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쯤, 뮤지컬이나 대중 연극이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일반인들이
공연 보기가 힘들었다. 특히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랬다.
부산이나
대구, 광주 등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특별히 관람하고 싶어도 서울에서 공연되는지라 관람하기란 어려웠다. 그러했던 사정이 지방
문화인들의 노력으로 문화예술이 활성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유명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지방문화가 자리잡은 일등 공신은 밀양연극촌과 연희패거리단이 한 몫을 했다. 밀양연극촌은 해마다 밀양여름공연축제를 여는 곳이다. 올해로써 열세 번째를 맞는다. 매년 7월말과 8월 초순까지 연극촌에서는 국내의 많은 공연들이 열리게 되며, 무수한 극단들과 연극인들이 밀양에 몰려들어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면서 관람들에게 문화예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해마다 밀양여름연극축제 시즌이 오면 열일을 제쳐놓고 밀양에서 며칠간 보낸다. 대구서 가깝기도 하지만 밀양연극제가 우리나라 연극의
미래를 개척하는 곳으로 살아있는 공연들을 가까이서 접하면서 한국연극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연극촌장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 밀양북춤의 대가 하용부 선생과의 끈끈한 인연에 의한 것이고, 밀양을 찾아오는 무대 예술계의 대가를 찾아뵙는 일도 필자의 도리라는 생각에서다.
전국의 예술제가 많고 많지만 유달리 밀양연극제를 언급하는 것은 우리나라 연극을 대표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최된 ‘제12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2년도 문예진흥기금이 지원한 연극, 음악, 무용 등 전국 41개 예술행사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유일하게 ‘A(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러한 평가에서 나타나듯이 지방의 소도시가 몇몇 문화예술인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중앙에 편중된 공연예술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지방문화가 활짝 피어나는 게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며칠 전에는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비 내리는 고모령’이 4차례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가수 현인이 불러 히트를 친
노래의 제목이다. 그렇지만 고모령은 대구에 있고 실제로 고모령에서 노래 가사와 같은 애달픈 모자지간의 이별의 이야기가 있었음에 착안을 하여 대구이야기로 창작한 것인데, 첫 공연이지만 흥행에 성공을 했다. 또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세대 층에게 두루 공감을 준 악극으로 평가받았다.
그날 중앙에서 내려온 유명 스타가 공연한 연극이 대구에서 공연이 있었는데, ‘비 내리는 고모령’ 공연과 겹쳐져서 수성아트피아는 만석이 됐음에도 그 중앙 연극 공연은 그렇지 못했다는 내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대구는 연극, 뮤지컬의 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기에 순수한 대구 이야기인 ‘비 내리는 고모령’은 각각 도시가 특성있는 자기네 이야기를 한 두 개쯤은 상징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대구시로서도 안성맞춤이나 다름이 없다.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은 그 소재 등으로 봤을 때에 대구판 가요 무대나 다름없다. 대구시민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명곡들로 즐비하다. 이 악극이 3일간에 걸쳐 총 4회 공연됐지만, 1회성의 공연으로서는 어딘가 아쉬운 감이 남는다. 어렵사니 태어난 지방의 극단이고, 대구의 이야기로
구성된 악극이므로 대구의 상징으로 지방 연극으로써 키워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 다. 한국을 찾는 외국 예술관계자들이 주로 지적하는 것은 “한국에는 예술이 중앙 위주에 치중돼 있고, 지방도시의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테마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은 대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구시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하고, 대구시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그래서 수성아트피아가 재정사정 등 곤란을 받지 않는 가운데,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상시적으로 공연을 제공하여 문화예술에 목말라 있는 지역주민들에게도 대구의 이야기를 보여주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사랑을 갖게 하는 것도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이라 본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로 시작되는 ‘비내리는 고모령’ 노래를 작사한 럭키레코드 유호 문예부장은 작사할 당시에는 고개가 어디 지역에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어, 고개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헤어지는 장면을 상상적으로 설정하고 ‘어머니를 돌아본다’는 뜻으로 고모령(顧母嶺)이라 지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고모령은 실제로 대구에 존재하는 고개 이름이고,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은 이제 대구이야기로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대한민국 연극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7월 24일부터 8월 4일까지 열리는 밀양여름공연축제에서 폐막 공연으로 선정됐다니 대구지방의 연극 모체인 수성아트피아가 첫 선을 보인 악극이 성공했다는 소식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지방연극이 뜨겁게 흥행하는 좋은 시절이 되기를 고대한다.
yejuson@hanmail.net *필자/손경찬. 칼럼니스트ㆍ예술소비운동본부장
첫댓글 고모령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릅니다. .
노래가사말로 뮤지컬을 창작해 낸 것도 대단했지만, 공연문화를 소비할수 있게 애쓰시는 회장님이 계시다는 게
대구의 자랑이라 생각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가로등의 인연으로 문화,예술의 극히 일부라도 공유할수 있음이 참 좋습니다.
서로 배려해주는 따듯한 사람들의 모임..
대구예술 발전을 위해 힘쓰시는 회장님이 대단하십니다..전 공연을 보진 못했지만, 비내리는 고모령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