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같은 사람
구수한 라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끓을 때 풍기는 소박한 냄새 하나로
입맛을 잃은 사람들 입맛을 돌게 하는
얼큰한 라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알싸하고 뜨거운 국물 맛 한 번 보면
한겨울 꽁꽁 언 몸이 스르르 녹게하는
가끔은 컵라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소통이 잘 안 되는 사춘기 아들 녀석
한방에 사로잡아버린 그 비법 알고 싶어
때로는 생라면 같은 사림이 되고 싶다
살림살이 인생살이 무시로 꼬일 때마다
뿌드득, 씹어먹으면 조금은 풀릴 것 같은
제주 할미꽃
ᄎᆞ마 고개 들엉 살수가 어섯수
4.3때 아방 죽고 아들 심어 가부난
눈 앞이 막 ᄏᆞᆷᄏᆞᆷᄒᆞ영
땅만 보고 살았주
나으 구십 넘도록 어떵사 살으신디
눈 딱 ᄁᆞᆷ앙 살암시난 어떵 어떵 살아져라
그 아이 시신 ᄎᆞᆽ으민
여한도 엇다마는
나 죽걸랑 화장ᄒᆞ영 아이 아방 옆이묻곡
우리 아들 ᄎᆞᆽ아지민 옆이 묻어주라
하늘도 무심ᄒᆞ다만
경해도 어떵ᄒᆞᆯ거니
-《오늘의 시조》 2023, 제17집
카페 게시글
시조 작품
라면 같은 사람/ 제주할미꽃/ 임태진 시인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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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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