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엄마 권영상
여우 엄마가 기도합니다.
제 귀여운 아기를 봐서라도 제발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 무렵 토끼굴에서 토끼 엄마가 기도합니다.
제 귀여운 아기를 봐서라도 제발 여우에게 잡히지 않게 해주세요. -동시집 『고양이와 나무』(2020 상상)
캥거루족 우리 삼촌 권영세
어느 날 마실 다녀오신 우리 할머니 “얘야, 새로 이사 온 옆집에 캥거루가 산단다.” “할머니, 설마 거기에 캥거루가 살라고요. 동물원도 아닌데요.” “그럼, 내가 잘못 들었나. 그래그래, 캥거루족이라나 뭐라나.” 그 때 마루로 슬금슬금 나온 우리 삼촌 실내화 질질 끌고 얼른 집밖으로 나가버린다 그 날부터 우리 집에서 긴 꼬리 감춘 삼촌 지금 어느 풀밭을 헤매고 있을까 -『확률 상 삐딱해짐(동시발전소 동시선집)』 (2021 도서출판 일중)
손난로 김금래
엄마 몰래
주머니에 넣어준
할머니 용돈 -《아동문학평론》 (2021 봄호)
눈치 보는 말 김순영
옹기종기 도란도란 오순도순
어울려 지내 따듯한 말들
-서로 모이면 안돼 코로나의 심술에
띄엄띄엄 드문드문 듬성듬성
눈칫밥 먹는다.
국어사전도 얼떨떨하다. -《동시 먹는 달팽이》 (2021 봄호)
엄지 척! 박영애
10년 만에 우리 마을에 울려 퍼진 아기 울음소리
베트남에서 온 우리 엄마가 해냈어요.
그게 바로! 저래요. -『별이 다가 왔다(한국동시문학회 우수동시선집)』 (2021 브로콜리숲)
햇볕 한 장 백민주
요양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 한 장 손수건인 양 무릎에 얹어 놓고
할머니는 자꾸 창밖 공터에 내려앉는 햇볕을 아까워했다.
뭐라도 내어 말리지. 아까운 볕을 놀리네.
저 귀한 볕을 한평생 공짜로 썼으니 고맙게 잘 살다 간다며 ...
햇볕 한 장을 무릎에 덮었다 머리에 덮었다 했다. -동시집 『할머니가 바늘을 꺼내들었다』(2020 책내음)
파마머리 설용수
부처님은 파마머리가 좋은가 봐요. 꼬불꼬불 파마하고 법당에 앉아계시죠. 매일 웃고 계시죠.
부처님을 닮고 싶은 아랫마을 할머니들도 꼬불꼬불 파마머리하고 법당을 찾으시죠. 매일 웃으면서 가시죠. -《한국불교문학회보 44호》
이웃사촌 이묘신
화단에 골고루 심은 꽃씨들
분꽃 옆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옆에 채송화 채송화 옆에 봉숭아 봉숭아 옆에 해바라기
땅속에선 서로 모르고 지내다 땅 밖에서 이웃 되었다 -『확률 상 삐딱해짐(동시발전소 동시선집)』 (2021 도서출판 일중)
줄임말 풀이 전자윤
줄임말 귀엽고 재밌기만 한 말인데
어른들은 이상한 말이래요
머리와 꼬리만 있어도 잘 달리는 말인데
어른들은 어서 몸통을 붙여주래요
그래서 풀이 있나 봐요
줄임말 붙이는 풀이요 -『동시 먹는 달팽이』 (2021 봄호)
열어라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조영수
열어라 문 열어라 매화꽃 보러 가는 문
열어라 문 열어라 친구 만나러 가는 문
열어라 활짝 열어라 서로 가까워지는 문 -『하늘빛 날갯짓으로 헤쳐나온 나달이여(동시조[쪽배]동인지)』 (2021 도담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