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혈압관리 모범생 2인방
“나는 고혈압 관리 이렇게 해요!”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은 24%에 이른다. 특히 65세 이상은 53%가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 2명 중 1명이 고혈압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이가 들면 으레 고혈압이 온다고 여겨 혈압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병원에서 주는 약만 먹을 뿐 고혈압을 진단받기 전과 후의 생활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사람도 흔하다. 이 나이에 뭐가 얼마나 좋아질 수 있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고혈압 환자라도 체중 조절, 식이 조절, 운동 등을 통해 정상혈압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경기도 광명시·남양주시 고혈압당뇨병등록교육센터의 추천을 받아 이 말을 증명해줄 두 사람을 소개한다.
글 | 정유경 기자
case ①
“체중 줄이니까 혈압이 내려갔어요!”
경기도 광명시 황병국 씨…혈압 관리 노하우
옥에 티였다. 그리고 그 옥에 티는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를 불러왔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 사는 황병국 씨(78세)는 건강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에게 병원은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한 몸을 확인하는 곳이자, 기껏해야 감기 때문에 가끔 들르는 곳이었다. 한 마디로 병원과 친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3년 전 어느 날 뜻밖에도 병원과 친해져야 할 일이 생겼다. 꼬박꼬박 약을 타러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고혈압을 진단받은 것이다. 그리고 3년 후 황병국 씨의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고혈압이라는 옥에 티는 그의 오늘과 내일을 바꿔놓았다.
한다면 한다!
황병국 씨는 고혈압 꼬리표를 단 후부터 삶의 변화가 필요한 것을 직감했다. 고혈압 진단과 동시에 약을 먹기 시작했지만 혈압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광명시 고혈압당뇨병등록교육센터에서 생활습관과 운동법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됐다.
“작년 여름 내내 고혈압당뇨병등록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받았어요.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운동법과 식생활을 배웠죠. 배운 것은 행동으로 옮겨야 하지 않겠어요?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해봤어요.”
센터에서는 혈압을 떨어뜨리려면 체중 감량이 필수라고 했다. 3kg 감량을 목표로 세웠다. 문제는 어떻게 살을 빼느냐였다. 교육할 때 배운 바로는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 제일이었다. 그러자 복지관에 있는 러닝머신이 떠올랐다.
황병국 씨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자전거를 타고 복지관에 간다. 그곳에는 친구들도 있고, 재미있는 강연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지관에 매일 가니까 러닝머신 위에도 매일 오를 수 있었다. 남들이 러닝머신 위를 걸을 때 황병국 씨는 뛰었다. 손수건을 2개 가지고 가서 땀을 닦으며, 30분 이상은 뛰었다. 그렇게 몇 달을 하다 보니 몸에서 반응이 왔다.
“집사람이 운동한 후로 뱃살이 많이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손으로 배를 잡으면 빵빵해서 잡히지 않았는데 지금은 잡힙니다. 교육을 받기 전에는 윗몸일으키기를 한 개도 못했는데 이젠 스무 개는 할 수 있어요.”
젊은 시절부터 마음먹은 일은 언제나 꼭 해내고 말았던 황병국 씨에게 체중 감량도 예외는 아니었다. 3kg 감량의 감격을 맛본 것이다.
혈압 내리는 싱거운 식탁
식탁의 변화도 체중 감량을 도왔다. 전에는 밥을 수북하게 담아 한 공기씩 뚝딱 해치웠지만 지금은 양을 반으로 줄였다. 밥의 양을 줄이면서 소금의 양도 덩달아 줄였다. 황병국 씨의 아내는 음식을 싱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국이 싱거우면 간장과 소금을 찾았지만 이제는 그냥 먹는다. 밖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한 주걱만 달라고 하고,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먹는다.
황병국 씨는 고혈압 진단을 받기 전까지 삼겹살 같은 육류를 즐겨 먹었다. 입에 착착 감기는 고소한 맛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름기 많은 고기는 거의 안 먹는다.
“고혈압에서 끝나지 않고 고지혈증까지 생길까 봐 걱정돼서 기름기 많은 음식은 잘 안 먹게 돼요. 간식도 과일 이외에는 잘 안 먹고요. 몸이 가벼워서 편해지니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살이 빠지고, 싱겁게 먹은 후로 병원에 갈 때마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병원에 갔다 오면 기분이 좋다. 혈압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뇌졸중, 협심증 같은 합병증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므로 의사의 칭찬은 매번 들어도 지겹지 않다.
황병국 씨는 앞으로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조금 더 체중을 줄일 계획이다. 어떤 일이든 결심한 것은 꼭 해내고야마는 그는 분명 몇 달 후 체중계 위에서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case ②
“온 가족이 고혈압, 혈압 관리 충실히 안 할 수 없죠!”
경기도 남양주시 윤석숙 씨… 혈압 관리 노하우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 사는 윤석숙 씨(65세)는 고혈압을 누구보다 무서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고혈압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여동생, 언니 모두 고혈압이고, 남동생은 혈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혈압의 ‘고’자만 들어도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윤석숙 씨도 10년 전에 고혈압을 진단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혈압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가셨다.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정상 혈압을 되찾으면서 함께 얻은 것도 많다. 그래서 윤석숙 씨의 하루는 활기가 넘친다.
