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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마누라 사오는 길
조윤옥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서종면으로 들아 북한강과 남한강을 끼고 돌아 정백리 반대편 종점 마을. 뜸뜸이 민가가 있다. 작은 마을에는 실개천 사이 언덕에 육십년의 세월을 짊어진 개신교가 있다. 십자가가 멀리서도 보이는 교회는 십여년 전에 세면블럭을 헐고 붉은 벽돌로 아담한 이층으로 신축되었다.
영감이 이 곳에 정착은 삼신 년이 훨씬 넘었다. 버스도 안 다니는 산골이었다. 산새가 깊고 경작 할 만한 농토가 많지 않은 마을로 봄이면 산삼. 더덕. 산나물을 뜯어다 팔아 돈을 쓰고는 했엇다. 주민이 줄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의 교육문제이었다. 강 만 건너면 서울로 갈 수 있는 여건. 하나 둘 폐가나 빈집이 많아갈 때 최노인은 역행을 했다. 파고다 상가에 있는 악기점 점원으로 있다 그만두고 들어왔다. 악기를 수입하다 파는 거짓이 난무하는 기고 나는 상인들 틈에서 그의 장수 실력은 마뜩하기만 했다. 음악을 좀 알겠다, 바이올린을 켤 줄도 알겠다. 현악기를 전격적으로 만들 결심을 했다.
복잡한 서울이 싫어졌다. 한 칸 짜리 폐가에 들어와 무능하고 경제력이 없는 남편을 바라보는 여자. 심기가 뒤틀리기 일수다. 방 한칸에 살면서 형편없는 잡동사니 공방의 도구가 집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부부는 싸움이 잦았다. 늦게 까지 불을 켜 놓는 작업으로 신경이 예민했던 동석의 처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특히 부부간의 서로 다른 속앓이를 했다. 최동석은 합궁을 멀리 하는 사내로 아내로 부터 믿음을 얻지 못했다. 부인은 시골 생활 이년도 못하고 서울로 갔다. 당연한 사유로 별거에서 이혼으로 끝을 냈다.
혼자 삼십 년이 흘렀다. 세상을 등진 체 둔탁하기 짝이 없는 최영감에게도 변화의 무게와 그 만의 빛을 입혔다.
스텐드 불빛 밑에 있는 영감은 커다란 눈운 쳐져 내려왔고 머리칼은 반백이 희끗거리며 얼굴은 주름이 지글거린다. 거기에 북박이로 쭈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하여 하체는 약하고 등은 굽어 있었다. 그 뿐 만이 아니라 거북이 등처럼 넙적한 손은 울풍불퉁 손마디가 틀려 있었다.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돋보기를 코끝에서 걷어낸다. 주방으로 간다. 자기가 먹다 남은 밥찌꺼기를 끓인다. 그대로 놓고 두터운 잠바를 입는다. 끓인 밥을 들고 방문을 나왔다. 한쪽 마당에 수돗가가 있다. 세면통에 담겨진 수돗물이 꽝꽝 열었다. 봉구의 목욕탕이다. 뚜껑을 열었다. 동파를 방지하기 위한 덮게를 걷어 계량기를 튼다. 새물을 받는다. 노인이 방을 나올 때부터 하얀 삽살개 봉구가 펄쩍펄쩍 뛴다. 반갑게 꼬리를 흔든다. 받쳐진 물을 떠서 봉구의 물그릇에 준다. 들고 나온 밥도 그릇에 쏟았다.
"봉구야. " 왕왕 댄다. 독도 삽살개의 잡종인 봉구. 최영감은 어처구니 없게 자기가 첫아들을 낳으면 봉구로 짓겠다는 생각을 늦게야 삽살개한테 붙여줬다. 벌써 3대가 지났는대도 똑같이 불렀다. 봉구의 먹이도 자기의 식성에 멎춰 비슷하게 먹인다. 다르다면 본인은 마른밥을 먹고 봉고는 대부분 끓여 주었다. 오늘은 먹고 남긴 조기 토막에 끓여서 갖고 나왔다. 봉구가 다 먹을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본다. 순식 간에 다 먹는다.
" 모자르냐? 봉구야. " 빨리 먹었다 싶어 노인은 남긴 밥을 더 부어주었다. 몸에 찬기가 돈다. 그냥은 들어가지 않는다. 먹던 자리를 치우고 봉구를 풀어 운길산 길로 나손다. 봉구가 제멋대로 뛴다. 봉구는 단조로은 영감의 일상에서 받는 락의 한 부분이고, 유일한 식솔이다. 봉구는 뛴다. 남의 집 보리밭에도 들어가 똥을 눈다.
"봉구야 이리와! 봉구야." 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운무가 운길산 무릎까지 쳐올라 산을 휘감고 있다. 예봉산에서 부터 시작한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운무는 스멀스멀 날아간다. 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노인은 허리를 폈다.
거실로 들어와 타고 있는 화목 보일러에 나무 토막을 넣는다. 시벌겋게 불이 올라온다. 보이러 뚜껑 위 냄비 안에는 아교와 물을 넣어 중탕이 끓고 있었다. 다시 딱딱한 책상에 앉았다. 소리라고는 리듸오에서 흐르는 베토벤의 교향악이 작게 들리고 영감의 작은 마른 기침 소리가 난다. 짱짱하던 골격도 빠져 흐물거린다. 도수 높은 돋보기를 낀다. 통나무가 들었다. 바이올린. 앞 판은 유일하게 가문비나무를 사용하고 옆면과 뒷면은 단풍나무를 사용 한다. 굵은 대패에서 시작하여 손가락보다 작은 장난감과 흡사한 대패를 사용한다.
훌륭한 장인의 조건으로 음악성이 있어야 하고 현악기의 사용하는 나무 조각을 이어가며 판을 만드는 기술도 좋지만 오랜 숙련을 요한다. 만드는 것을 도제라 한다. 현아기 장인 1세대인 최동석은 도제를 맨 땅에 해딩을 하는 식으로 외국책을 보며 독학으로 시작했다. 초기 단계는 청계천에 수시로 나가 싸구려 헌 악기를 사서 뜯어보는 것이 일이었다.
거실 벽면을 이용해 송판을 넓게 붙여 선반을 달았다. 선반을 여러 개 올려놓고 칸칸에는 현악기를 만드는 도구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도제에 사용되는 도구는 종류가 많다. 많이 손이 가는 편한 순서로 진열이 되어 있다. 장난감 램프도 있고, 아주 오래된 호롱불도 보인다. 잘 쓰지 않는 먼지가 소복이 않은 두지와 잡동사니가 있다. 대패며 실톱 끌과 칼이 꼿혀 있다. 손이 많이 가는 하단에 있다. 투박한 대패와 샌날이 좋은 공구들. 사십년의 무게가 켭켭이 쌓인 공방의 모습. 왼쪽 나무 선반에는 생산 년도가 적힌 마른 나무 조각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창문 틀 사이 외부 벽 빨래 줄에 바이올린이 매달려 있다. 연갈색의 바니쉬 칠이 칠해져 있다. 칠이 입혀가는 중이다. 기름에 녹여 쓰는 바니쉬와 알콜에 녹여 쓰는 바니쉬가 따로 있다. 기름에 녹이면 유성이라 늦게 마르고 알콜은 빨리 마르는 장점이 있다. 한 달 이상 공을 들여 열 번 이상을 반복하여 칠을 입힌다. 영감은 해바리기 오일도 섞어 노랑과 코발트색을 넣어 오래된 악기처럼 색을 낸다. 그만의 노하우가 들어있다. 완성 단계의 칠만큼은 혼합하는 것과 입히는 여러 단계를 자기만의 노하우로 삼아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현악기 도제 책을 보아도 마찬가지로 기본만을 써 놓았다. 최영감도 자기 소생의 친자식 봉구가 있으면 가르쳐 줄까마는 옹고집쟁이들과 마찬가지 칠은 각자의 몫이다.
