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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시회(URISI) 원문보기 글쓴이: 초정
이 글은 네팔문화 시리즈 4 <꿩은 왜 붉은 눈을 가졌을까. 글. 이근후> 라는 네팔 민담 책 발문으로 쓴 글입니다. 원고창탁을 받으면서 원고지에 관계 없이 재미있게 써 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글 주제에 맞지않게 조금 길어졌습니다. -김문억 군말-
-----------------------------------------------------------------------------------------------------내가 본 이근후 박사
김문억
키 크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이근후 박시로부터 네팔 민담 몇 편을 보내오면서 윽박지르는 분위기로 말 한마디 거들어 보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받게 되었다. 청탁 분위기로 봐서 뭔가 또 일을 시작 했구나 하는 낌새를 눈치 챈 나로서는 끽 소리 한번 못하고 일단 보내온 네팔 민담을 읽어 내려갔다
첫 편 혹부리 이야기를 읽으면서부터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 째는 민담이 재미있어서 웃었고 두 번째 이유는 역시나! 하고 수긍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과연 이근후 박사다운 책이 나올 수 있겠기 때문이다. 단숨에 통독을 하고 다시 한 번 더 뜯어 읽어 보았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나도 조금은 정신을 차려야 하는 이상한 상태로 빠지고 있었다.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과 함께 오래도록 잊고 살아왔던 것을 되찾았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이는 우리가 어렸을 때에 빌려다가 돌려가면서 읽었던 얘기 책 속에 들어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 많고 배부른 것 빼고는 무엇이고 결핍증으로 목말라 하는 이 시대에 때맞춘 환약 같은 이야기다. 어리석은 바보들이나 앉혀 놓고 뻥을 치는 것 같이, 뻥을 치면 또 넘어가 주는 것 같이 허무맹랑한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알곡이야 말로 오래도록 땅 속에 묻혀있던 유물을 발굴 하는 것같이 반갑기만 하다. 역시 키 크고 싱거운 양반이 할 수 있는 발상 전환이다
처음부터 이 분은 돈벌이도 안 되는 정신과 의사였다. 지금은 온 세상 사람이 다 정신질환 속에 있다고 한다. 마음의 궁핍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에 와서 정신과 의사는 더욱 바쁘게 되었다.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진료할 수 있는 처방이 필요했을 것이다. 민담은 고도의 은유를 통하여 자신의 마음을 진달 할 수 있는 청진기가 되고 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빈속을 채우고 통쾌한 웃음을 유발하면서 도덕적 훈계가 분명한 것이 민담이다. 정신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이근후 박사는 여기서 또 하나의 새로운 처방전을 쓰고 있는 셈이다
먼 나라에서 온 이야기를 다시 듣는다
옛날 얘기는 말 같잖은 맹랑한 말 속에 옹골찬 말이 숨어 있어서 사뭇 교훈적이다
오래 묵은 장맛처럼 이야기도 오래 묵은 것일수록 말맛이 깊고 향기롭다
베개를 맞대고 누워 이근후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 얘기를 들으면서 울다가 웃다가 눈물을 질금거렸다. 저 멀리 히말라야의 나라 이야기이면서 내가 어렸을 때 호롱불 밑에서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까지 섞여 있는 것 같아서 재미가 더 했다
천 년을 건너뛰어도 기왓장 이끼처럼 파랗게 살아 숨쉬는 것이 민담이다. 궂은비 내리는 밤 교교한 달밤 성황당 바위고개 심지어는 뒷간이나 장독대까지 허깨비가 있었고 도둑놈이 있었다. 긴장되면서도 헛심 빠지는 이야기로 마음을 위무시켰다
고대 페르시아 문화축전이 국립박물관에서 있었다
학자들의 비교연구에 의하면 신라의 금속문화 역시 페르시아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에도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문화 발전은 동서양이 모두 공동 관심사였다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온 허황옥은 가락국왕과 혼사가 이루어져 황후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동서양 교류의 길이 어찌 실크로드만 있었겠는가 물길을 통해서나 육로를 통해서나 종교가 오고 갔으며 생활양식이 묻어갔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네팔국의 민담이 우리나라의 옛날 얘기와 흡사한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어쩌면 소리 없이 가는 말이 총알 보다 더 빠르고 멀리 가는갑다
