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름답다
/이윤애
두 나무가 맞닿아 오랜 세월을 같이 하다보면 가지가 하나로 합쳐지고
맞닿은 나무의 결이 합쳐져서 하나가 된 것을 연리지(連理枝)라고 한다.
깊은 숲 속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나무들 중에 특별한 인연이 있어 맞닿게 된 나무들이 연리지다.
연리지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숲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렇게 수많은 나무들이 자신들이 차지한 서로 작은 공간에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일에 열중한다.
그런데 어쩌다 맞닿은 특별한 인연이 그들을 한 가지로 붙어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일단 연리지가 된 후에는 비바람 모진 풍파 다 겪으면서 마침내 두 나무는 한 나무 처럼 살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연리지는 마치 우리 세상 사는 부부들의 모습과도 같은 성질을 드러내는 것이 신비롭다.
기록에 의하면 두 나무가 붙어서 하나로 살지만 각각의 개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한다.
노란 꽃을 피웠던 나무는 노란 꽃을 피우고
빨간 꽃을 피웠던 나무는 연리지가 된 후에도 여전히 빨간 꽃을 피운다고 한다.
연리지는 마치 남남이 만나 부부가 되어 하나처럼 살아가는 셈이다.
흔히들 부부는 살아가면서 조금씩 닮아간다는 말을 한다.
부부는 참 다른 사람들이 만나 사는 작은 사회다.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필연적으로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의 완성으로 아내와 남편이라고 하는 인연을 맺는 것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서 그 안에 같이 살게 된다. 같이 음식도 먹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 보기도 한다.,
멀었던 것들을 같이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생각이 비틀려서 크게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돌아서서 칼로 물베기 작전에 돌입하기도 한다.
그렇게 미움과 사랑의 수레바퀴를 돌리면서 서로에게 동화되고 겉모습까지 닮아가게 되는 것이 부부가 아닌가.!
그렇게 둘이지만 한 몸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연리지의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김제 금산사는 유명한 모악산을 배경으로 한다..
이 모악산 정상을 올라가는 길목에는 아주 특이한 팻말을 단 나무가 있다.
<변함없는 사랑나무 연리지> 이 나무가 보호수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나무들끼리 특별한 인연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두 나무가 서로의 인연의 끈을 따라서 뿌리가 맞닿아서 연리목이 되기도 하고 가느다란 가지가 붙어서 연리지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금산사의 연리지는 소나무 두 그루가 가지로 맞붙어서 서로 한 나무처럼 살아가고 있다.
한쪽 나무는 거친 세파와 풍상을 견디면서 등이 휜 남편처럼 약간 휘어져 있고 한 나무는 빳빳하게 자랐어도. 등 굽은 나무보다 좀 작고 약하게 자란 것을 볼 수 있다.
바람이 부는 날, 두 나무가 서로의 소리를 내면서 가지끼리 마주치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연리지에 대한 전설도 참 많이 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전설에는 부부의 연을 맺으려면 부부 인연을 놔주는 월하노인(月下老人- 중매장이)이 있어서 밤이면 밤마다 아무도 모르게 인연의 끈을 놓아주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되어서 그렇게 끈질기게 오랜 동안을 서로 사랑하기도 하고 때로는 미워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치 부부간에 살아가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연리지에 관한 많은 사연이 있다.
연리지가 되는 것 참 기이한 일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연리지가 생기게 되면 무언가 색다른 일이 생기게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특별한 일에는 신이 관여한다고 믿기도 했던 것이다.
신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연리지가 생기는 기이한 현상을 바라보면서 신이 노하거나 신이 인간에게 축복을 주는 계시라 하여 소중히 여겼다고도 한다.
우연이라고 그냥 밀쳐낸 것이 아니라 이런 특이한 일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을 좋은 일이거나 나쁜 일이거나가 일어날 수 있는 기이한 현상과 연관지어 생각했던 것이다.