린시드에 색조를 배합해 칠을 입히고 계속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천천히 말리는 것을 최영감은 선호한다.
노인은 콰다니니나 스트라디바리 모델를 사용한다. 그가 선호하는 틀은 스트라디바리 모텔이다. 틀을 잡는다. 여섯 기둥을 새운 틀에 아이론으로 얇은 나무판을 눌러 형태를 잡는다. 그 위에 앞 뒤 판 두쪽씩 만든다. 형태를 잡고 네쪽을 꺼냈다. 꺼낸 단풍나무 뒤판 한쪽 면을 먼저 조심스럽게 적당한 크기의 대패로 밀기 시작한다.
노인의 작업복 무릎 위로 대패 밥이 도르르 말려 떨어진다. 앞 뒤 판 두께가 다른 부분부분을 재며 중심으로 얇게 수없이 밀어야 하는 작업은 한 두달이 걸린다. 도제는 한결같이 반복되어지는 일상이다.
터 잡은 지 삼십년이 지나 아내와 이혼하고 처음으로 식구가 늘었다. 삼십대의 풀꽃 여인이다. 봉구와 여자로 인해 일상의 바뀌었다. 일이 전부인 노인이 우선 순위가 되었다. 일찍 일어나 여자를 씻기고 밥을 준 후에 삼살개 봉구를 챙긴다. 모두 영감의 손이 가야한다. 여인의 존재를 싫어하던 삽살이도 여인을 보면 제법 꼬리를 흔든다.
오늘은 튀기는 음식을 만들려고 고구마와 대구포를 떠 놓았다. 약간의 소금 간을 뿌렸다. 간 묻은 손을 닦는다.
" 풀꽃. 봉구와 놀고 있게나. 자네가 좋아하는 튀김을 해 주겠네." "
아빠 하 " 작업실 보다는 밖이 좋아 하 소리를 지른다. 손 날개 짓이 가볍다. 데리고 나갔다.
" 여기서 봉구와 앉아 놀게 " 안전하게 풀꽃을 마당에 앉혀 놓는다. 봉구와 서로 바라보도록 있었다. 여인의 존재를 싫어하던 삽살이도 이제는 제법 꼬리를 흔단다.
최영감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주 재료에 튀김 가루를 씌워 놓는다. 계란을 푼다. 가스를 켰다. 후라이 판에 올리브 기름을 떨어뜨린다. 대구 편을 먼저 구어 내고 마지막에 고구마를 티겼다.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하는 동안 풀꽃이 놀다가 잠이 들었다. 영감은 일자집 주방 안에서 간혹 밖을 내다본다. 중간이 주방이다. 봉구도 무료한지 납짝 엎드려 눈을 감고 있었다.
영감이 밖으로 나와 풀꽃을 안아 작업실로 들인다. 작업실 안에 간이 침대가 상시되어 있었다. 작은 이불을 덮어준다. 이내 작업을 한다. 노인이 점심을 준비하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영감은 풀잎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있는지 몰라 되도록이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밥을 먹이고 봉구와 놀게 한 후 잠이 들면 방으로 들여와 자기 옆에 재운다. 풀꽃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정상인보다 잠을 많이 잔다. 풀꽃을 맞이 한 후로는 치닥거리 해주느라 도제를 집중적으로 하지를 못한다. 팔 개월의 시련가간이 흘러 변화된 생활에 손이 잡혔다.
" 착하네 두 시간이 훨씬 넘었는 걸 튀김이 식었는 걸. "
"허 허 " 들었다는 소리인지 말았는지 소리인지 웃더니 움직인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말 보다 가볍지 않다는 표현이 옳다. 상대가 방금 무엇을 원하는지를 동석은 찾아내야 한다. 똥 싸고 싶은 강아지 같이 엉덩이를 뺀다. 그러나 동석은 풀꽃이 뒤뚱거리며 걸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를 한다.
" 풀꽃? 화장실? "
" 아빠. 허" 다급한 여인이 눈을 맞추며 쭈빗쭈빗 공방 안을 서성거린다. 아침밥을 먹고 잠이 들어 배가 고플리는 없고 시간적으로 틀림없는 생리적인 현상같아 보인다. 화장실로 데리고 간다. 아랫도리를 벗기고 변기에 앉친다. 소변인가 했더니 얼굴이 빨게진다. 쉽지 않다. 큰일을 볼 낌새다.
" 아빠 아 아 " 겨울철 운동량이 적어 여자는 변비가 있었다. 아프다고 찡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다 그대로 혼자 두고 방으로 갔다. 약통에서 변비약을 꺼낸다. 파란 프라스틱 병에 담긴 좌약이다.
여인이 있는 화장실로 돌아와 욕실 바닥에 느릿느릿 큰 타올을 깐다. 풀꽃을 변기에서 일으켜 타올로 놓는다. 아랫도리는 그대로 벗겨 있다. 무릎 까지 내의가 내려와 있었다. 엉덩이를 들어 좌약을 넣어준다. 액이 들어가고 움푹 들어간 빈껍질이 손에 남는다. 미끄러운 납짝한 통을 휴지통에 넣는다. 오른 손으로는 잠시 똥구를 막아준다.
" 아빠 허 " 큰 일을 보았다. 좋은 낯빛이다. 피씩 웃는다.
" 풀꽃 착하네. 착해 "
" 아빠 허 " 반응이 좋다. 다시 변기에 올려준다. 뒷처리를 늘 해주었는데 렌탈 기계를 올려 놓았다. 자동식 수세식 변기가 세척까지 해주고 말려줘 버튼만 눌러 주면 되었다.
봉구와 풀꽃을 보호하는 입장인 노인이 힘이 들고 번거로워도 풀꽃의 오라비가 나타나 다시 찾아가겠다고는 안할지 요며칠 걱정이 생겼다. 한 달 전 부터 아내의 오라비가 들락거렸다. 유기했던 오라비가 화해의 손을 내밀고 있으나 느낌이 좋지 않다. 누구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하는 명확한 목적이 생겼기에 끌탕을 한다.
최동석 노인과 풀꽃과의 인연.
작년 가을에 송판을 자른 기계톱을 사러 청계천을 나갔다가 공구상회를 빙빙 돌다 여인을 만났다.
여자를 길에서 만났다.
" 아빠 아빠 " 반갑게 여자가 뛰어든다.
"어...... " 최동석은 놀랬다. 영감은 자식을 낳아보지도 못했다. 더구나 삼십은 될 성 싶은 젊은이다.
" 아빠 아빠 허 " 매달린다.
