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주력 반자동소총이었던 SVT-40 <출처: (cc) Drake00l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주력이던 볼트액션(bolt-action) 소총은 돌격과 방어를 반복하는 참호전에서 많은 약점을 드러냈다. 권총탄을 사용하는 기관단총이 등장했지만 연사력을 제외하고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자동화된 소총이 필요했지만 M1918 BAR에서 보듯이 너무 무겁고 정확도가 떨어졌다. 대안으로 자동과 볼트액션의 중간이라 할 수 있는 반자동소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SVT-40도 이런 시대상을 배경으로 탄생한 반자동소총이다.
기관총이나 기관단총처럼 총을 자동화하는 기술은 오래전에 개발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를 보병이 휴대하는 제식 소총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그중 사격 시 반동을 감당하는 방법이 가장 큰 난제였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조준이 무의미할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반동을 잡는 대표적 방법이 총의 무게를 늘리거나 아니면 폭발력이 약한 별도의 탄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는 소총 휴대에 어려움을 가져오고, 후자는 위력이 저하되거나 보급 체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결론은 기존 총탄을 계속 사용하면서도 충분히 휴대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여야 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군축이 진행되자 당국의 관심은 멀어졌다. 20년 후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볼트액션 소총을 여전히 주력으로 사용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많다.
최초 반자동소총사업 경쟁에서 승리했으나 양산 전에 있었던 실험 결과에 문제가 많아 채택이 불발된 AVS-36 <출처: Public Domain>
|
그런데 의외지만 전간기 동안 소련은 스탈린(Iosif Vissarionovich Stalin)의 관심으로 반자동소총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1935년 그는 관계 부처에 모신나강(Mosin-Nagant)을 대체할 신예 소총을 개발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많은 총기 개발자들이 채택되기 위해 경쟁을 시작했다. 이때 선정된 것이 시모노프(Sergei Simonov)가 제출한 AVS-36이었다. 그런데 실험 중 오작동이 빈번하게 발생해 결국 채택이 불발되었다.
그런데 기존에 표준으로 사용 중인 7.62x54mmR 탄이 림드(rimmed) 구조여서 발사 후 약실에서 탄피가 분리될 때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소련이 기존에 보유한 해당 탄환의 재고가 많고 별도의 탄을 만들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웠기에 새로운 소총은 반드시 7.62x54mmR 탄을 사용하는 것이어야 했다.) 이에 1938년 다시 시작된 프로젝트에서 토카레프(Fedor Tokarev)가 제출한 소총이 선정되었고, 이는 SVT-38로 명명되었다.
스웨덴 군사박물관에 보관 중인 SVT-38. 겨울전쟁에서 사용된 후 일선에서의 평가가 나빠 15만 정을 끝으로 불과 1년 만에 양산이 중단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
SVT(Samozaryadnaya Vintovka Tokareva)는 ‘토카레프가 만든 자동소총’이라는 뜻으로, 개발자의 공을 기리기 위한 소련의 총기 작명 방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SVT-38은 AVS-36보다 상대적으로 좋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았다. 탄약의 품질이 좋지 않아 작동 불량이 빈번했고 사격 시 탄창이 분리되는 일도 흔했다. 또한 내구성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구조가 복잡해 야전에서 정비도 어려운 편이었다.
결국 최초로 실전에 데뷔한 1939년 겨울전쟁 당시에 일선의 반응이 매우 나빠 약 15만 정을 생산하고 제작이 중단되었다. 토카레프는 곧바로 개량에 나서 신뢰성을 높인 후속작을 곧바로 선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SVT-40이다. 그러나 복잡한 구조로 인해 여전해 잔 고장이 잦았고 일반적으로 내구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소련제 무기답지 않게 혹한이나 악천후에서 작동하지 않는 경우까지 있었다.
