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봐도 벌써 '30년 같이 살아온 부부'처럼 느껴진다는 예비부부 탤런트 성동일과 박경혜 씨. 2년 전 소개로 만났을 때부터 '이 사람이다' 한눈에 반해 두 사람은 내년 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현재 속도위반(?)으로 한집에 알콩달콩 살고 있는 두 사람의 특별한 러브스토리도 함께 공개한다.
성동일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도둑놈'
2년 전 친구 소개로 처음 만나 사랑 키워
얼마 전 종영한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의 작은아빠로 출연했던 탤런트 성동일이 내년 봄이면 예쁜 신부와 결혼식을 올린다. 2년 전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온 박경혜 씨가 성동일에게 '찜'당한 예비 집사람. 그녀는 스물일곱, 성동일과 열살 차이다. 그래서 성동일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도둑놈'이라고.현재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부평의 아파트를 찾았다. 박경혜 씨는 기자를 보자 잠시 놀라는 표정이었다. 성동일이 그녀에게 인터뷰를 한다고만 했지, 정확한 시간은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그에게 물어보니 '그냥 사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평소엔 화장도 하지 않는 그녀가 그마나 화장이라도 하고 있었던 게 다행이라며 그가 웃었다. 성동일이 예비신부를 부르는 호칭은 이미 '집사람', 박경혜 씨는 그를 '오빠'라 부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 아는 사람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오빠는 그때 드라마 '유리구두' 촬영을 마치고 쉬고 있을 때였고, 여행을 다니고 있었어요. 친구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처음엔 오빠가 연예인인 줄 모르고 만나러 나갔어요. 오빠가 나오는 드라마는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는데 가서 만나보니까 얼굴은 낯이 익더라고요.”
박경혜 씨의 집은 마산인데 두 사람은 울산에서 만났다. 당시 성동일은 울산에 친구가 있어 여행을 다니던 중에 잠시 울산에 있으면서 그녀를 소개받은 것이었다. 그는 솔직하고 순수한 마산 처자에게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20대 초반도 아니고 후반도 아니잖아요. 이 나이에 외적인 거 보고 사랑에 빠졌다면 미친놈이죠. 집사람의 솔직한 모습이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집사람은 얘기를 잘 들어주는 성격이었고. 그래서 거의 납치하다시피 집사람을 데려다가, 만난 지 10일쯤 지났을 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함께 여행을 다녔습니다.”
이거저거 따지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화끈하게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여행으로 이어졌고, 성동일은 함께 여행 다니는 동안 그녀를 결혼할 여자로 일찌감치 점찍었다고 한다. “서로에 대해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을 다녀보는 거예요.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요. 여행 다니다 보면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 수 있거든요.”
박경혜 씨 역시 성동일이 전혀 싫지 않았다. 여자라면 엄청난 속도로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그의 작업 진도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 “제가 원래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근데 오빠가 정말 재미있거든요. 그리고 정말 자상하고 저를 배려해줘요. 한번은 오빠가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 저와 함께 간 적이 있었어요. 오빠가 술에 취해서 한 잔만 더 마시면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빠 가자' 제 이 말 한마디에 곧바로 일어서더라고요.”
그녀가 성동일에 대해 처음부터 무한한 신뢰를 느끼게 된 이유가 또 한가지 있었다. “아는 친구 덕분에 울산에 있을 때 호텔의 스위트룸에 머물게 되었어요. 집사람을 그때 만났는데, 사람 많은 곳을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내키지 않아 오붓하게 방에서 만났어요. 방에서 여자와 단둘이 있었던 거죠. 저야 좋지만 이 사람은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혹시 저 놈이 덮치지 않을까…. 하지만 열흘 내내 호텔에서 만났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야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미치는 거죠. 그래도 끝까지 집사람 몸에 손 하나 안 대는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성동일라는 남자를 믿을 수 있었다고 나중에 얘기하더라고요.”
처음엔 성동일 어머니의 반대로 맘고생,
신부 아버지가 위독해 병원서 상견례
확신을 가지고 만나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울과 마산을 오가면서 먼거리 데이트를 나누었다. 촬영이 없을 땐 그가 자주 내려왔고 박경혜 씨 역시 시간이 되면 서울에 올라왔다. 만난 지 두 달 만에 성동일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녀를 소개시켰다고 한다. 성동일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연예인이고 하니까 내조도 잘하고 남자를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를 원했어요. 제가 장남이니까 부모 욕심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 친구가 나이도 어리고 하니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우셨던 거죠. 처음엔 이 친구가 올라오면 구박도 하고 참 많이 미워하셨거든요. 중간에서 많이 괴로웠어요. 하지만 지금도 고마운 게 집사람이 저희 어머니한테 정말 잘했어요. 자기라고 속상하지 않았겠냐만은 저희 어머니한테 참 잘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나이는 어린데 속이 참 깊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죠.”