" 이 사람이 ? "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정상이 아닌 여자를 뿌리치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아빠 아빠 !" 바지를 잡혔다.
" 이봐요. 나 자네 아버지가 아냐 "
"아빠! 아빠! " 주위를 동석 노인이 둘러 보았다.
"나 말인가? 아니라고 " 자기 보고 하는 말이 챙피하고 귀찮게 느껴져 노인은 자리를 뜨려고했다. 여자라 더욱 그랬다. 영감이 발을 떼자 바지를 잡던 손을 여자는 놓치고 말았다. 다시 꽉 잡는다. 힘이 세져왔다. 다시 뿌리쳤다.
" 어험 이 사람이 왜 이래"
아빠. 어 "
" 아니지 아녀...... "
"아빠 허 " 하는 수없다. 피하고 보자는 마음 밖에 없었다.
영감이 그녀를 무시하고 청계천을 천천히 돌았다. 좀 전의 여자가 노인을 쫓는다. 골목길 빈티지 길이라 볼거리도 많다. 영감은 시골을 나와 구경 하는 곳은 고물상과 동대문 평화시장 정도이다. 작업복을 사고 부속과 공구를 사기위해 나온다. 이 날은 나무 켜는 자동기계를 사러 나왔다. 집에 있는 것은 너무 오래 써서 소리가 크고 작동하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 아빠 밥 "
" 밥?" 여인을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따라 다니며 아빠와 밥을 외치며 추근대었다. 밥. 애절한 소리. 내성적이라 속이 비어있어도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소리다. 그 소리에 뿌리치지 못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육이오 사변 당시 배를 곯아 배고픈 설움을 안다. 지금도 죽이나 밀가루가 싫은 영감이다. 특히 밀가루는 속에서 받지를 않는다. 배고픈 설움이 제일 크다고 여기는 영감은 여인을 밥 한 그릇은 사서 먹이고 보내고 싶어졌다.
“ 밥. 밥” 여인은 말은 딱 몇마디 아빠 . 밥 . 허로 잇는 단답형이다. 여자는 하루종일 거리를 떠돌아 배가 고팠다.
" 젊은이 배가 고프오?"
아 빠 허 " 배 고프다는 소리로 알아 들었다. 동석은 그녀를 데리고 국밥 집으로 들어갔다.
" 매운 것 잘 먹습니까? "
" 허 허 " 안도의 웃음을 띤다. 최영감은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면 잔소리라는 생각을 한다. 자기의 의사대로 하기로 한다.
국밥 두 그릇 줘요. 맵지 않게. " 매운 것을 먹는지 안 먹을 지 몰라 맑은 장국을 시켰다.
젊은이 식구를 잃어벼렸나?
" ........밥 " 여자가 언어 장애가 심하다. 여자를 누가 버렸다는 생각이 순간에 들었다. 찬찬히 상대를 흝어본다. 입 맛을 다시며 기쁜 듯이 최영감을 쳐다본다.
"아 빠. 하 " 하가 뭣을 뜻하는지 알길이 없다. 그렇지만 열굴은 밝다.
"청개천은 누구하고 나왔수?" 국밥을 시켜놓고 말을 걸어도 말을 하지 못한다. 행색은 남루하지 않았다. 밤색바지에 상위는 빨간 가디간을 입었다. 의도는 눈에 잘 틔게 상의를 빨간색을 선택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길을 잃었거나, 여자를 유기로 본다해도 거리를 떠도는 시간이 오래되지 않아 보였다.
"밥 " 다시 밥 소리. 그 뒤에 국밥이 두 그릇 나왔다. 통에서 수저를 집어 줬다. 콩나물과 우거지를 줄줄 흘린다. 여자는 수저를 놓쳤다. 쨍그랑 소리가 난다. 밥도 제대로 먹을 줄 모른다.
" 아주머니 수저 하나 더 줘요." 홀 아주머니가 새수저를 다시 가지고 왔다. 수저가 다시 주었다. 뭉둥그려 쥔다.
"아빠 허허 " 멋적게 웃는다. 여자는 국밥에서 뿜는 김을 겁을 내었다. 중증 장애. 거두기가 어려워 사람을 유기한 곳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 아주머니 빈 그릇 하나만 주세요" 빈그릇을 받아 국밥을 식혀서 놓았다. 여인은 수저를 거북해 그냥 놓고 손이 그대로 온다. 먹여주어야 할 상태. 국물이 뭍은 손을 휴지로 닦아 주었다. 표정이 밝아졌다. 희쭉하고는 웃으며 밥으로 눈이 간다.
" 네가 먹여 주어야 겠네 그려 "
아빠. 하 " 불편의 정도가 심해 수저로 떠 먹였다. 한 술 두 술. 배가 많이 고픈지 들어가면 넘긴다.
"천천히 천천히 " 체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밥을 조금씩 갈라 주었다. 먹이고 휴지로 입을 닦아주었다. 젊은이를 다 먹이고 노인도 먹으려니 밥이 넘어 가지를 않는다. 국물을 떠 넣다 그냥 일어났다.
아가씨. 일어나세나. "
'아!빠 하 "식당을 나와 보내려해도 가지를 않는다. 할 수 없다. 마음에 드는 기계를 산 후에 경찰서에라도 데려다 줄 생각이다.
" 아 빠 하 " 하하는 소리는 좋을 때 매우 만족한다는 뜻 같았다.
공구상회를 돌았다. 중고품이 신품같이 반짝였다. 노인은 날이 좋은 마땅한 기계를 보았다. 독일 날이다. 값도 괜찮다. 주문을 한다.
" 택배로 보내 주시오 "
" 선생님 알겠습니다. 내일 도착하도록 하겠습니다. "
" 그러시요" 배달을 부탁하고 집에 오려는 데 줄곧 쫓아다니던 여자가 계속 함께 길을 나선다.
“ 아빠! 아빠! ” 가자는 소리 같았다.
"선생님 딸이 있었습니까? " 노인이 혼자 산다는 것을 아는 터라 궁금했다.
" 아니네. 따라 다니며 아빠라고 하지 않는가. 허참 "
" 혹 붙었네요. "
" 그러게 말일세. 네참 "
" 파출소에 가십시요. "
" 그래야 되겠네 "
"아빠 허 " 영감의 손을 잡는다.
" 꼭 부녀 같습니다. "
" 여보게 끔찍하네. " 들은 공구 상회를 나왔다.
동석은 여자의 단순 언어와 행동에서 잃어버릴 당시에 아버지의 손을 놓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여인은 아버지를 좋아했을 것이다. 그 후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여러기지 추리를 한다. 영감의 상의 끝을 잡고 놓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다정하게 파출소로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 이 젊은 여인 길을 잃은 모양이요. " 파출소 직원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 어디서 보았습니까? " 민원 담당 형사가 묻는다.
" 청계 5가에서 만났지."
"아는 사이입니까? "
" 아니오. 자꾸 아빠라 하고 밥 이야기를 하며 따라 다녀 국밥 한 그릇 먹였수 " 경찰이 훑어본다.
"
"이름이 뭐야?"
"...... " 경찰 공무원이 신상을 물어도 아무 대답을 못한다.
" 집이 어디야 " 조서를 꾸미려던 경찰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
"아빠. 아빠 아 " 불안한 빛이 돈다. 동석을 덥석 잡는다.
