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적
류윤
얼굴은 왜 얼굴이라고 햇을까
불행히도 얼의 굴이란 어원엔
유적을 만들어 쓰다듬으며
보존해온 손길들의
애정이라도 담긴 건 아닐까
그래서 행여 그 식은 온기돌아올까봐
날마다 찬물로
세수를 하는 각성이 생긴 건 아닐까
우린 거기서
너무 멀리떠나와 있기에
불가피하게 유턴이라도 한다면
희비쌍곡선의 비가
자책모드로 괴롭힐까봐 싶어서?
다행히도 얼빠진 우리에게
얼이란 것이 있긴 한가
때는 바야흐로
칼라풀,
칼라로 된 풀 뜯어먹는 시대
틈만 나면 온 가족이
얼빠진 눈을 떼지 못하는
영상매체 춘추 전국시대
티비 브라운관에 아이돌인지 아이둘인지셋인지
그얼굴이 그 얼굴인 판박이
강남 유명 성형외과에서 제작된 특수 인형들이
좌르르 ~ 그룹 떼거리로 쏟아져나와
막 뒤에서 테엽이라도 감아놓은 듯
동일 동작으로 춤 추며 노래를 부르면
대중이 지랄 발광 비광하는...
안 고친 年보다 고친 연대가 훨씬 더 많다는 통계
고친 년대를 더 예뻐졌다고
보는 年들마다
다들 얼굴에다 침을 바른다
이 추세라면 한걸음 더 나아가
한쪽 어깨가 삐딱한,
좌우 비대칭의 에펠탑도 바로세우자는
지구촌의 광풍으로
진로를 잡아 갈지도 모를 일
일찍이 코딱지 만한 한반도에 정착한
오종종한 혈통의ㅣ 조상들이여
우린 언제든 당신들이 남긴
이 찌질한 유적들을
부수고 고칠 역사적 사명감을 띠고 이 땅에...
어쩌구 저쩌구
어쭈구리
잘은 몰라도 상차려 놓고 넙죽 절이나 하고
후반전으로 가면
어김없이 명절 혹사 노동 타깃이 얼굴붉히며
논전 불사 멱살잡이로 까지 진도가 나아가던
신주단지같았던 제사란 풍속도도
유물론으로 떠나 보내는 것이 도농 간의 대세
오늘 까지는 부득불
관성 때문에 절은 두 번하겠지만
힘드니 한번으로 생략
담엔 아예 절 같은 거 받을 생각도 마세요
좀 공들여 잘 만들어 전해주시지
두분 반성 좀 하세요
.................묵묵 부답
왜 대답들이 없어요
서툰 기술로
찌그러진 세숫대야를 만들어 걸어 놓고도..
요즘 세상엔 쌔 빌린 대학보다
어딜가나 프리패스로 유통되는 증명 사진이 대세인데...
솔까, 면목들 없으시죠.
이제 감사의 절은
유명 강남 성형외과를 이마빡에 써 붙여놓고 할지도 몰라
지나친 중앙집권, 방만한 지방 자치의
이 험난한 세숫대야로 지적질 받아가며
일생을 살아갈 생각을 하니
청춘이 까마득해요
아 짱나
혹시 유적을 이렇게 골동품으로 만들어놓고도
부심에 쩔어
흐뭇하게 낼다보고 계신건 아니시겠죠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꿈깨세요
얼굴은 부모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성형외과에서 다시 본뜨는 과학입니다
묵정 밭
류윤
밭도 나이가 들면
정신이 왓다리 갓다리 하는기라
어김없이 봄은 와서
쑥갓이고 상추고 호박 가지 심어놓고
남새들 반색하는
오종종한 걸음걸이로
애지중지 가꾸어야 헐텐디
이 할마씨
도시의 아들집으로 갓는지
요양병원에 호스 달고
밭두렁 아예 베고 누웠는지
나비 날고
지천에 냉이 지칭개 씀바귀
기억처럼 돋아나는데도
한번 가선 돌아올 생각
아예 없으시다
눈에 밟히는 손자처럼
업어키운 밭뙈기 버려두고
이젠 마음 편한지
아마도 접어 이고갈수만 잇다면
어디든펼쳐놓고
눈매 영특한 씨앗들
고랑고랑 뿌려놓았을터
이따금 망향병 이라도 도졌는지
기차타고 와서
생기없는
들국화,망촛대 우북이 심어놓고
이걸 작물이라 가꾸신다고라
치매끼가 분명허지, 아마도
자갈돌을 심어 놓고
싹트길 바라다니
사기 등잔
류윤
까마득한
불의 기억
불을 붙이던
에너지
한 방울마저 졸拙하고
남겨진
식은
사기 등잔
연당을 끼고 앉은
창호의
불빛 아련한
애련의
별당
그을음 닦아내던
아미蛾眉의
섬섬 옥수
열두자 병풍 드리운
그윽한
청홍 이불 펼쳐놓은내실
초생달
이마에 붙이고
서늘한 두루마기 자락으로
찾아들
그리운 이의
발자국 소리
소라 귀를 기울였을
사랑스런 情人
스적 스적,
속 적삼
속치마 벗는 소리
호롱불 훅 불어끄고
긴 밤을 엮어
잔인한 몸을 떨던
흐느낌의
농염한 야사
소쩍새 울던
칠흑같은
야심한 밤
그 밤의 사연들은
어디로 갔을가
이젠 세월의 눈길도
차갑게 식어
유물이 되어버린
한때는 뜨거웟을
사기 등잔
스스로는
켤 수도,
생을 마감할 수도 없는
첫댓글 ㅎㅎ 성형미인의 시대에 성형도 못하고 사는 사람이 바보인지 진국인지 헷갈리는 시대입니다.
그나저나 류 시인님은 젊은이들 언어를 정말 많이 아시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