대체로 우리 동양에서는 연리지를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두 나무가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고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믿었던 것이다.
연리지(連理枝)에 대한 중국의 문헌에는「후한서(後漢書)」의 「채옹전」이 있다.
기록에 의하면 채옹(蔡邕-132∼192)은 후한말(後漢末)의 대 문장가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경전(經典)의 문자를 통일코자 비석에 새겨 태학(太學) 문 밖에 세운 것으로 유명하거니와 또한 효성이 지극하여 당시에 유명한 사람이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채옹의 어머니는 몸이 약해서 만년에는 늘 병상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효자로 소문이 자자했던 채옹은 어머니를 지극한 효심으로 看護 하느라고 삼년 동안 옷을 벗고 편히 쉬지를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어머니의 병세가 위중(危重)해지자 백 일간이나 잠자리에 들지를 않을 정도로 어머니에게 효성을 다하였다.
막상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채옹은 어머니의 무덤 옆에 움막을 짓고, 거기서 상(喪)을 치렀는데, 형식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예식(禮式)에 정한 바에 따라 지냈다고 한다.
그렇게 어머니 상을 치룬 후, 채옹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신기하게도 거실(居室)앞에 두 그루의 나무 싹이 돋았다고 한다. 그것이 점점 커지자 서로 맞붙어서 결(理)이 이어지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기이(奇異)한 현상은 옹의 효행으로 인한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하여 소문이 나서, 원근각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채옹의 집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후한서(後漢書)」의 「채옹전」에 기재되어 있는 것이고, 여기에서는 가지에 대한 말은 없고 그저 「나무가 나서 결이 붙었다」라고 되어 있을 뿐으로, 연리(連理)를 孝와 결부시켜 말하고 있으나, 후세에 와서는 송(宋)나라의 강왕(康王)의 포학(暴虐)에 굴치 않은 한빙(韓憑)과 그의 아내 하씨(何氏-또는 息氏)의 부부애(夫婦愛)로 대표할 때 연리지를 사용하게 되었다.
백거이(白居易-字는 樂天)가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에 보면, 현종(玄宗)황제와 양귀비가 서로 맹세한 글로서,
“在 天 願 作 比 翼 鳥(재천원작비익조)/在 地 願 爲 連 理 枝(재지원위연리지) <하늘에 있어서는 원컨대 비익(比翼)의 새가 되고, 땅에 있어서는 원컨대 연리(連理)의 가지가 되기를>”이라는 두 구절이 있는데 오늘날에도 부부의 깊은 맹세에 관련하여 많이 쓰여지고 있는 시구이다.
이 시에 나오는 「비익조」는 날개가 하나이기 때문에 두 마리가 합하여야 비로소 두 날개를 갖추어 날아갈 수 있다고 하는 전설 속의 새이다. 이렇게 비익조가 두 날개를 만들듯이, 원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나 나뭇가지가 오랜 동안 자라면서 뿌리가 엉키거나, 줄기가 비바람에 부딪치고 스치면서 껍질이 닳고, 부대끼고, 엉키면서 한 나무처럼 두 나무가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라고 하는데, 뿌리가 붙으면 연리근(連理根), 줄기가 붙으면 연리목(連理木), 가지가 붙으면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화려한, 정말 가슴을 떨리게 하는 사연이 있어서 그런지 오늘날도 수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연리지를 찾아간다.
이 사연의 의미를 알고 이런 나무들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사랑이 성취되고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서 정성껏 기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연리지처럼 필연적인 만남을 통해서 만난 아내와 남편끼리 서로 한 세상을 이렇게 얼키고 설켜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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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현재 우리나라에는 곳곳마다 이런 특별한 사연을 담은 나무들이 잘 자라나고 있다.
<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위치한 대흥사(大興寺)에 있는 유명한 연리근,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소나무 연리지,경기도 광주시에 있는.....소나무 연리지, 북제주군 우도에 있는....소나무 연리지 등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