"어른이 아버지 아니세요?" 공무원이 의심되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 아니라고 했지 않소. 따라다녀 밥을 먹였는데 놓아주지를 않소." 의심을 풀고 분실물을 접수하 듯 간단하게 적기 시작한다.
" 신고가 들어오지는 알았소? "
"버려진 여자 같습니다. 신고 들어온 것도 없으니......,'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보호소로 넘겨야 지요."
파출소에는 여인을 찾는 가출인 신고를 한 사람은 없었다. 최동석이 홀가분하게 맡기고 나오려는 데 여인이 소리를 친다.
“ 아빠 ”
“ 난 아가씨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했잖소. ” 뒤돌아 파출소에 남겨놓고 문을 나가려 발이 움직였다.
“아빠 아빠 ” 여인이 잰 걸음으로 뛰쳐 나온다. 넘어지려고 한다.
아까씨! " 덥석 안았다.
" 아빠 허 허 " 눈물이 보인다. 동석이 본다. 순간 전쟁 당시가 떠 올랐다. 피난길에서 잔뜩 겁먹은 어머니의 눈빛을 본다. 그 옆에 있던 아녀자. 불안은 마찬가지. 서로가 처한 환경이 달라 헤어지던 무리들. 내 어머니 남의 어머니. 섬광처럼 스쳐간다. 뿌리치고 나왔는데 걸음을 걸어도 살아지지 않는다. 육이오 당시 포격이 떨어져도, 먹을 것이 없어도 보이던 풀꽃이 생각났다. 그것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그냥 밟혀 없어질 들판에 핀 풀꽃을 떠 올렸다. 기족이 찾지 않으면 보호소로 보내진다는 여자. 한 참을 생각한 후에 그녀 곁에 앉았다. 젊은이가 처해질 상황을 보고 싶었다.
" 아빠 아빠 허 허 “ 눈물을 흘린다. 거리에 자기도 모르게 버려지고, 아버지와의 헤어짐을 아는 상실감이 눈에 서렸다. 눈물을 쏟으며 노인의 기슴에 달려든다. 저항 못하는 최동석.
"왜 다시 앉으셨습니까 ?”
" 오늘 보호소로 보내진다기에 앉았소. "
" 아버지가 아니라고 하셨잖습니까? "
" 아닌 것은 맞소. "
그런데 왜 다시 ?"
" 측은하고 걱정이 되어서 . "
" 걱정이 되신다고요?"
그렇소. 만약 가족들로 부터 버려진 사람이라면 내가 데려가는 절차는 어떻게 밟아야 하오 "
"하여튼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니 우선 가족을 찾아야 합니다. " 경찰은 최동석을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힐끔 쳐다본다.
" 최동석이요. 조회를 해 보시오" 분명하게 힘을 주어 말을 한다.
“아빠 아빠 ” 여자는 환하게 웃는다. 노인도 쳐다본다.
" 그럼 관계가 어떻게 이루워질지는 모르지만 성함하고 주민등록 번호를 말씀해 주세요."
최동석은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먼저 대었다. 인터넷 상에 신원이 뜬다.
" 어르신 현악기를 만드신다고 되어 있는데 무슨 종류를 만드십니까? 제가 잘 모르는 생소한 직업이시군요. "
" 바이올린. 첼로 다 만드오 "
" 서종리에서 말입니까? "
그렇소"
손님은요? "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기 시작하오"
" 명장이시군요."
" 명장이랄거는 없고. 그저......, "
" 아니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뵌 분 같습니다."
" 현악기 장인 일세대라 가끔 나왔지 "
" 현 주소에는 어르신 혼자 계시네요? "
" 그렇게 되었지요. "
" 우리가 가족을 찾는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혼자서 외로우시죠? "
" 아니 그런 깊은 뜻은 없소. 거두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왔소이다. " 그렇게 영감이 해명을 해도 순경은 빙그래 웃는다. 그 자리에서 여인과 노인은 사진을 찍었다. 부녀처럼 쇼파에 나란히 앉혀 둘이서도 찍었다. 그날은 사진과 주소를 남겨놓고 혼자 집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돌아 와 서에서 오는 전화를 기다리다 못해 서너 번 전화를 했다.
여기서 부터의 인연으로 하여 여인은 풀꽃이라 부른다. 풀꽃은 장애인 시설로 임시 들어갔다. '아빠 밥 ' 하며 따라다니던 마지막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석 달 반이 지나서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언니라는 여인이 찾아 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 이름은 조 난숙. 처녀 33세 그 언니가 장인어른을 보고 싶다고 합나다. " 장 형사가 대충 보내준 메세지이었다. 풀꽃과 그녀의 언니를 만나기 위해 장애인 센터로 갔다. 전에 집에 있던 삽살이 어미를 사러 갈 때 보다도 기대가 되고 더 흥분이 되었다. 아가씨가 선명하게 떠 올랐다.
동네에 풀꽃이 들어오는 날 부터 이상한 소문이 번지기 시작하였다.
" 최노인이 바보여인을 데리고 왔는데 사왔다나 봐 "
" 남자는 검불 하나만 들 힘이 있어도 여자가 그립다잖아? "
" 정말 할 수 있을까? "
" 만졌다 놓는 성 노리개 감 아니야? "
"바보잖아. 구실을 할 수 있을까?"
" 남자야 뭐 들어가니 꽂으면 되고 나오면 배설하면 되는 것 아니야?"
"그럼 학대야 " 동네 사람이 모이면 추측과 여러가지 확대해석으로 분분하다. 노인은 아무래도 좋다. 서종에 들어 오던 날부터 아닌가봐 그런가봐로 소문에 소문으로 꼬리를 물었다.
풀꽃이 서종면 최동석영감에게 오기 까지 무려 두 달이 걸렸다. 조 난숙이라는 신원은 밝혀지고 다시 한달 만에 법적절차를 밟아 데리고 왔다.
장애인 보호소에서의 만남.
난숙은 친 언니 미숙의 손을 잡고 있었다. 사무실에 보호소 원장과 장 순경이 함께 있었다. 영감이 들어가자 난숙은 얼른 언니 손을 놓고 최동석의 손을 재빨리 잡았다.
아빠 아빠 허 " 끼어 안는다.
이산 가족 텔레비젼에서 보던 생생한 부녀 상봉 장면 같았다.
" 잘 있었수"
" 아빠 허 허."
" 나 언니야. 미숙이" 두번 불러도 언니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
'아빠 ! 아빠 " 반가움이 가득 서려있었다.
" 이 아이가 내 동생 조 난숙입니다. " 풀꽃이 조 난숙임이 밝혀졌다. 이남 이녀의 먹내 조난 숙. 시집을 못 간 처녀다.
조난숙이라? 나는 풀꽃이라 늘 생각했소. "
" 여지껏 생각하셨다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어르신. 어르신에 대해 원장님과 장순경님을 통해 그 동안의 일을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 그러십니까? " 알고 있다는 말에 장순경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난숙이와 함께 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형제들은 동생을 돌볼 수가 없었어요. 교대로 돌보다 막내 동생의 차례에 동생이 쳥계천에 데리고 나가 놓고 왔답니다. 사업에 실패한 막내가 그만. "
핵가족화 사회로 책임을 회피하며 마음은 닫혀 있었다. 난숙은 유기된 채 그 날 하루를 길에서 지냈다. 자기 아버지와 체구가 비슷한 동석을 만나 아버지로 착각하고 따라 다녔었다. 언니가 가출인착기는 찾아도 신고를 했다.