그만큼 말은 부드러우면서도 무섭다. 본문의 내용 속에서도 보면 비밀을 지켜주지 못하고 입을 연 바람에 목숨을 잃게 되는 민담이 있다
우리 말 속담에도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했다
말의 속도가 그렇게 빠르고 보니 동서양의 발 없는 민담이 서로 세월 속에서 옮겨 갔던 것이다
그런 이주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도 모든 이야기의 공통적인 중심이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며 동물과 자연마저 사람으로 차용하는 순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명심보감을 펼치면 첫 줄에 이런 名句가 있다
子曰 爲善子는 天報之以福하고 爲不善者는 天報之以禍니라
착한일을 한 자에게 복을 내리고 악한 일을 한 자에게 화를 내리는 일은 만고의 진리다
인과응보 이 전에 이미 착한 일을 한 사람은 그 자체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요 악한 일을 한 자는 그 행위 자체로 이미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남을 돕는다는 일이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가장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하물며 목숨이 경각에 처한 입장에서 목숨을 구해주는 헌신을 했다면 역시 목숨을 걸고 은혜에 보답하는 행위는 두고두고 아름답다
더욱이 마지막 남은 2 킬로그램의 구리마저 건네주고 뱀을 구하는 장면은 감동적 이었다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내 던지는 사랑의 극치를 본다
나는 생각하지 않고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이런 민담이 있는 나라 사람들은 분명 바보들만 우글거리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예수 같은 바보 석가모니 같은 바보들이다 물욕이 없이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이다
물질적으로 부자 나라는 못 되더라도 마음에 풍차를 달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씨멘트는 서양문화고 기왓장은 동양 문화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빌딩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 어지럽다. 고속 두레박을 타고 오르내리기가 불안하다. 땅도 없고 하늘도 없다
대청마루에 앉아서 추녀 끝을 바라보면 거기에 열린 하늘이 있었고 지붕 끝은 하늘로 솟구치려다가 그만 두었다. 층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돌탑을 봐도 그렇다. 지상주의다 하늘은 섬기는 것이고 땅은 물려받은 것이다
히말라야 티벳 네팔은 말만 들어도 신령한 곳이다 녹색과 흰색으로 덮인 그 곳은 지구의 지붕이다
돌 하나 나무 하나도 신령한 곳으로 사람 얼굴도 흙빛이다
판드족의 카나리 강둑에서의 웃지 못 할 셈법이 있지만 우리나라 이야기로 돼지 점호 이야기가 있다. 영리하지 못한 것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은 돌보지 않더라도 남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순진하고 착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담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가난한 평민이며 동물이나 나무 같은 자연물질을 의인화 시킨 후 관계설정을 통하여 이야기가 전개 된다 권선징악이나 효친사상도 이야기를 통해 전하다 보니 기득권층이나 양반 따위를 대상으로 하여 비아냥하는 골계적인 내용이 많다
그러면서 비슷한 사건의 반복적 진행 형식을 뚜렷이 보여 주고 있다. 3 번째라든가 3 형제같은 반복에서 흥미를 고조 시킨 후 끝에 가서 이야기를 반전 시키며 교훈적인 암시로 결론을 내린다
이야기의 중심에 3 이라는 숫자가 자리 잡는 것 역시 우리나라 풍속하고 너무 흡사하다
우리나라 사람은 홀수 중에서도 특히 3 을 선호하는데 3 이라는 숫자 뿐 만 아니라 1.3.5.7.9 모두가 우리 생활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홀수다
국경일 이라든가 명절이 모두가 홀수 날이며 모든 절기가 거의 홀수 날에 들어있다
그 중에서도 3의 의미는 더욱 다양하다
사람이 죽으면 3일장 아니면 5일장을 치르는 것이 보통이지 4일장은 없다. 역시 삼우제三虞祭 라는 것이 있고 49제 라는 것이 있다. 망자 앞에서는 홀수 날을 택하여 최대의 예우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다. 심지어 제물을 올려도 홀수로 올리지 짝수로는 차리지 않는다.
