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배론으로 향한다. 배론에 거의 도착 할 즈음에 좌측에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남상교아우구스티노....남종삼요한 성인의 부친이 아니신가? 그럼 여기가 학산묘재? 한적한 시골길이라 급히 차를 돌려 마을로 들어갔다. 맞다 남상교의 유택지로 남종삼성인께서 생전에 이 곳에서 부친과 신앙의 대화를 하시던 곳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교만한 말이지만 모르면 그냥 지나친다. 밭의 보물도 아는 사람에게 보인다. 남종삼성인은 병인박해를 앞두고 정치적 상황이 불리해지자 학산묘재에서 부친의 준엄한 가르침을 받은 후 치명을 각오하고 인근의 배론 신학당을 찾아 푸르티에 신부, 프티니콜라 신부로부터 성사를 받고 한양으로 향했다. 이미 한양으로부터 체포령이 떨어져 있던 성인은 홍봉주, 이선이 그리고 베르뇌, 다블뤼 주교와 함께 병인년 3월 7일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참수된다.
유택지는 단아한 기와집이었다. 동네 할머니께 가볍게 인사를 드리니 교우이시다. 6.25전란 때에도 이집만 타지 않았다고 천주교 신앙의 자부심을 소박하게 표현하신다. 집 뒤로 돌아가니 뒷동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었다. 잡풀이 우거져 올라가는데 애를 먹었다. 지금 내 몸에 약간의 풀독이 올라있다. 아마도 이 때 생긴 것이리라. 심하게 번지지 않은 것도 할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인의 도우심이다.
남종삼 성인의 유택
생가 뒷 동산의 십자가의 길
용소막성당 학산공소
두메꽃 피정집은 베론성지 주변 산속에 자리잡고 있다. 예수성심상을 사이로 봉쇄수녀회인 성도미니코봉쇄수도원과 함께 있다. 피정집엔 자매님들만 4명이 머물고 있었다. 수도원성당으로 가서 인사드리고 녹차를 마신 후 산책로를 따라 배론성지로 갔다. 5분 정도 걸으니 대성당이 보인다. 몇 번 와 본 성지이지만 그 때 마다 느낌이 새롭다. 난 바로 최양업신부님 묘소로 가서 참배했다. 평일 늦은 시간이라 참배객이 없어 차분하게 묵상하며 하느님께 신부님의 시복 시성을 청원하였다. 긴 의자에 앉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박해시대 최신부님의 삶을 생각한다. 목이 말라 생수를 마시려다, 포졸들의 추적을 피해 다니시며 목말라하셨을 신부님이 생각나 먼저 물을 드리고 나머질 내가 마신다. 박해를 피하시던 중 어느 신자도 목말라하시는 신부님께 물을 건네 드렸으리라. 신부님께서 날 보시며 “그 사람이 생각난다” 하시는 것 같아 기분이 넉넉해진다. 수도원 저녁기도 시간이 다가온다.
피정집 안내
최양업신부님 묘지
첫댓글 어릴 때 부터 많이 들어 온......그러나 아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