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안약과 사순절
지금 우리는 사순절 기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통한 구원의 완성과 기쁨이 있기 전에
걸어가셨던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깊이 묵상하는 절기입니다.
씨앗이 싹을 트기 전에 먼저
자기의 껍질을 깨뜨리는 고통의 과정이 있어야 하듯,
우리의 삶에도 부활의 영광이 있기 전에
고통의 과정이 필요함을 마음에 새기는 절기입니다.
십자가 속에는 죄인인 우리들을 향하여
하나님의 길이 참으심과 인내가 담겨 있습니다.
죄인은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감히 설 수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심판하지 않으시고 죄인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시며 참고 기다리십니다.
노아의 시대, 하나님은 백이십 년 동안 기다리셨습니다.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인내하며 기다리셨습니다.
하지만 죄는 죄를 재생산하면서
악과 고통이 급속히 가속화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회개하지 않고 더욱 더 죄의 길로 달려 갔습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도록 그냥 둘 수는 결코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끝까지 순종하지 않고 딴 길로 가버리는
그들을 향해 안타까움의 눈물을 쏟으시면서 심판하셨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렸고,
그 비는 홍수가 되어 온 대지를 덮었습니다.
홍수가 지난 이후, 하나님은 인간을 홍수로는
다시 심판하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죄인들을 향한 자비의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후 인간이 죄를 짓게 될 때,
죄를 그대로 놔두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
죄를 그대로 두면 죄가 악과 고통을 낳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죄를 처리하는 방식을 바꾸시기로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결심하셨습니다.
죄인에게 향해야 할 심판의 화살을
다른 의인에게 돌리심으로, 그 의인의 희생을 통해서
죄인의 죄를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의지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하나님의 새로운 방식에는
하나님 편에서의 엄청난 희생과 헌신이 들어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로 하셨습니다.
그런 하나님의 언약과 결심의 표가 바로 무지개였습니다.
하나님은 그 결심을 끝까지 지키셨습니다.
하나님은 죄인을 향해 심판의 화살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걸어두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한 의인에게 심판의 화살을 쏘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에게 심판의 화살을 쏘셨습니다.
그 심판의 화살이
십자가 상의 예수님의 심장에 꽂히게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 내렸습니다.
사순절은 무지개 언약 속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깊이 묵상하는 절기입니다.
무지개 언약 때문에, 오늘 살아 있는
우리들의 존재 이유를 깊이 생각하는 절기입니다.
- 서울영동교회 담임목사 정현구 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