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나갔다 돌아오면 동전이 주머니에서 제법 나온다. 주로 거스름으로 받은 동전이다. 다
음날 다시 동전을 주머니에 담고 나갈 수 없어, 긴 원통 양주케이스에 동전을 넣으면서 이것
이 저금통이 되었다. 오늘은 가득 찬 동전 통을 열고 100원, 500원을 선별하면서 셈을 시작
한다. 손주와 함께 1998년에 나온 500원짜리 주화 찾기에 여념이 없었고, 희소가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그 해 발행한 주화가 적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1998년도 500원 주화는 로
또라 하는데, 최소 몇 십만 원도 받을 수 있고 보관상태가 좋은 것은 100만 원 이상 거래된
다고 하여 복권당첨으로도 통한다.
사람들의 취미는 다양하지만 동전 모으기가 취미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
면, 10원짜리 동전은 1966년~1970년까지 동전이 값어치가 높다고 한다. 1966년 나온 10원은
30만원, 1970년 황동 10원은 약20만원, 1970년 적동 10원은 약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한다.
상태에 따라서는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니 10원이 예사 10원이 아니다. 50원짜리는 1972년
에 최초 발행되었는데, 벼 이삭 그림으로 익숙한 동전은 1972년 것이 15만 원정도 나간다고
한다. 50원이 10원만 못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100원 동전은 어떨까.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동전이 바로 100원짜리 동전이다. 100원 동전은 1970년도와 1981년도 것이 희귀해 약 10만
원에 거래되며, 가장 귀하다고 평가받는 1974년 100원 동전의 경우 약30만원까지 호가呼價한
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동전 중의 동전은 500원짜리다. 1998년산 500원주화가 귀한 몸으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외환위기에 직면한 정부가 연 100만개 수준이던 발행량을 고작 8000개로 줄였기 때문
이다. 1998년 IMF시기에 한정수량을 생산했기 때문이며, 천덕꾸러기로만 생각했던 동전이 등
잔 밑 보물일 될 수 있다는 애기이다.
희귀동전을 찾는 수집가들은 이런 동전을 구하려고 주기적으로 은행이나 대형마트에서 일부
러 동전을 바꿔 연도를 확인하며 발품을 판다. 하긴 이 작업을 반복하면서 수집에 열을 내며,
자판기에 동전을 넣었다가 빼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한단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원하
던 동전을 구입하면 그 사람의 일생에서 좋은 경험과 희열은 감히 어느 누구도 맛 볼 수 없는
동기부여動機附輿가 될 것이다. 운이 좋아 이런 희귀동전을 가진다면 부수입을 기대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 않다. 해당 동전을 찾는 일도 어려울뿐더러 대부분 돼지저금통에서
찾은 동전은 사용 흔적이 많아서 매입 가치가 없는 동전이 많다고 한다.
동전도 돈이다. 장사에서 동전은 혈액과 같아서 유통에 일조를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격
세지감이랄까. 요즘은 신용카드사용, 스마트폰 간편 결제서비스이용 등으로 동전이 쉽게 주머
니에 들어오지 않고 동전의 유통량도 줄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유통되는 동전은 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등 모두 여섯 종류가 있는데, 이 중에서 1원과 5원짜리는 실
제 유통에서 밀려나 존재가치가 미미하여 2006년부터는 아예 신규발행을 하지 않고 있다한다.
그리고 10원짜리 동전도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길에 떨어져있어도 누구하나 줍는 사람이
없다. 향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동전의 활용도 날이 갈수록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
온다. 한국은행의 일차 목표는 2020년까지 동전의 유통을 사실상 없애겠다고 하는데, 시대의
흐름은 동전이 용도폐기 됨을 말한다. 그러면 동전은 고전古錢으로 대접받으며, 역사의 뒤안길
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