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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리해봅시다. 스티브 제이씨와 스티브 케이씨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거죠?”
“맞습니다.”
“맞아요.”
테라피스트의 질문에 똑같이 생긴 두 남자가 동시에 대답했다.
***
신개척시대라 이름 붙혀진 우주개발은 인류에게 새로운 요구를 낳았다. 바로 인구 그 자체였다. 우주에는 천문학적인 자원들이 있었고, 아무리 작은 행성이나 위성조차도 거대한 자원의 보고였다. 그야말로 인류는 넘쳐나는 자원 속에서 발전만을 할 일만 남았다.
그러나 인류는 넘쳐나는 자원을 소비할 인구가 부족했고, 이는 개발의 난점으로 여겨졌다. 식민이란 결국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고 한 행성에 거주 허가를 받고 개발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행성은 넓었고, 사람은 부족했다. 사람이 부족하니 해야할 일에 비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으며 독립적 권한을 인정 받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중요한 건 역시 인구였다. 따라서 이전 시대까지만 해도 비윤리적이었던 몇가지 결정들은 새로운 필요에 따라 윤리적 제한은 현실적인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인간 복제. 그것은 현실적 이유에서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한 인간 복제는 다양한 이유에서 금지되었고, 몇가지 규제와 제한은 여전히 있어야했다. 물론 어느 행성에선 그러한 제약을 몰래 어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켈투스 2번 행성에서는 그 제약은 알파벳의 개수만큼만 복제하도록 제한했다. 별 이유는 아니었는데, 적절한 복제 횟수가 몇이면 좋겠느냐는 논란에 별 생각 없이 알파벳 개수만큼만 하는 건 어떠냐는 말이 나왔고 이에 별 다른 수학적 계산이나 필요를 고려하지 않고 그러자고 동의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
탐험가와 개척자들은 기술과 거래에 능하다. 그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찾는 법을 잘 알고 있었고, 그곳에서 나오는 자원들을 거래하며 필요한 다른 도구와 자원들을 사들이는 게 일이다. 덕분에 개척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이들이며 그들의 영향력은 개척 및 개발 초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개척의 초기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할 때 아무리 많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생존 문제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어떤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고 어떻게 활용하며, 어떤 장비로 무엇을 먼저 수행해야하는지에 대한 전문가가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그걸 거꾸로 말하자면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었다면 법적, 혹은 행정적 절차에 능한 사람들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 역시도 그러한 부분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영역에 가깝다 할 수 있다. 거래에 필요한 상법과 법적 분쟁과 규제를 지키기 위한 법률과 사례에 대한 지식만을 말이다.
그런 이유로 탐험가나 개척자들은 그들만의 행성을 가지고 행성 총독이나 대통령, 어쩌면 왕이나 다름 없는 종신 총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는 것에 비해 그러한 지식을 갖춘 이들은 개척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국가에 가까운 집단이 만들어졌을 때 대부분 영향력을 상실하곤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역시 몇가지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지식이나 경험, 통찰이 있는 극소수의 실력자들이 개척부터 통치까지 썩 잘 해내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개척 초기에 다져놓은 입지를 동원하여 실권을 차지해나가는 법률 전문가, 행정 전문가와의 분쟁이나 내전을 일으키거나 혹은 다른 이유 없이 통치의 실패로 인한 개척지의 멸망 따위의 사례가 즐비하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라도 이러한 문제들을 겪어보지 못하거나, 혹은 법이나 행정의 전문가라 할 지라도 그러한 결정들을 잘 하는 것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인지라 인간 복제를 통한 노동력 및 시장의 확대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간과할 수밖에 없었다. 설령 알았다해도 상관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스티브는 본래 스티브 램튼이라는 이름의 남자였다. 그리고 그 자신을 복제하면서 스티브 L. 에이부터 스티브 L. 지까지 복제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복제 스티브들은 각기 필요한 다른 지역으로 파견되었지만, 스티브 제이와 케이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좀 불편하긴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서로 같은 사람이었고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대해야할 사람이 자기 자신이기에 어떤 사람인지 알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역시 알 수 있다. 어떤 성향인지 아니 불편할 것 피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잘 알기에 가장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봐, 케이. 딱히 뭐라고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닌데, 이 약품은 연방 안전기준 지정약품이라 이런 곳에 이렇게 두면 안 돼. 잊은 거 같은데 조심해줘.”