고혈압, 운동해야 이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주일에 두 번, 윤석숙 씨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일단 집에서 퇴계원역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 퇴계원역에서 경춘선을 타서 마석역에 내린다. 그리고 10분 동안 걸으면 남양주 고혈압당뇨병등록교육센터에 도착한다. 일주일에 2번 있는 운동 교실에 오기 위해서다. 이런 생활이 어느덧 2년이 넘었다. 오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전혀 번거롭지 않다. 그만큼 기분 좋은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처음에 고혈압당뇨병등록교육센터로 운동하러 다닐 때에는 걸어서 10분 거리도 3번은 쉬어야 걸어서 올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 번도 안 쉴 뿐 아니라 4개월 전에는 걷기 운동까지 시작했어요. 하루에 평지를 2시간씩 걷는데 딱 2번 쉬어요. 뱃살도 많이 빠지고 쭉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있어요.”
혈압을 내리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픈 다리가 발목을 잡았다. 그런 윤석숙 씨에게 앉아서 하는 스트레칭과 관절 운동 위주의 센터 운동 프로그램은 안성맞춤이었다. 아들 같이 친절한 선생님을 따라 요리조리 몸을 움직이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덕분에 이젠 더 멀리, 더 오래 걸을 수 있게 됐다.
“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나서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무엇이 고혈압에 해로운지에 대한 개념이 정확히 잡혔어요. 가르쳐준 대로 먹으니까 저뿐 아니라 남편까지 배가 들어가고 잔병치레도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건강해지다 보니 해로운 음식들은 저절로 먹지 않게 되는 놀라운 변화까지 경험하게 됐다. 윤석숙 씨의 식탁에는 작은 텃밭에서 직접 기른 깻잎, 풋고추 등 제철 채소가 자주 오른다. 반찬은 거의 싱싱한 채소 아니면 나물이다. 싱거운 국에는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 칼칼한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일 년 전부터는 현미잡곡밥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현미의 깔깔한 식감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현미의 고소한 맛에 푹 빠졌다.
튀김 음식은 먹지 않고 되도록 기름에 볶는 요리도 피한다. 체중 조절을 위해 고기는 가끔 사다 먹는다. 돼지 앞다릿살처럼 지방이 적은 부위를 사다가 적당한 양만 먹고 있다.
화초 키우며 스트레스 관리를~
윤석숙 씨는 고혈압 환자라면 스트레스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절에는 수축기 혈압이 160까지 치솟았던 적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숙 씨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은 화초 가꾸기다. 집에 있는 수십 개의 화분을 자식처럼 보살피다 보면 어느새 화가 난 마음이 누그러지고, 나쁜 일도 잊어버리게 된다.
“고혈압을 관리하려면 마음먹기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운동도, 식생활도 처음만 힘들지 나중에는 즐겁고 보람이 있더라고요. 앞으로도 배운 대로 먹고 운동하며 살 생각이에요. 지금의 생활습관이 고혈압 관리가 될뿐 아니라 온몸이 건강해지는 길이라고 믿으니까요.”
좋은 정보는 나누는 것이 사람 사는 정이다. 그래서 윤석숙 씨는 고혈압이 있는 지인 두 명에게도 센터를 소개했다. 예상대로 윤석숙 씨는 그들에게 고마운 존재가 됐다. 혈압 관리가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숙 씨는 혈압 관리가 잘될수록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며 매일 집을 나선다. 그리고 흘린 땀이 많아질수록 오랫동안 건강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와
조영연 영양과 과장이 제안하는
고혈압 내리는 7계명
1. 식사량을 줄여 체중을 뺀다!
비만한 고혈압 환자라면 체중을 빼는 게 먼저다. 과체중의 절반을 줄이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혈중 콜레스테롤, 요산, 혈당이 함께 감소하기도 한다.
2. 온 가족이 싱겁게 먹는다!
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염분을 줄이면 혈압도 내려간다. 짠 음식,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은 피하고 요리를 할 때는 소금을 적게 넣는다.
*소금 1g에 해당하는 양념류의 양 : 간장 5g, 토마토케첩 30g, 버터 50g, 고추장 10g, 된장 10g
3. 금주·금연은 상책이요, 절주는 차선책이다!
알코올은 그 자체가 혈압을 올리며 영양가는 없는 고열량 음식이다. 흡연은 심혈관질환의 주 위험인자이므로 반드시 끊어야 한다.
4. 운동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
고혈압 환자라고 안정을 취하며 쉴 필요는 없다. 활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운동은 체중을 줄여줘서 혈압이 내려가게 한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에어로빅, 맨손체조 등을 하는 것이 좋고 역도, 밀기, 당기기, 던지기 등은 고혈압 환자에게 해롭다.
5. 채소, 과일, 해조류를 즐겨 먹고, 콜레스테롤과 동물성 지방은 피한다!
살이 찌지 않는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6.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푼다!
혈압을 올리는 스트레스는 재빨리 풀고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7. 나이보다 열 살은 젊게 살도록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