성동일 어머니의 반대는 생각보다 강도가 셌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엔 박경혜 씨가 맘고생을 적지 않게 했다. 그때마다 서운함은 삭이고 더 잘해드려야지 마음먹었다고 그녀는 착한 속내를 얘기했다. 무엇보다 박경혜 씨는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건강이 좋지 않은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왔다. 그랬기에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가슴에 많은 사람이다. 남자친구 어머니도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은 서서히 누그러져 갔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세 달 전, 박경혜 씨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겼다. “간경화 정도로만 알고 병원에 갔는데 암이라는 판명을 받았어요. 그것도 급성으로 발전해 위독한 상황이었죠.”
성동일은 부산에서 입원한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부산에 머물며 여자친구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에게 상황을 얘기했다. “집사람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상견례라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머니에게 얘기를 했더니 뜻밖에도 선뜻 부산까지 내려가시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큰누나와 어머니와 제가 장인어른 입원해 있는 부산에 내려갔죠. 지금도 신기한 건 장인어른이 위독해서 거의 의식도 없는 상태였는데, 저희 어머니가 병원에 가셨을 때 그 순간만큼은 정신이 돌아오셨어요. 아마 그때가 장인어른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가장 정신이 맑았을 때였던 것 같아요.”
양가 부모님이 병원에서 만난 후 그와 어머니, 누나는 해운대에서 소주를 한잔씩 마셨다. 그리고 그때 어머니가 '결혼을 허락한다'며 그토록 듣고 싶었던 얘기를 꺼내셨다. “겉으로는 안 그렇지만 어머니가 속정은 깊은 사람이거든요. 갑자기 병원에 누워 있는 집사람 아버지를 보니 집사람이 딸같이 느껴진다고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어머니의 그런 모습 처음 봤어요.”
형식이나 겉치레보다 행복한 가정이 더 우선
결혼식 올리기 전이지만 함께 사는 게 당당하다
박경혜 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성동일의 어머니 역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신장이 안 좋아 여러 차례 수술을 해야 했고, 응급실에 실려가야 할 때도 많았다. “장인어른 돌아가시고 어머니 아버지도 없는 이 사람을 저희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그땐 저희 어머니 건강도 갑자기 안 좋아졌습니다. 집사람이 여기 온 지는 두 달쯤 되었네요.”
어차피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함께 사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성동일은 말한다. “사실 지난해에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제가 연예인이니까 주변에서는 저희 사는 걸 보고 욕할 수 있겠죠. '나이 많은 놈이 어디서 처녀 데려다 함께 산다'고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혼식' 같은 형식적인 겉치레가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에게 중요한 건 가정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욕한다 하더라도 저는 당당합니다. 아직 결혼식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 만나면 '이 사람이 내 집사람이다'라고 늘 얘기하죠.”
두 사람은 내년 봄쯤 결혼식을 정식으로 올릴 예정이다. 함께 살게 된 후부터 어머니도 그녀를 딸처럼 살갑게 대하신다고 한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편하게 느껴져요. 어머니랑 쇼핑도 하고 어떤 땐 포장마차에서 오빠와 함께 나가 세 사람이 소주도 마시곤 해요. 겉으로 내색을 안 하셔서 그렇지 정이 많으신 분이에요.”
결혼을 약속한 성동일은 그녀에게 마흔다섯까지만 고생하라고 늘 말한다. 그때까지는 열심히 돈을 벌 테니 그 이후엔 서로 여행도 다니고 놀러 다니자는 것. “돈이 없어서 굶으면 굶어죽었지 명품이 없어서 못사는 사람은 없잖아요. 집사람이 생기고 나서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결혼도 사는 것도 현실이라는 책임감이 예전에 비해 많이 생겼어요. 저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돈 많이 벌어서 집사람에게 시장에서 파는 티셔츠보다 구찌 티셔츠 사주고 싶은 마음이죠.”
2세 계획은 천천히 생각할 예정. 성동일은 낮에 자고 밤엔 깨어 있는 스타일이라서 집사람과 생활 패턴에 맞지 않는 게 문제라며 웃는다. 사람들이 보기엔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함께 사는 두 사람에게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성동일은 “지금까지 힘든 상황들이나, 우리의 좋지 않은 조건과 배경이 오히려 우리 부부에겐 약이 되었다”고 말한다.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성동일· 박경혜 커플. 참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다.
글 모은희 기자 사진 장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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