“제이. 제이. 혹시 이거 네가 처리한 거야? 그래? 근데 기록에 없길래. 이번엔 내가 확인해서 큰 문제는 없는데 다른 담당자가 보면 기록 안 된 거 때문에 일 두번 하게 돼. 알지?”
“야, 케이. 저번에 저번에 파일 업로드할 때 그거 제대로 한 거 맞아? 그거 그냥 그렇게 올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말하고 동기화를 시켜야 된다니까? 안 그러면 파일 꼬이고 날아간다고 위에서 뭐라고 한다고.”
“제이, 이쪽으로 좀 와봐. 약품 실험 끝났으면 모자란 거 보고 올려서 보급 받아야지. 지금 합성 들어가는데 약품 다 비어서 10%도 생산 못한다잖아. 아니 네가 마지막 기록인 거 뻔히 나오는데 왜 딴 사람 이름이 나와. 그 사람이 부른다고 그냥 가? 기록은 해놓고 가야지. 미루지 좀 말고 그때그때 해야 한다니까?”
똑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행동에서 불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테라피스트는 그들의 이야기와 서류를 들여다 본 뒤 그들에게 물어봤다.
“케이씨. 케이씨는 제이씨의 무책임한 모습이 싫다는 거죠?”
케이는 베드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답했다.
“네. 바로 그겁니다. 기록해 놓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별 거 아닌 일이라고 자꾸 미뤄놓는다니까요?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기록할 건 다 해놓고 그때그때 처리해야하는데 자꾸 몇시간씩 미루거나 하면 그 사이에 일이 꼬인다는 겁니다. 아무리 사람이 적다고 혼자서 일 하는 거 아니잖아요.”
테라피스트는 안경을 펜 끝으로 슬쩍 올리며 제이에게 질문했다.
“제이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좀 미뤄두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케이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잠깐이라면 괜찮을 거라며 위험한 약품을 아무 데스크에나 올려두고 다른 약품을 만지고 있습니다. 그런 건 절차상 미리미리 처리해놓은 뒤 위험 약품을 다루면서 바로 처리해야 하거든요. 그뿐이 아닙니다. 보고하는 거 귀찮다고 파일 제대로 업로드 안 하고 동기화도 똑바로 안 해서 올라온 파일 시간 확인해가면서 따로 백업하고 다시 업로드해서 동기화해야 할 때도 있었어요. 무책임한 걸로 따지면 저쪽도 다르지는 않아요.”
케이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제이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테라피스트의 눈이 먼저 그를 향했다. 그녀가 묻지 않으면 말할 수 없는 것이 이곳의 룰이다.
“그렇다는군요. 그럼 케이씨에게 먼저 들어볼게요. 왜 그러셨죠?”
“약품을 다루는 게 절차에 어긋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이라고 아예 하지 않고 딱딱 지켜가는 것도 아니고 저도 전문가로서 그게 문제가 될지 아닐지 다 압니다. 크게 문제될 게 없고 금방 처리할 수 있는 거니까 두는 거죠. 전문가라고 안전불감증에 걸린 게 아니라 어떻게 다루고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아니까 그렇게 두는 거라고요. 그걸 가지고 무책임하다거나 절차 무시한다고 매도하는 건 제 입장에선 좀 억울한 거죠. 그리고 사람이 좀 실수할 수도 있는 거고요. 바쁘다보면 먼저 해야할 거 순서 좀 헷깔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경우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는 거예요.”
테라피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씨는요? 케이씨의 지적..”
슬쩍 서류를 바라본 뒤 말을 이었다.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던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 할 말이 있으신가요?”
“물론 제가 기록을 늦게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일이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잠깐 나갔다 들어오는 것 뿐입니다. 밀폐 실험실은 좁은 공간이라 보관할 장소가 많지 않고 필연적으로 보관 용기도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반해 보관하는 약품들은 소량 다품종이고요. 필요할 때 이것저것 꺼낼 수 있다는 건 좋지만 그 양이 적어서 몇번 쓰다보면, 그리고 반복적으로 해야할 때는 금방 소모됩니다. 그럴 때마다 밀폐 실험실 밖으로 나가서 약품을 가져와야하는데 그럴 때마다 기록을 반복하는 건 너무 귀찮고 번거롭죠. 보통 그동안 다른 사람이 밀폐 실험실을 쓰지도 않고요. 필요할 때마다 약품 가지러 몇번씩이나 왔다 갔다 해야하는데 그때마다 기록하지 않았다고 그 사이에 확인해선 뭐라고 하는 건 지나친 겁니다.”