돌탑을 쌓아도 3 5 7 9 층으로 올렸고 애기를 낳고 금줄을 쳐도 세이레(三七日)동안 출입을 금한다고 했다. 즉, 스무 하루다
신성한 새 생명에 부정이 있을까 하여 삼신三神 할미가 출입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봉투에 돈을 넣어도 우리 서민들은 두 자리 수가 아닌 이상 3만 원 아니면 5만 원을 넣었지 4만 원이라든가 6만 원짜리 기부 촌지는 보기 힘들다. 딱 맞아 떨어지는 수는 많든 적든 넉넉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옛날에는 역적을 몰아 낼 때 3족三族을 멸한다고 했다. 춥고 긴긴 겨울을 삼동三冬이라 했고
무더운 여름을 지나려면 삼복三伏 을 넘어야 한다.
무리를 일컬어 삼삼오오 三三五五 라 했고 색깔을 이야기할 때도 삼원색三原色이 근원이다
상고上古 시대에 우리나라 땅을 마련 해 준 삼신三神이 있다 하여 생명 줄로 섬긴다.
삼재三災가 있는가 하면 또 삼재三才가 있다
현대에는 시위문화에서 삼보일배三步 一拜라는 것이 새로 생겼다.
가까운 이웃을 일컬어 삼이웃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는가 하면 잘하면 술이 석잔 못 하면 뺨이 석대도 있고 가위 바위 보를 해도 삼세번이야 한다
경기를 해도 5판 3승제를 하며 만세를 불러도 삼창三唱을 했다.
불교에서는 하늘 땅 사람을 이르러 삼계三界라 했고 천주교에서는 성부 성자 성신을 삼위三位라고 했다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만 목적한 것이 이루어진다는 논리는 생활 속 곳곳에 있다.
이렇듯 3을 축으로 하여 표현하는 우리말은 얼마든지 있다. 그만큼 3 이라는 숫자는 우리 생활의 디딤돌이요 구름판이다
아귀가 척척 맞아 떨어지기보다는 좀 더 후덕한 인성과 넉넉한 생활 관습에서 기인 된 것은 아닐까
홀수는 그 위에 한 개쯤 더 얹으면 더욱 좋고 한 개쯤 빠져도 아무 유감이 없는 표현이다
아마 덤 문화도 여기에서 기인된 것 아닐까
정부에서 아무리 정찰제를 권장해도 뿌리 깊은 덤 문화는 값을 깎고 실갱이 하는 것에서 실거래 값이 매겨 진다 . 그런 습관이 비록 저울에 근을 달아서 팔더라도 한 주먹 더 얹어 주어야만 서운치가 않지 그렇지 않으면 야박하다고 한다.
운명은 타고나는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가면서 개척하는 이야기가 있다
노파와 지식인고 나무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의 고전 춘향전에 나오는 일화를 연사케 하고 있다
한 대목 옮겨 보면
변사또 수청거부로 옥살이를 하던 춘향이가 괴이한 꿈을 꾸고나서 허봉사를 불러다가 해몽을 부탁 한다
"단장하던 체경이 깨져 보이고 창전(窓前)에 앵도꽃이 떨어져 보이고 문 위에 허수아비 달려 뵈고 태산이 무너지고 바닷물이 말라보이니 나 죽을 꿈 아니오."
