행에게 ‘모래강 내성천, 영주댐의 재앙’을 설명하고 있다.
전임 정부에서 22조원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시행했다. 이 사업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수질 개선’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 녹조와 이끼벌레가 창궐하는 등 수질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4대강 사업 때문에 내성천은 그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영주댐이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되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영주댐은 낙동강의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위조절용 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에게 말한 영주댐의 목적은 처음부터 거짓이었다.
▲ 2011년도 영주댐 건설 현장
▲ 완공이 임박한 영주댐 건설 현장
영주댐으로 인하여 모래는 ‘더 이상 내려오지 않고 또한 낙동강 본류를 깊게 파는 바람에 내성천의 모래는 급격히 쓸려 내려갔다. 서천도 그렇다. 평균 2m의 모래가 유실되었다. 앞으로도 퍼낸 낙동강 본류를 모두 채울 때 까지 계속 쓸려내려 갈 것이다. 이를 ‘역행침식 현상’이라 한다.
▲ 문수면 조제리 멱실마을 앞 내성천 모래 유실 상태, 2m가량 유실 됨
문제는 또 있다. 농어촌공사는 소백산 주요 계곡 4곳을 모두 틀어막았다. 금계호, 송림지, 단산저수지, 물야저수지가 그것이다. 최근 봉화에도 또 댐을 만든다고 한다. 이들은 물만 보면 틀어막으려 대든다. 때문에 물은 졸졸 흐르고 유속의 변화가 없다. 흐르는 곳만 흐르고 흐르지 않는 곳은 식물이 자라 육지가 된다. 이를 ‘육지화 현상’이라 한다.
모래강은 큰물이 져야 식물을 쓸어내고 강 폭 전체를 모래로 채우는데 지금은 댐과 저수지들 때문에 점점 도랑이 되어 간다. 영주댐이 완공되어 물이 채워지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 풀숲으로 덥힌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 사진의 우측은 트랙터로 풀숲을 제거한 상태
내성천에는 강둑으로 왕버드나무가 끝없이 늘어져 있었다. 낮이면 먹황새, 두루미, 백로, 왜가리 등 온갖 새들이 자태를 뽐내고, 밤이면 수달, 오소리,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 온갖 동물들이 내성천을 향유한다. 강물 속에는 자라, 민물조개, 민물새우, 흰수마자, 모래무지, 피라미, 꾸구리, 텅가리, 메기, 붕어, 준치, 은어, 칠성장어 등 온갖 물고기로 가득 찼었다. 오죽하면 물고기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칠성장어가 흔했을까. 물고기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에 칠성장어의 생존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칠성장어를 포함한 대부분의 물고기는 내성천에서 멸종되었다.
▲ 문수면 내성천에서 서식하고 있는 민물조개
내성천에 살고 있는 흰수마자의 학명은 ‘Gobiobotia nakdongensis(고비오보티아 낙동엔시스)’이다. 낙동강에서 처음 발견되어 낙동엔시스라고 붙여진 완전 토종이다. 낙동강 본류에서 사라졌고, 내성천에서는 그나마 아직까지 발견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다.
이 흰수마자를 우리는 땅고기라 불렀는데 모래무지와는 다르다. 파팟~ 하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위험이 닥치면 재빠르게 모래 속으로 숨기 때문이다. 흰수마자는 약1억년 동안을 홍수기와 갈수기를 반복하는 이 곳 내성천의 가혹한 모래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얼마나 드라마틱한 진화를 해 왔을까? 조개도 그렇고 은어도 그렇다. 조개는 모래이불을 만들어 스스로 덮는다.
2014년 7월 2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예비신부 일행이 내성천을 방문하였다. 강의를 하면서 필자가 말했다.
“바다는 모래를 생산하지 못합니다. 부산 해운대의 모래는 내성천의 모래입니다.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이곳 영주는 지질학적으로 모래로 된 토질을 가지고 있어 1억5천만년 동안 눈꽃구릉지 골골에서 내려와 내성천에 모래를 공급하고, 내성천의 모래는 아래로아래로 흘러 바다의 연안에서 동한난류를 타고 다대포로 광안리로 해운대로 모래를 공급합니다. 이미 해운대 모래는 년 간 1만5천대분의 트럭으로 모래를 퍼부어야 백사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영주댐을 지은 대가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모래강 내성천, 모래강 낙동강은 물론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마저 잃게 될 것입니다.”
▲ 영주댐 공사로 인하여 내성천에서 퍼내어 쌓아둔 모래 피라미드
예비신부들은 뜨거운 여름이면 아무 때나 해수욕장을 찾아 모래를 만끽하곤 했을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살피지 않고 밟았던 그 모래가 강에서 흘러내려온 모래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이다. 강의를 마치자 예비신부들은 슬픔에 빠졌다.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어떤 예비신부가 말했다. “왜 이 곳 주민들은 영주댐을 반대하지 않습니까?”