둘 다 이해가 갈만한 일이었다. 사정만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테라피스트는 그런 판단을 내렸고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둘 사이에 쌓인 불만은 쉽게 해소될 것이 아니라는 판단 역시 내려졌다.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있었겠죠?”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지만 제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도 딱히 사교적인 편이 아니라 소통을 선호하는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해도 공적인 일에 있어서 보고나 확인을 미루면 안 되잖아요.”
테라피스트가 케이를 바라보자 그녀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던 케이가 대답했다.
“사실이긴 합니다. 대화가 부담스러워서 말하는 걸 좀 미룰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도 제이와 같은 사람입니다.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요. 제가 미루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시간이 안 되거나 그 담당자가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장소에 있어서 말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요. 특히 보안 등급이 높은 곳에선 통신도 안 되니 더더욱 그렇죠.”
제이는 그 부분에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몸을 들썩였지만 테라피스트는 그를 돌아보는 대신 서류를 넘기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라는 게 없다는 건 아시죠?”
둘 모두 대답했다.
“네.”
“네.”
넘겼던 서류를 다시 덮고 말을 이었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단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예요. 실수를 할 때도 있고 어떤 태도나 방식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도 있고, 그 부분에서 충돌이 발생하거나 명백히 지적될만한 태도가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둘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일이었지만 두 남자는 아마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기에 단점들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 불편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건 자기 자신의 주체성 때문이예요. 스스로의 행동은 대체로 남에게 지적되고 충돌과 갈등 역시 남과 발생하는 일이니까요. 내 태도가 게으르거나 예의가 없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와 싸울 수 없었을테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고, 완벽한 자기 자신을 타인으로 대할 수 있는 세상이 왔어요. 복제 기술 덕분에요. 어쩌면 때문에라는 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자기 스스로 다른 개체로서의 자신을 보는 것은 내 눈으로 내 자신을 보는 게 아닌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단점을 더 객관적인 시야로 바라보게 되는 거겠죠. 자신은 자각하지 못했던, 혹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단점과 불만족스러운 태도들이 눈에 밟히는 거죠.”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가.
“또 그런 말이 있죠. 나 스스로도 날 모르겠다고.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고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단점을 바라보길 회피해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죠. 특히 공격당하거나 지적당할 때는 더더욱이요. 이상한 일이 아니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본인이 성장하는 것이지만요. 어쨌든, 제이씨와 케이씨는 완전히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몸과 같은 얼굴,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죠. 제이씨와 케이씨는 서로를 바라보는 게 바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겁니다.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단점과 태도들을 바라보는 것 뿐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불만이 있다면 그건 본질적으로 자신이 모자란 부분이거나 자기 스스로 겪기에도 불만스러운 부분들 때문입니다.”
내가 회피해왔고, 자각하지 못했던 내 문제들.
“물론 본인 혼자일 때는 문제되지 않았을 겁니다. 자기 스스로도 그런 태도를 몰랐을 것이고, 그게 불만스러울 것이라는 것도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더라도 같았을 겁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남이 했느냐 내가 했느냐의 차이일 뿐이고,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자신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뿐이죠. 다른 사람이 스티브씨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똑같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문제고 그 사람에게 가질 불만입니다. 그 사람의 행동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반면교사라도, 타인의 허물을 보고 자신의 행동을 교정하는 건 사회화의 아주 중요한 활동이니까요.”
그럼에도.
“타인의 행동을 보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과,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경험하고 성찰하며 반성하는 건 완전히 다른 맥락이예요. 부정할 수 없는 나 스스로의 모습을 스스로 보았을테니까요. 나라는 개체와 저 개체가 다른 개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내담자분들도 계십니다. 보통 복제 이후 경험이 다르다면서 생각하는 것도 달라진다고요. 하지만 제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해드릴 수 있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들은 복제하지 않은, 혹은 자신의 복제자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과는 다른 기회가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내 단점들을 고칠 기회죠.”
언제나 그렇듯.
