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전남 순천·곡성. 곡성출신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와 순천출신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마지막 각축이 치열하다.
순천의 선거인수는 21만5000여명에 달한 반면 곡성의 선거인수는 2만7000여명에 불과하다. 순천이 곡성의 선거인수보다 8배가량 많은 셈. 결국 순천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분석에 순천시민들과 곡성군민들의 이견은 없다.
따라서 야당 텃밭인 순천출신인 서 후보가 이번 선거의 유리한 구도에 있다고 보는 해석이 많은 게 사실이다. 순천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으로 ‘경선이 본선보다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닥민심이 옛날 같지 않다는 것. 순천 원도심 민심은 “이정현 바람은 인정 하지만 그래도 민주당 정서가 아직 남아있다”며 조심스럽게 서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이와 반대로 신도심에선 “이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것 같다”며 역전승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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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후보는 자전거를 이용한 나홀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골목 민심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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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도심은 호남의 정서가 짙은 반면 신도심은 변화를 예고했다. 연향동 동부상설시장에서 만난 50대 남성 A씨는 “과거엔 무조건 2번이었다. 여당후보는 생각도 안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면서 “이 후보에 대한 지역 내 관심이 높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집권여당의 ‘힘 있는 후보’라는 점이다. “순천정원박람회 후속사업과 순천대 의대추진에 대통령의 측근으로 지역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이 후보는 ‘예산폭탄’을 약속했다. 60대 남성 B씨는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후보가 도와달라고 사정하면 신경을 써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지역정쟁에 휘말릴 일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서갑원 후보와 그의 지역정가 라이벌로 불리는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빚은 정치정쟁을 비판했다.
택시기사 C씨(66)는 “서 후보와 노 전 시장이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사람의 갈등으로 지역현안은 뒤로 밀리고, 순천정원박람회도 뒷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던 차에 “서 후보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의원직을 박탈당하자, 노 전 시장이 정원박람회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이에 실망한 순천시민들이 김선동 전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복잡한 정쟁으로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짧은 5년 사이에 구 민주당이나 새정치연합 후보가 아닌 통합진보당 김선동 전 의원을 두 번, 무소속 시장을 내리 세 번 연거푸 찍어본 경험을 하게 된 순천시민들은 “이 사람을 뽑든, 저 사람을 뽑든 마찬가지라면 이번엔 여당후보를 뽑아볼 만도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전과자는 더 이상 뽑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조례동 먹자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D씨는 “현 조 시장과 김 전 국회의원도 사법처리를 받은 전과자다. 현직 국회의원마저 전과자를 뽑아야겠냐”면서 “탈옥수 신창원이 순천에서 잡혔고, 세월호 참사로 죗값을 치러야 할 유병언 회장도 그렇고 순천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남은 국회의원 임기가 짧다는 점도 이 후보에게 점수를 더했다. D씨는 “이 후보에게 기회를 한번 줘도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한번 시켜보고 (이 후보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표를 안 주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후보에 대한 지지가 투표장에서도 이어질 수 있느냐다. “투표장에 가면 2번이 보인다”는 게 순천시민들의 딜레마다.
“그래도 투표장에선 2번이 보이지 않을까”
이 점이 바로 새정치연합 서 후보 측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호남 정서상 아직은 야당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 지난 2012년 총선 광주 서구을에서 이정현 후보가 여론에서 앞서고도 야권연대 후보인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에게 패한 일과,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광주시장 선거가 단적인 사례다.
당시 광주시장 여론조사에선 구 민주당이었던 무소속 강운태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결국 당의 공천을 받은 윤장현 후보가 당선된 만큼 ‘보이지 않는 민심’은 여전히 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서 후보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서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이 후보가 아무리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한들 순천은 서갑원일 수밖에 없다”는 완고한 의지를 나타낸다. ‘민주당 골수팬’으로 자처한 60대 E씨는 “현 정권의 행태로는 표를 줄래야 줄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민주당이 예쁜 건 아니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 서갑원을 지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예전과 달리 여당후보의 이름이 공공연히 거론될 만큼 그 세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하면서 “서 후보가 잘 해야한다”고 애정 어린 충고를 곁들였다.
이 같은 바닥민심을 의식한 듯 서 후보는 유세현장에서 줄곧 “도와주세요, 잘 할께요”를 외친다. 또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순천·곡성을 오가며 “그동안 잘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그래도 세월호 심판을 하기 위해서라도 서후보를 다시 한 번 지지해 달라 호소드린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새 각오를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