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낭기 논설위원
정치권이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사법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금 법원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2004년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자 헌재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치켜세웠다. 그러다 몇 달 뒤 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건설이 위헌이라고 하자 '정치 헌재' '사법 쿠데타'라고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 - - - - - - - - -.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관한 판결에 대해선 활발한 토론과 비판이 벌어져야 한다. '어린 중학생들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리고 간 전교조 교사에게 법적인 문제가 없다', '정치 활동이 금지된 공무원이나 교사가 여당에 당비를 내면 안 되지만 야당에 내는 것은 괜찮다', '정당 내부 경선에는 비밀선거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일성 시신 참배는 동방예의지국에서 무죄다'라는 등의 판결이 그런 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또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은 판결이 그 시대 다수 국민의 보편적 가치관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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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무죄판결은 '아무리 따져 봐도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법관의 마음속 확신에 따라 나온 것이다. 이 확신이 옳은지 그른지는 앞으로 2심, 3심을 통해 계속 검증될 것이다. 이런 제도적 절차를 놔두고 한쪽 입장에 서서 '그게 왜 무죄냐'고 공격하는 것은 재판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나 같다.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기소된 친노(親盧) 한명숙 전 총리가 '증거 부족'으로 잇달아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 친노 세력에 온갖 행패를 당해온 '보수 언론'들은 아무도 법원을 비난하지 않았다. 재판 제도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 c일보에서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