"지도 예. 형편이 어렵고 자식들이 원하지 않아 같이 살 수는 없는기라 예.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막내가 버렸다는 근처를 찾아 다니며 신고를 하고 다녔지 예. 난숙이가 어르신을 만나 깨끗하게 있었다봅니뎌. "
"뭐 일찍 만난 은혜 아니겠소. "
" 그런 기라예. 내야 동생을 찾아 소식 들은 것 만으로 족하고 센터에 그냥 살기를 원한다고 했더니 어르신 얘기를 해서 만나 뵙고 싶었던 기라 예 "
" 아 그렇소. "
" 지금도 마음이 변하시지는 않았는교? "
그렇소. 변하지 않았소.
미숙은 난숙을 만나 보고는 다시 보호시설로 보내지기를 원했다. 그 때 장순경이 들어서 메모 해놓은 대로 주선을 하였다. 아가씨 가족이 나타나면 자기가 데려가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를 원했었다. 최동석은 기대와 불안을 함께 지니고 나왔다. 까다로운 법적인 절차가 있었다. 가족상황. 경제문제. 양육환경. 객관적인 평가가 따른다. 호적 상 결혼으로 합의를 정확히 보고 서류를 만들어 혼인 신고는 한 후에 집으로 데리고 왔다. 난숙이 언니와 합의 하에 ㅣㄴ속하게 이루어졌다. 최동석은 부부이기 전에 평생 양육조건을 걸었다. 항시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사람. 서너살 도 안 되는 지능을 지닌 중증 장애자. 똥오줌 목욕 전부 해줘야 한다. 서른여덟 차이. 딸이라면 좋은 성싶은 숫자다. 그러나 정상인과 정애자를 보는 시각 차이. 이웃이 쳐 놓은 높은 장벽에, 때로는 호적도 무시하고 장애여성을 성노리개로 삼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들을 이 땅의 생을 마칠 때까지 들어야 한다.
최영감은 젊은 마누라를 맞이하여 혼인신고를 할 때 난숙을 풀꽃이라 개명을 해서 올렸다.
이것이 두사람이 맺은 이땅에 놓여진 축복의 연이다.
노인은 고향에서 함께 살던 사람을 우연히 만나 아내의 소식도 들었다. 자식이 있는 상처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전처 소생 딸 하나를 키우며 아들 둘을 낳았단다. 아내가 떠나가며 밥을 핑계 삼았어도 이혼의 결정적 사유는 펄펄 끓던 여인의 성적 굶주림이라는 커다란 이유를 자신은 알고 있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작업대를 한 칸 방으로 끌어 드려 밤에 일을 많이 했었다. 아내는 허구한 날 왕왕거렸다. 아내는 이혼 무렵에는 집을 걷돌며 밥이 끓는지 죽이 끓는지 몰랐다. 그녀의 원에 의해 자유의 여신으로 보내고 난 후에 동석은 도제에 만 온 힘을 쏟았다.
아내을 맞는다 해도 성희의 축복인 부부의 합궁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다. 여체에 대한 기대나 환영도 떠 오르지 않았다. 꿈 속에서라도 몽정 한 번 한 일이 없었다.
풀꽃을 쉽게 받아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아내의 자식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는 종손인 최 동석이 미리 작명해 놓은 아들 봉구를 얻지 못함을 아내를 탓으로 돌렸다. 이런 저런 처에게 진 마음의 빚을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갚자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풀꽃이 아버지라고 느끼도록 살아 주고 싶었다. 전처가 아들을 낳았다 함으로 짐은 조금 벗었다.
여자를 단지 나이 들어 입에 풀칠하는 것이 편하자고 들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노인은 조금만 꿈적거리면 되는 일로 여자를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최동석 장인. 명장이란 관록이 붙어 음악잡지며 메스컴도 타 간혹 팔리는 악기로 경제력은 휠씬 좋아졌다. 그저 정도에 맞게 살고 있었다. 지금의 집도 마련했다. 허름한 농가를 개조한 벽돌집이다. 번지수가 확실한 최동석 이란 문패도 달았다. 3대를 잇는 봉구도 있다. 약간의 채소밭도 있어 푸성귀는 심어 먹고 과실 나무도 몇 개 있었다. 최영감은 잘 익은 살구를 좋아한다. 텃밭은 야산과 붙어 열흘 만 손을 대지 않아도 살모사가 다나는 붉은 옥토다.
도제 재료인 아교와 린스가 독해 손긑이 갈라지는 치약한 환경에 무농약 야채를 먹자고 풀을 쁩고 씨를 뿌리는 일을 해 손이 험해졌다. 오른 손은 문진이 없다. 처음 해외로 활털을 사러 나가면서 여권을 만드는데 애를 먹었다.
풀꽃여인을 아내를 올리는 절차는 자기 혼자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개의 수명은 최고 15년이다. 풀꽃은 자기 생전에 이별하는 일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여보게 내가 자네 없으면 살 수 있겠나? 없단 말일세. " 장수를 기원하는 이유가 늘었다.
"내가 오래 살아야지. 아주 오래 "
"아빠 허 허 "잘 웃는 풀꽃에게 진심을 이야기 한다.
풀꽃이 잠시라도 안 보이면 살 수가 없다. 영감이 중얼중얼 말을 한다. 난숙이가 잘 사는 것을 뒤 늦게 안 막내 오빠가 들락거렸다. 청개천에 유기한 장본인이다. 늦게 나타나 부부로 인정할 수없다고 번복한다. 풀꽃을 데려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돈을 줘서라도 사야한다. 보낼 수가 없는 이유는 버려져 방치했었다는 상황보다 자신의 외로움 때문이다. 젊어서는 만드는 일로 밤을 꼬박 새웠다. 돈이 없다고, 밥이 없다고, 사랑을 채워 달라고 볶아대는 아내도 없어 오히려 좋았다. 사람의 근접은 집에는 우체부가 배달 올 때나 이장이 올라 올 때 뿐이다. 가끔 읍사무실에서 노인 혼자 살아 직원이 들른다. 그렇다고 외로움이 희석되지는 않았다. 세상과 거리가 있는 노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얼굴은 검버섯이 생겼다. 노인도 드문드문 보는 이웃이 있어도 말을 섞지 않았기에 말 상대가 없어 입에서는 군내가 나고 마른 깨끗한 척을 해도 영감땡이 꼬리꼬리한 냄새가났다. 그저 냄새 방지에 도움이 되게 촛불을 피어 놓았고 산골짝 밤은 깊었으며 방안은 종좀 산자락에 운무처럼 고독이 뒤덮었었다.
아내를 들이고 세상이 달라졌다. 노란 살구가 다닥다닥 열려 풀꽃을 보러 교회 아이들이 자주 모여 들었다. 해맑은 친구들을 기식을 주는 것은 최영감이 일이 되었다. 일상 생활이 바빠지고 없던 활기와 의욕이 넘쳤다.
