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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령칠은은 지혜, 통찰, 의견, 용기, 지식, 공경과 하느님께 대한 경외다. 에기노 바이너트 작 ‘성령강림’. |
그리스도인이 성화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인 성령의 활동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분명히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요한 14,16.26).
약속대로 오순절에 제자들에게 오신 성령께서는 그들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사도 2,1-4 참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러한 성령의 활동을 재차 확인해 주었습니다.
“성령께서는 성사와 교역을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고 인도하시며 여러 가지 덕행을 꾸며 주실 뿐 아니라 또한 당신 은혜를 당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며 모든 계층의 신자들에게 특별한 은총도 나누어 주신다”(「교회 헌장」 12항).
이렇게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인 안에서 활동하면서 그리스도인이 더욱 거룩해지고 성덕을 완성하여 완덕에 다다르도록 도와주십니다.
그런데 인간 영혼은 조력 은총에 의해 수동적으로 자극받는 것만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매우 능동적으로 초자연적인 습관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바로 ‘성령의 은사’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성령의 은사(恩賜)는 초자연적 존재로서 하느님께서 계시해 주시지 않았다면 우리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성령의 은사에 대해서 짐작해 볼 수 있는 내용이 구약성경에 나옵니다.
“그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르리니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 그는 주님을 경외함으로 흐뭇해 하리라”(이사 11,2-3).
물론 이 구절에서는 총 여섯 개의 은사를 언급하고 있지만, ‘주님을 경외함’이 두 번 언급되었으며 6보다는 7이 완전한 숫자인 것에 근거하여 가톨릭 교회는 그동안 ‘성령칠은’(聖靈七恩)을 가르쳐 왔습니다.
“이러한 성령의 일곱 가지 선물은 지혜, 통찰, 의견, 용기, 지식, 공경과 하느님께 대한 경외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831항).
각각의 성령 은사의 본질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성령칠은을 다양한 기준으로 재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어느 은사가 완덕에 더 가깝게 다가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상태의 관점에서 분류해 본다면, 지혜의 은사가 가장 완덕에 가까운 상태에 놓인 은사이고, 하느님께 대한 경외의 은사가 상대적으로 덜 가까운 상태에 놓인 은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인간 영혼 안 어느 곳에서 어느 은사가 활동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작용의 관점에서 분류해 본다면,
인간 지성을 밝혀주는 지성적 은사로는 지식의 은사, 통찰의 은사, 지혜의 은사, 의견의 은사를 들 수 있으며 인간 의지를 강화하는 정감적 은사로는 공경의 은사, 용기의 은사, 경외의 은사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끝으로 그리스도인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할 점은 성령의 은사가 어느 주입덕행과 관련되어 그 덕행을 완성시키느냐 하는 것입니다. 의견의 은사는 지덕을 완전하게 합니다.
공경의 은사는 의덕을 위해 경신덕을 완성시킵니다. 용기의 은사는 용덕을 완성시킵니다. 경외의 은사는 절덕을 완성시킵니다. 이상은 윤리덕(사추덕)과 관련 있습니다.
그리고 지식의 은사는 신덕을 완성시킵니다. 통찰의 은사는 망덕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지혜의 은사는 애덕을 완성시킵니다. 이상은 신학덕(향주덕)과 관련 있습니다.
결국 성령의 은사는 윤리덕을 한 단계 승화시키고 신학덕을 인간 영혼에 부합시켜서 인간 영혼이 하느님과 합일하게 도와줍니다.
왜냐하면, 성령의 은사는 인간 영혼이 유연성을 발휘해서 하느님의 은총을 재빨리 느끼게 해주며, 유순함을 실천하여 거룩함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수월하게 다가가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령 은사의 도움을 받으며 주입덕행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완덕에 다다르는 지름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