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과학적 측면과 민족이나 역사, 습관 등의 문화적 측면이 결합된 종합적인 창조물이다. 색을 물체의 표면적인 언어로만 이해하기에는, 그것을 사람마다 대하는 견해와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 예를 들면 같은 빨간색을 놓고 중국인이 느끼는 입장과 한국인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색이라는 것은 누군가 또는 무엇이 정의를 내리기에는 그 배후의 각자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色에 대한 새로운 정의: India
어느 샌가 현실로 스며든 아시아 문명의 신화, 인도 고유의 고대 향기와 근대적인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풍채는 세련되고 가꾸어진 현대의 모습으로 인도 길 위에 서 있는 이방인들을 당황하게 한다. 하지만 그 당혹함도 잠시, 눈을 잠시 감은 채로 그 속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 간다면, 우리 또한 인도의 무수한 色 중에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다. 이질감이 아닌, 보색 대비의 강렬한 조화를 만들기에 인도 거리 위의 이방인들은 본토인들의 끊임없는 관심을 받는다.
인도가 만들어 낸 ‘색’은 단지 보이는것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길들여진 ‘잘 빠진 색’ 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색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로 만들어졌기에 서투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꾸밈없이 정직하다.
사회적인 정의: 자유의 색
현 시대의 ‘색’이란, 팬톤의 색상표나 먼셀의 표색계 등을 통해 그 정의를 구분하는 데에만 익숙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의 하였기에 그것은 하나의 fact가 되며 그것을 옳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도에서의 ‘색’이란 단순히 판단하려 하기엔 그들의 모든 역사와 문화, 그들이 살아가는 오늘의 삶까지 얽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다양한 색깔은 오늘의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내었으며, 그 문화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오늘날의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정의를 내리게 된다. 그들은 그 모든 정의를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색’이라 함은 단지 예술적인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도 사회계층의 압박 속에서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유일한 탈출구로 작용한다.
매년 봄, 인도를 뒤흔드는 색의 축제 홀리(Holi)는 색을 통해 선한 봄이 악한 겨울을 누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인도 전국민들은 신분과 관계없이 이 날 서로 온갖 색깔의 가루와 물감을 뿌려댄다. 엄격한 카스트 제도에 웅크린 천민들 조차도 이 날 만큼은 계급간의 장벽을 허물고 귀한 사람과의 접촉이 허용 된다. 색은, 그들에게 있어 자유와도 같은 요소인 것이다.
문화적인 정의: 자연, 전통의 색
우리가 심심하지 않기 위하여 가볍게 패션으로만 여기던 뱅글은 인도 새신부들에게 자신이 얼마나신랑에게사랑을 받고 있는지의 지표로 사용된다. (많은 사랑을 받을수록 많은 뱅글을 선물받는다.)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수 있는 ‘하의 실종 패션’이란 사실 인도에선 범죄에 가까운 행위다. ‘왜 너희는 다리를 보이는 것을 야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자연스레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인도 인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조차 모르는 그 답은 의외로 성경에서 실마리를 제공하여 준다. 비단 레위기서 뿐만이 아닌 성경 이곳 저곳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구절을 반복한다.
‘그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
그렇기에 인도인들은 상의에 대해선 다소 관대한(?) 편이다. 재미 있는 것은, 이들에게 다리를 내어 보이는 것은 풍기 문란죄로 성립이되지만, 반면 그들의 일상복은 배꼽이 보이는 짧은 상의다. 인도는 오늘도 오래된 전통을 입는다. 실로, 이들이 오늘 날까지 당연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관습을 살펴보면 성경에 나오는 전통과 많은 부분이 일치하다. 밤에 결혼을 하는 풍습, 존경하는 사람에겐 발을 만짐으로서 예를 표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일상의 정의: 소소함, 행복의 색
해리포터에 나오는 ‘도비’는 실제로 인도에서 빨래만 담당하는 낮은 계급을 칭한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던 ‘카스트제도=불행’이라는 정의도, 막상 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에겐 일상 속의 소소한 감사 거리일 수도 있다. 빨래를 하는 그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하게 해맑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가 정의하는 ‘불행’을 강요하는 것은 지극히 편파적인 생각이다.
Incredible India:
많은 이들이 인도를 Incredible India로 칭한다. 우리가 쉽게 정의했던 절대적인 기준들은 그들에겐 그저 하나의 색으로 인정된다. 그들은 현대가 제시한 모든 색을, 그들이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켜왔던 고유의 색과 융화시킨다. 이는 엔도 슈샤끄 <침묵>에 나오는 것처럼 적당히 타협하여 그들 본연의 의지가 사라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에게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알면서도 새 것을 아는 힘이 있다.
인도인들에게는 할리우드가 영화계의 최고라는 정의는 통하지 않는다, 할리우드가 인도에 깊숙히 침범하지 못한 이유도 그들의 그림 속에는 그들만의 ‘볼리우드’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DesignDB.com