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부모를 산 채로 버리는 풍습인 ‘고려장’은 이름 때문에 고려시대의 장례풍습으로 알려졌다. 모두가 아는 고려장 얘기를 해보자. 어느 날, 아버지는 지게에 늙은 할아버지를 지고 아들과 같이 산으로 올라가 할아버지를 버리고 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지게를 버리려고 하자 아들이 얼른 지게를 챙기며 “다음에 아버지가 늙으면 그때 쓸 겁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얼른 아버지를 다시 모시고 와 잘 봉양해 효자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얘기는 고려가 아닌 중국 몽골 인근에 널리 퍼진 민담이며, 고려에는 늙은 부모를 버리는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없었다. 고려시대에는 불효죄를 엄중히 처벌했기 때문에 감히 부모를 밖에 버릴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고려장이라는 이름 때문에 난데없이 고려는 악습이 있었다는 불명예를 갖게 된 셈이다. 고려장 민담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일제 때 건너온 일본 도굴꾼들 소행이라는 설이 있다. 인부들이 무덤 도굴을 극히 꺼리자 일을 시키기 위해 일본에 있는 고려장 풍습이 마치 우리나라에도 있는 것처럼 말하며, 부모를 고려장한 사람의 무덤은 도굴해도 괜찮다고 도굴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의 나가노와 마쓰모토 중간 지점을 지나다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수많은 노인 영가들이 떼를 지어가며 하늘의 새를 쫓고 있었다. 염으로 그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새 때문에 우리는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래서 새가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나는 깜짝 놀라 동행한 분에게 이 지역에 무슨 사연이 있냐고 물었더니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본에는 오래 전부터 고려장 풍습이 있었는데 그 지역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농토가 척박해 노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모시고 살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산 근방에 힘없는 노인들을 버렸다고 했다. 문득 일본의 고려장 풍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198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는 흉년이 거듭되는 살기 힘든 농촌에서 사는 주인공 다츠헤이가 69세인 어머니를 나라야마라는 산에 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시작된다. 다츠헤이의 부락은 오래 전부터 70세가 넘는 노인들을 나라야마라는 산에 갔다 버리는 고려장 풍습이 있었다. 그들은 나라야마에서 죽으면 극락에 간다는 전설을 믿고 있다. 하지만 다츠헤이는 어머니를 나라야마에 보내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모시고 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어머니를 나라야마에 버리고 온다. 우연인지 영화의 촬영장소가 바로 내가 노인영가들을 목격한 장소와 일치했다. 고려장 풍습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노인 영가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버려진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산에서 죽으면 극락에 간다고 하지만 그 말은 거짓이었다며 지금도 자신들을 죽게 한 추위와 새떼들이 무섭다고 고백했다. 일본의 고려장이 치러진 산을 떠나며 형태만 바뀌었지 현대에도 고려장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를 병원이나 실버타운, 양로원에 모셔놓고 찾아가기는커녕 부모의 재산을 나눠가질 생각만 하는 자들이 있다. 그야말로 현대판 고려장이다. 부모를 고려장하면 그 업이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