봉사 이윽히 생각하다가 양구(良久)에 왈
"그 꿈 장히 좋다. 화락(花落)하니 능성실(能成實)이요, 경파(鏡破)하니 기무성(豈無聲)가. 능히 꽃이 져야 열매가 맺히고 거울이 깨어질 때 소리가 없을손가. 문상(門上)에 현우인(懸偶人)하니 만인이 개앙시(皆仰視)라. 문 위에 허수아비 달렸으면 사람마다 우러러볼 것이요. 해갈(海渴)하니 용안견(龍顔見)이요 산붕(山崩)하니 지택평(地澤平)이라. 바다가 마르면 용의 얼굴을 능히 볼 것이요 산이 무너지면 평지가 될 것이라. 좋다. 쌍가마 탈 꿈이로세. 걱정 마소. 멀지 않네."
한참 이리 수작할 제 뜻밖에 까마귀가 옥 담에 와 앉더니 까옥까옥 울거늘 춘향이 손을 들어 후여 날리며
"방정맞은 까마귀야. 나를 잡아 가려거든 조르지나 말려무나."
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가만 있소. 그 까마귀가 가옥가옥 그렇게 울지."
"예. 그래요."
"좋다. 좋다. 가자(字)는 아름다울 가자(嘉字)요, 옥자(字)는 집 옥자(屋字)라. 아름답고 즐겁고 좋은 일이 불원간 돌아와서 평생에 맺힌 한을 풀 것이니 조금도 걱정 마소. 지금은 복채 천냥을 준대도 아니 받아 갈 것이니 두고 보고 영귀(榮貴)하게 되는 때에 괄시나 부디 마소. 나 돌아가네.
가당치 않은 뻥을 치면서도 금강같은 참말이 말 속에 숨어 있는 민담이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봉이 김선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풍을 치기 시작하면 바닷물인들 다 못 팔아 먹겠는가 활시위를 당겨서 태양을 떨어뜨리고 보자기로 싸서 달빛을 보쌈 해 올 사람들이다. 허풍선이는 풍자고 기지는 해학이다. 민담은 그렇게 싱겁고 넉넉한 얘기로 알짜배기를 포장하고 있다
네팔 민담이라고 하는 새로운 창문을 열면서 너무 흥미진진하여 혼자서는 웃기가 아까워 친한 친구에게 딱 한 편만 살짝 찍어서 메일로 날렸다. 물론 아직은 책이 발간되지 않은 상태이니 절대 비밀이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이박사는 오래 전부터 전국에 계시는 돌부처를 알현하며 말씀을 듣고 있다. 세월의 풍파로 이목구비가 다 뭉그러진 돌부처를 찾아다니면서 무슨 말인가를 듣고 싶어 한다 . 그러더니 이제는 네팔 민담이라고 하는 합죽이 어름 깨무는 소리로 사람들을 웃기고 있다. 웃기는 할아버지가 되고 있다. 민담은 허풍은 떨고 있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사람을 웃기고 있지만 허튼 소리가 아니다.
민담은 말이 안 되는 말로 말을 만드는 문자 없는 베스트 셀러다.
이래저래 싱거운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다
어쩜 히말라야를 트레킹 하다가 힘이들면 어느 평평한 바위에 걸터앉아서 우리나라 콩쥐밭쥐 이야기나 돼지점호 이야기 아니면 장화홍련전같은 예날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고
여름이 오면 신록이 자욱한 광명보육원 마당에 앉아 아이들을 모아 놓고 네팔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뻥을 치는 싱거운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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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후 박사는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이화대학병원에 나랑 같이 오래도록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오늘 날까지 좋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학교를 퇴직한 후 평생교육원 교수로 강의 해 왔고 사회봉사를 이끄는 가족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싸이버대학 출강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네팔간의 의료봉사 활동은 널리 소문난 일로 네팔 나라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일의 네팔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의료봉사 팀에 한 번 따라가서 좋은 시 쓰라고 권하고 있지만 아직 한번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간한 민담책은 시중 서점에는 없습니다. 혹여 책 구입을 원하는 분은 도서출판 하나의학사(전화 02) 7302555. 2556)으로 문의 해 보기 바랍니다. 아멘. 목탁 -김문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