전쟁 당시 SVT-40을 들고 돌격하는 소련군. 연사력이 좋아서 공격 시 효과가 좋았다. <출처: RIA Novosti archive>
|
이 정도라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맞지만, 1941년 6월 22일 독소전쟁이 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일선에 투입할 수 있는 반자동소총이 SVT-40밖에 없었기에 곧바로 양산에 착수했고, 그렇게 SVT-40 반자동소총은 전쟁 내내 활약했다. 비록 종전 후 퇴출되었지만 이처럼 가장 필요로 할 때 SVT-40은 나름대로 제 역할을 다해주었다. 한마디로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충분히 그 정도면 나름대로 좋았던 소총이었다.
특징
SVT-40을 만든 페도르 토카레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주력 권총인 TT를 개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출처: Public Domain>
|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동소총에 적합하지 않은 기존 탄을 사용하려면 맥심(Maxim) 기관총처럼 약실 형태와 노리쇠 작동 방식을 바꾸어야 했다. 고심 끝에 토카레프는 약실 내부에 미세한 틈을 새겨 탄피가 달라붙지 않고 쉽게 배출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10발들이 전용 탄창 외에도 기존에 모신나강에서 사용하는 5발들이 클립을 이용해 재장전할 수도 있도록 범용성을 키웠다.
토카레프는 무게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스작동식을 채택했으나, 그만큼 구조가 복잡해져서 신뢰성과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총열의 가공 기술이 떨어지고 소련제 탄환의 품질이 나빠서 벌어진 어려움이기도 했다. 그가 SVT-40에 사용한 여러 기법들은 종전 후 등장하는 SKS 반자동소총과 AK-47 자동소총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SVT-40은 볼트액션 방식의 모신나강에 비해서는 정확도가 낮았다. 하지만 무려 5만여 정이 스코프를 장착한 저격수용으로 개조되었고 이를 많은 이들이 사용했을 만큼 정확도가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힘이 부족했던 여성 저격수들이 속사가 가능한 SVT-40을 선호했는데, 309킬을 달성한 여성 최고의 저격수였던 파블리첸코(Lyudmila Pavlichenko)가 대표적이다.
툴라(Tula) 조병창에서 생산된 저격수용 SVT-40. 정확도에 대한 평가가 상이하지만 반자동소총임에도 저격수용으로 애용되었을 정도의 성능은 보유했다. <출처: (c) TopGunRMNP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SVT-40은 1945년까지 160만여 정이 제작되었다. 같은 시기에 각각 600만여 정 이상씩 제작되었던 미국의 M1 개런드(Garand)나 M1 카빈(Carbine)에 비해 그 수가 적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반자동소총 중에서는 그래도 세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수적으로 모신나강에 비해 적다 보니 주로 보조화기로 운용되었다. SVT-40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연사력이었기에 소부대 간 전투에서 화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SVT-40으로 무장한 친소 폴란드군 <출처: Public Domain>
|
특히 이 점이 볼트액션식인 Kar98k로 무장하고 있던 독일군에게 크게 인상을 주어 Gew 41, Gew 43 같은 반자동소총의 개발을 촉진시켰다. 종전 후에는 많은 물량이 동유럽과 친소련 국가에 공여되었지만, SKS의 등장 이후 곧바로 소련군에서 퇴출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한마디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활약하다가 종전과 더불어 순식간 사라진 소총이라 할 수 있다.
SVT-40을 노획해 사용 중인 독일군. SVT-40은 독일군에게 상당한 인상을 남겨주어 Gew 41, Gew 43의 개발을 촉진시켰다. <출처: (cc) Bundesarchiv, Bild 101I-198-1394-18A at wikimedia.org>
|
변형 및 파생형
● SVT-38: 최초 양산형
● SVT-40: 기본형. 스코프를 장착한 저격용 소총도 있다.
● SKT-40: 카빈형
SKT-40 <출처: Public Domain>
|
● AVT-40: 경기관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완전자동형
AVT-40 <출처: Public Domain>
|
제원
- 구경: 7.62mm - 탄약: 7.62×54mmR - 전장: 1,226mm - 총열: 625mm - 중량: 3.85kg - 유효사거리: 500m - 작동방식: 가스작동식, 틸팅 볼트(tilting bolt)
저자 / 남도현[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