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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9월 24일 스콧 피츠제럴드가 태어났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로 이름을 날린 20세기 초반의 미국 소설가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에 나왔고,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제목의 ‘개츠비’는 주인공 이름인데, ‘위대한’은 역설법의 한 사례이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개츠비는 출세욕이 강하다. 그는 상류층 아가씨 데이지와 사귀게 되지만, 데이지는 부자와 결혼해버린다. 개츠비는 밀주 판매로 거부가 된 후 데이지와 재회할 기회를 노리고 날마다 대규모 파티를 연다. 개츠비는 성공하는 듯하지만 정체가 폭로되면서 치정 관계에도 얽혀 사살된다.
개츠비의 정체가 밝혀지려는 대목의 원문은 “This tremendous detail was to be cleared up at last”이다. 직역을 하면 “이 엄청난 정보가 마침내 밝혀지려 했다” 정도로 읽힌다. 우리말 어법으로는 대략 “말 못할 과거가 드러나려는 순간이었다” 쯤으로 의역할 수 있겠다.
소설에서 개츠비의 정체正體(identity)는 불법 밀주 판매업자이다. 소설 초반에는 아무도 개츠비의 과거를 알지 못하고, 그가 어떻게 큰 부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톰이 아내 데이비에게 개츠비의 정체를 말하면서 소설 서사는 후반 파국을 향해 질주한다.
소설이든 현실이든 인간관계의 유지와 파탄은 서로가 상대의 정체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개츠비의 정체가 숨겨져 있을 때는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밝혀지면 파탄으로 나아간다. 그에 비해 김동인의 〈붉은 산〉은 서사가 반대로 진행되는 사례이다.
조선인 소작 마을 주민들은 정체불명 청년 ‘삵’을 쫓아내려 한다. 주민 중 송첨지가 만주인 지주에게 맞아죽는다. 아무도 항의를 못하지만 삵이 혼자 지주에게 대들다가 피투성이가 된다. 주민들의 애통 속에 삵이 운명한다.
1932년 발표작 〈붉은 산〉은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이 만보산 일대 개간 사업 와중에 충돌한 1931년 사건에서 소재를 구한 소설이다. 삵은 “애국가를 불러 달라”면서 숨을 거둔다. 소설에서 조선인들은 일본제국주의가 아니라 중국인들과 싸우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
만보산 사건은 일제가 조선인과 중국인의 갈등을 유발하고, 장차 만주사변을 도발하려고 기획한 음모의 결과물이다. 〈붉은 산〉은 일제의 정책에 도움을 주려고 창작된 소설인가? 작자의 정체가 궁금하다. (*)
이 글은 현진건학교가 펴내는 월간 '빼앗긴 고향'에 수록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투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