" 아줌마 ! 아줌마! "
허 허 " 숨이 가쁜 아내와 아이들이 마땅에서 영감이 만들어 준 방패연과 가오리 연을 날리며 떠든다.
" 멀리 날아라 멀리 "
" 아줌마 멋지지 와 하 "
" 하 하 ' 가오리가 높이 나는 것을 보고 풀꽃은 두 팔 날개 춤으로 화답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울림도 좋은 자연의 악기가 된다. 이 광경은 즐기는 노인의 미소가 퍼진다.
안에서는 빵 냄새가 나고 있다. 오븐기에서 잘 익은 빵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 임자 ! 임자 ! 이 거 잠깐 만 하고 노세. ” 풀꽃이 피씩 웃는다. 웃던 울던 사람이라 반응한다는 작은 몸짓이 좋았다.
“ 이 바이올린은 엄 교수가 자기 제자를 쓰게 한다고 특별히 예약한 한 제작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어 ”
풀꽃이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세상을 지탱하는 돈의 단위를 말할 때가 아니라 우리 속에 가볍게 이는 육식의 밥이다.
" 밥. "
"그래 임자 말이 맞아. 세끼 밥이 최고지 "
"밥 ."
“ 그래 밥 많이. 많이 사줄께”
“아빠 하 ” 무엇을 생각하는지 하 하더니 좋은 내색이 감돈다. 영감은 마냥 풀잎이 이쁘다.
'어여쁜 내 사슴이야. 이쁘도다. 붉은 입술이요. 내. 마누라요.'
" 아빠 아빠 하 하 " 누가 이 사람을 상대의 말을 못알아 듣는다고 하겠는가. 영감은 풀꽃이 다 응답하기에 방실방실 웃는다고 믿는다.
“ 큰 시장가서 예쁜 옷 사줄게 ”
" 하 하 허 " 앵두 같은 입술을 버리고 환하게 웃는다.
노인은 쓸데없는 말을 나열하면서 손놀림을 빠르게 한다. 풀꽃이 옆에 있어 도제를 하는 데 작은 활력이 된다. 소통이 원활 하지 않다.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말을 하면 들어주고 이내 반응을 한다. 풀꽃과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동석은 믿는다.
현악기를 만든 평가는 소리다. 좋은 음색을 듣고 평한다. 영감은 현악기를 키는 것도 좋아한다. 들어 줄 아내가 늘 앉아 있다. 자기가 만든 악기를 만든 처음으로 키는 독주의 선율. 설렘과 흥분은 말할 수 없다. 그 흥분을 팽팽하게 당겨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현실이 기쁘다.
" 전 작품보다 좋지? 그렇지? 아냐? "
"허 허 "
" 암자 좋다고 하는 군 . 고맙네 구마우이"
영감은 아내가 틀림없이 듣는다고 생각한다. 음률에 맞춰 춤을 추느라 멍하니 있다고 여긴다. 노인은 내일을 믿기 시작한다.
최 영감. 아내를 욕조에서 목욕시켜 한 이불에 누워 따뜻한 체온으로 휘감을 수 있다는 잠자리가 행복했다. 풀꽃은 단숨에 노인의 가슴으로 비비고 들어온다.
" 아빠 아빠 허 허 " 좋다는 소리. 보채지 않는다. 마누라가 느끼면서도 표현을 못하는 것 같아 부드럽게 만져준다. 아내의 좋다는 표시. 허 허가 다다. 돌짝같이 굳은 손. 가벼운 부딪침. 영감은 젊은 마누라의 기를 받는다.
"영혼이 해맑은 마누라. 신의 선물이야. " 노인은 혼자 낯 간지러운 소리도 들려준다. 선택받은 마누라 라 느끼고 받는다고 여기면 받는 거라는 넉넉한 마음이 솟는다.
아빠라는 믿음과 신뢰를 얻기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다.
" 임자 사랑하오 " 전 처에게는 단 한번도 드려주지 못했던 부드러운 언어. 풀꽃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수시로 해 준다.
" 아빠 하 "
" 임자. 앞으로 가면 황순원 문학관이고 뒤는 운길산이야. "
들판에 나가 운길산. 예봉 산 .문학관이 당신네 집 근처라는 수없이 말해 준다 '
" 임자. 영감 몰래 나와 남을 따라가면 안 돼. " 특히 잃어 버린 경력을 일깨워 줘야 했다. 황순원 문학관에 가서는 추위에 소낙비를 맞고 볏짚에서 몸을 비비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때르는 느릿느릿 방마다 숨어 숨바꼭질도 한다. 호랑이 놀이 토끼놀이. 무연 영화도 일인극으로 한다. 늙으면 애로 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어린아이의 대장이 되는 것이 즐겁다. 노인은 어려서 대장을 한 번도 해 적이 없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말을 안해 얻어 맞고는 다음 날은 생각을 바꿔 보았었다. 힘을 기르자고 말이다. 그 때 속으로 하고 싶었던 대장 짓을 풀잎과 하고 있다.
아 하 하는 풀꽃의 단음이 들린다. 수 없는 시도에 단 한 번의 단음이 노인을 춤추게 한다.
집 안에서 대장은 다음날 마당에서도 한다. 사람을 잘 따르는 삽살개와 웃음이 많은 풀꽃을 보러 교회 아이들이 마땅에 보인다. 대장은 놀이 도구와 간식을 마련해 주고는 한다. 대장은 철이 들어 있어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살구가 두두둑 떨어진다.
옛 어린 추억을 떠 올리며 물에 발을 담구고 풀꽃과 나란히 앉아 냇가의 물소리도 새소리도 듣는다. 송사리도 어렵사리 잡아 비닐봉지에 잡아 넣는다. 영감은 송사리 봉지를 들고와 깻잎 몇 장과 물고기 몇 마리 밀가루 반죽 서너 개 넣고 수제비를 만들어 삽살개 봉구와 풀꽃 과 영감이 오롯이 먹는다. 풀꽃이 지능 미달로 어떤 것을 이해를 안 하고 하고는 상관이 없다. 그녀와 봉구로 하여금 함께 어려서부터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한 혼란스러웠던 정체성을 털어내는 것이 좋았다.
동석은 풀꽃과 함깨 함으로 늙음의 터 위에 넉넉함이 자리를 잡았다.
뒤판 두 쪽을 다듬고 안쪽을 날카로운 칼로 판다. 힘을 줘서 버려야 할 두께를 밀어낸다. 풀잎을 햇빝이 드는 마당에 봉구와 함께 놓았다. 습관이 되어 아내는 칼을 들었을 때 곁에 놓지 않는다. 자기가 힘이 들어가는 표정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닌지 방을 나가 봉구와 있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칼을 들고 만들기를 시도할 때 매번 찡그리는 모습을 보고 최영감은 아예 풀꽃이 없을 때 악기 속 안 다듬기를 한다.
작업실 중앙에 있던 운치있는 화목 보일러도 없애고 전기 판넬을 깔았다.
배려하고, 빛을 풍요로 보고, 태양을 가득 찬 생명으로 볼 수 있는 힘은 전 날의 아픔에서 이겨 새로운 눈을 틔웠을 때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녀와 더불어 자연에 대한 감사와 친화력이 생겼다. 혀를 날름거리는 징그럽고 독이 무서운 뱀도 잡아 던질 수도 있다. 풀꽃이 싫어하는 동물이 뱀이기 때문이다.