“대화와 이해가 중요합니다.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모를 때가 있는데 완전히 똑같은, 그러나 다른 개체가 된 복제자의 생각과 마음을 완벽하게 알 수 있을까요? 자신의 단점에 대해선 스스로도 알고 있을 거예요. 사실, 다들 그러잖아요. 몰랐다 해도 지적해주면 다 알게 된답니다. 스티브 씨의 경우 굳이 지적해줄 필요 없이 제이씨나 케이씨를 보면서 알 수 있었을 거예요. 여러분이 서로에게 했던 지적들이 스스로의 모습이라는 걸. 위치를 바꾼다 하더라도 똑같이 했을지도 모를 거라는 걸.”
그러니.
“대화를 먼저 해보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해해보세요. 제이씨나 케이씨가 상대방과 대화하는 건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이랍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할수록 자신을 더 잘 통제하고 다룰 수 있을 것이고, 서로간의 갈등과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이것 뿐이네요. 앞으로의 일은 스티브씨 스스로가 더 고민하고 행동하며 결정해야합니다.”
제이와 케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잠시 누워있었다. 잠시간의 시간을 준 테라피스트는 그들이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모를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대신 말했다.
“이제 오늘 상담을 끝입니다. 다음 상담은 5일 이후 신청 가능하시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편안함을 전달하도록 자연광이 내리는 맑고 깨끗하며 단정된 공간은 흔들리며 사라졌다. 테라피스트 역시 그 배경과 같이 흐려지며 모습을 감췄다.
외행성에서 가져온 장비는 작업을 끝낸 뒤 그들을 현실로 돌려보냈다. 상담 동안 그들은 테라피스트와 상담 장소가 현실이라고 알고 있었다. 장비가 기억과 감각을 조작하여 그렇게 느끼게끔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프로그램을 대하는 것보다 더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고 상담 이후 부끄러워할 이유도, 부담스러워할 이유도 없었다. 내담자 본인만 알고 있을 일이기 때문이다. 장비 자체도 정보를 저장해놓지 않기 때문에 테라피스트가 살펴본 서류는 장비에 저장된 데이터가 아니라 내담자 본인의 뇌에 있었던 기억을 읽는 것 뿐이었다.
두 스티브는 일어나 서로를 바라보았다. 거울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의 얼굴이었다. 거의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뭔가 달라보였다. 아마 바라보는 눈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밖으로 나가 근처 카페에 가서 음료를 시켰다. 그들은 소통을 능숙하게 하는 성품은 아니었기에 둘 다 알고 있는 시덥잖은 이야기들로 먼저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의 목소리 뒤로 흘러나온 카페의 라디오에서는 어느 행성을 소유한 연규현이라는 남자가 스스로에게 전쟁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건조하게 전달했다. 아마 그 행성에선 상담 받을 기회가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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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쓸 때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긴 하지만, SF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과학적 상상력과 가능성으로 어떠한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지금 당장은 고려할 필요 없고 발생하지도 않는 일이라곤 해도 미래에는 기술적인 발전에 힘입어 발생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미래에서나 고민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지 싶습니다.
가령 복제인간끼리 서로를 이해 못해서 싸우고 서로를 죽이는 경우나 그걸 극단적으로 확대시켜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전쟁 규모로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 같은 거겠죠.
하지만 반대로 자기 자신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건 아직 아무도 해본 사람이 없을 겁니다. 나와 똑같은 얼굴과 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이 오직 하나 뿐이니까요. 하지만 기억마저도 복제되는 완벽한 복제인간이 실용화된다면 그 현상에서 벌어질 일들을 고민 해야할 때가 올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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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스로의 단점을 직시하는 거 참 어렵죠. 그나마 애낳고 키워보면 조금은 알게 됩니다. 애가 보여주는 잘못된 행동은 대부분 나에게 배운 거니까.
스스로의 전쟁이 낯익어서 찾아보니 예전 그 전쟁이었네요. 같은 복제 다른 결말..인건 그쪽은 혼자 행성을 독점하려고 했고 이쪽은 아예 다른 타인들이 있다는 차이일까요? 나와 나의 복제(나')만 있다면 둘 사이는 같으 속 다름만 있고 그 다름을 인정못하지만, 아예 다른 타인이 끼면서 둘의 다름이 사실 같음이라는걸 긍정해주는 걸로 볼 수도 있겠네요. 영도작가님의 나의 근원은 너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래서 몇달만에 읽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