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2017.11.25.
우리나라
사람들이 캐나다에 살면서 한국에 살 때와 달라지는
것 중의 하나는 웬만하면 자기 손으로 수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잔디 깎기나 페인트칠은
기본이고 마루를 깔았다는 분에 지하실을 직접 꾸몄다는
분도 있으니.
내가
캐나다에 온 첫해 우리 집 뒤 뜰에 정원수로는 꽤 큰
나무가 십여 그루나 있었다.
시청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로 굵지는(
지름 12인치
이상) 않았지만
제법 커서 2층
지붕에까지 나뭇가지가 덮일 정도였고 주변 경치를
잘 볼 수게 가렸다.
이웃에 살던 분이
집에 그렇게 커다란 나무가 있으면 집 관리도 힘들고
잔디도 잘 안 된다고 가능한 한 일찍 베어 버리라고
하셨다. 방법을
잘 알지도 모르고 톱도 없으면서 앞집에서 손톱을
빌려다 윗가지부터 잘라내고 중간을 자른 다음 밑동을
베는 식으로 며칠 만에 그 나무들을 다 베어냈다.
그런데 더 힘든 일은
그다음에 생겼다.
나무뿌리 캐기!
생전 나무를 통째로
베어보지도 않았으니 뿌리 캐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도 못 하고 용감하게 도전한 셈이다.
뿌리 캐는 데 온종일
매달려도 거의 한 달이 되어서야 뿌리들을 다 캐낼 수
있었다. 아이고!
한국이었으면 그냥
사람 불러다 했을 걸!
그
뒤로도 나는 페인트칠이나 옆집과의 골목에 벽돌 사다
깔기, 자갈
덮기, 수도
바꾸기, 지붕과
홈통 청소 등을 이웃에게 물어보거나 설명서를 읽으면서
직접 하며 캐나다인 흉내(?)를
내며 살아왔다. 캐나다
산 지 오래되지 않았을 때는 홈디포나 로나같은 집
관리 관련 매장에서 캐나다 여자분들도 직접 자재를
사서 집을 고치는 것이 참 신기롭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분들이 나도 학교 다닐 때부터 해 본 벽지 바르기는
몰라도 공사 일은 좀처럼 하지 않으시는데 놀라운
일이었다. 이렇게
캐나다 사람들이 직접 수리나 공사를 하는 이유는 비싼
인건비 때문이라는 말은 맞다.
한국에 살 때 열쇠를
잊고 밖에 나왔다가 닫으면 저절로 잠기는 현관문이
잠겨 집에 못 들어간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열쇠를 열어 주는
분에게 연락하면 30분도
안 돼 출동해서는 불과 1~2분
만에 뚝딱 문을 열어 주시고 단 만원도 안되는 비용만
받아가셨다. 캐나다에
와서 고리를 완전히 돌리지 않고 닫으면 잠기는 뒷마당으로
통하는 유리문이 잠겨서 열쇠를 열어주는 사람을 부른
적이 한 번 있다.
그는 잘 열지도 못해서
몇십분을 쩔쩔매더니 세금 포함 거의 200달러(!)를
청구했다. 욕실
수도가 새서 부른 배관공도 200달러
이상을 받아가고.
아,
이러니 공구도 경험도
별로 없는 내가 두 번이나 새는 세면대 배수 파이프를
교체하고 수도도 직접 바꾸게 생활 방식이 바뀌지 않을
수 있겠나? 이렇게
살다 보니 집 관리는 꽤 잘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전등 교체 같은 간단한 작업은 한국에서도 해 왔으니
당연히 자신을 가지고 이사 오면 오래지 않아 수많은
등을 아내 마음에 드는 거로 사다 바꾸었다.
그래서 당연히 전기나
전등 등 전기 전자기구는 우리 집에서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다. 또,
30년도 더 전이지만
반도체 회사에서 쌀 한 알보다도 작은 센서를 포함한
반도체 제품 생산부서의 품질 관리 담당자로 일했던
경험도 있으니 막연히 남보다 조금은 센서 관련 제품을
잘 안다고 믿었다.
캐나다는
집 바깥벽에 보안을 위해 외등을 단다.
이 보안등을 밤새
켜 두는 집들도 있지만,
요즘에는 동작 감지
센서가 달린 보안등을 많이 쓴다.
당연히 전기를 아끼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100W 전구가 두 개
달린 보안등을 하루 10시간
이상씩 켜 놓으면 전기료가 꽤 부담된다.
우리 집에는 이런
보안등이 여섯 군데나 설치되어 있지만 전주인이 이를
동작 감지 센서가 달린 것들로 설치해 놓았다.
그래서 이 등들 때문에
전기료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현관 등이었다.
주변의 집들은 대부분
밤새 현관 등을 켜 둔다.
때로는 끄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한낮에도 등이 켜져 있다.
학교
다닐 때 보안 전등이 켜져 있으면 등굣길에 스위치를
끄고 갔던 나는 그렇게 전기를 낭비(?)하는
것이 아까워 보통 현관 등을 켜 놓지 않았다.
이렇게 하다 보니
밖에 온 식구가 나갔다 들어올 때 현관이 어두워서
휴대폰을 꺼내 손전등 기능을 활용해 집 현관을 비추고
열쇠를 열고 들어왔다.
물론 보안 장치도
해제하기 위해서도 휴대폰을 꺼내야 하지만 컴컴한
집에 들어서는 것은 물건을 손에 들고 있지 않아도
불편할 뿐 아니라 어쩐지 집이 썰렁하게 빈 느낌을
주었다. 어느
날 아내가 “보안등처럼 사람이 가까이 오면 켜지는
현관 등을 설치하면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나는 현관 밖에 다는 그런 등이 있다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다른 집들은 대개
밤새 현관 외등을 켜두고 가끔 전등 판매대를 둘러
보지만 모두 그냥 모양만 달라 보이는 현관 외등인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놀랍게도 일부 현관 외등은 동작 감지
센서가 부착되어 있었다.
홈디포와 로나 등의
매장에 가 직접 보니 판매하고 있는 등들이 하나같이
우리 집에 있는 등보다 너무 약했다.
모양은 멋져 보여도
종이처럼 얇은 철판으로 만들어져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검색하니
센서가 달린 전구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호텔
같은 건물의 복도에 쓰이는 것이어서 현관 외등에
쓰기에는 맞지 않았다.
게다가 기존의 우리
현관 등의 밑부분이 뾰족해 문을 열다 가끔 부딪힌
적도 있어서 다시 홈디포에 가서 동작 감지 센서가
달린 새 현관 외등을 사다 달았다.
이제
11월
하순이라 밴쿠버는 오후 4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진다.
이럴 때 오후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현관문 몇 발짝 전에 이르면
새로 단 등이 반짝 웃으면서 우리를 반긴다.
마치 손님이 온다고
외등을 밝히는 것처럼 집에 누군가 있다가 어서 오라고
환영 인사라도 하는 듯하다.
왜 나는 진작 동작
감지 센서가 달린 현관 외등으로 바꿀 생각을 못 했을까?
햇살처럼 밝게 내게
미소 짓는 새 현관 외등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만 할
게 아니라 남의 의견도 잘 새겨들으라고 내 생각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