산책을 나선다. 풀꽃이 좋아하는 시간이다. 밖을 향하면 봉구를 따라 앞 서 곧장 나간다. 풀밭에 앉아 몇 시간이고 좋다. 봉구가 펄쩍 뛰는 모습도 본다. 산의 푸르름은 이들을 기쁘게 맞이 했다가 게절의 색 다른 옷을 입는다. 최동석 영감은 해외로는 동남아를 다니며 부속을 사오는데 낮은 산새의 곡진 아름다움은 대한 민국을 따를 나라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운길산의 산형과 마을의 형태를 좋아한다.
노인은 아스라히 생각을 더듬는다. 이곳에서 풀꽃 아내를 맞이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햇볕에 나와 앉아 마누라는 풀을 쥐어 뜯는다. 자르는 수준이 아니다. 힘을 줘 뜯는다. 풀이면 아무거나 웅켜쥔다. 손에 잡히는 것을 한 웅큼 주면 영감이 골라 바구니에 담는다. 아내가 손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건강을 약속이나 한 듯 반갑다.
" 임자. 임자가 뜯는 것 나물 해 먹세. 좋겠소. "
" 허허 아빠. 허 "
마누라 힘이 드는구료. 잘했소. 마누라"
봄볕에 연한 싹은 독이 없으면 다 먹는다고 마누라가 딴 풀잎을 솥에 삶는다. 된장 찌게도 하고 쌂아 무쳐 상에 놓았다. 영감이 먹는 시범을 보이면 풀꽃이 먹는다. 시골장에서 사는 것은 말려 푸성귀가 귀할 때 먹고, 들에서 따 온 것을 푸성귀로 먹었다. 풀꽃 아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의 가치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봄내 젓가락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에 둘둘 말아 먹는다. 깨소금만 조금 넣어도 담백하고 맛나다. 마누라의 향기와 봄내가 뜸뿍 들어있다. 아내도 손으로 듬뿍 집는다. 허 허 하는 젊은 마누라의 소리가 최영감의 가슴 속에 튕기는 반응은 바이올린 소리의 공명보다 더 크게 울린다. 아내를 입히고 먹이고 닦이는 수고로움 보다 소통과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공유의 시간이 고맙고 감사하다.
내 여인이 따온 연한 풀잎을 먹고 생기를 얻었노라고 동네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유일한 그녀의 일. 천기가 누설되거나 생기를 빼앗아가면 안 될 것 같아 풀꽃당신에게 만 말한다.
“여기 생기뎐 이야기 들어보소. 우리 영감 노친네 봄내 풀 잎 먹고 회춘하며 살고 있소 ”연산홍이 차고 올라오는 들판에서 크게 소리를 쳐본다. 산이 소리를 먹는다.
“아빠 아빠! ” 덩달아 풀꽃은 웃기도 하고 때로는 박수를 치기도 한다. 팔을 마음껏 버린다. 동석에게 있어 그녀가 하는 작은 몸짓은 모두가 사랑 받고 있다는 행위예술로 보인다. 노인은 꽃망울 틔우는 매화의 감동이 풀꽃 아내의 날개를 편 환한 미소에서도 받는다.
이 가정에 파렴치한 형제의 질투와 시기와 욕심으로 문제가 생겼다. 오라버니가 서종을 드나들면서 나쁜 싹이 나왔다. 최동석의 경제력이 높고 세상 인지도에 놀랬다. 자기가 버린 못난 난숙이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편으로 사업을 재기하기 위해 돈의 욕심도 생겼다. 세상에 상처받은 똑똑하고 잘 난 자신이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신은 난숙 편만 들고 있지 않는가. 행복한 자에게 자신은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 난숙아 나하고 살자. "
".......,'
"나 니 오빠. 오빠인기라. "
미아가 난숙이 보고 싶데. 너를 최고로 좋아하는 우리 막내 말야" 동네 북처럼 때리고 칠 때는 언제고 같이 살겠다는 수작을 부린다. 추잡한 거래를 들먹거렸다.
" 허 허 " 오라비가 손을 내밀자 뿌리친다. 허는 싫다는 반응으로 나타난다.
" 난숙아 가자. 너를 한 푼도 안 주고 데려왔어. 너는 늙은 영감의 노리개야.
조 풀꽃으로 혼인신고를 했는대도 인정할 수 없다는 옛날의 난숙을 들먹거렸다.
"가소.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마소 "
" 틀림없이 데려 가겠으니 안심하지 마십시요. 영감 " 오라버니는 자기 물건을 달라고 번복하고 있었다. . 심기를 쑤셔흩으러 놓고 갔다 또 찾아든다.
다음 날 보호소에서 연락이 왔다. 법적 문제가 없어 전화로 근간의 상황을 전달했다. 그러나 상대는 자기가 형편이 좋아졌다는 것을 주장하며 누나의 일방적 의사였다고 무르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 사람의 연령차이는 문제 제기에 적합하다. 본인의 의사가 없었으니 효력상실 주장을 한다.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 최동석 작가님이십니까? "
청각이 발달한 영감의 귀에 낯익은 장순경의 음성이 들려온다. 풀꽃의 큰 오빠라는 작자가 장 순경의 심기를 바짝 건드려 놓고 보호소에 호소문을 보내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 아 장 순경 이시구멈"
" 예. 문제가 제기된 조 난숙씨 일로 잠깐 나오셨으면 합니다. 어른의 심정 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
" 정 순졍! 나는 보낼 수가 없네 "
" 당연하십니다. 쉽게 끝날 겁니다. 어른이 그 오라비로 부터 시달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려고 합니다. "
" 내일 나가리라. 부탁하오"
"염려 놓으십시요. "
전화를 끊고 밤새 잠을 못잤다. 풀꽃이 자는 모습만 바라보고 꼬박 있었다. 악기를 완성해 놓고 소리가 적어 부셔야 하는 순간보다 더 복잡했다. 악기는 성이 안차면 던져 버렸는데 그럴수도 없다. 정이 들었다.
목욕을 시키고 새 옷을 입혔다. 영감도 수염을 깍고 정장을 꺼내입고 넥타이도 맺다.
"허 허 " 마누라는 좋은 기분이다. 풀꽃은 나들이를 나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영감은 눈물이 빙 돌았다. 보낼 수 없다. 상대는 돈이 목적이다. 살 수만 있다면 사자고 밤새 생각을 했다.
책상 밑에 깊숙히 밀어넣었던 빛 바랜 나무 괘짝을 꺼냈다. 현찰이 들어 있었다. 돈 뭉치를 한 뭉치 꺼내 윗 주머니에 넣었다. 문짝을 닫았다. 재 차 괘짝을 연다. 또 한 다발 먼저 꺼낸 것과 합쳐 묶는다. 윗 주머니가 모자라 시장을 갈 때 매는 배낭에 돈을 넣고 아구리를 조였다.
거울에 섰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넥타이도 매니 근엄한 예술가의 품위가 베어 나왔다.
" 명장 최동석입니다. " 너그러운 선처를 바라며 거울을 보고 웃어 본다.
이것이 안 되면 풀꽃을 팔라고 읍조리며 인력장사를 하는 상인에게 구십도로 고개를 숙이고 부탁을 해본다.