필자는 말했다. “글쎄요. 저도 의문입니다. 그런데 그 문제는 내성천의 가치에 대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곳 영주사람에게는 그냥 흔한 강일뿐입니다. 세상의 모든 강이 이처럼 모래로 되어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영주에서 동쪽으로 봉화군 명호면에만 가도 돌로 된 강입니다. 북쪽으로 영월군에만 가도 돌로 된 강이고, 서쪽으로 단양군에만 가도 돌로 된 강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영주지역 남쪽으로 예천까지가 모래를 공급하는 토질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서천에 가도 모래고, 동천(내성천)에 가도 모래고 골골이 냇가에 가도 모래고, 그러니 귀한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오히려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 내성천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모래강 내성천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 같아요.”
또 다른 예비신부가 질문한다. “영주댐이 이미 완공단계에 있다고 했는데 내성천보존회는 어떻게 내성천을 복원하겠다는 건가요?”
필자는 말했다. “영주댐은 어느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습니다. 영주지역은 전국에서 일조량이 가장 높은 지역 중에 하나로 쾌적한 곳입니다. 영주댐에 담수가 되면 안개와 습도로 인해 기관지에 병을 일으키고, 안개와 습도는 햇빛을 산란시키므로 농사가 잘 될 리 없고, 체감온도가 높아지는데다가 온 몸에 축축한 느낌을 주어 불쾌하게 만듭니다. 습도가 높은 곳에는 필연적으로 병균이 살기 좋습니다. 임의의 누군가가 그로인해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영주댐의 만수위가 영주시내 고도보다 높아 토사로 된 영주지역의 지질 특성상 어떤 지역은 습지로 변할 것입니다. 영주댐의 폐해는 1시간을 말해도 모자랍니다.
아름답고 희귀한 모래강 내성천을 사라지게 한 대가로 어떤 이득도 얻지 못합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영주댐의 완공이 눈앞에 있으니 홍수기에만 영주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요, 또 환경단체에서는 영주댐을 철거하지 않고 대신 담수를 하지 않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내성천보존회는 단호합니다. 철거되어야 합니다. 우리 시민에게 보물 같은 내성천을 되돌려 달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댐 밀집도가 세계에서 1위입니다. 온통 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필요하지도 않는 댐을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댐을 철거하는 추세입니다. 일본에서도 댐을 철거하고 있습니다.
댐 철거는 가능합니다. 영주댐을 철거하여 비싼 대가를 치름으로서 금수강산에 대한 국가의 개발정책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영주댐에 이르렀다. 탄식이 흘러나온다. 저 영주댐이 지금 우리 금수강산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필자가 말했다. “저기 보이시지요? 엘리베이터 통로같이 생긴 저것요. 저기 하부에 배사문이 있습니다. 5m X 5m, 슬라이드게이트방식의 수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배사문이란 모래를 하류로 흘려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당초 수자원공사는 2개를 설치하려 계획했지만 1개를 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처음부터 저 배사문은 모래를 하류로 배출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댐 하부에는 물의 흐름이 정체된 탓에 진흙과 유기물(생물의 사체) 그리고 모래가 뒤범벅이 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배사문을 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류 쪽은 문제가 생깁니다. 모래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하류에 그나마 남아있는 깨끗한 모래사장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2개를 설치하기는 무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 가톨릭 서울대교구 예비신부 일행이 영주댐을 바라보고 있다.
일정을 모두 마친 후, 내성천보존회 송분선 회장님은 “여러분이 신부가 되어 이렇게 잘못된 일에 절대로 눈감지 말라고 설교해 주세요.”라고 당부의 말씀을 전했다.
내성천은 남다른 지형적 특성을 가졌다. 상류부터 생성된 모래톱이 하류까지 고르게 펼쳐졌고, 산줄기를 따라 형성된 굴곡이 역동적인 데 비해 흐름은 유유하다. 석양이 질 때면 피라미가 물위로 점프를 하며 튀어 오른다. 금빛 모래 위에 은빛이 선을 그린다.
내성천은 다르다. 무엇이 다른가? 바라만 보아야 하는 강이 아니라 뛰어드는 강이다. 그것도 장장 100km 구간을,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얕은 여울과 부드러운 모래톱으로 펼쳐져 있는 그 곳을 말이다. 언제나 누구나 어디든지 무한정 향유할 수 있다. 이제 우리들은 그 강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겼다.
▲ 내성천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
내성천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기획자들이 마음대로 선을 그어 무자비하게 금수강산을 파괴하고 있다. 안 된다. 어떤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멈추어야 한다. 선조들이 물려준 이 아름다운 천혜의 금수강산을 고이 지켜 후대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2014년 7월 15일
내성천보존회 사무국장 황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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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민신문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