"아 빠 하 " 풀꽃도 거울을 보고 영감을 따라 한다. 어설픈 흉내를 내며 하하를 연발한다. 거울에 비친 갓시가 사랑스럽다.
파출소를 들어갔더니 당당하게 큰 소리치던 오라바니가 풀이 꺽여 있었다. 장순경이 쉽게 끝내겠다 염려하지 말라더니 야댠을 친 탓일까.
"최작가님께 용서를 빌어요" 단오하게 말했다.
" 그렇지 않으면 공갈협박으로 조서를 꾸밀테니 알아서 해요 "
" 동생이 보고 싶어 그랬습니다. 매제" 최영감은 매제라는 소리가 나오자 안도감이 들어 눈물이 쏟아졌다. 동생이 보고 싶어 그랬다는 거짓이 하나도 노엽지 않았다. 풀꽃이 자기의 마누라라는 인정하는 사둔관계가 더 크게 귀에 들어왔다.
최영감은 배낭을 오라버니에게 건낸다.
" 매제 이게 뭡니까? " 무거운 가방을 받아 들었다. 눈치가 빠르다.
" 그냥 집에 가서 형제들과 풀어보소. "
최영감은 마누라를 그 돈으로 샀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쉽게 순복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얼른 내려 놓았다.
"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또 한 번 만 그런 짓을 하면 공갈협박. 갈취로 잡아 넣겠어. "
소꿉친구가 된 아내와 동네 어귀를 나섰다. 노인은 바이올린을 완성한 대가의 묵직한 잔금을 받아들고 시장에 나가는 중이다. 올 겨울은 묵직한 털옷을 사주고 싶었다. 하얀 털옷으로.
“ 앞에 가는 노인과 바보 여자. 저 두 사람 관계 뭐야 딸이야. 부인이야? ”
“ 딸 같기도 하고, 첩은 아니라지? 원 ”
" 큰 부인을 보내고 다 늙은이가 미쳤어. 첩이래. 봉선 엄마가 그러던데. "
“탐탁치는 않아. 이해도 안 되고, 원. 이장의 말로는 호적에는 정식 부인이래.”
"첩이 기든지 아니든지. 각시는 각시 . 바보 각시와 잠자리는 하나? "
" 밤이 있고 낮이 있으니 누가 알아. 한다고 봐야지." 낮일과 밤일. 이불 속의 일을 섞고 상 하로 까불러 본다.
영감은 누가 뭐라 하건 무슨 사이라 해도 관계가 없다. 간교한 시기 질투에서도 벗어난 합법적인 마누라다. 억지로 부녀 사이라 해도 괜찮다. 좋은 관계를 엮고 있으니 말이다.
거래를 끝내고 나와 청개 시장으로 나왔다. 시장 통이 북적거린다. 풀꽃을 끈으로 묶어 영감은 본인 손 반대편에 끈을 묶었다. 사람을 잃어버릴 까 신경이 쓰인다. 아침에 나올 때의 여인네들의 구전을 들었으나 발걸음은 가볍다. 사뿐거리는 풀꽃의 설래 이는 몸짓에서 얽히고설킨 퉁퉁치는 고통을 노인은 넉넉히 풀었다. 가족간의 문제도속 시원하게 해결을 보았다. 젊은 마누라가 옆에 있기에 듣는 문제로 여기고 흘려버린다.
작은 소품을 산다. 배낭을 매도 양을 많이 살 수 없다. 마누라 와의 동행에는 늘 변수가 있다. 약속대로 고운 옷을 사서 입혔다. 풀꽃은 걸음이 앞으로 자빠지며 오리궁둥이를 내밀고 갈자를 그리며 빠르게 걷는다. 신이 난 모양이다. 시장에서 부딪치는 마안함과 피로에도 한 줄로 묶여진 동행이 버겁지가 않았다.
깨 복장이 촌놈들이 동대문 시장에 올라와 잃어버릴 까 새끼줄로 묶고 다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신기하다. 동석은 풀꽃아내와 다니면 옛 생각이 저절로 났다. 왕사탕 파는 장사도 보였다. 왕사탕을 사주자 금방 어린아이가 된다. 새 옷에 설탕물을 질질 흘리며 빨아 먹는다. 감각을 못 느껴 닦을 줄도 모른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영감도 주지 않는다. 먹는 것에 대한 욕심도 어릴 적 노자신의 어릴적 모습을 닮아 한 번 또 웃는다.
" 그래 임자는 나를 닮았어. 맛있지 ? "
" 아빠 허 " 군침이 돈다. 돈이 귀해 사탕 사먹기도 어려워 어머니가 하나 사주면 달라고 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주지 못했던 추억이 가물거린다. 자기도 하나 사서 입에 물었다.
쇼핑. 눈요기. 입이 즐거운 여러가지 시장 소꿉놀이로 마누라는 피로가 왔다. 갈자 걸음에 스쳐가는 시선도 영감은 의식을 한다. 국밥집을 얼른 들어갔다. 한 숨 돌리고 저녁을 먹고 갈 떠날 생각이다.
해 넘기 전에 집으로 들어가자 마음을 먹는다. 아내가 잠잘 시간이다. 느린 것을 보니 본인의 발걸음도 무거워진다. 뒤틀린 오리궁둥이. 뒤에서 등을 받쳐준다.
" 조금 만 더. 힘을 내소 . 마누라 . "
허 허 " .풀꽃의 단음에 최노인은 나무 꿰짝에 남긴 마지막 한 묶음으로 자가용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 아빠 아빠!” . 아빠라는 단어에 많은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는 눈 만 보아도 안다. 하품을 연실한다. 따라 하품이 나왔다.
" 업어줄 게. 자 “ 언덕길이다. 노인은 앞으로 가 등을 보이고 앉는다. 풀꽃이 업혔다. 영감은 덩치가 크고 풀꽃은 몸이 가랑가랑 작아 큰 무리는 받지 않는다.
“ 잘 자라. 아가야. 잘 자라. 우리 아기” 아내는 잠이 들고 노인은 소학교 다닐 때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을입구를 걸어 들어온다. 붉은 해가 서산을 넘고 있었다. 저 만치 교회가 보인다. 십자가가 시간이 지나고 떼어내지 않은 성탄의 불빛을 받아 번쩍인다.
풀꽃을 업고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비껴가는 해와 오르는 달을 향해 말을 한다
" 와 할아버지 아줌마 온다. " 방과 후 교회 학교에서 야햑을 마친 아이들이 몰려 내려온다.
" 와 할아버지 대보름 불꽃 놀이 해요. "
" 이 놈들아. 쉿! 조용히 해 천사가 자고 있단다. "
아이들이 금방 조용해 진다.
깡통을 아이들이 휘두르자 불꽃이 일어난다.
" 와 와 "
" 아빠 허 "풀꽃과 아이들의 소리가 어우러진다.
노인은 멀치김치 떨어져 마디 굵은 두 손을 모은다.
" 주여 지난 죄 용서 하시고 다시는 아내를 잃는 아픔을 겪게 마시며
이 해맑은 아이들이 세상을 복되게 누리며 나 또한 마누라를 위해 오래 살게 하소서.
욕심을 내 더 기도하오니 청컨데 풀꽃도 최동석을 위해 오래 살게 하소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